매킨토시, MP3플레이어 아이팟 그리고 아이폰 등 기술혁신을 선도한 대표적 기업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천재 기업가였으나 정작 자신이 직접 발명한 것은 없었다. 설립 초기 제품의 개발과 발명은 모두 천재 엔지니어 스티브 워즈니악이 이뤄냈다. 사업적 수완과 마케팅 감각이 뛰어난 잡스는 천재 전자 엔지니어인 워즈니악을 통해 기술을 실현했다.
R&D 사업화, 美·英 3분의 1 안돼
잡스에게 워즈니악이 없었다면 애플의 시대를 앞서가는 제품들은 탄생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기술사업화 관점에서 보면 워즈니악의 기술이 잡스라는 마케팅 천재에 의해 사업화되지 않았다면 그의 기술은 아무도 위대함을 알지 못한 채 '서랍 속 기술'로 묻혀 세상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퇴물 취급을 받았을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창조경제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정부의 우수한 연구개발(R&D) 성과가 사업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R&D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미래창조과학부는 2015년 기술사업화 촉진을 위한 R&D 예산으로 전년보다 11.7% 증가한 1조5,631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정부 R&D 투자를 질 중심의 성과창출 체계로 전환하기 위해 대학 평가시 SCI 논문 비중을 낮추고 산학협력과 특허 등 실용적·질적 성과지표를 강화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 R&D 투자의 기술사업화 비율은 지난 10년간 20%로 영국 71%, 미국 69%, 일본 54%에 비해 턱없이 낮아 정부의 R&D 연구성과가 세상에 나와 빛을 보는 길은 멀기만 하다.
가장 큰 이유는 기술완성도와 비즈니스 측면에서의 연구자와 기업 간 간극이다. 연구자는 이 정도 수준이면 사업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기업은 사업화하는 데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현실이다. 즉 연구자와 기업이 바라보는 기술 완성도의 눈높이 차이가 존재한다. 또 기술사업화를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 설계가 중요하나 이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부족했던 것이 현실이다. 이는 우리나라 R&D가 '기술개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기술사업화를 위한 후속연구(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사업화 연계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사업화 위한 후속연구 역량 강화를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R&D는 연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연구실에서 벗어나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하지만 기술사업화에는 많은 경험과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혹자는 잡스가 애플 창립 초기에 기여한 것은 '애플'이라는 이름을 만든 것 외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잡스가 워즈니악보다 더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잡스가 워즈니악을 이용한 것일까. 아니면 워즈니악이 잡스 때문에 뜬 것일까. 기술사업화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기술사업화를 위한 '역사적인 황금 콤비의 만남'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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