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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2011년 기준 국가 총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49조8,9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4.03%에 달해 이스라엘(4.4%)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2012년 기준 약 17조원에 육박하는 정부 R&D예산 중 대학ㆍ출연연구기관ㆍ공공연구기관 등 공공 부문에 투입되는 비중이 68.7%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과 자원이 투입되는 국가차원의 R&D 활동으로부터 경제적 성과를 창출하는 것은 중요한 정책과제다.
연구기관 기술과 민간 사업능력 결합
국가차원의 R&D 투자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히 대학ㆍ연구기관 등에서 생성된 기술의 사업화를 통한 경제적 성과창출은 여전히 기대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보고에 의하면 2010년 기준으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기술이전이나 사업화 총 건수는 9,521건이며 사업화 주체별 성과에서는 중소기업의 사업화 성과가 62%로 가장 높았고 공공연구기관(21%)ㆍ대학(14%)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또 사업화 형태별 성과는 기존업체의 상품화(69%)와 기술이전(28%)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연구자의 직접적인 창업이나 기술이전을 통한 기술창업은 2%에도 미치지 못하는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이는 대학이나 출연연 등의 보유기술의 창업과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한 그동안의 노력이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거나 기존의 제도와 정책 개선이 필요함을 시사해주고 있는 것이다.
2000년 기술이전사업화촉진법 제정 이후 정부는 대학과 연구기관 등의 기술창업과 사업화 활성화를 위해 대학과 출연연에 산학협력단과 기술이전전담부서(TLO) 설치, 대학과 연구소의 기술지주회사 설립ㆍ운영 등 다양한 지원을 해오고 있다. 이들 기관의 전문성과 효율성 제고가 필요하겠지만 이제는 기술사업화를 위한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 생각한다.
기술기반의 창업이나 사업화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준비된 기술사업화의 생태계 구축이 핵심과제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술사업화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대학과 연구기관이 보유한 유망기술과 민간의 사업화 능력을 효과적으로 결합하고 이 과정 중 필요한 정부지원을 체계적으로 추진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중소기업청은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대학ㆍ연구기관 보유기술 직접사업화 프로젝트'를 2011년부터 실시해오고 있다. 이 사업은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과 민간의 역량을 접목해 창업법인을 만든 후 출자된 기술을 사업화하는 사업이다. 그 결과 단기간이지만 총 10개의 창업법인이 설립돼 약 110여명의 고용이 창출되고 매출이 발생하는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중기청 등 정부지원도 체계화해야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나름대로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보다 개방형 혁신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참여주체들이 갖는 차별적인 핵심역량을 유기적으로 결합했다는 점을 들고 싶다. 다시 말해 대학과 연구기관의 연구자들이 기술개발 측면에서 우수한 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사업화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술사업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약점을 민간의 사업화와 마케팅 능력을 통해 효과적으로 보완하고 정부에서 총 사업비중 일정 부분을 지원함으로써 민간의 투자유인을 제고할 수 있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업추진 과정에서 노출된 일부 문제점들을 개선해나간다면 대학과 연구기관의 기술 사업화를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정부가 이제 막 출범했다. 정부 총예산에서 국가 R&D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5% 수준에 이르러 세계 최고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그동안 대학이나 공공 부문에서 생성된 기술의 국가경제 기여도를 제고시키기 위해서는 과거의 시각에서 과감히 벗어나 중소기업청의 '대학ㆍ연구기관 보유기술 직접사업화 사업'과 같이 전향적이고 혁신적인 사업화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신정부의 혁신주도형 창조경제의 원동력이 돼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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