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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한 지 한 달 된 상추인데요. 아직도 싱싱하게 숨 쉬고 있는 게 눈으로 쉽게 확인되죠?"
30일 오전 경기도 이천의 이마트 후레쉬센터. 이홍덕 센터장이 신선식품 저장·물류센터 3층에 위치한 CA(Controlled Atomosphere) 저장고에서 종이 박스를 하나 꺼냈다. CA 저장고는 채소나 과일의 자가 호흡 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상품 신선도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공기 중 산소와 질소의 농도를 인위적으로 조절한 창고다. 내부 온도는 1℃, 습도는 97% 수준으로, 물류센터 내부 평균 온도와 습도인 13℃, 75%보다 훨씬 낮고 습하다.
이 센터장이 이날 출하를 위해 CA 저장고에서 꺼낸 채소는 상추. 박스 안에는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상추가 가득했다. 지난 1일 충남 논산에서 수확한 후 이천 물류센터로 싣고 와 저장고에 보관한 지 한 달이나 지났지만 오늘 새벽에 따왔다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상추의 잎맥이 단단했다. 일반 보관 상추와 비교하니 신선도가 더 확연하게 차이났다. 5일 전 수확한 일반 상추는 이미 잎맥이 축 늘어져 신선식품 가치를 잃었다.
이 센터장은 "오늘 오후 전국 점포로 배송될 상추"라며 "지난 주 비가 많이 와서 상추 가격이 급등했는데 장마 전에 미리 매입해서 도매 시세보다 더 싸게 팔 수 있게 됐다"고 자랑했다.
지난 29일 기준 상추 도매가는 200g당 1,473원. 이날 이마트 후레쉬센터는 상추를 1,280원에 출하했다. 첨단 저장 기술 덕분에 채소 가격이 치솟는 장마철에 도매가를 밑도는 소매가에 상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상추는 하절기가 되면 폭염과 장마 탓에 생산량과 품질이 떨어지지만 휴가 기간과 맞물리면서 수요는 늘어 상급 상품의 가격이 급등하기가 일쑤"라며 "하지만 바캉스철 전에 물량을 대량 확보해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생산자와 유통자, 소비자 모두가 득을 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3년 CA 저장 기법을 연구하기 시작해서 3년차에 상추 보관 기간을 한 달까지 늘리는 데 성공했다"며 "내년에는 저장 기간이 최대 두 달까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CA 저장고 19개를 보유한 이마트 후레쉬센터는 상추 뿐만 아니라 시금치, 브로콜리 등 선도에 민감한 신선 채소 전반으로 CA 저장 기법을 적용 중이다. 수박이나 복숭아, 사과 등 과일의 저장 기간도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이 센터장은 "저장 기간이 더 길어진다면 과일이나 채소의 판매 기간을 연장하는 게 아니라 '시즌 파괴'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명절과 휴가철에 가격을 안정시키고 경쟁사와 차별화도 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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