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4일 국민안전처와 CJ그룹이 업무협약을 맺고 CJ대한통운이 도입한 택배용 드론 ‘CJ스카이도어’를 긴급구호품 전달 용도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물류기업이 택배용 드론을 도입한 건 이번이처음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앞으로 CJ대한통운의 전국 물류센터는 구호물자 보관과 운송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된다. 이 드론은 무게 3kg 이내의 물품을 반경 20km 이내 지역에 배송할 수 있다. 안전상 문제로 접근이 어려운 재난 지역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기능도 탑재돼 있다. 화물운송용 드론 중 유일하게 추락에 대비한 낙하산 기능도 갖추고있어 우리나라도 이제 본격적인 민간용 드론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드론이란 사람이 직접 타지 않고 무선 전파의 유도에 따라 비행하는비행기나 헬리콥터 모양의 비행체인 ‘ 무인항공기’ 를 가리키는 말이다. ‘드론Drone ’이라는 영어 낱말은 원래 벌이 내는 ‘웅웅’거리는 소리를 뜻하는데, 작은 항공기가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는 모습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안전이나 보안 등 이슈로 조기 확산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깨고 현재 드론은 글로벌 시장에서 거침없이 확산하고 있다. 한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전 세계 드론 시장은 올해 71억 3,000만 달러(한화 약 8조 480억 원), 오는 2022년에는 113억 달러(한화 약 12조 2,800억 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요즘 드론을 찾는 사용자가증가하고 있다. 특히 비행금지구역 같은 제약 사항이 없는 엔터테인먼트 드론을 찾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드론은 원래 군사 목적으로 만들어진 무인비행체( UAV,Unmanned Air Vehicle)의 일종이다. 원격항법 조정장치가 탑재된 비행체로, 자동으로 비행하거나 지상의 조종사가 조종하는 비행체로 정의된다. UAV는 크게 소모용(expendable)과 재사용(recoverable)으로나눌 수 있다. 원격 조정되는 미사일과 자동항법을 하는 크루즈 미사일등이 소모용에 해당한다. 재사용이 가능한 UAV는 원격조정이 가능한무인원격조정기( RPV, remotely pi loted vehicle)와 자동제어를 하는드론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군사용 드론의 대표적인 수출국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에서 개발돼 전 세계에서 운용 중인 드론은 크기에 따라 ‘ 모기’ , ‘ 헌터’ , ‘ 헤런’ , ‘ 팬더’ , ‘ 왜가리’ 등으로 나뉜다. 이 중 ‘ 헌터 드론’ 은 감시, 정찰, 표적획득, 포격조정, 피해평가를 주 임무로 하는 중형 전술 드론이다. ‘헤런 드론’은중고도용 체공 드론인데, 250kg의 폭탄과 80리터의 연료를 탑재하고52시간 동안 계속 비행할 수 있다. ‘팬더Panther ’는 수직 이착륙 능력이있는, 다시 말해 고정익, 공중정지비행(호버링), 틸트로터 프로펠러 기능이 탑재된 전천후 드론을 말한다. 무게는 65kg이며 대략 6시간 동안1만 피트 상공에 체공할 수 있다.
성공적인 군사 작전을 도와온 드론이지만 때로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나는 사람을 죽이는 로봇이었다.” 2007년부터 5년간 무인항공기 드론 조종사로 활동한 한 군인의 고백이다. 미군 드론 조종사 브랜던 브라이언트는 뉴스채널과의 인터뷰에서 혼자서 1,623명을 죽였다고 고백하며, 그중에는 무고한 어린아이도 포함돼 있다고 폭로했다. 그는 밀폐된 방에서 컴퓨터게임 하듯 사람을 죽이는 건 견딜 수 없는공포였다고 말했다. 더 큰 공포는 버튼을 누르는 데 무감각해져 가는 것이었다고 말해 충격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이 같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드론이 지닌 여러 가지 장점들이 민간분야의 수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양한 강점을 지닌 드론은 민간분야의 다양한 요구와 만나면서 활용처도 점점 넓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시작은 공공분야였다. 공공분야는 드론이 군수용 외에 제일 먼저 활용되기 시작한 곳으로 재해 및 재난 구조 활동, 산불 감시 및 진화, 적조감시, 지형 및 시설물 촬영, 방제·방역, 기상 자료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한편 상업용 드론 분야에선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서비스화를 급속도로 추진하고 있다. 아마존은 물류센터에서 16㎞ 떨어진 곳까지 30분 이내에 배달한다는 목표하에 택배용 드론의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아마존은 상대적으로 상업용 드론 라이선스 발급이 쉬운나라에서 서비스를 먼저 시작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DHL도 독일에서 드론을 이용한 교외 지역 배송을 추진 중이다. 배송함에 물품을 적재하고 입력된 비행경로를 따라 자동으로 비행하는 방식이다. 구글 역시호주에서 배달 프로젝트의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드론이 입력된 목적지로 자동 비행을 하고 도착하면 물품을 떨어트리는 방식이다. 중국 알리바바의 타오바오도 배송 이벤트에 드론을 활용했다. 베이징, 상하이등 대도시 거주 고객 450명을 선정해 드론으로 상품을 배송했다.
드론과 다른 기기의 융합 기술도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 중 하나다.르노자동차는 지난해 드론을 장착한 콘셉트카를 선보인 바 있다. 차량천장에 붙어 있다가 필요 시 주변 정찰과 사진, 동영상 촬영 등에 드론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드론 조정은 차량 내 대시보드로 하고, 교통 체증 상황을 파악하거나 주의해야 할 상황이 생길 경우 운전자가 드론을활용할 수 있다. 이 콘셉트카는 자동모드와 운전자가 드론을 제어하는 수동모드를 모두 지원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중국 DJI사와 함께 공항 반경 2km 이내에서 드론 비행이 차단되는 프로그램을 인천공항, 김포공항 등 국내 15개 공항에 설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 DJI는 취미와 항공촬영용인 팬텀시리즈드론을 공급하는 국내 드론 시장 점유율 1위(작년 기준 80%) 업체이다.미국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간 드론이 항공기에 193회나 근접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번 조치는 드론이 항공기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근거임과 동시에 드론 사용이 점차 민간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방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생활의 편리함과 안전성. 이 두 가지는 드론이 민간영역에서 활성화되기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할 두 마리 토끼다. 많은 사람이 드론 활성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건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남북대치 상황과 테러 위협이 상존하는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드론 관련 산업에서 선진국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충돌회피시스템, 비행차단제어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드론의 안전성을 계속 보강하고 드론 활성화를 위한 여러 가지 법적 규제를 조속히 개정할 필요가 있다. 집집이 드론을 여러 대씩 보유하고 애완견처럼 드론이 항상 따라다니면서 인간에게 안전과 편리함을 주는 ‘ 드론시대’ 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안병익 씨온 대표는…
국내 위치기반 기술의 대표주자다. 한국지리정보 소프트웨어협회 이사, 한국공간정보학회 상임이사, 한국LBS산업협의회이사를 역임했다.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포인트아이대표이사를 지냈고, 지난 2010년 위치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씨온을 창업해 현재 운영 중이다.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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