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NX300h는 렉서스가 처음 만든 소형 CUV 차량이다. 렉서스는 차량 개발을 위한 시장조사에만 2년이 걸릴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NX300h을 만들었다. 렉서스가 이처럼 공을 들인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은 2~3년 전부터 잇따라 소형 CUV를 내놓고 있다. 작은 차체는 운전하기 편하다. 덩치가 작으니 연비도 좋다. 게다가 크기에 비해 공간 활용성도 뛰어나다. 현재 소형 CUV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산업 연구 기관 워즈오토모티브는 CUV가 2020년까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30%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 전망했다. 벤츠, BMW, 아우디, 랜드로버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고, 결국 렉서스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하이브리드 모델 라인업 강화
NX300h는 렉서스가 처음 선보인 소형 CUV차량일 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그만큼 렉서스 판매전략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렉서스는 하이브리드 제품군을 강화해 한국시장에서 판매를 늘린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렉서스는 NX300h를 한국시장에 내놓음에 따라 해치백 CT200h, 중형 세단 ES300h, 중형 스포츠세단 GS450h, 대형 SUV RX450h, 최고급 세단 LS600hL 등 하이브리드 모델 6종을 보유하게 됐다. 이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하이브리드 차량 라인업이다.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 종가인 토요타로선 어쩌면 당연한 선택인지도 모른다. 한국 소비자들은 대체로 조용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을 지닌 차량을 좋아한다. 거기다 연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토요타가 만든 하이브리드 차량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차량 속성을 모두 충족한다. 여기에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 엠블럼까지 제공하니 한국 소비자가 원하는 체면과 실속 모두를 충족할 수 있다.
이는 수치가 증명한다. 한국토요타는 지난해 토요타 6,840대, 렉서스 6,464대를 판매해 모두 1만 3,304대를 판매했다. 렉서스는 전년 대비 20% 이상 판매대수가 늘었다. 특히 렉서스 전체 판매대수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63%에서 81%로 상승했다. 렉서스가 2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단 NX200t(NX300h와 구동계만 다른 모델)보다 먼저 하이브리드 모델인 NX300h를 한국시장에 출시한 건 이런 판매 전략을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파격적인 디자인
NX300h는 모터쇼에서나 볼 수 있는 콘셉트카처럼 파격적인겉모습을 하고 있다. NX300h는 공격적인 선과 면으로 형태를 구성하고 있다. 모래시계 모양으로 범퍼 아랫부분까지 내려가 있는 라디에이터 그릴(렉서스는 이를 '스핀들 그릴'이라고 부른다)이 과감한 첫인상을 준다. 여기에 화살촉 모양으로 주간 주행 등이 합쳐져 날카로운 얼굴을 완성한다. 소형 CUV이지만 중형 SUV와 견줘도 될 만큼 겉모습이 당당하다. 앞 얼굴뿐만이 아니다. 각지고 날카로운 선들은 차량 곳곳에 살아있다. 날카로운 선과 면은 볼륨감까지 살려 존재감이 뚜렷하다.
NX300h는 도심 주행에 최적화하기 위해 개발 단계부터 디자인과 차체 크기에 세심한 신경을 썼다. NX300h는 길이, 폭, 높이, 휠베이스가 각각 4,630mm, 1,845mm, 1,640mm, 2,660mm다. 수입차 중 가장 인기 높은 도심형 CUV인 폭스바겐 티구안(4,430×1,810×1,705×2,604)과 비교하면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실내 크기를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티구안보다 길다. 덕분에 생각보다 여유 있는 뒷좌석과 머리 위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성인 남성 4명이 타도 불편하지 않은 수준이다.
차문을 열면 여느 도심형 CUV와 달리 고급스럽고 화려한 실내가 펼쳐진다. 실내 곳곳을 치장한 나무장식, 부착 위치에 따라 질감을 달리한 가죽 소재는 렉서스 최고급 세단 LS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다. 첨단 기능도 돋보인다. 차량 내 각종 장치를 조작하는 컨트롤러는 터치패드식으로 작동한다. 센터콘솔 안에는 무선 휴대폰 충전시스템도 갖춰 첨단 하이브리드 차량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첨단 기술을 담은 차량이란 점을 앞세우다 보니 조작부가 다소 복잡해 보인다. 터치패드 컨트롤러는 분명 멋진 아이디어지만 생각보다 조작이 편하지는 않다. 탑승객에게 렉서스가 만든 프리미엄 가치를 누릴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선 칭찬할 만한 시도다. 뒷좌석은 6대 4로 분할해 앞으로 접을 수 있다. 운전석과 2열, 트렁크 등 총 세 군데에 자동으로 접을 수 있는 버튼이 달려 있다.
부드럽고 정숙한 주행감각
시동 버튼을 누르면 전기모터가 먼저 살아난다. 동시에 계기반이 환하게 불을 밝히며 운전자를 맞는다. NX300h는 2.5리터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해 구동하는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2.5리터 가솔린 엔진은 최대출력 152마력(5,700rpm)에 최대토크 21kg·m(4,400~4,900rpm)를 낸다. 전기모터와 합산된 시스템 최고출력은 199마력에 이른다. 여기에 무단변속기를 맞물렸다.
오른발에 살짝 힘을 주면 미끄러지듯 차량이 움직여 나간다. 전기모터만 살아있기 때문에 당연히 소음과 진동이 없다. 순수 전기차나 다름없이 조용히 달린다. 승차감과 차체 움직임이 상당히 부드럽고, 운전대도 가볍다. 하이브리드 차량인 만큼 배터리 전력이 남아있는 한 계속 가솔린 엔진 개입 없는 정숙한 주행이 가능하다(NX300h는 전기모터만을 사용해 주행할 수 있는 EV모드를 따로 마련해 놓았다). 플러그만 없을 뿐 전기차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비로서 가솔린 엔진이 깨어난다. 급한 오르막길을 오를 때나 순간 가속 큰 동력이 필요할 때는 가솔린 엔진이 개입해 힘을 보탠다. 이때 가솔린 엔진은 운전자가 거의 알아채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게 끼어든다.
NX300h는 에코, 노멀, 스포츠 등 3가지 모드로 주행 성격을 바꿀 수 있다. 변속기 옆에 다이얼식 버튼을 둬 운전 중에도 쉽게 주행모드를 바꿀 수 있다. 주행모드에 따라 가솔린 엔진 개입 시점이 바뀐다. 에코와 노멀 모드에선 부드러운 승차감 위주로 주행이 이뤄진다. 특히 에코 모드를 선택하면 교통체증이 발생하는 시내 주행에서 연비를 높일 수 있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계기반 모습이 달라진다. 정보를 보여주는 화면이 붉게 변하고 에코 게이지에 숨어있던 분당엔진회전수(RPM) 게이지가 나타난다. 가속 페달 반응도 예민해진다. 전자제어 무단변속기가 부드럽고 빠르게 속도를 높여준다.
속도를 올려 달려보면 NX300h가 편안함을 추구하는 차량임을 알게 된다. 렉서스가 밝힌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8초 중반대다. 뻥 뚫린 고속도로 구간에서 가속 페달을 힘껏 밟으면 시속 100km까지 무리 없이 속도가 붙는다. 하지만 갈수록 힘에 부치는 느낌이 든다. 가속 성능도 다소 밋밋하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차가 확 튀어 나가지 않는다. 운전하는 재미에 초점을 두고 만든 차는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노멀과 에코 모드에선 정숙성이 돋보이지만 스포츠 모드에선 다르다. 초반에는 민첩하게 움직이는 듯 하다가 이내 가솔린 엔진이 거친 숨을 토해낸다. 회전 질감도 썩 부드럽진 못하다.
NX300h는 스포츠 주행에선 다소 아쉬운 실력을 보이지만 안정감 있는 주행을 통해 가치를 빛낸다. NX300h는 가변식 4륜구동 시스템인 E-four를 기본으로 달고 있다. E-four는 평지, 눈길, 빙판길, 회전구간 등 노면과 차량 주행상태에 맞게 앞 뒤 바퀴 구동력을 적절히 배분해준다. 차가 매우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달리고 있다는 느낌을 운전자에게 전해준다.
렉서스다운 차
NX300h가 공인받은 표시연비는 복합기준 12.6km/l다.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하는 ES300h(16km/l)보다 연비가 떨어진다. 한국토요타자동차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차량은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는 습관에 따라 연비가 크게 달라진다"면서 "또한 NX300h는 4륜 구동이어서 ES300h보다 연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제 EV모드를 적극 사용하고 내리막길에서 탄력 주행을 시도하는 등 연비 위주로 운전하면 실제 연비는 훨씬 잘 나온다. 실제 에코와 EV모드를 적극 활용해 운전하면 시내 주행에서 리터당 15km를 웃도는 순간 연비를 확인할 수 있다.
NX300h를 시승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부드러운 주행과 정숙성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인데다 소음 통제가 잘 돼 있어 정숙성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NX300h는 느긋한 정속 주행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장거리 여행에 딱 좋은 주행감각을 보인다. 급할 일 없는 여유로운 시내 주행은 더할 나위 없다.
NX300h에는 렉서스가 지닌 특기가 잘 담겨있다. 정숙성과 편의성은 물론, 실용성과 하이브리드의 경제성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 렉서스 관계자는 뛰어난 성능과 편의사양을 NX300h가 지닌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는 "렉서스 ES300h 슈프림(5,630만 원)에는 없는 가변식 4륜구동 시스템과 다양한 편의사양을 적용하고도 가격을 비슷한 수준으로 맞췄다는 점만 봐도 NX300h가 지닌 경쟁력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토요타는 NX300h 연간 판매목표를 1,000대로 정했다. 국내 판매 트림은 슈프림 Supreme과 이그제큐티브 Executive 두 종류다. 가격은 각각 5,680만 원과 6,38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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