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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미국 도시를 세우는 방법

How to Build a Great American City

레이크 노나 Lake Nona의 의료·주거 단지 개발은 도시의 미래인가, 아니면 복제될 수 없는 독특한 창조물인가?
By Jennifer Reingold


헬리콥터가 올랜도 Orlando 상공을 급격히 선회하며 날자, 디즈니 월드 Disney World, 엡콧 센터 Epcot Center, 유니버설 스튜디오 Universal Studios의 구불구불한 모습과 화려한 색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테마파크의 본고장이자 미국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로 최고의 가족 휴가지다. 그러나 이 총천연색 환상의 나라에서 눈을 돌려 남동쪽을 바라보면, 그에 못지 않게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다. 공항 인근 지역 7,000 에이커(약 857만 평)에 걸쳐 번쩍이는 새로운 상업 및 주거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이곳은 10년 전만 해도 황량했던 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다른 올랜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970년대 디즈니 월드만큼이나 큰 변화가 언젠가 이 지역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거의 30억 달러가 투입된 이 지역은 이미 영구적인 고임금 일자리를 5,000개 가까이 창출했고, 2029년까지는 2만 5,000개가 더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컨설팅업체 아두인 라퍼 앤드 무어 이코노메트릭스 Arduin Laffer & Moore Econometrics는 이 프로젝트가 향후 10년간 76억 달러의 경제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적인 대기업 타비스톡 그룹 Tavistock Group은 지난 10년간 레이크 노나라고 불리는 이 지역에 활력 넘치는 미니 도시를 만들어왔다. 이곳은 ‘메디컬 시티 Medical City’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교(UCF)의 새로운 의과대학 캠퍼스, 유명한 샌퍼드-번햄 연구소(비만, 당뇨, 심혈관 질환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곧 문을 열 10억 달러 규모의 재향군인 병원, 니모어스 아동병원(Nemours Children’s Hospital), 그리고 MD 앤더슨 암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 분원과 플로리다 대학교 분교가 자리잡고 있다.

이 지역은 보행자 친화적인 주거지로 둘러싸여 있다. 상점과 주요 시설들은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곧 만들어질 예정이다. 레이크 노나는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조성됐으며, 세계적 수준의 골프 코스를 갖추고 있다. 곧 44마일에 이르는 자전거 전용도로와 산책로도 완공될 계획이다. 안락하면서도 동시에 편리한 곳이란 얘기다. 올랜도를 디즈니 월드에 가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참아내야 했던 무미건조한 확장의 공간으로 봤던 필자 같은 도시인에겐 충격으로 다가올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메디컬 시티 같은 ‘클러스터’를 건립해 지역 경제를 부흥시키려고 한 도시는 많았다. 그러나 극소수만이 성공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야심차게 매력적인 요소와 거주 적합성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클러스터와 거주지 개발을 접목한 사례는 없었다. 이 시도는 상당 부분 타비스톡의 소유주이자 영국 출신 외환딜러인 조 루이스 Joe Lewis의 비전에서 비롯되었다. 타비스톡은 토트넘 홋스퍼 Tottenham Hotspurs 축구팀, 레스토랑과 펍 체인 미첼스 앤드 버틀러스 펍 컴퍼니 Mitchells & Butlers pub company,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에너지 그룹까지 매우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을 거느리고 있다. 언론과 거의 접촉하지 않는 루이스는 당시 플로리다의 주지사 젭 부시 Jeb Bush, 일단의 정치인과 기업가들과 관련해 포춘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들은 이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금융위기로 경제가 정체된 상황에서도 지속적인 지지를 보내주었다.

억만장자인 루이스는 현재 78세지만, 레이크 노나 프로젝트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어 이야기할 때 훨씬 젊어 보였다. 그는 레이크 노나에 대해 “매우 특별한 투자가 이뤄진 곳으로 금전적 보상을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가족과 친구, 동료들이 자신들이 사는 지역을 개선할 것이라고 예측하며 “이곳은 세상을 진정으로 변화시킬 희망을 품고 있다. 바로 레이크 노나에서 새로운 발전이 시작될 수 있다”고 찬사를 쏟아냈다.

그야말로 대단한 열정 아닌가? 그러나 레이크 노나에서 이뤄지고 있는 노력은 한 도시의 핵심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 변화를 줄 수 있다는?물론 결코 쉽지 않지만?약속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필요한 건 비전을 갖고, 비즈니스와 정치를 모두 좀먹는 단기적인 사고방식을 버리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성향을 갖추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내를 갖고 기다리는 게 필요하다. 돈이 수십억 달러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1987년 당시 26세였던 라세시 타카 Rasesh Thakkar는 상사인 조 루이스의 기대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 몇 달 전에는 미국 국세청(IRS) 회계 감사관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때는 언젠가 대형 회계법인의 파트너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축구를 하다가 우연히 루이스의 아들 찰리와 친해진 것을 계기로 투자 기회를 찾는 데 도움을 달라는 제안을 받게 됐다.

루이스는 그의 레스토랑 및 케이터링 업체인 하노버 그랜드 Hanover Grand가 디즈니 엡콧 센터 내 영국 구내매점 운영업체 물망에 오르면서 플로리다와 인연을 맺었다. 루이스는 런던에서 펍을 운영하던 아버지를 둔 서민층 출신으로, 15세에 학교를 떠나 결국 엄청난 돈을 모은 인물이다. 처음에는 세계적인 레스토랑 사업을 일궜고, 그 후에는 외환딜러로서 엄청난 수익을 올린 막대한 규모의 외환 투자를 집행했다.

타비스톡은 루이스가 처음 운영한 레스토랑들이 있던 런던의 광장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후 루이스의 다양한 관심 사업을 아우르는 지주회사가 되었다. 루이스는 1970년대 세금을 때문에 영국을 떠나 바하마에 정착했다. 그러나 1980년대 말 미국에서 발생한 저축대부조합 위기(savings-and-loan crisis)로 어려움을 겪던 은행들이 대출상품과 부실자산을 대거 처분하던 상황에서 플로리다에 매료되었다. 타비스톡의 전무 겸 최고마케팅책임자 더그 맥마혼 Doug McMahon은 “그는 플로리다 중부에서 발견한 것들을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기회, 성장, 그리고 햇볕이 바로 그런 것들이었다”고 회고했다.

타카의 첫 번째 업무는 연방기관인 정리신탁공사(Resolution Trust Corp.)-저축대부조합 위기를 수습하면서 수많은 자산을 매각하는 책임을 맡았다-가 주최한 경매에 루이스를 수행하는 일이었다. 이제 타비스톡의 전무가 된 타카는 “그는 절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러고 나서 시장과 면담을 요청해 ‘일부 패키지들이 팔리지 않는 걸 봤다. 팔리지 않은 건 모두 최저가에 사겠다’고 제안했다. 그보다 더 싸게 살 수는 없었을 것이다.”

처음에 루이스는 충동적으로 플로리다에서 땅을 구매했다. 큰 그림의 전략이 없었다. 조지 소로스 George Soros와 함께 반대로 파운드에 투자해 10억 달러 이상 벌었다고 알려진 이듬해인 1993년, 그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아일워스 Isleworth 골프클럽을 2,160만 달러에 사들였다. 판매를 늘리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토지를 쪼개는 대신, 그는 오히려 투자를 계속해 땅을 더 넓혔고, 장미나무를 수천 그루 심었으며, 대저택도 여러 채 지었다. 이곳은 얼마 안 가 올랜도에서 가장 고가의 주택가가 되었다. 샤킬 오닐 Shaquille O’Neal과 몇몇 CEO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루이스 자신도 현재 페르난도 보테로 Fernando Botero *역주: 콜롬비아 출신의 세계적인 화가 및 조각가로 남미의 정서를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의 조각이 앞마당에 장식되어 있는 집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2년 후 어려움을 겪고 있던 골프클럽을 한 군데 더 사들였다. 2,800만 달러를 들여 구입한 이 4,000 에이커 규모의 레이크 노나 클럽은 당시에도 이미 미국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던 올랜도 공항이 지척에 있었다. 이후 타비스톡은 인근의 땅 3,000 에이커를 더 사들였다. 그리고 주택을 짓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서는 유명 선수들이 대거 참가하는 골프 대회인 타비스톡 컵 Tavistock Cup을 개최하기 시작했다. 루이스는 이때에도 여전히 마스터플랜은 없었고, 단지 언젠가 이 땅이 훨씬 가치가 커질 것이라는 느낌만 갖고 있었다.

더 큰 아이디어를 얻을 자극은 예기치 않은 인물로부터 나왔다. 바로 루이스의 지인이었던 당시 플로리다 주지사 젭 부시였다. 2002년 부시는 9/11 사태 이후 연방정부에서 각 주에 나눠준 경기부양 기금 때문에 주 예산이 크게 남아도는 이례적인 상황을 겪고 있었다. 대부분 주들은 이 돈을 메디케이드 Medicaid 확대에 썼지만, 부시는 더 오래 지속될 곳에 지출하려고 투자처를 모색 중이었다. 그는 루이스를 찾아갔다. 부시 주지사는 “중부 플로리다의 경제를 개선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더 좋은 고임금 일자리가 필요하다.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는가?”

루이스는 당시 샌디에이고에 보유하고 있던 몇몇 바이오테크 투자 건들을 생각했다. 그곳에 연구 클러스터가 있고, 그 덕분에 인재를 유치할 수 있다는 점이 그런 투자 결정을 내린 이유 중 하나였다. 플로리다에서 그와 같은 일이 왜 불가능하겠는가? 부시는 남부 캘리포니아를 방문한 후 크게 고무되어 돌아왔다. 그 후 계획의 초기 단계가 조금씩 모습을 갖춰갔다. 의료 클러스터를 만들면서 루이스의 땅을 이용해 건강, 교육,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강조한 주거 공동체를 만드는 계획이었다. 지금이라면 유행을 따르는 것처럼 보일 아이디어겠지만, 이는 10년 전만 해도 신선한 발상이었다.

성공한다면 부시에겐 향후에도 (자신의 커리어는 말할 것도 없고) 플로리다 주에 지속적으로 이익이 될 만한 모험수였다. 루이스에겐 초기 투자를 상당히 많이 해야 되지만 수익은 보장되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올랜도의 이 지역에 일자리가 생긴다면 그가 가진 땅의 가치는 극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었다. 그는 또 다른 도시들에도 모범이 될 만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루이스는 “젭이 ‘우리가 앞장서서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면 우리 둘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가 메디컬 시티를 자랑스러워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었다”고 회상했다.

첫 번째 과제는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을 유치하는 것이었다. 타비스톡은 지역 정치 지도자들과 함께, 캘리포니아로부터 이전할 계획이었던 스크립스 연구소(Scripps Research Institute)를 목표로 삼았다. 레이크 노나 팀은 충분히 매력적인 제안이라고 여길 만한 유인책 패키지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경쟁도시였던 플로리다 주의 주피터 Jupiter가 마지막 순간에 더 많은 것을 제안하자, 스크립스는 2003년 올랜도 대신 주피터를 선택했다. 올랜도의 버디 다이어 Buddy Dyer 시장은 “당시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주피터의 유인책 패키지가 좀 더 강력했다. 우리는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실패에서 교훈을 얻은 타카와 그의 팀은 전열을 가다듬었다. 그들은 공항에서 가깝고 자금지원을 많이 해준다는 것 외에는, 스크립스를 설득할 만한 큰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우리는 클러스터들을 연구했고 그 과정에서 의과대학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중요한 아이디어가 떠오른 순간이었다.” 당시 미국에서 의대가 없는 학교 중 가장 큰 규모였던 올랜도의 센트럴 캘리포니아 대학교는 이미 의대를 만들 의향을 밝힌 상황이었다. 2005년 타비스톡은 학교가 새로운 클러스터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보고, 지역에서 1,250만 달러를 모은다면, 당시 3,000만 달러 이르던 50 에이커의 땅과 현금 1,250만 달러를 매칭 그랜트 형태로 기부하겠다는 상당한 규모의 유인책들을 제시했다(실제로 지역에선 모금에 성공했다). 플로리다 주가 추가로 2,500만 달러를 내놓아 학교는 2009년 첫 입학생을 받았다.

레이크 노나 메디컬 시티는 곧 중요한 첫 입주 업체를 맞게 되었다. 2006년 캘리포니아 주 라호야 La Jolla에 있던 샌퍼드-번햄 의학 연구소가 확장 의사를 밝혔다. 지역과 주 정부들은 그때 다시 한번 루이스를 찾았다. 타비스톡 재단과 레이크 노나는 시장 가치가 약 3,000만 달러인 50 에이커의 땅을 추가로 기증했고, 2억 3,000만 달러 규모의 정부 유인책 패키지에 현금 1,900만 달러를 보탰다. 심지어 월트 디즈니처럼 관련이 없는 기업들도 잠재적인 수혜를 기대했다. 그래서 회사의 ‘이매지니어 imagineer’들 *역주: 상상하다(Imagine)와 기술자(Engineer)의 합성어로 상상하는 창조적 기술자란 의미에게 엡콧 센터에 샌퍼드-번햄 디스플레이 공간을 만들게 했다.

타비스톡은 UCF와 샌퍼드-번햄을 유치하는 데에만 9,150만 달러를 들였다. 여기에는 회사가 개인 소유라는 점이 엄청난 이점으로 작용했다. 타비스톡 개발 Tavistock Development과 레이크 노나 주거 관련 업체인 레이크 노나 프로퍼티 Lake Nona Property 사장을 겸임하고 있는 짐 즈보릴 Jim Zboril도 “우리가 가장 유리한 장점이라고 내세우는 건 장기적 관점을 가진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상의해야 되는 주주도, 이번 투자가 주가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불평하는 사람도 타비스톡에는 없었다.

루이스만이 있었다. 게다가 그는 초단기 외환딜러로 성공했지만, 장기적인 투자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그는 레이크 노나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늘 분명한 비전을 가졌던 건 아니지만, 무엇이 됐든 환상적이길 원했다.

번햄 계약의 성사로 다른 기관들도 모여들기 시작했다. 2007년 연방정부는 매일 환자 5,000명을 진료할 역량을 갖춘 재향군인 병원의 부지로 레이크 노나를 선정했다(이 주변 지역에는 약 40만 명의 재향군인이 있다). 올랜도의 다이어 시장은 “우리는 재향군인 병원을 유치하려고 20년 동안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2008년 3월에는 델라웨어 주에 위치한 보건의료 전문기관 니모어스가 이곳에 아동병원을 짓기로 결정해 2012년 문을 열었다. MD 앤더슨 센터와 플로리다 대학교도 각각 2010년과 2012년에 분원과 분교를 설립했다. 특히 플로리다 대학교의 결정은 본교가 겨우 90분 떨어진 게 인스빌 Gainesville에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꽤 이례적인 것이었다.

프로젝트가 너무나 순조롭게 진행돼 ‘동화’같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던 중 금융위기가 닥쳐 관광업이 초토화되었다. 이 지역 일자리의 2차 원천인 건설 부문의 열기도 식어가고 있었다. 올랜도에겐 레이크 노나가 제공하는 경제 다변화가 긴요하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온 나라가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이 정도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될 수는 있을까?

루이스도 휘청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2007년 베어 스턴스 Bear Stearns의 주식 7%를 주당 약 89달러에 사들이는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다. 이듬해 3월 베어스턴스 주가가 폭락하고 J.P. 모건 체이스 J.P. Morgan Chase에 인수됐을 때, 주식을 계속 매입했던 루이스는 무려 10억 달러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 당시 25억 달러라고 알려진 그의 순자산 중 40%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었다.

그가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연기했어도 아무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루이스는 팀을 모아놓고 레이크 노나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차분히 알렸다. 타비스톡이 자금을 현금으로 조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UCF의 존 히트 John Hitt 총장은 “루이스에게 ‘우리가 당신을 염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기 바란다’는 편지를 보냈다. 그는 개인적으로 손실을 입었을 뿐, 우리 개발 프로젝트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는 내용의 답신을 보내왔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건설은 최소한의 지연만 겪으며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한편, 타비스톡은 계획 단계부터 이례적인 공조 방식을 취했다. 타카는 다양한 의료 그룹들이 공존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레이크 노나 프로젝트는 이 관계자들이 공동의 이슈를 갖고 협력하면 큰 혜택을 얻을 수 있었다. 과거 많은 민관 파트너십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2008년 타카는 전직 학자이자 익스프레스 스크립츠 Express Scripts의 경영진이던 테드 시모어 Thad Seymour를 영입했다. 시모어는 IT, 리더십, 운영, 커뮤니케이션, 교육과 관련된 다섯 개의 위원회를 만들어 각 주요 부문의 경영진과 타비스톡의 경영진이 함께 참석하도록 했다. 이들은 구체적인 공동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협상했다. 예컨대 메디컬 시티에서 하나의 공동 인터넷 인프라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공조는 더 근본적인 분야에서도 이뤄졌다. 각 의료기관의 CEO들은 채용을 공동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니모어스의 간호사 담당 수석 경영진 바버라 미크스 Barbara Meeks는 “우리는 비전 덕분에 전국에서 인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나는 40개 주에서 간호사를 채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시대다. 시모어는 “어느 한쪽이 일을 그만두고 배우자를 따라 이사를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우리는 지역의 모든 회사들과 접촉해 다른 배우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보고, 그들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아주려고 노력했다.”

지상에서 직접 살펴보면, 레이크 노나의 규모와 야심은 매우 인상적이다. 주거지 계획은 모든 개인적인, 그리고 직업적인 필요를 다 염두에 둔 것 같다. 레이크 노나가 공항 바로 옆이라는 사실은 여행객들에겐 매우 요긴한 조건이다(다만 소음 측면에선 이상적인 조건이 못 된다). 주택 가격은 한 채당 저렴한 20만 달러짜리부터 전용 골프클럽 지역 안 수백만 달러까지 호가한다. 빌리지 워크 Village Walk에 있는 주택 일부는 베네치아처럼 운하 위에 지어져 있다. 모든 집들이 새 학교, YMCA, 그리고 지역 공동체 시설에 접근 가능하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한 가지 있다면 혹독한 더위다. 하지만 수영장은 아주 많다.

레이크 노나 계획에서 첨단기술은 전문직 종사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핵심요소다. GE나 시스코 같은 기업들이 ‘전략적 동맹 파트너’로 영입돼 맞춤 디자인된 LED 가로등을 설치하고, 건물들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도록 설비를 갖추는 등(모든 상업용 건물들은 LEED 인증을 받을 것이다) 노력을 경주했다. 이 밖에도 별도의 레이크 노나 기관이 주민들의 건강 프로그램을 디자인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 효과는 존슨 앤드 존슨 Johnson & Johnson이 종적 건강에 관한 장기 연구(a long-term longitudinal health study)를 통해 추적 조사할 것이다.

모든 주택들은 이제 초당 1기가바이트(미국 평균의 200배가 넘는 속도다)의 무선 인터넷을 자랑한다. 2012년 시스코는 미국 내에서 유일하게 레이크 노나를 9대 ‘스마트+커넥티드 smart+connected’ 도시 중 하나로 선정했다. 시스코의 산업 솔루션 담당 부사장 윔 엘프링크 Wim Elfrink는 “새로운 종류의 지역 생활공동체를 만들려는 타비스톡의 시도에 시스코가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젊은 층을 끌어들일 것인가?”라는 질문도 던졌다. “단순히 경제적, 사회적 경쟁만이 아니다. 갈수록 환경적 경쟁의 측면이 강해질 것이다.”

물론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한 가지 문제가 주차장이다. 레이크 노나의 원래 계획에 따르면, 부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대형 주차장을 여러 군데 만들 예정이었다. 하지만 루이스는 이 지역이 아스팔트로 뒤덮이고 주차된 차로 가득 차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는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지만 다층식 주차시설을 한곳에 만들기를 고집했다. 덕분에 레이크 노나는 보행자 친화적인 공간-루이스에게는 갈수록 중요한 문제다-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미래에 이 지역에서 필요할 수도 있는 공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이곳에는 3,000채의 주택이 건설됐다. 2026년까지는 총 1만 1,000채를 완공할 계획이다. 주민의 약 30%가 메디컬 시티나 공항에서 일하고 있다. 70%가 다른 일을 한다는 사실이 레이크 노나가 광범위하게 어필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부동산 조사기관인 메트로스터디 Metrostudy의 지역 책임자 앤서니 크로코 Anthony Crocco에 따르면, 올랜도와 인근 지역 중 이곳의 주택 판매율이 가장 높은 상황이다.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레이크 노나는 여전히 타비스톡이 초기 투자 단계라고 부르는 과정에 있다. 2단계에는 새로운 호텔 두 곳, 사무실 빌딩 두 채, 전미테니스협회(U.S. Tennis Association) 본부, 신생기업 인큐베이션을 위한 혁신 센터, 아파트 단지가 포함될 것이다. 100만 평방피트 규모의 소매업체 시설과 함께 상점, 레스토랑, 여가시설을 갖춘 중심가도 물론 추가될 것이다.

그렇다면 타비스톡이 도를 넘은 건 아닐까? 물론 그렇다. 현재까지 정부 투자액만 20억 달러를 상회한다. 타비스톡은 자체 지출이 어느 정도인지 공개하지 않았지만, 수억 달러 이상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루이스는 원하는 만큼 투자 대비 수익을 올릴 것이라는 확신이 아직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는 이번 프로젝트가 정말로 자랑스럽고, 올랜도 지역 지도자들도 그가 참여한 것에 감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레이크 노나는 ‘당신은 아직 올랜도의 절반도 모른다’는 새로운 지역 마케팅 캠페인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레이크 노나에서 이뤄진 일을 다른 곳에서도 모방할 수 있을까? 예컨대 디트로이트는 바이오테크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을까? 물론 클러스터를 만들려고 시도한 지역은 올랜도 외에도 많다. 레이크 노나가 한발 앞서가기는 했지만, 교육과 의료의 발전으로 전문직 종사자들을 유인하겠다는 발상은 요즘 워낙 인기가 높아 ‘Eds and Meds(교육과 의료)’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그러나 개발의 범위만 봐도, 레이크 노나만큼 전체가 유기적으로 계획된 곳은 두바이 외에는 없으리라는 것이 시스코의 엘프링크의 평가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하지만 그중 하나도 쉬운 것이 없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어야 하고, 지역 정치인들도 다음 재선보다 더 먼 미래를 보는 안목을 갖춰야 한다. 기업이나 학교가 이전할 만큼 설득력 있는 다른 요소들도 있어야 한다. “‘일단 지으면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라는 생각을 뛰어넘는 다른 뭔가가 필요하다”는 것이 부시 전 주지사의 지적이다. 그는 기업과 대학교를 유치하기 위해 큰돈을 들여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지역 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을 만들어 놓고, 스스로 어떻게 연구를 할지 찾게 하는 것이 낫다.” 물론 루이스처럼 의지가 굳고, 재정적으로 안정된 후원자를 찾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루이스는 투자한 돈을 영영 모두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레이크 노나에서 거주하면서 일하는 주민들은 이미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


사업의 기술: 250피트 요트 위에서 조 루이스와 나눈 대화
조 루이스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레이크 노나 투자가 그 확실한 예이다. 그리고 그의 250피트짜리 요트 아비바 Aviva만 봐도 알 수 있다. 아비바는 바하마 나소 Nassau에 있는 그의 초호화 주거 및 골프장 개발지 올버니 Albany에 정박돼 있었다(타이거 우즈가 이곳의 파트너 중 한 명이다). 필자는 루이스가 이 수상 미술관에 있는 미술품들만 팔아도 레이크 노나 프로젝트의 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음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최고의 근현대 미술 수집가다. 필자는 피카소, 클림트 , 루시안 프로이드, 세잔, 샤갈, 그리고 모딜리아니의 작품을 코앞에서 볼 수 있었다. 나는 이상 파도가 발생하면-그래서 이 작품들을 손상시키면-전 세계 미술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이 작품들에 대한 보험료가 얼마나 나올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 수집품들은 곧 새로운 곳에 자리를 잡을 것이다. 루이스는 더 큰(300피트 길이) 배를 만들고 있는데, 그가 좋아하는 파델 테니스 padel tennis(스쿼시와 테니스를 합친 운동) 코트도 그 안에 갖출 것이다. 루이스는 놀라울 만큼 말을 붙이기 쉬운 성격이다. 여위었지만 건강한 체구에 런던 사투리를 약간 쓰는 이 78세 노인은 어린 소년 같이 자랑스러운 듯 배를 구경시켜 주었다. 화려한 붉은색과 황금색으로 장식된 요트에는 미술품 외에도 매우 현대적인 사무실과 블룸버그 통신의 터미널, 여러 대의 트레이딩 스크린까지 갖춰져 있었다. 루이스는 매일 여기서 외환거래를 한다. 그는 파운드나 엔화처럼 유동성이 높은 통화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그는 유로는 너무 비싸 달러가 당분간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게 밝힌 바 있다. 그는 “딜러가 된다는 건 최소한 열 번 중 세 번은 틀린다는 의미”라며 “매우 힘든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 가치 없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졌다”는 그는 레이크 노나가 상징적인 곳일 뿐만 아니라 그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곳이라고 했다. 그는 “일을 어중간하게 하는 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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