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팀이 개발한 '메시웜(Meshworm)' 로봇도 이런 이동 메커니즘을 갖고 있습니다. 근육의 역할을 철사가 대신할 뿐이죠.
간단히 설명해 개발 과정은 이랬습니다. 먼저 근육으로 사용될 철사를 스프링 형태로 만든 다음, 이것을 잡아 늘려서 길고 폭이 좁은 튜브 모양의 프레임을 제작했습니다. 그리고 각 프레임들을 서로 연결한 뒤 플라스틱 그물망으로 감싼 겁니다.
철사의 소재는 니티놀(nitinol)이라는 니켈과 티타늄의 합금이에요. 형상 기억 합금의 일종으로 71℃에서 분자구조가 변해 길이가 줄어들죠. 온도가 내려가면 다시 늘어나고요. 이렇게 메시웜은 근육(철사)을 수축·이완하며 전진할 수 있습니다.
현재 개발된 프로토타입 모델은 길이가 약 13㎝며, 직경은 약 2.5㎝ 정도 됩니다. 니티놀 스프링 프레임, 즉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근육은 4개가 있습니다. 이 근육들은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메시웜에 내장된 소형 배터리를 이용해 제어해요. 수축이 필요할 때 철사에 전류를 흘리는 거죠. 그러면 전기저항에 의해 철사가 뜨거워지면서 수축이 일어나는 원리에요.
또 메시웜에는 머리에서 꼬리 끝까지 이어지는 힘줄도 있습니다. 각 프레임의 수축·이완 여부와 상관없이 로봇의 전체 길이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하죠. 이렇게 근육과 힘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자연스러운 연동운동이 구현됩니다. 당연히 힘줄에도 니티놀 근육이 들어있는 만큼 전진과 후진에 더해 좌회전과 우회전이 가능합니다.
아직은 이동 속도가 초당 수 ㎜에 불과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전체 중량이 몇 그램밖에 되지 않아요. 근육의 강도 대비 중량비는 따라올 자가 없죠. 실제로 메시웜은 작은 몸집과 체중과 달리 혼자서 10㎏나 되는 물건을 들어올릴 수 있어요.
특히 몸이 부드럽고, 소형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저희는 의료용 내시경 소재로서의 용도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많은 프레임을 연결해 길이를 늘이면 창자와 같이 매우 좁은 인체 장기들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열에 민감한지라 화재가 일어난 건물같은 곳에 투입하기에는 적절치 못하겠죠. 그러나 충격에는 매우 강합니다. 시제품을 망치로 때리고, 체중 90㎏의 사람이 밟아도 봤지만 부서지거나 고장 난 적은 없었습니다."
- 김성배 교수 MIT 기계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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