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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美, F-35 사우디에 팔려면…" 내건 조건은
국제 국제일반 2025.11.16 22:25:21이스라엘이 미국 F-35 전투기의 사우디아라비아 판매에 대해 ‘이스라엘-사우디’ 양국 수교를 전제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전해졌다. 15일(현지 시간)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F-35 전투기를 사우디에 판매하려면 반드시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스라엘의 한 관리는 “사우디가 외교적 성과 없이 F-35를 받게 된다면 그것은 실수이며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며 F-35가 중동 평화를 위한 협상 카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아랍에미리트(UAE)가 2020년 아브라함 협정으로 양국 관계를 정상화한 뒤 미국이 F-35 판매를 승인했던 것처럼 사우디 역시 국교 정상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 대통령 1기 때인 2020년 UAE, 바레인, 수단, 모로코가 이스라엘을 공식 인정하고 수교한 것을 말한다. F-35 전투기 구매와 사우디-이스라엘 국교 정상화는 오는 18일 진행될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트럼프 대통령 간의 백악관 회담에서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미국 무기의 최대 고객인 사우디는 공군 현대화, 이란 위협 대응 등을 목적으로 수년간 F-35 구매를 추진해왔다. 특히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에게 F-35 구매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F-35는 적의 탐지를 피할 수 있는 스텔스 기술을 장착한 최첨단 전투기로, 중동에서는 이스라엘만 보유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사우디가 F-35를 보유하게 되면 중동에서 군사적 우위가 약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우디가 UAE보다 이스라엘에 훨씬 가깝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 관리는 “사우디에서 이스라엘까지 F-35로 비행하는 데 몇 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이유에서 이스라엘은 사우디와의 국교 정상화를 주장하며 ‘적이 아님을 증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우디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과 수립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하면 협정에 동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
"북한인 1만 명, 시급 3630원에 러 '자폭 드론' 제조 투입"
정치 통일·외교·안보 2025.11.14 22:52:08러시아가 자폭형 드론을 생산하기 위해 올 연말까지 북한 노동자 1만 2000 명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우크라이나가 14일(현지 시간)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은 이날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러시아가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800㎞ 떨어진 타타르스탄 공화국 알라부가 경제특구에 이들 북한 인력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란에서 샤헤드 드론 제조 기술을 전수해 알라부가 경제특구에 드론 생산기지를 세웠다. 여기에서 샤헤드 드론을 대량 생산, 우크라이나 공습에 이용해왔다. 정보총국은 10월 말 러시아 외무부에서 러시아 관리들과 북한 기업 '지향기술 무역회사' 대표들이 만나 이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북한 노동자 발굴, 선발을 담당한다고 정보총국은 덧붙였다. 정보총국은 모스크바가 북한 노동력에 대해 시간당 약 2.5달러(약 3630원)를 지급하기로 약속했으며 근로자들의 근무 시간은 최소 12시간(1일)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보총국은 "이런 조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을 지속하기 위해 두 독재 정권 간 전략적 협력이 심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와 북한은 지난해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따라 군사적으로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8월 북한 파병군의 도움을 받아 쿠르스크 지역을 탈환했다. 최근엔 이 지역에서 북한 공병들이 러시아 공병들과 함께 지뢰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
韓 오전 맞춰 동시발표…"핵잠 승인·핵연료 재처리 지지"
국제 정치·사회 2025.11.14 13:07:26한국과 미국 간 무역, 안보합의 첫 팩트시트가 13일(현지 시간) 마침내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발표됐다. 무역 분야에서는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춘다는 내용이 문서화됐으며 반도체 관세도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하지 않게 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안보 분야에서는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미국이 승인했으며 한국의 우라늄 농축부터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로 이어지는 과정을 지지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다만 핵추진 잠수함 건조 장소는 명시되지 않아 향후 논란의 여지는 있어 보인다.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는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과 연결될 것으로 보여 비교적 오랜 기간의 미국 측 절차를 거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악관은 이날 미국 동부시각 오후 8시 29분께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회동에 대한 공동 팩트시트'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한국 오전 시간으로, 미국 입장에서는 일과 후 시간에 팩트시트를 공개했다. 무역 분야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자동차 및 부품 관세율을 15%로 인하하는 것이다. 팩트시트는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부품, 목재, 목재 파생물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율을 15%로 인하한다"고 적었다. 다만 언제부터 15%가 적용되는 것인지는 적시하지 않았다. 이는 향후 있을 양국간 양해각서(MOU)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한국이 대미투자지금법을 발의한 달의 1일 기준으로 자동차 및 부품 관세가 소급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달 중 법이 발의되면 11월 1일 대미 수출분부터 15% 관세가 소급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다른 나라와 체결할 합의보다 한국이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비교 대상 국가를 반도체 교역량이 한국 이상인 국가로 한정했는데, 이는 대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아직 반도체 관세를 공개하지 않았으며 대만과도 무역합의를 매듭짓지 않았다. 이 외에 의약품 관세도 15%를 넘지 않게 하며 복제 의약품과 미국에서 구할 수 없는 천연자원, 항공기 및 항공기 부품에 대한 15% 상호관세는 없애기로 했다. 외환시장과 관련해서 문서는 "한미가 MOU의 공약이 시장 불안정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데 합의했다"고 적시했다. 또 "한국이 연간 200억달러를 초과하는 미화 자금을 조달할 의무가 없다는 데 한미가 동의했다"고 적었다. 아울러 "MOU 공약 이행이 시장 불안정을 초래할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한국은 자금 조달 규모 및 시기 조정을 요청할 수 있고 미국은 이를 성실히 고려할 것"이라고 명시해 외환시장이 흔들릴 경우 미국에 우리 측 사정을 고려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농축산물 관련 쌀과 소고기 수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다만 "농업 생명공학 제품에 대한 규제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미국 원예작물 제품에 대한 요구를 전담하는 '미국 데스크'를 설립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망 사용료와 온라인 플랫폼 규제와 관련 "정책 측면에서 미국 기업이 차별을 받지 않고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게 보장하고 위치, 재보험, 개인 정보 등을 포함한 국경 간 데이터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고 적시했다. 안보 분야에서는 "미국은 한국의 핵추진 공격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며 "미국은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해 잠수함 사업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적었다. 다만 핵추진 잠수함 건조 장소와 원자로 생산지, 우라늄 조달처 등은 명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브리핑에서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을 전제로 양국 논의가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은 양자 123협정, 미국의 법적 요건에 따라 한국의 민간 우라늄 농축과 평화적 목적을 위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이어지는 과정을 지지한다"는 문구도 들어갔다. 양자 123협정이란 한미 원자력 협정을 말한다. 이에 대해 박윤주 외교부1차관은 14일 국회에 출석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염두에 두고 미측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세계 각국에 국방비 지출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팩트시트는 "이 대통령이 한국의 법적 요건에 따라 가능한 빨리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공유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환영했다"고 적었다. 아울러 한국이 2030년까지 미군 장비 구매에 250억달러(약 36조 5000억원)를 지출하고 한국 법적 요건에 따라 주한미군에 330억달러(약 48조 1000억원) 규모의 포괄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계획도 우리 측이 공유했다고 전했다. 전시작전통제권 반환의 경우 "두 정상이 이를 위한 동맹 협력을 지속하기로 약속했다"고 표현했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적었다.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 비핵화라고 적시한 것이 눈에 띈다. 중국이 민감해 하는 대만 문제도 들어갔다. 팩트시트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양 정상이 강조했다"며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장려하고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적었다. 조선업에 대해서는 '조선업 실무 그룹'을 통해 MRO, 인력 개발, 조선소 현대화, 공급망 회복력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가능한 빨리 미국 상선과 군함의 수를 늘릴 수 있고 한국에서 미국 함선을 건조할 가능성도 있다고 적시했다. 한국에서 미국 배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언급한 셈이다. -
"총리, 잠좀 자요"…日다카이치 "하루 2시간 수면" 우려↑[글로벌 왓]
국제 국제일반 2025.11.14 10:34:19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최근 하루 수면 시간이 2시간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며 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노동시간 규제 완화 관련 질의에 답하면서 "요즘 수면시간은 대체로 2시간, 길어야 4시간"이라며 "피부에도 좋지 않다"고 털어놨다. 지난 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도 "잠을 거의 못 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4일 자민당 총재에 선출된 직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란 말을 버리겠다"고 공언하며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로 총리 취임 일주일도 안 돼 10월 26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경주 APEC 정상회의까지 강행군 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숨 돌릴 틈 없는 외교 무대를 마친 뒤엔 국회 일정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 7일 국회 답변 준비 회의를 새벽 3시께 연 사실이 알려져 총리의 '초과노동'과 직원들에 대한 배려 부족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카이치 정부는 총리의 인식을 반영하듯 그간 과로사 방지를 위해 강화해 온 노동시간 상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직후 후생노동상에게 노동시간 규제 완화를 논의할 것을 지시했다. '심신의 건강과 근로자 선택을 전제로'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침체된 경제를 띄우기 위해 사실상 '더 일하게 하겠다'는 방침을 내건 것이다. 일본 경영계는 만성적인 인력난을 이유로 업종별 시간 외 노동 상한을 더 유연하게 적용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고이케 아키라 공산당 서기장은 국회 질의에서 "근로자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규제 완화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예산위 직후 기자단에게 "총리가 잠을 너무 적게 자고 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산케이는 "총리 측근들조차 '(총리가) 푹 잤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
트럼프, 이스라엘 대통령에 또 "네타냐후 사면" 요구
국제 경제·마켓 2025.11.12 22:50:25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에게 부패 혐의로 재판받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면을 요구했다. 12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대통령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보낸 서한에서 “네타냐후는 현재 중동의 주요 지도자들과 협력해 세계를 변화시키는 '아브라함 협정'에 많은 나라를 추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등 이스라엘을 평화의 시대로 이끌고 있다”며 "강력하고 결단력 있는 전시 총리였던 베냐민 네타냐후를 완전히 사면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썼다.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재판을 두고는 “이스라엘 사법제도의 독립성을 전적으로 존중한다”면서도 “정치적이고 부당한 기소였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수 차례 네타냐후 총리 사면을 주장해왔다. 지난달 9일 자신의 '가자지구 평화 구상'에 따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휴전에 합의한 것을 거론하며 “이제 우리가 전례없는 성공을 거두고 하마스도 견제하고 있는 만큼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애칭)를 사면하고 사법적 공격을 중단해 이스라엘을 통합시킬 때”라고 강조했다. 휴전 합의 직후인 지난달 13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크네세트(의회)에서 연설할 때도 헤르조그 대통령을 향해 “누가 시가나 샴페인에 대해 신경이나 쓰나”라며 “네타냐후를 사면하지 않겠나”라고 말한 바 있다. ‘시가와 샴페인’이란 네타냐후 총리의 뇌물수수 혐의를 가리킨다. 네타냐후 총리는 세금 우대 입법 등을 원하는 사업가들에게 샴페인, 시가, 보석 등 시가 20만 달러 안팎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카타르에서 6500만 달러에 달하는 뒷돈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받고 있다. 헤르조그 대통령은 “사면을 받으려는 이는 규정에 따라 신청서를 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
한 대에 3조…B-2 스피릿, 역대 가장 비싼 군용기 등극 [글로벌왓]
국제 정치·사회 2025.11.12 16:56:37미국의 스텔스 전략폭격기 B-2 스피릿이 역사상 가장 비싼 군용기로 평가됐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군사전문매체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따르면 1997년부터 도입된 세계 최초 스텔스 전략 폭격기인 B-2 스피릿은 대당 21억 달러(약 3조 800억 원)로 조사됐다. 총 21대가 제작됐으며 이 가운데 19대가 현재 운용 중이다. B-2 스피릿은 최고 속도 마하 0.95, 최대 항속거리 1만1000여㎞로 핵무기와 재래식 폭탄을 최대 18t(톤)까지 탑재할 수 있다. 지난 6월 미군이 이란 핵시설 타격 작전 당시 B-2 폭격기 7대를 투입해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을 성공적으로 투하하면서 위력을 입증했다. 두 번째로 비싼 군용기는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 VC-25B다. 대당 가격은 19억 달러(약 2조 7900억 원)로 평가됐다. 1990년 보잉 747-8을 기반으로 2대가 제작됐다. 이 항공기는 미국 대통령이 위기 상황에서 공중 지휘센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최고 수준의 안전 및 보안·통신 기능 등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다. 3위는 미국이 차세대 전략폭격기로 개발 중인 B-21 레이더다. 대당 가격은 7억 5000만~8억달러로 추정되며 2027년 출시를 목표로 현재 시제기 3대가 제작됐다. 스텔스 기능을 갖춘 이 폭격기는 최고 속도는 마하 0.8, 무기 적재량 9.1t으로 핵 공격과 재래식 공격 임무를 모두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4위는 세계 최강 전투기로 알려진 F-22 랩터다. 이 전투기 대당 가격은 3억 5000만 달러다. 2005년 출시돼 모두 195대(시제기 8대 포함) 제작됐으며 2012년 생산이 종료됐다. 다섯 번째는 1966년 나온 정찰기 SR-71 블랙버드로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대당 가격은 2억 7000만 달러 수준이다. 이어 조기경보기인 NE-7A 웨지테일(최대 2억 5000만 달러), 조기경보기 E-2D 어드밴스드 호크아이(2억 2000만 달러), 세계 최강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2억 달러), 유럽 4개국 합작품인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최대 2억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10위는 F-35 라이트닝II 전투기 (최대 1억 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 매체는 “현대전에서 항공전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각국이 공중우세 확보를 위해 첨단 스텔스 기술, 데이터 융합 능력, 고기동성을 갖춘 차세대 항공기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이로 인해 군용기 생산비용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저게 대체 뭐야?" 문 사이로 빼꼼 등장한 중국 '비장의 무기' [글로벌 모닝 브리핑]
국제 국제일반 2025.11.12 07:00:00※[글로벌 모닝 브리핑]은 서울경제가 전하는 글로벌 소식을 요약해 드립니다. "저게 대체 뭐야?" 문 사이로 빼꼼 등장한 중국 '비장의 무기' 중국이 11일 공군 창군 76주년을 맞아 신형 스텔스 드론으로 추정되는 항공기를 공개했습니다. 76주년 기념 단편영화 '위안멍' 예고편에서 격납고 문틈으로 기체 일부가 드러났으며, 전문가들은 대형 스텔스 무인기로 분석했습니다. 중국은 최근 AI 적용 스텔스 무인 전투기 GJ-11, 페이훙-37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항공 전력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달 5일에는 시진핑 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세 번째 항공모함 '푸젠함'을 공식 취역시켰습니다. 푸젠함은 중국 최초이자 세계 두 번째로 전자기식 사출기를 탑재해 함재기를 더 정밀하고 빠르게 이륙시킬 수 있습니다. 내년 말 취역 예정인 강습 상륙함 '쓰촨함'에도 전자기식 사출기가 탑재돼 '드론 전용 항공모함'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시진핑 주석이 추진해온 군 현대화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 주석은 2027년 건군 100주년까지 군 현대화를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푸젠함은 대만 봉쇄 작전의 핵심 전력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중국의 군사 굴기가 대만과 미국을 겨냥한 도발로 해석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 만남 실화냐…9·11 테러 '알카에다' 출신 만난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알카에다 출신 아흐마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시리아 최고지도자의 백악관 방문은 1946년 건국 이후 처음입니다. 이를 두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백악관에서 열린 가장 놀라운 회동’이라고 논평했습니다. 특히 알샤라 대통령은 9·11 테러 배후인 알카에다 출신으로 미군 교도소 수감 경력까지 있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2016년 알카에다와 결별하고 지난해 12월 알아사드 정권 축출에 앞장섰습니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미국은 시리아 제재를 180일간 유예하며 재건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트럼프는 '아브라함 협정' 확장과 이스라엘 안보 강화, 이란 고립 전략에 시리아를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AI 데이터센터 때문에 전기료 급등”…빅테크 책임론 솔솔 AI 데이터센터 급증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미국에서 전기요금 부담을 빅테크가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10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중도좌파 의원들이 백악관에 서한을 보내 "미국 가정이 수조 달러 규모 기업들과 전등을 켜기 위해 경쟁하는 상황"이라며 메타, 알파벳, 오픈AI, 오라클 등을 비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에너지 비용 50% 인하를 약속했으나, 9월 미국 가정 전기요금은 전년 대비 5.1% 상승했습니다. 전국에너지보조국협회는 올해 전기요금 체납 단전 사례가 400만 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2023년보다 33% 증가한 수치입니다. 데이터센터 급증으로 전력 수요가 늘었고 노후 발전소 폐쇄 지연과 신규 발전 설비 확충 지연이 공급 부담을 키웠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30년까지 미국과 중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증가량이 전 세계 증가량의 약 80%를 차지할 전망입니다. 특히 미국은 5년 뒤 606TWh로 세계 최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됩니다. 의원들은 "초대형 IT 기업들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전기요금 인하를 촉구했습니다. "EU, 화웨이 통신장비 퇴출 추진…네트워크 보안 우려" 유럽연합(EU)이 회원국 통신망에서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와 ZTE를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방안을 추진합니다. 1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고위험 공급 업체의 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앞서 2020년 EU는 ‘5G 네트워크 툴박스’라는 지침을 마련해 회원국들이 보안 위험이 있는 업체를 통신 인프라에서 배제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당시 다수 회원국들은 이에 따라 화웨이와 ZTE를 고위험 업체로 분류하고 제한 조치를 시행했지만 법적 강제력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를 의무 규정으로 격상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 절차를 발동하겠다는 것입니다. EU는 또 해외 인프라 투자 프로그램인 ‘글로벌 게이트웨이’ 지원 기준도 재검토합니다.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국가에 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등 중국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이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조치는 국가 핵심 인프라가 중국의 영향력 아래 놓일 수 있다는 안보 우려에 따른 것입니다. 다만 화웨이 장비의 전면 퇴출이 현실화할 경우 일부 회원국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현재 스페인과 그리스 등은 여전히 중국산 장비를 자국 네트워크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
"뇌썩음 특징에 의미 없어 더 의미"…젠지 열광한 '67' 올해의 단어 선정 [글로벌 왓]
국제 정치·사회 2025.11.10 16:12:43미국의 온라인 사전 사이트 딕셔너리닷컴(Dictionary.com)이 2025년 올해의 단어로 10대의 유행어 '67'을 선정했다, 9일(현지 시간) AP통신은 67 또는 '6-7'이라고 쓰고 'six-seven'(식스-세븐)이라고 발음하는 이 단어가 딕셔너리닷컴 올해의 단어에 뽑혔다고 보도했다. 67은 올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10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 온라인 밈(meme)이다. 하지만 그 의미는 정의하기 힘들다. '67'만 봐서는 무슨 뜻인지 짐작하기도 쉽지 않다. 딕셔너리닷컴은 이 단어를 '모호한 속어'라고 설명했으며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10대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무의미한 표현'이라고 정의했다. 이 단어는 미국 래퍼 스크릴라의 노래 'Doot Doot(6 7)'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키가 6피트 7인치(약 200.6㎝)인 미 프로농구(NBA) 선수 라멜로 볼이 등장하는 틱톡 영상에 이 노래가 등장한 뒤로 '67'이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고 알파세대(2010년 이후 태어난 세대)들의 은어가 됐다. 10대들은 이 단어를 손으로 저글링 하는 듯한 제스처와 함께 '그저 그렇다'라거나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라는 뜻으로 쓴다. 어른들에게 질문을 받을 때 불만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딕셔너리닷컴은 이 단어가 '뇌썩음'(brain rot)의 모든 특징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이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연관성을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뇌썩음이란 저품질 온라인 콘텐츠에 과도하게 노출됨으로써 지적 상태가 저하되는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딕셔너리닷컴은 2025년 올해의 단어 후보로 ‘젠지스테어’(Gen-Z stare) 키스캠(Kiss cam), 과잉 관광(Overtourism), 관세(Tariff) 등을 올렸다. 우리나라에서도 화제가 된 젠지스테어는 직장이나 소매점 등에서 질문을 받은 Z세대가 공허하거나 무표정하게 응시하는 것을 가리킨다. 키스캠은 미 정보기술(IT) 기업 아스트로노머의 앤디 바이런 전 최고경영자(CEO)와 크리스틴 캐벗 전 최고인사책임자(CPO)가 콜드플레이 공연에서 백허그를 하고 있다가 객석을 비춘 카메라에 황급히 숨으면서 불륜 사실이 드러난 사건 덕에 인기 단어에 올랐다. 2010년대 후반 처음 주목 받기 시작한 단어인 ‘과잉 관광’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여행이 전면 회복되면서 사용이 급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상호 관세 부과를 시작하면서 검색량이 급증한 ‘관세’도 정책 용어로는 드물게 올해의 단어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
AI·셧다운에 美해고·실업 최대, 나스닥도 '발목'
국제 정치·사회 2025.11.10 07:48:00아마존 등 기업들의 인공지능(AI), 로봇 시스템 도입과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중단)’ 최장 사태로 미국의 해고와 실업률이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이후 최대치를 찍고 있다. 셧다운 사태가 언제 봉합될지 모르는 가운데 AI 충격까지 가속화되면서 일자리가 정부와 민간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사라지는 분위기다. 게다가 이는 곧장 주가 하락와 실물 경기 부진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고용시장이 완만하게 위축되면서 침체 조짐이 조금씩 보이는 가운데 상당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은 12월에도 경기 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에 머뭇대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영향으로 물가는 더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셧다운이 해제되더라도 AI 도입 확산으로 비롯된 고용시장 악화가 주식시장의 발목을 번번이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10월 미국 기업 해고 22년 만에 최대…실업률도 4년 만에 최고 미국의 고용 정보 업체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는 지난 6일(현지 시간) 보고서를 내고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 10월에 새로 해고하겠다고 밝힌 인원만 15만 3074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9월 5만 4064명, 지난해 10월 5만 5597명보다 세 배나 폭증한 규모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10개월간 발표한 해고 인원만 109만 9500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경기가 급속히 위축됐던 2020년(230만 4755명) 이후 가장 많았다. 특히 기업들이 기존에 발표하지 않았던 지난달 해고 인원까지 더하면 총 17만 1874명으로 늘어 10월 기준으로 2003년 이후 가장 많았다고 분석했다. 미국 기업들의 감원 바람은 AI 도입에 직격탄을 맞은 기술 부문에서 두드러졌다. 기업들은 지난달 기술 부문에서만 3만 3281명의 감원을 발표해 9월 5639명보다 크게 증가했다. 기술기업이 올 1~10월 공표한 감원 인력 14만 1159명도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만 470명보다 17% 더 많았다. 여기에 지난달 1일부터 시작된 셧다운 사태 장기화로 실업률까지 들썩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시카고연방준비은행(연은)은 미국의 10월 실시간 실업률을 4.36%로 추정했다. 이는 9월(4.35%)보다 0.0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시카고연은의 추정이 맞다면 미국의 실업률은 노동부 통계를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산기 막바지인 2021년 10월(4.5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된다. 시카고연은은 실시간 민간 데이터와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의 자료를 결합해 통계를 낸다. 민간 데이터 가운데 미국 고용시장이 그나마 잘 버티고 있음을 나타내는 지표도 있었다. 5일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 전미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10월 민간 고용은 9월보다 4만 2000명 증가해 시장 전망치(2만 5000명 증가)를 웃돌았다. ADP 집계에서 고용이 증가한 것은 3개월 만이다. 3만 2000명이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던 9월 고용도 2만 9000명 감소로 상향 수정됐다. 문제는 250명 이상을 고용하는 대기업에서만 일자리가 7만 6000개 증가하고 소규모 기업에서는 3만 4000개 감소했다는 점이다. 넬라 리처드슨 AD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자리의 75%를 소기업이 책임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의 약세는 여전히 우려 사항”이라며 “올해 초와 비교하면 전체 채용 규모도 상대적으로 완만해졌다”고 평가했다. 셧다운 장기화로 이달 7일 예정됐던 10월 비농업 고용지표는 발표되지 않았다. 지난달 3일 9월 고용보고서에 이어 두달 연속 발간을 미뤘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의 고용보고서는 물가지표와 함께 월가와 연준이 경기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경제 지표다. 다우존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만약 이날 고용보고서가 발표됐을 경우 10월 미국의 고용자 수가 9월보다 6만 명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업률도 4.5%로 올랐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실상 미국의 실업이 코로나19 시기 때 수준으로 악화됐을 것이란 예상이다. 고용 악화에 나스닥 7개월 만에 최대 낙폭…소비 심리도 사상 최악 미국의 고용시장 악화는 셧다운 사태와 AI 발전이 쌍끌이한 효과로 풀이된다. 특히 AI의 경우는 고용시장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므로 미국 행정부와 연준에서도 주시하는 부분이다. 지난 8월 21~22일 미국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 ‘잭슨 레이크 로지’ 호텔에서 열린 연준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미팅)의 주제도 ‘AI 발전 등에 따른 고용시장 악화’였다. 당시 잭슨홀미팅을 주관한 캔자스시티연은은 “고용시장은 출산율 감소, 노동력의 고령화, 노동 이동성 등이 가속화되는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며 “AI의 확산·성숙과 같은 새로운 발전 요인들도 등장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행사 배경을 설명했다. 고용시장 악화는 ‘AI 거품론’과 맞물리면서 최근 뉴욕 증시에서도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나스닥종합지수는 5일 ADP 보고서의 양호한 고용 지표에 일제히 상승했다가 6일 CG&C의 충격적인 보고서 내용에 동반 폭락했다. 앞으로도 당분간 고용지표가 나올 때마다 예민하게 출렁일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달 3∼7일 주간 나스닥지수는 3% 하락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계획 발표로 10% 급락한 3월 31일∼4월 4일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종목별로는 팔란티어(-11%), 오라클(-9%), 엔비디아(-7%), 메타(-4%), 마이크로소프트(-4%) 등 AI 관련주의 타격이 특히 컸다. 고용시장의 좋지 않은 신호는 소비 심리와 실물 경기로도 전이됐다. 7일 미국 미시간대는 11월 미 소비자심리지수 잠정치가 50.3으로 10월보다 3.3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22년 6월(50.0)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이때를 제외하면 관련 지표 집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53.0)도 크게 밑돌았다. 세부적으로는 현재 경제 여건 지수가 10월보다 6.3포인트 하락한 52.3을 기록해 낙폭이 두드러졌다. 소비자 기대지수는 49.0으로 한달 전보다 1.3포인트 하락했다. 미국 소비자들의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7%로 10월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소비자들의 장기 인플레이션 전망을 반영하는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6%로 10월(3.9%)보다 하락했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집계를 관장하는 조안 슈 디렉터는 “지난달 1일 시작한 연방정부 셧다운이 한달 넘게 장기화하면서 소비자들의 경제 심리를 끌어내렸다”며 “이달 심리 하락은 연령, 소득,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3일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48.7로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이는 9월의 49.1보다 0.4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PMI가 50을 밑돌면 경제이 활동이 위축돼 있다는 뜻이다. ISM은 “미국 제조업 경기가 8개월 연속 위축 국면에 있다”고 설명했다. 거대 기술 기업(빅테크)들이 기존 직원들을 AI로 대체하는 사이 회사 기밀을 훔쳐 퇴사한 사람도 나타났다. 8일 미국 워싱턴주 서부 연방지방법원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반도체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자였던 진펑 뤄를 상대로 훔친 기밀 정보를 반환하고 손해를 배상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뤄는 2014년부터 인텔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7월 초에 해고를 통보받자 해고 나흘 전 회사 컴퓨터에서 1만 8000건에 달하는 자료를 개인용 네트워크 저장장치(NAS)에 연결하는 수법으로 빼돌린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인텔은 경영난을 이유로 지난 4~7월 수만 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셧다운은 여전히 공회전…유럽 미군 월급 못 받고 항공편 10% 감축 AI의 위협과 함께 단기적으로 정부 고용을 갉아먹고 있는 셧다운은 여전히 공회전 상태에 머물고 있다. 현 셧다운 사태는 지난 5일 부로 36일째에 돌입하며 트럼프 대통령 첫 집권기였던 2018년 12월 22일∼2019년 1월 25일 기록한 35일의 기존 최장 기록을 깼다. 7일에는 민주당이 상원 임시예산안(CR) 처리 불발의 핵심 쟁점인 오바마케어(ACA) 보조금을 1년만 연장하고 위원회를 설치하자는 타협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달 27일 추수감사절 연휴와 연말 소비 시즌 전에는 항공 대란을 피하고 장기 개혁은 추후 논의 과제로 놓아두자는 제안이었다. 공화당은 이 제안에 대해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며 즉시 거절했지만, 백악관은 협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에 7일 뉴욕 증시도 급등락을 반복하며 혼조로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민주당은 우리의 위대한, 기적 같은 경제를 파괴함으로써 이기고 있다”며 “정확히 그들이 노렸던 그대로이니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폐지하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4일에도 트루스소셜에 의사 규칙을 변경해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의 의결정족수를 60명에서 단순 과반인 51명으로 낮추는 ‘핵옵션’을 쓰라고 공화당에 촉구했다. 미국 연방상원에서 양당 모두 60표를 얻지 못해 임시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자 무리수라도 두라는 주문이었다. 현재 공화당은 핵옵션을 쓸 경우 추후 민주당도 이를 악용할 수 있다고 봐 사용을 꺼리고 있다. 상원의장을 겸하는 JD 밴스 부통령도 X(옛 트위터)에 “조 맨친과 커스틴 시네마 전 민주당 상원의원은 필리버스터를 지켰다는 이유만으로 극좌 세력에게 정치 생명이 파괴됐다”고 비꼬았다. 맨친, 시네마 전 의원은 앞서 낙태권 입법을 위한 상원 필리버스터 무력화에 반대하며 조 바이든 행정부, 당내 진보 진영과 갈등을 빚다가 탈당하고 정계 은퇴와 불출마를 각각 선언한 정치인이다. 8일 AP통신에 따르면 유럽 미군기지 직원 수천 명이 셧다운 장기화로 6주 전부터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5개 미군기지의 4600명 이상 현지 근로자 가운데 2000여 명이 10월 월급을 받지 못했다. 포르투갈에서도 아조레스 제도에 있는 라제스 기지에 근무하는 현지 근로자 360명 이상이 임금을 받지 못했고, 독일과 스페인은 정부가 직원들의 급여를 대신 지급하기로 했다. AP통신은 주한미군 사정은 보도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항공편 운항 감축을 지시한 7일에만 미국 항공편 1025편이 결항되고 7000여 편이 지연됐다고 보도했다. 이튿날인 8일에는 취소된 항공편이 1460편, 지연된 항공편은 6000편에 달했다. 애틀랜타 공항에서는 항공편 운항이 평균 4시간 42분 지연됐다. FAA는 셧다운 장기화로 관제사 인력 부족, 근로자 피로도 증가 등으로 안전 우려가 커지자 7일 뉴욕, 시카고, 애틀랜타 등 40개 주요 공항의 항공편 운항을 10%까지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숀 더피 미국 교통부 장관은 나아가 “더 많은 관제사가 출근하지 않을 경우 항공편을 20%까지 감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침체에도 관세發 물가 불안에 12월 금리 인하 불확실 고용시장이 악화하고 있다는 신호가 잇따르는 상황에서도 연준은 올해의 마지막인 다음달 9~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추가로 내리는 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고용지표는 천천히 나빠지고 있지만, 물가지표는 관세 효과에 따라 한순간에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8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은 12월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확률을 66.9% 정도로 보고 있다. 고용 악화 신호가 나오기 직전인 지난달 31일 63.0%에서 크게 높여 잡지 않았다. 이 기간 금리 동결 확률도 37.0%에서 33.1%로 크게 낮아지지는 않았다. 미국 연방정부는 셧다운 사태로 9월과 10월 고용보고서는 물론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 9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발표 등을 모두 미룬 상태다. 지난달 15일 예고됐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보고서만 아흐레 뒤인 24일 겨우 공개했다. CPI조차 10월 보고서가 이달에 발간된다는 보장은 없는 상태다. 미국의 높은 실업률을 추정한 시카고연은의 오스탄 굴스비 총재는 6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물가 지표의 부재를 거론하며 “이런 상황에서는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기에는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굴스비 총재는 올해 FOMC 회의에서 투표권을 갖는 인사다. 굴스비 총재는 “인플레이션 측면에서는 문제가 생겨도 그걸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최근 3개월 간 인플레이션이 단시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니 곧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는 전제 아래에 금리를 앞당겨 내리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굴스비 총재는 또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완만한 냉각이 진행 중이지만 꽤 안정적”이라며 “보통 경기 침체가 시작할 때는 적은 채용과 많은 해고 경향이 나타나고 경기 호황 때에는 그 반대인데 지금은 채용도 적고 해고도 적은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업률은 사실상 변동이 없고 셧다운으로 일하지 못한 일부 근로자 때문에 아주 미세하게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내년 FOMC 회의 투표권자인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연은 총재도 같은 날 뉴욕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은 수준인 데다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반면 고용시장은 다소 약화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견조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리사 쿡 연준 이사는 3일 워싱턴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열린 행사에서 “고용시장의 추가 약화 위험이 인플레이션 상승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은 총재도 같은 날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금리 인하에 대해 열린 마음을 유지하고 있다”며 “다음 회의에서 새 데이터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 내에서 극단적으로 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트럼프 대통령 측근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는 4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정책을 긴축적으로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연준의 형후 통화정책과 관련해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달 29일 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보유 자산을 줄이는 양적긴축(대차대조표 축소) 종료 시점을 다음달 1일로 예고한 상태다. 2022년 6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연준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통화 정책을 끝내겠다는 뜻이었다. 파월 의장은 다만 “1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고용 악화는 뉴욕 증시와 채권 시장은 물론 한국의 금융시장에도 큰 변동성 요인이 될 전망이다. 연준에서는 이번주에도 11일 마이클 바 이사, 12일 존 윌리엄스 뉴욕연은 총재·애나 폴스 필라델피아연은 총재·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은 총재·마이런 이사, 13일 윌리엄스 총재·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해맥 총재·보스틱 총재, 14일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연은 총재·로리 로건 댈러스연은 총재·보스틱 총재 등이 연이어 공개 발언을 할 계획이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한국 남자랑 결혼하길 잘했어, 정말 추천"…日 여성 '이것'에 극찬한다는데
국제 인물·화제 2025.11.08 12:56:52지난해 국내 전체 혼인 중 다문화 혼인 비중이 10%에 육박하면서, 한국의 결혼 문화가 외국인들, 특히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6일 발표한 '2024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다문화 혼인 건수는 2만1450건으로 전년 대비 5.0%(1019건) 늘었다. 다문화 혼인은 2022년부터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34.6%, 2021년 13.9% 감소했던 다문화 혼인은 2022년 25.1% 급증한 데 이어 2023년 17.2% 상승했다. 전체 혼인 대비 다문화 혼인 비중은 9.6%로 전년보다 1.0%포인트 낮아졌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혼인 건수가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혼인 유형별로는 한국인 남편과 외국인 아내의 결합이 71.2%로 가장 많았고, 한국인 아내와 외국인 남편(18.2%), 한국인과 귀화자 혼인(10.6%) 순이었다. 다문화 혼인 증가에 따라 다문화 가정 출생아도 10%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인 여성들 사이에서 한국식 결혼 문화가 인기를 끄는 현상이 이러한 통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서울의 한 호텔에서 한국인 남성과 결혼식을 올린 일본인 여성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후기가 화제를 모았다. 해당 게시물은 조회수 2100만회를 넘어서며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이 신부는 "꽃이 정말 화려한 식장이었다"며 "예약이 어려워 고생했지만 무사히 식을 올릴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고 밝혔다. 식장과 신부대기실 곳곳을 가득 채운 다채로운 꽃 장식이 담긴 사진들이 일본 네티즌들의 부러움을 샀다. 댓글에는 "드레스와 식장 모두 완벽하다" "한국은 여성 마케팅을 잘한다" "하와이 결혼식 대신 서울 결혼식이 유행할 것 같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특히 일본 여성들이 관심을 보이는 부분은 한국식 결혼사진 촬영이다. 기모노를 입고 신사나 절에서 찍는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일본 웨딩 촬영과 달리, 한국은 화려한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링을 받아 개성있는 장소에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사진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결혼한 일본인 신부는 "최근 일본에서도 결혼사진 촬영을 위해 한국을 찾는 커플이 많다"며 "헤어와 메이크업 기술이 뛰어나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느낌"이라고 추천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일본어로 '한국 웨딩 포토'를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이 5만건에 달한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최근 일본 웨딩 업계에서도 한국식 결혼사진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일본의 유명 스튜디오들은 조명과 구도에 세심하게 신경 쓰는 한국식 촬영 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의상, 헤어·메이크업, 사진 보정, 앨범, 디지털 데이터를 포함한 패키지 상품을 운영 중이다. 마이니치는 "일본의 전통적 결혼사진은 정면 조명으로 심플하게 촬영하는 기록 중심 방식이었다"며 "반면 한국식은 영화 스튜디오 같은 세트에서 드라마틱하게 촬영하는 스타일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해당 일본인 신부의 게시물에는 "한국에서 결혼사진 촬영을 검토 중이다" "웨딩드레스 추천 부탁한다" "일본어 응대가 가능한가" 등 구체적 정보를 요청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결혼 문화가 일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 각광받으면서, 다문화 혼인 증가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워라밸은 사치"…월급 1000만원 자진 삭감 이어 '새벽 3시' 출근한 日총리
국제 정치·사회 2025.11.07 20:26:56워라밸을 포기하겠다고 공언했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실제로 새벽 3시에 출근해 회의를 진행한 사실이 알려졌다. 7일(현지시간) 산케이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오전 3시 총리관저로 출근해 비서진과 함께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 질의 대응을 위한 준비 회의를 열었다. 회의는 3시간 넘게 이어졌고 비서관들이 예상 질문과 답변을 정리해 브리핑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역대 총리들도 예산위원회 전 사전 준비를 해왔지만 새벽 3시부터 회의를 연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는 게 일본 언론의 분석이다. 이날 오전 9시 시작된 중의원 예산위원회에는 다카이치 총리와 각료 전원이 참석했다. 총리의 새벽 근무 사실이 알려지자 국회 안팎에서도 우려가 쏟아졌다. 사이토 겐 자민당 의원은 “과로 수준이 심각하다”며 “취임 직후부터 아세안(ASEAN) 정상회의, 미일·중일·한일 정상회담, APEC까지 숨 돌릴 틈 없이 일정을 소화해온 데다 국회 일정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하고, 일하고, 일하겠다고 말한 총리지만 솔직히 걱정스럽다. 좋은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서는 휴식도 필요하다”며 “적당히 게으름도 피우면서 해달라”고 조언했다 현지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반응은 엇갈렸다. “잠은 자는 거냐”, “이러다 쓰러진다”, “너무 무리하지 말아라” 같은 걱정의 목소리가 잇따르는 반면,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리더라면 따라가고 싶다”, “진짜 열정적이다”, “나도 저렇게 살아야겠다”는 찬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총리 본인뿐 아니라 비서진들의 워라밸도 무너진다”, “열정도 지속 가능해야 가치가 있다”, “새벽 3시는 상식 밖이다” 등 ‘비정상적 근무 문화’를 지적하는 의견이 잇따랐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자민당 총재 선출 직후 “워라밸이란 말을 버리고 일에 몰두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하겠다”는 발언은 열정적인 리더십으로 주목받았지만 일본의 과로사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비판도 컸다. 이에 노동단체와 과로사 유가족들은 “정부가 추진해온 건강한 직장 문화와 근로자 보호 정책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
[트럼프 스톡커] "韓증시 6000" 띄우고 AI주 '조정'하는 美자본
국제 정치·사회 2025.11.07 10:05:34미국 뉴욕 월가 투자은행(IB)들이 인공지능(AI) 기업들의 천문학적인 투자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단기 매도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주요 IB 최고경영자(CEO)들이 앞으로 1~2년간 10~20%가량의 증시 조정을 예상하면서 AI 관련주 옥석 가리기에 나선 분위기다. AI 산업의 미래 자체에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현재 각광을 받는 모든 기업이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은 팽배한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중국 무역 정책과 우방국과의 공급망 재설정 등도 AI 투자에는 큰 변수로 꼽힌다. 특히 AI주에 대한 월가의 불안 심리는 최근 엔비디아, 오픈AI와 공고한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는 이유로 폭등한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현대차(005380) 등의 주가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세계 최대 IB인 JP모건 같은 경우는 1년 안에 코스피지수가 최대 6000포인트까지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과 글로벌 증시가 단기에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을 함께 내놓으면서 한국 주식시장에 혼란을 주기도 했다. 한국 기업들은 AI 생태계를 주도하는 위치가 아니라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공급하는 일종의 하청 구조에 있기에 주식시장도 뉴욕 증시가 기침을 하면 독감까지 걸릴 수 있는 입장에 있다. 당분간 AI주 투자에 대한 글로벌 자금 경로의 불확실성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불거진 거품론…백악관 ‘AI 차르’ “오픈AI에 지급 보증 안 해” 6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는 AI 관련주 거품론이 하루 만에 재점화되면서 줄줄이 하락했다. 지난달 미국 기업들의 감원 규모가 22년 만에 최대 수준에 이르렀다는 소식이 결정타가 됐지만, 하락폭은 AI 기술주가 가장 컸다.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8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12% 내린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90%나 급락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서는 엔비디아가 3.65% 내린 것을 비롯해 애플(-0.14%), 마이크로소프트(-1.98%), 아마존(-2.86%), 브로드컴(-0.94%), 메타(-2.67%), 테슬라(-3.50%), 넷플릭스(-0.13%) 등이 줄줄이 하락했다. 이날 엔비디아의 범용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차별화된 행렬 연산 특화 7세대 텐서처리장치(TPU) ‘아이언우드’를 몇 주 안에 공개하겠다고 발표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만 0.15% 겨우 올랐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AI 정책을 총괄한다는 이유로 ‘AI 차르(러시아 황제)’로 불리는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과학기술자문위원회 위원장이 이날 X(옛 트위터)에 “AI에 대한 연방정부의 구제 금융(bailout)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점이 투자 심리를 악화시켰다. 색스 위원장은 “미국에는 주요 최첨단 (AI) 모델을 보유한 기업이 최소 5곳 있다”며 “하나가 실패하더라도 나머지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실제로 구제금융을 요청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실제로 요청했다면) 터무니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전날 새러 프라이어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막대한 칩 구매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지를 설명하면서 “정부가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힌 데 대한 반응이었다. 프라이어 CFO는 지난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주최 ‘테크 라이브’ 컨퍼런스에서 “AI 칩의 감가상각 기간이 불확실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높아지고 있다”며 “은행, 사모펀드, 정부 기관까지 포함한 금융 생태계가 조성된다면 자금 조달 비용을 크게 낮추고 차입 여력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공개(IPO)에 대해서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이는 오픈AI를 비롯한 AI 주요 기업들의 자금 조달 능력에 이전부터 의문 부호를 붙였던 월가의 불안 심리를 키우는 발언이었다. 오픈AI는 현재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적자를 늘리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수익은 적은데 생성형 AI 개발과 서비스 운영에 막대한 컴퓨팅 비용을 쏟아붓는 탓이다. 해당 발언을 두고 월가에서 논란이 일자 프라이어 CFO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링크드인에 글을 올리고 “오픈AI는 인프라 투자에 대한 정부의 안전 장치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샘 올트먼 오픈 AI CEO도 X에 부랴부랴 글을 썼다. 올트먼 CEO는 “우리는 오픈AI 데이터센터에 대한 정부 보증을 보유하고 있지도, 원하지도 않는다”며 “정부가 시장에서 실패한 기업을 구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부 지원 없는 인프라 비용 조달 방법과 관련해서는 “올해 연간 매출액이 2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2030년까지 수천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골드만·모건스탠리 CEO “증시, 1~2년간 10~20% 조정받을 것” 월가에 확산하는 AI 거품론은 최근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뉴욕 증시는 지난 4일에도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와 테드 픽 모건스탠리 CEO가 주식시장 조정설을 언급한 탓에 AI주를 중심으로 폭락한 바 있다. 당시 솔로몬 CEO는 홍콩에서 열린 ‘글로벌 파이낸셜 리더스 인베스트먼트 서밋’ 행사에서 “앞으로 12~24개월 이내에 주식시장이 10~20% 밀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픽 CEO는 “주기적인 조정은 위기의 징조가 아니라 시장이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도 “10~15% 조정이 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반겨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 직후 뉴욕 증시는 곤두박질쳐 다우지수는 0.53%, S&P500지수는 1.17%, 나스닥지수는 2.04% 급락했다. 엔비디아는 3.96% 내렸고 전날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실망스러운 미래 비전을 보여준 팔란티어는 무려 7.94%나 주저앉았다. 5일에는 일부 저가매수가 유입되기는 했으나, 나스닥지수 상승률은 0.65%에 그쳤다. 최대 시총 기업인 엔비디아는 이날도 1.75% 하락했다.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 등은 단순히 증시를 예측하는 기관이 아니라 돈을 넣고 빼면서 주가 자체를 움직일 수 있는 주요 IB이기에 시장이 받는 충격은 유독 컸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도 지난달 “앞으로 6개월에서 2년 사이 미국 증시에 큰 폭의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AI주 거품론을 가장 먼저 띄운 이는 올트먼 CEO 본인이었다. 지난 8월 18일 CNBC는 올트먼 CEO가 그 직전 기자들과 저녁 자리를 갖고 15초 동안 ‘거품’이란 표현을 세 차례나 반복하면서 “이미 통제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올트먼 CEO는 “미국이 중국의 AI 기술 발전을 과소평가하고 있을 수 있다”며 “추론 능력은 중국이 아마 더 빨리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해서도 “내 직감으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AI에 과도하게 흥분해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 증시는 당시 올트먼 CEO의 발언에도 줄줄이 내림세를 보였다. 월가는 엔비디아가 9월 22일 오픈AI와 손잡고 최대 1000억 달러(약 140조 원)를 투자해 10기가와트(GW) 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계획에도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자금을 지원하면 오픈AI가 거기서 얻은 수익으로 다시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구입하는 구조라서 사실상 ‘닷컴버블(인터넷 산업 거품)’ 시기 통신 장비 업체들이 활용한 순환출자 구조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닷컴버블은 1990년대 중후반 인터넷이 민간에 빠르게 보급되자 관련 주식에 막대한 자금이 몰렸던 시대를 말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도 지난달 3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이탈리안 테크 위크’ 행사에서 “일종의 산업적인 거품”이라며 “주가가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과 동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물론 AI 산업 전반에 대한 장기적인 긍정론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달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1990년대 닷컴버블은 실적이 아닌 아이디어와 허상에 집착한 것이었지만 지금의 AI 기업들은 실적도 좋고 수익도 나는 등 사업 모델이 좋아 완전히 다르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23일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에서 열린 상공회의소 ‘2025 경제 전망’ 오찬 행사에서 “여러 지표로 볼 때 주가가 상당히 고평가돼 있다”고 했던 입장을 다소 바꾼 발언이었다. 파월 의장은 이론에 충실한 학자 출신이 아니라 투자에 크게 성공한 경험을 인정받아 연준에 입성한 월가 출신 인물이다. 한달간 20% 상승한 코스피…JP모건 “최대 6000 간다”더니 변동성만 커져 AI주를 둘러싼 투자 변인은 산업 내부적인 거품론 외에도 더 있다. 최장 기간 이어지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중단)’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 불확실성 등도 월가의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지역은행 부실 문제가 금융 위기로 번질지도 모른다는 위기 의식도 있다. 중국의 AI 칩 자립 시도가 장기적으로 미국 기업들을 위협할 가능성도 월가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중국이 기술 수준은 조금 낮아도 개발도상국에는 충분히 팔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미국이 독과점하는 글로벌 시장을 조금이라도 나눌 경우, 이는 뉴욕 증시 기업 주가에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도 있다. 지난 4일 당선한 인도계 무슬림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의 급진적인 경제 공약도 맨해튼에 본사를 둔 월가 입장에서는 불안한 변수다. AI주를 불안하게 보는 월가의 시각은 엔비디아 공급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한국 증시 상승세에는 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코스피는 나스닥지수가 급락했던 이달 5일에도 2.85% 내려 더 큰 하락폭을 기록한 바 있다. 한때 4200선을 넘어섰던 코스피가 단 하루 만에 3900선까지 밀리자 한국거래소는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호가 효력 정지)까지 발동해 추가 하락을 막았다. SK하이닉스는 장중 7% 이상 주가가 밀리기도 했다. 여기에는 주가에 상응하는 실적도 없이 10월 한 달 동안 시중 유동성과 AI 투자 기대 만으로 지수가 20% 가까이 상승한 데 따른 피로감도 한몫했다. 외국인투자가들이 이날 하루에만 3조 원 이상을 현금화하자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50원까지 치솟았다. 코스피는 7일에도 예상대로 4000포인트가 붕괴된 채 출발했다. 코스피 변동성이 커지자 급락 직전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던 월가 보고서들도 재조명되고 있다.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만 한껏 높인 채 이를 이용해 차익실현에 매달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의 상당수 개인투자자들 가운데는 현 주가 상승을 아직도 비상계엄 사태 마무리와 정권 교체, 상법 개정 등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효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JP모건은 지난달 28일 ‘코스피 5000 달성 유력(KOSPI 5000 on the Cards)’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1년 안에 코스피가 5000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이 IB는 강세장에 진입할 경우 코스피가 6000까지도 도달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JP모건은 당시 “최근 급격한 상승에도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13.2배, 1.34배로 아시아 평균치(16.1배, 2.15배)보다 낮다”며 메모리반도체 호황과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호재로 지목했다. 모건스탠리도 지나달 13일 “코스피의 랠리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강세장을 전제로 목표가를 4200으로 제시했다. 이 회사가 이후 막상 코스피가 4200에 도달하자 이를 고점 도달 신호로 판단했는지는 알 수 없다. 트럼프 변덕에 젠슨 황, ‘블랙웰’ 공급 계획도 불확실…관세 협상 내용도 한국엔 불안 요소 한국 증시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블랙웰’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사한 점도 큰 변수가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녹화돼 이달 2일 방영된 CBS의 시사 프로그램 ‘60분’ 인터뷰에서 엔비디아 반도체를 거론하며 “최첨단은 미국 말고는 누구도 갖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말 아시아 순방에서 블랙웰 수출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논의할 수 있다고 알렸다가 워싱턴 정가에서 강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자 입장을 바꿔 통제 범위를 ‘모든 나라’로 넓힌 것이다. 이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행사를 계기로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NAVER(035420))클라우드 등에 총 26만 장의 블랙웰을 공급하기로 발표한 것을 뒤집는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에는 중국 외 국가에 대한 블랙웰 공급 관련 추가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황 CEO가 지난달 30일 서울 삼성동의 한 치킨집에서 함께 맥주를 마시며 불러 일으킨 ‘깐부 치맥(치킨과 맥주) 회동’에도 찬물을 끼얹은 결과가 됐다. 오픈AI의 자금력에 대한 월가의 의심도 한국 기업의 주가엔 부담 요소다. 올트먼 CEO는 지난달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이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만나 AI 관련 협력을 다진 바 있다. 당시 올트먼 CEO는 삼성 서초사옥과 SK 서린빌딩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HBM을 공급하는 내용의 투자 의향서(LOI)를 각각 체결했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가 소프트뱅크, 오라클과 함께 5년간 5000억 달러(약 700조 원)를 투자해 미국 전역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황 CEO, 올트먼 CEO이 방한할 때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국내 주요 기업의 주가는 잇따라 무섭게 급등했다. 아직 팩트시트(자료집)가 공개되지 않은 한미 무역 합의도 외국인 입장에서는 큰 변수다.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가 한국 정부가 주장하는 방식대로 최종 체결될지, 아닐지에 따라 환율이 춤을 출 수 있는 까닭이다. AI 산업 내부와 월가만 해도 많은 투자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데 한국은 이보다 더 많은 외부 변수를 떠안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정상회담 성과에 들뜨지 말고, 한중 관계 냉정하게 접근해야[김광수의 중알중알]
국제 경제·마켓 2025.11.07 06:27:00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말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무려 11년만에 한국을 찾았습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미중 정상회담 등 굵직한 일정이 더해진 영향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재명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하며 소원해졌던 한중 관계를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했는데요. 한중 양국 정상의 만남으로 얼어붙었던 양국 사이에 온기를 불어넣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긍정적인 기대감 만큼 섣부른 전망도 커져 중국에서 바라보기엔 한 편으로 걱정이 됩니다. 조만간 한한령이 해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대표적이죠. 발단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페이스북 게시물로부터 시작됐는데요. 김 의원은 한중 정상회담 후 이어진 만찬에서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인사하며 나눈 말을 전하며 마치 당장이라도 한한령(한류제한령)이 해제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그는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통령, 시진핑 주석,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장이 잠시 얘기를 나누다가 시 주석이 북경에서 대규모 공연을 하자는 제안에 호응해 왕이 외교부장을 불러 지시했다”며 “한한령 해제를 넘어 본격적인 ‘K-문화’ 진출의 문이 열리는 순간이 아닐까”라는 글을 올렸죠. 이 게시물을 본 일부 매체들은 한한령 해제 기대감을 담은 제목으로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사태가 예상보다 심각하게(?) 돌아가자 대중문화교류위원회는 곧바로 진화에 나섰는데요. 이튿날 “시 주석과 박진영 위원장의 대화는 외교행사에서 인사를 나누며 건넨 원론적 수준의 덕담”이라며 “과도한 해석은 조심스럽고 성급하다는 판단”이라고 밝혔습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봐도 무리한 해석이고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지만 주식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죠. 개장과 함께 박 위원장이 속한 JYP엔터테인먼트 주가가 급등했고 다른 엔터주도 덩달아 상승 랠리를 탔습니다. 위원회의 해명 등이 더해지며 주가는 점차 안정세를 찾았지만 거래량은 이미 폭발한 상태였는데요. 한한령 해제는 한중 관계가 개선될 조짐만 보이면 여지 없이 나오는 단골 손님이자 양치기 소년입니다. 매번 부푼 희망을 품고 ‘이번에는 다르겠지’라는 생각으로 접근하지만 8년 가까이 흐른 지금껏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죠. 늘 그렇듯 주식시장만 반짝하고 말았을 뿐인데요. 관련 기사를 쓴 기자들도 “진짜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친 것만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한중 정상회담으로 한국에선 양국 사이에 우호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보지만 한한령 해제는 좀처럼 쉽지 않아 보입니다. 시 주석이 박 위원장의 말을 듣자마자 왕 부장과 대화를 나눴다는 것을 두고 마치 한한령 해제를 지시한 듯 주장하는 뇌피셜부터가 잘못됐죠. 인사 자리에서 건넨 말을 일사천리로 진행시킬 지도자는 흔치 않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즉흥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죠. 기본적으로 중국은 한한령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당연히 한한령 해제도 있을 수 없죠. 소위 우리가 주장하는 한한령은 한국의 사드 배치로 내려진 중국의 보복 조치를 지칭하는데, 문제는 그 성격이 지금은 당시와 크게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한한령 문제를 접근할 때 산업적인 측면은 물론 사상적인 부분과 사회 통제의 수단 등으로 바라봅니다. 대표적인 분야가 게임이죠. 중국은 자국의 게임산업이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하자 한국 업체의 게임에 판호를 발급하며 슬그머니 문을 열고 있는데요. 아직까지 완벽한 수준은 아니지만 허가를 받은 한국 게임기업의 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중국 내 영향력은 예전만 못합니다. ‘검은 신화: 오공’처럼 중국 게임의 퀄리티가 급성장했기 때문인데요. 반대로 한국 엔터업계에서 가장 기대하는 K팝 콘서트는 중국의 현실을 안다면 당분간 쉽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대규모 공연을 통해 수천, 수만명이 모이는 상황을 중국 정부는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입니다. 최근 중국 경제가 부침을 겪다보니 정부를 향해 불만의 화살이 향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측면이 크다는 해석이죠. 특히 중국은 최근 아이돌 그룹을 향한 팬덤 현상을 강하게 통제하는 분위기라 국내 아이돌의 대형 공연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데요. 지난 2021년 한국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본따 만든 예능 ‘청춘유니3’가 도화선이었습니다. 당시 자신이 좋아하는 출연자에게 투표하기 위해 스폰서 업체의 우유를 사서 투표 기회만 얻고 우유는 마시지 않고 버리는 사태가 큰 문제로 떠올랐죠. 팬덤으로 인한 사회적 영향력에 놀란 당국은 즉각 이를 규제하고 나섰습니다. 그때부터 중국 아이돌의 대규모 공연도 눈에 띄게 줄었죠. 이런 상황에 한중 정상회담이 열리고 대중문화를 담당하는 인사의 공연을 제안하는 인사 한번으로 중국의 입장이 바뀌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여러 번 앞선 기사에도 적었지만 영화나 드라마의 수입도 마찬가지로 봐야 합니다. 표현의 자유를 넘어 정부나 정치인, 심지어 국가 최고 지도자를 향해서도 풍자와 해학이 자유로운 우리나라와 중국은 분위기 자체가 다릅니다.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출판, 영화 등 미디어 산업 전반을 관리하고 감독하며 콘텐츠 검열을 담당하는 국가광파전시총국(광전총국)은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 산하 행정기관인데요. 당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중국의 체계를 감안하면 정부나 최고 지도자에 대한 비판을 담은 콘텐츠는 광전총국이 절대 허가를 하지 않습니다. 자국 콘텐츠가 그러한데 수입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사드 이후 한한령 해제 기대감을 키우며 허가를 받은 극소수의 한국 드라마나 영화만 봐도 정치적인 내용은 일절 찾아보기 힘든 것들입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8월 말 중국을 찾았던 대통령 특사단에서도 확인됐죠. 특사단 단장을 맡았던 박병석 전 국회의장은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한령 해제까지는 넘어야 할 큰 산이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는데요. 박 전 의장은 중국 측에서 “유익하고 건강한 부분에서는 교류를 확대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말을 해석하면 중국인들의 사상이나 정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말로 받아들여도 무방하겠죠. 이제는 알아야 합니다. 한한령은 우리 생각처럼 해제되기 힘들어졌다는 것을. 정확히 말하면 사드 배치 당시와는 달라진 중국의 상황을 보면, 한중 정상이 단 한 번 만났다고 한한령이 풀릴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는 접는 게 좋습니다. 한한령 말고도 한중 정상회담 이후 여기저기서 최근 나오는 조치를 두고 모두 정상회담 성과로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는데요. 중국이 올해 말까지였던 한국인의 중국 방문시 무비자 조치를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한 것도 정상회담 성과로 포장할 정도입니다. 한국에게만 그랬다면 가능한 해석이지만 중국은 무려 45개국의 무비자 조치를 내년까지로 늘렸는데요. 한국만 예뻐한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카카오톡 해제 해프닝도 마찬가지로 보이는데요. 카카오톡은 중국에서 2014년경부터 정상적으로 사용을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카카오톡을 쓰려면 우회접속망(VPN)을 이용해야 했는데, 정상회담 이후 VPN 없이도 카카오톡이 된다는 주장이 나왔죠. 당연히 정상회담으로 한국과의 관계가 개선된 중국이 호의를 베풀었다고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그럴 수 있다는 생각과 사실 여부는 좀 더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겠죠. 이미 지난해 말부터 중국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과 주재원, 유학생 사이에선 카톡이 되는 경우가 있다는 말이 나왔는데요. 휴대전화에선 가능했지만 PC에선 여전히 VPN이 필요했습니다. 사진이나 영상 전송, 링크 접속은 되지 않지만 텍스트 전송은 되곤 했죠.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었고 되다 안되길 반복한 수준이었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상황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사진이나 영상까지 보내지는 경우가 있어서 전보다 나아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것조차 되지 않는 경우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갑자기 최근 들어 이뤄진 것이 아닌데, 이를 두고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달라졌어요’라는 주장을 하기엔 너무 성급해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이제 한 걸음을 디뎠을 뿐입니다. 우리에게 중국은 주변 4강(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으로 여전히 중요한 나라죠. 한동안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고, 지금도 여전히 경제적으로 미국만큼이나 중국의 영향력은 큽니다. 반면 중국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은 예전과는 달라졌죠. 철강, 조선, 화학 등 전통 산업은 물론 전기차,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반도체 정도를 제외하면 중국이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강조한 분야만 봐도 인공지능(AI), 바이오·제약, 녹색산업, 실버경제 등의 분야로, 중국이 아직 세계적인 수준에 오르지 못한 산업들인데요. 바꿔 말하면 중국은 이런 신흥산업 분야에서만 한국과 힘을 합쳐 기술을 끌어올리면 다른 것들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한중 정상이 주고 받은 선물 중에 시 주석이 내놓은 샤오미 울트라 15 스마트폰은 최신 기종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시 주석이 이를 건네며 LG디스플레이가 장착돼 있다고 한 점은 디스플레이처럼 필요한 부분에선 한국과 협력했다는 점을 보인거죠. 그만큼 우리도 냉정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정상회담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긴 안목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다시 설정하고, 중국과 어떤 식으로 협력하고 긴장 관계를 유지할지 말입니다. 진짜 뒷문(백도어)이 무엇인지는 지금 당장이 아니라 나중에 밝혀질테니까요. *김광수 특파원의 ‘중알중알’은 ‘중국을 알고 싶어? 중국을 알려줄게!’의 줄임말입니다. 중국에서 발생한 뉴스의 배경과 원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중국의 특성을 쉽게 전달해 드립니다. 구독을 하시면 유익한 중국 정보를 전달받으실 수 있습니다. -
[트럼프 스톡커] 유대계 월가에 '찐좌파' 무슬림 뉴욕시장이란
국제 정치·사회 2025.11.06 10:09:05전 세계 자본주의의 수도인 뉴욕에서 드러내놓고 ‘사회주의자’를 표방하는 1991년생 인도계 무슬림 조란 맘다니 뉴욕주 하원의원이 시장에 당선되자 미국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뉴욕시가 무슬림과 대척점에 선 유대계 자본의 중심지인 데다 2001년 9월 11일 9·11 테러의 트라우마가 남은 지역이라는 점에서 맘다니 당선인의 승리는 대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맘다니 당선인의 짧은 정치 경력과 지나치게 진보적인 공약 때문에 뉴욕 시정 운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그의 급진적인 성향에 대해서는 민주당 주류 세력인 중도파도 불안해 하는 분위기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선거 결과가 반(反)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유권자들이 결집한 영향으로 해석하면서도, 뉴욕시장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이 내년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에서 반드시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가뜩이나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중단)’ 사태로 양극으로 갈라진 민심이 더욱 강하게 둘로 쪼개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벌써부터 맘다니 당선인을 “공산주의자”로 몰고 가며 비난 수위를 높이는 상황이다. 맘다니 당선인의 ‘부자 증세’ 같은 공약이 실제 이행될 경우 세계 금융 중심지로서 뉴욕시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991년생 ‘금수저 좌파’ 인도계 무슬림 맘다니, 과반 득표로 뉴욕시장 당선 5일(현지 시간)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4일 치러진 뉴욕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맘다니 당선인은 50.4%를 득표해 당선을 확정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맘다니 당선인에게 패배한 뒤 뛰쳐나간 무소속의 앤드루 쿠오모는 41.6%를 얻어 낙선했다. 공화당의 커티스 슬리와 후보는 고작 7.1%만 득표했다. 이번 뉴욕시장 선거의 총투표수는 약 227만 표로 2021년 선거의 총투표수를 넘어서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뉴욕시장 선거에서 2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투표한 것은 1969년 이후 56년 만이다. 맘다니 당선인은 4일 밤 선거 승리 직후 뉴욕 브루클린 파라마운트 극장 앞에서 지지자들을 모아 놓고 “나는 무슬림이고 민주사회주의자”라고 강조하며 “나는 이를 이유로 사과하기를 거부한다”고 연설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배신당한 국가에 그를 물리치는 방법을 보여주려 한다면 그것은 바로 그가 태어난 이 도시를 보여주면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네 단어만 말하겠다. 볼륨을 크게 올려라(turn the volume up)”라고 도발했다. 맘다니 당선인은 1991년 인도계 부모 밑에서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태어난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는 정치학과 아프리카학 분야의 저명한 학자인 마무드 맘다니(79)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이고, 어머니는 2001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영화 감독 미야 나이어(68)다. 맘다니 당선인이 일곱 살 때 부모를 따라 뉴욕으로 이주했다. 맘다니 당선인은 뉴욕 맨해튼의 사립학교와 특수목적고인 브롱크스과학고를 다녔다. 대학도 미국 내에서도 내로라하는 명문 사립대인 보든칼리지를 졸업했다. 보든칼리지는 연간 학비만 7만 달러(약 1억 원)에 달하는 곳이다. 정치 색깔이나 이미지와 달리 맘다니 당선인은 지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셈이다. 한국으로 치면 ‘강남 좌파’쯤 되는 정치인이다. 남 부러울 것 없이 자란 맘다니 당선인은 대학 시절부터 진보 색채를 띠기 시작했다. 대학 시절 ‘팔레스타인 정의 학생회(SJP)’ 설립을 공동으로 주도했고 졸업 후에는 ‘영 카다멈’ ‘미스터 카다멈’이라는 별칭을 쓰는 래퍼로도 활동했다. 정치 입문 전에는 뉴욕 퀸스 전역에서 저소득 유색인 주택 소유자들의 퇴거를 막는 차압 방지 주택 상담사로도 1년 정도 일했다. 맘다니 당선인이 정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것은 24살 때인 2015년부터다. 맘다니 당선인은 2017년 ‘미국의 민주적 사회주의자(DSA)’ 그룹에 참여하면서 사회주의자를 표방하고 나섰다. 미국 시민권은 2018년에야 취득했다. 시리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인 아내 라마 두와지(27)와는 데이팅 앱 ‘힌지’로 처음 만나 올해 결혼했다. SNS 선거운동으로 Z세대 민심 공략…최저임금 인상, 무상 보육, 임대료 동결 등 ‘급진 공약’ 적중 정치 신인인 맘다니 당선인은 올 2월까지만 해도 지지율이 1%에 불과한 군소 후보였다. 지난해 10월 출마 선언을 한 맘다니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을 확정한 같은 해 11월부터 보좌진과 함께 카메라 한 대를 들고 뉴욕시 브롱크스와 퀸스 지역을 누볐다. 길거리에서 다양한 시민들에게 뉴욕시장에게 기대하는 게 무엇인지 묻고 다녔다. 보물찾기, 풋볼 시합, 바 모임 등 신선한 형식의 선거 운동도 젊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수많은 20대들이 맘다니 당선인의 선거 캠프에 자발적으로 모였다. 맘다니 당선인이 특히 주목한 부분은 뉴욕시의 살인적인 물가에 따른 젊은이들의 생활고였다. 그는 친(親)팔레스타인 집회에도 여러 차례 참여하며 무슬림으로서의 정체성도 숨기지 않았다. 맘다니는 이 모든 과정을 틱톡,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맘다니 당선인이 그간 거의 주목받지 않았던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의 외로움에 주목해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맘다니 당선인은 사회주의자라는 자기 소개답게 저소득층의 물가 부담을 줄여 주겠다 시(市) 소유 식료품점 설립, 시내버스 요금 전면 무료화, 5세 미만 아동 무료 보육, 최저임금 30달러로 인상,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 100만 채 임대료 동결 등 다소 급진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공약에 필요한 재원은 부자 증세로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연 소득 100만 달러 초과 시민에게 2%의 세금을 추가 징수하는 사실상의 ‘부유세’를 신설하고 최고 법인세율을 현 7.25%에서 11.50%로 인상하겠다는 복안이었다. 맘다니 당선인은 이를 통해 올 6월 뉴욕시장 예비선거에서 거물 정치인인 쿠오모 후보를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돌풍을 예고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버니 샌더스(버몬트) 연방 상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뉴욕) 연방 하원의원 등 민주사회주의자 인사들이 그를 특히 강하게 밀었다. 저소득층과 젊은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맘다니 당선인은 본선 여론조사에서도 줄곧 1위를 내주지 않았다. 직전 뉴욕시장 선거 때만 하더라도 투표 자체를 하지 않았던 젊은이들이 대거 쏟아지면서 지난 2일 종료된 사전투표에만 73만 50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는 대통령 선거를 제외하면 역대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이었다. 맘다니 당선인은 뉴욕시장 선거 출구조사에서 45세 미만 유권자 가운데 3분의 2에게 지지를 받기도 했다. NYT에 따르면 맘다니 당선인은 1898년 뉴욕시가 지금 형태의 5개 구로 통합된 이후 가장 젊은 나이로 뉴욕시장으로 당선됐다. 트럼프 당선 1주년에 反트럼프 결집…민주당, 버지니아·뉴저지도 싹쓸이 맘다니 당선인의 승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1주년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여러 해석을 낳았다.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민심이 크게 결집한 중간 평가 결과라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왔다. 맘다니 당선인의 이력만으로 강경 이민 단속, 관세, 이념 전쟁, 가자 전쟁 개입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낼 수 있는 까닭이다. 특히 맘다니 당선인의 뒤를 이은 득표 2위 역시 민주당 경선 결과에 불복해 출마한 쿠오모 후보였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슬리워 공화당 후보는 두 경쟁자와 큰 득표율 격차를 기록하며 3위에 그쳤는데, 뉴욕시가 전통적으로 민주당 세(勢)가 강한 지역임을 감안하더라도 여당으로서는 너무 참담한 성적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아예 맘다니 당선인을 떨어뜨릴 목적으로 같은 당 슬리워 후보에게 노골적으로 사퇴하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이 투표소로 쏟아진 탓에 민주당은 같은 날 뉴욕시장보다 비교적 경합지로 분류되는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도 압승을 거뒀다. 버지니아에서는 민주당 소속 중도 성향 인사인 애비게일 스팬버거(46) 전 연방 하원의원이 57% 안팎을 득표해 42% 수준의 득표율을 기록한 공화당의 윈섬 얼 시어스 부지사를 눌렀다. 민주당은 공화당에서 주지사직을 탈환했고 스팬버거 당선인은 버지니아주의 첫 여성 주지사라는 기록을 썼다. 뉴저지주에서도 민주당 소속 중도 성향의 마이키 셰릴(53) 연방 하원의원이 56% 안팎을 득표하면서 득표율이 43% 수준에 머문 잭 치터렐리 공화당 후보를 제쳤다. 버지니아와 뉴저지주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우세인 ‘블루스테이트’ 지역으로 분류되지만, 지난 대선에서는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 간 격차가 한 자리 수까지 줄었던 곳이다. ‘9·11 테러’ 이후 무슬림 인구 증가…유대계 중심 월가도 ‘긴장’ 맘다니 당선인은 1970년대 석유 파동 이후 월가의 지지를 받지 않고 당선된 첫 뉴욕시장일 수도 있다. 부유층에게 불리한 그의 진보적인 공약도 문제이지만, 유대계 자본이 월가의 주축을 이룬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유대인들은 1800년대 중반부터 유럽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하기 시작해 현 월가의 뿌리가 됐다. 과거 유대인들은 유럽에서 토지 소유 등을 금지당했기에 농업이나 공업에 종사하기가 힘들었다. 유대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는 상업과 기독교 사회가 금지하는 고리대금업 정도였다. 유럽에서 쌓은 고리대금업 경험은 미국으로 이주한 유대인들에게 금융업이라는 거대한 기회를 열었다. 남북전쟁 등을 통해 축적한 유대인 자본은 19세기 후반 골드만삭스, 리먼브라더스 등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의 발판이 됐다. JP모건과 여기서 분사한 모건스탠리 등도 유대계 자본과 밀접하게 협력하며 성장했다. 월가를 중심으로 한 유대계의 막강한 영향력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 이후 이어진 미국의 아낌 없는 지원을 가능케 했다. 2001년 9월 11일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가 일으킨 9·11 테러는 뉴욕시에서 무슬림에 대한 인식을 최악으로 바꾼 일대 사건이었다. 한 동안 뉴욕시에서는 시장 출마는커녕 무슬림에 대한 혐오 범죄만 급증했다. 이후 24년이 지나는 동안 무슬림에 대한 차별 인식은 많이 희석됐다. 이민과 인구 증가로 뉴욕시에서 무슬림 커뮤니티가 한층 커진 점도 한몫했다. 9·11 테러로 인한 차별 대우는 이들의 연대를 외려 더 광범위하고 끈끈하게 만들었다. 현재 뉴욕시에서 유대계 인구는 약 12%, 무슬림 인구는 약 9%로 추정된다. 맘다니 당선인의 종교 문제를 떠나 그의 급진적인 공약도 월가에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급격히 늘릴 경우 글로벌 금융 인재와 기업들이 하나둘 뉴욕시를 떠날 수도 있어서다. 월가 부호들은 지난 7월께 ‘더 나은 미래 시장을 위한 뉴요커들 25’라는 단체를 세우고 맘다니 당선인을 막기 위해 2000만 달러 모금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이미 선거 과정에서 공화당은 물론 재계에서는 맘다니 당선인의 공약을 두고 여러 차례 ‘좌파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이라 규정하며 비판한 바 있다. 그의 급진적인 정책에 관해서는 민주당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실제 뉴욕을 지역구로 둔 유대계 정치인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선거 당일까지 맘다니 당선인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하지 않았다. 정통파 유대교도가 밀집해 거주하는 브루클린 일부 지역은 이번 선거에서 맘다니 당선인에 대한 지지율이 뚜렷하게 낮게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 출신인 쿠오모 후보도 4일 낙선이 확정된 뒤 가진 연설에서 맘다니 당선인을 겨냥해 “반유대주의의 불길을 부채질하는 어떠한 행동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7월 10일 맘다니 당선인을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비판했던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5일에도 CNN에 출연해 “그가 성공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언급했다. 인수위 간부에 ‘빅테크 저격수’…정치 양극화 더 커질 수도 맘다니 당선인의 승리가 내년 11월 미국 중간선거의 풍향계가 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주요 외신들도 장담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 정치 성향을 가진 만큼 맘다니 당선인 역시 너무 먼 반대편에 위치한 까닭이다. 미국은 내년 11월 3일 선거에서 연방 하원 435석 전체, 상원 100석 중 34석, 주지사 50석 중 36석을 새로 뽑는다. 블룸버그통신은 “부유층 세금 인상, 임대료 동결 등으로 노동계급과 중산층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낮추겠다는 맘다니 당선인의 아이디어는 다른 민주당 정치인에게도 공포를 불러일으켰다”며 “그들은 뉴욕 유권자들이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이 내년 중간선거나 2028년 대선 승리를 이끌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외려 맘다니 당선인의 행보가 친트럼프 대통령 성향의 유권자들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내년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양극단으로 민심이 나뉘면서 정치 분열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공화당과 민주당은 공공 의료보험 ‘오바마케어(ACA)’ 보조금 연장안을 두고 아직도 대치를 벌이며 5일 기준으로 셧다운 돌입 36일째를 맞으며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세운 사상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맘다니 당선인은 이날 뉴욕 퀸스 플러싱 메도우스 코로나파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위원회 주요 간부 5명을 모두 여성으로 배치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특히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거대 기술기업(빅테크)의 독과점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빅테크 저격수’ ‘빅테크 저승사자’로 불렸던 리나 칸 전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을 인수위 간부로 선정해 눈길을 끌었다.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테슬라·애플·아마존·구글·메타 등 빅테크를 대표하는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M7)’은 지금도 뉴욕 증시의 전체 시가총액을 좌우하는 기업들이다. 맘다니 당선인은 “선출직 공직자든, 랍비든, 지역사회 지도자든, 이 도시 전역의 유대인 지도자들과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맘다니 당선인을 가리켜 아예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과정 내내 맘다니 당선인을 비방하면서 그가 당선되면 뉴욕시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도 예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메리카비즈니스포럼에서 “의회 민주당이 미국에 어떤 짓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고 싶다면 뉴욕시 선거 결과를 보면 된다”며 “민주당은 이 나라 최대 도시의 시장에 공산주의자를 앉혔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가 수년간 경고했듯이 우리의 적들은 미국을 공산주의 쿠바, 사회주의 베네수엘라로 만들기로 작정했다”며 “우리는 공산주의와 상식 사이에 선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제 공산주의자가 뉴욕에서 어떻게 하는지 보자”며 “우리는 뉴욕이 성공하기를 바라고 어쩌면 약간 도와주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상호관세 위법” 건의만 40건… 트럼프 "패소해도 강행"
국제 정치·사회 2025.11.04 15:15:07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및 펜타닐 관세 적법 여부에 대한 첫 심리를 앞두고 위법 판결을 촉구하는 의견이 쇄도하고 있다. 보수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WSJ)조차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미 헌법 시스템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패소할 경우 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안기는 것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 역시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관세를 계속 부과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3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부과한 상호관세 및 펜타닐 관세 등에 대한 5일 구두변론에 앞서 이 조치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약 40건의 의견서가 연방대법원에 접수됐다. 미국상공회의소는 의견서를 통해 “대·중소기업 등 미국 기업들이 겪고 있는 회복 불가능한 피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초래한 막대한 경제적 영향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 방식이 불러온 불확실성은 기업들의 투자 연기와 소비자들의 구매 보류를 촉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친(親)시장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와 골드워터연구소, 법학 교수, 전직 판사, 현직 의원, 민주당·공화당 행정부에서 근무한 전직 관료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제동을 걸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옹호하는 의견서는 지난주 기준 10건 미만이었다고 FT는 전했다. 앞서 올 4월 미국 와인 수입 업체 등 관세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 5곳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국제무역법원(USCIT)에 소송을 제기했고 1심인 USCIT와 2심인 워싱턴DC 연방순회항소법원은 IEEPA가 ‘광범위한 관세 부과 권한’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며 상호관세 및 펜타닐 관세가 위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WSJ도 사설을 통해 “미국은 50년간 무역적자를 기록해왔고 펜타닐로 인한 사망자 수는 감소해왔다”며 “이런 상황이 어떻게 갑자기 ‘국가비상사태’로 규정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만성 무역적자와 펜타닐을 근거로 미국이 국가비상사태에 처해 있다며 상호관세와 펜타닐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심리 이후 수 주가 걸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만약 행정부가 패소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정책을 밀어붙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패소하더라도) 대통령이 사용할 수 있는 관세 수단들이 있다”며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로이터통신은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150일간 1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무역법 122조, 상거래에서 미국에 차별적 조치를 하는 나라에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관세법 338조 등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만약 대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릴 경우 금융시장은 대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IEEPA에 근거해 9월 23일까지 약 890억 달러(약 128조 원)의 상호관세 및 펜타닐 관세 수입을 거뒀다. 이를 환급하는 과정에서 미 국채시장은 물론 주식시장에 충격이 올 수 있다. 미 정부가 수입 업자에 관세를 환급하는 과정은 수년이 걸릴 수도 있으며 미 정부는 지연된 만큼의 이자를 지급할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는 진단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10월 미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8.7로 전달의 49.1에서 하락했다. 시장의 예상(49.0)도 밑돌며 8개월 연속 위축 국면에 머물렀다. 지수가 50 아래이면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있다고 해석한다. 로이터는 “관세로 공장에 자재를 공급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렸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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