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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망명신청 결정 전면 중단…“국민 안전이 최우선”
국제 정치·사회 2025.11.29 14:21:1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3세계로부터의 이주를 영구히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미국 이민 당국이 모든 외국인의 망명 신청 결정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미 이민국(USCIS)의 조지프 에들로 국장은 28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모든 외국인이 최대한의 심사와 검증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모든 망명 결정을 중단했다”며 “미국 국민의 안전이 언제나 최우선이다”고 말했다. 다만 에들로 국장은 망명 신청 결정 작업을 언제 재개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자들의 비자 발급도 중단했다. 비자 발급 대상자에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을 도운 미국 협력자도 포함된다. 앞서 미 행정부는 지난 6월 포고문을 통해 이란, 예멘,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등 19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전면 금지하거나 부분적으로 제한했다. 다만 미국을 도운 특별 이민 비자 신청자에게는 예외를 적용했는데 이번에 모든 아프가니스탄인의 미국 입국을 막은 것이다. NYT는 “이번 조치로 아프가니스탄인들이 미국으로 들어올 수 있는 마지막 법적 통로가 막혔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모든 제3세계 국가로부터의 이주를 영구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 전날(26일) 워싱턴DC 한복판에서 발생한 주방위군 겨냥 총격 사건을 계기로 반(反)이민 정책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
상장사 24%가 적자…끝없는 中 불황 터널
국제 정치·사회 2025.11.29 08:18:00※[글로벌 모닝 브리핑]은 서울경제가 전하는 글로벌 소식을 요약해 드립니다. 관세 충격에 내수부진·과잉생산 겹쳐…中 상장사 24%가 적자 중국 본토 상장사 4곳 중 1곳이 적자를 기록하며 실물경제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습니다. 올해 1~3분기 누적 기준 적자 기업 비중은 24%로 사상 최고치이며, 부동산과 태양광 업종은 절반가량이 손실을 냈습니다. 상장 부동산 기업의 절반이 적자를 기록했고, 완커 등 대형 개발사의 대규모 손실이 두드러졌습니다. 소비 부진과 공급과잉에 따른 출혈경쟁이 자동차·유통·식품 등으로 확산되며 기업 수익성은 전반적으로 악화됐습니다. 반면 반도체 등 전략산업만 두 자릿수 이익 증가로 선방했습니다. 부동산 침체는 가계 자산의 상당 부분이 묶여 있다는 점에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다시 저가 경쟁과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낳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발 관세 충격으로 대미 수출이 급감하며 기업 실적 부담이 커졌습니다.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와 고정자산 투자가 모두 둔화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소비 부양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정부의 재정 여력은 제한적이라 추가 대규모 부양에는 신중한 기조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佛 "내년 자발적 복무"…군대 키우는 유럽 러시아의 위협과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맞물리며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잇따라 재무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 안보 지원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자, 미국 주도 안보 질서에 대한 의존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는 2026년부터 18~19세 청년을 대상으로 한 자발적 군복무제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병력 규모를 단계적으로 대폭 늘릴 계획입니다. 공식적으로는 징병제 부활을 부인했지만, 군사적 긴장 고조 속에서 사실상 병력 확충의 신호로 해석됩니다. 폴란드는 대규모 무기 도입과 전 국민 군사훈련을 추진하고 있고, 크로아티아는 징병제를 부활했으며 덴마크는 여성까지 징병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독일과 스위스 역시 유사시 징병제 전환이나 여성 의무복무 확대를 검토 중입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잦아지는 러시아의 군사·사이버 도발과 미군의 유럽 주둔 축소가 직접적인 배경입니다. 안보 위기감 속에 군사력 강화 여론은 커지고 있지만, 전투 의지와 재정 부담을 둘러싼 내부 반발도 여전히 공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궁지 몰렸던 트럼프 반등 기회 찾았나…"제3세계 이민 영구중단"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총격 사건을 계기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반이민 정책을 대폭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주 방위군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태에 빠졌으며, 용의자는 과거 CIA에 협력했던 아프가니스탄 국적 남성으로 확인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계기로 제3세계 국가로부터의 이주를 영구 중단하겠다는 강경 방침을 밝히며 불법 이민 단속에 다시 고삐를 죄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자들이 미국의 안보와 사회 질서를 해친다고 주장하며 시민권 박탈과 추방, 비(非)시민에 대한 정부 지원 중단 등을 잇달아 언급했습니다. 국토안보부와 이민국도 바이든 행정부 시절 승인된 망명자를 전면 재검토하고, 이란·아프가니스탄·소말리아 등 19개 ‘우려 국가’ 출신 영주권자에 대한 자격 재조사에 나섰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취임 후 최저 지지율을 기록한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 이슈를 통해 지지층 결집과 국면 전환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
궁지 몰렸던 트럼프 반등 기회 찾았나…"제3세계 이민 영구중단"
국제 정치·사회 2025.11.28 17:35:11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총격 사건으로 주(州) 방위군 한 명이 사망하고 다른 한 명이 중태에 빠진 가운데 용의자가 과거 중앙정보국(CIA)에 조력한 아프가니스탄 국적의 남성인 것으로 밝혀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제3세계로부터의 미국 이주를 영구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가 하면 19개 우려 국가 출신 미국 영주권자의 자격을 전면 재조사하겠다며 불법 이민 단속에 다시 고삐를 죄고 있다. 취임 후 최저 지지율을 찍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이민 정책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수감사절인 27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리조트에서 미군 장병들과 화상 통화를 하며 총격 사건 피해자인 방위군들의 상태를 전했다. 용의자를 “괴물(monster)”이라고 표현하며 “그 역시 상태가 심각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말조차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제닌 피로 워싱턴DC 검사장은 “용의자는 아프가니스탄 국적 남성으로 2021년 9월 미국에 입국한 마눌라 라칸왈(29)”이라고 발표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라칸왈은 과거 미 CIA가 조직·훈련시킨 ‘제로 부대’에 소속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돕는 임무를 수행했다. 2021년 미군 철수 때 라칸왈도 아프가니스탄을 빠져나와 미국에 입국했고 지난해 망명을 신청해 트럼프 행정부 때인 4월 망명 허가를 받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반이민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장문의 글을 올려 “미국 시스템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게 제3세계로부터의 이주를 영구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제3세계 국가가 어디인지, 이주의 영구 중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또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수백만 명에 대해 이뤄진 승인도 종료하겠다면서 “미국의 자산이 아니거나 우리나라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모두 내보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미국 시민이 아닌 이들에 대한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을 중단하고 사회적 평온을 해치는 이민자들의 시민권을 박탈하는 한편 안보상 위험 등을 초래하는 외국인은 추방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직 반(反)이민만이 이 상황을 완전히 치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명 ‘우려 국가’ 출신 외국인의 영주권에 대한 전면 재조사에도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미 국토안보부(DHS)는 이날 바이든 행정부에서 승인한 모든 망명자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조지프 에들로 미 이민국(USCIS) 국장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라며 모든 우려 국가 출신 외국인의 영주권에 대한 전면 재조사를 지시했다고 X(옛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에들로 국장은 자신이 언급한 우려 국가가 어디인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으나 USCIS는 19개국을 특정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들 국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6월 포고문을 통해 해당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을 전면 금지하거나 부분적으로 제한한 나라들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입국 금지 대상국으로 이란·예멘·아프가니스탄·미얀마·차드·콩고공화국·적도기니·에리트레아·아이티·리비아·소말리아·수단 등 12개국을 지목했고 부분 제한국으로 부룬디·쿠바·라오스·시에라리온·토고·투르크메니스탄·베네수엘라 등 7개국을 꼽았다. 이들 국가 가운데 아프가니스탄의 경우 전날 주 방위군 병사 2명을 쏜 총격범의 출신국이다. USCIS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영상 메시지 직후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 신청자들에 대한 심사를 무기한 중단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북동부의 소말리아도 트럼프 대통령이 주 방위군 총격 사건 이후 거론한 나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
트럼프 "총격당한 주방위군 병사 2명 중 1명 사망"
국제 정치·사회 2025.11.28 08:50:5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서 발생한 총격으로 중태에 빠진 주방위군 2명 중 한 명이 사망했다고 27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팜비치 자택임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추수감사절을 맞아 진행한 미 장병들과의 화상 통화에서 “불행하게도 방금 전 주방위군 병사 중 한 명인 새라 벡스트롬(20, 여)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격을 받은 또 다른 병사인 앤드루 울프(24·남)가 여전히 위독하다고 전하며 "그에 대한 더 나은 소식을 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주요 외신에 따르면 26일 총격 사건의 용의자는 아프가니스탄 국적 남성 라마눌라 라칸왈(29)으로 밝혀졌다. 라칸왈은 과거 미 CIA가 조직, 훈련시킨 '제로 부대' 소속으로 활동했다. 제로부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도와 탈레반 등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습격해 체포, 살해하는 전투 임무를 수행했다. 지난 2021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때 라칸왈도 CIA와 협력한 전력으로 아프가니스탄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라칸왈은 2021년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으로 데려온 아프가니스탄 난민 7만 6000명 중 한 명이며 지난해 미국 망명을 신청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인 지난 4월 망명 허가를 받았다. 라칸왈의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라칸왈의 어린 시절 친구를 인터뷰해 그가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받고 있었으며 제로 부대가 일으킨 인명 피해로 불안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미 연방수사국(FBI)는 이날 라칸왈의 워싱턴주 자택을 수색해 휴대전화와 노트북, 아이패드 등 전자기기를 압수하고 친척 등을 조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반이민 정책에 고삐를 죄고 있다. 조세프 에들로 미 이민국(USCIS) 국장은 X에 "대통령 지시에 따라 '우려 국가' 출신에 발급된 모든 영주권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적었다. 우려국가는 총 19개로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차드, 콩고공화국, 적도기니, 에리트레아, 아이티, 이란,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예멘, 부룬디, 쿠바, 라오스, 시에라리온, 토고, 투르크메니스탄, 베네수엘라 등이다. 미 국토안보부도 이날 CNN에 바이든 행정부가 승인한 모든 망명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
"용의자는 과거 CIA 조력자"…트럼프 "19개 우려국 영주권 재조사"
국제 정치·사회 2025.11.28 07:37:26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 하루 전인 지난 26일(현지 시간) 수도 워싱턴DC에서 총격을 가해 주방위군 2명을 중태에 빠뜨린 용의자가 과거 미 중앙정보국(CIA)에 조력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9개 우려국가 국민에 대한 영주권을 재조사하겠다고 말하는 등 총격사건 후 반이민 정책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27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워싱턴DC 검사장은 관계기관 합동 브리핑에서 총격 용의자가 아프가니스탄 국적 남성 라마눌라 라칸왈(29)이라고 밝혔다. 라칸왈은 과거 미 CIA가 조직, 훈련시킨 '제로 부대' 소속으로 활동했다. 제로부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도와 탈레반 등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습격해 체포, 살해하는 전투 임무를 수행했다. 지난 2021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때 라칸왈도 CIA와 협력한 전력으로 아프가니스탄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라칸왈은 2021년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으로 데려온 아프가니스탄 난민 7만 6000명 중 한 명이며 지난해 미국 망명을 신청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인 지난 4월 망명 허가를 받았다. 라칸왈의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라칸왈의 어린 시절 친구를 인터뷰해 그가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받고 있었으며 제로 부대가 일으킨 인명 피해로 불안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미 연방수사국(FBI)는 이날 라칸왈의 워싱턴주 자택을 수색해 휴대전화와 노트북, 아이패드 등 전자기기를 압수하고 친척 등을 조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반이민 정책에 고삐를 죄고 있다. 조세프 에들로 미 이민국(USCIS) 국장은 X에 "대통령 지시에 따라 '우려 국가' 출신에 발급된 모든 영주권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적었다. 우려국가는 총 19개로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차드, 콩고공화국, 적도기니, 에리트레아, 아이티, 이란,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예멘, 부룬디, 쿠바, 라오스, 시에라리온, 토고, 투르크메니스탄, 베네수엘라 등이다. 미 국토안보부도 이날 CNN에 바이든 행정부가 승인한 모든 망명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
[트럼프 스톡커] 구글 제미나이3 돌풍, 챗GPT '3년 천하' 끝내나
국제 정치·사회 2025.11.26 01:30:00지난 2022년 11월 30일(현지 시간)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의 포문을 열며 기술 혁명의 대명사로 통하던 ‘챗GPT’의 아성이 3년 만에 흔들리고 있다. 검색엔진과 운영체제(OS) 공룡인 구글이 제미나이의 성능을 급격하게 끌어올리면서 AI 혁명의 후발 주자에서 선두로 올라설 조짐을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지난 18일 구글이 ‘제미나이 3’을 공개한 뒤부터는 오픈AI의 챗GPT가 기술 경쟁에서 밀리게 된 게 아니냐는 진단까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월가에서도 오픈AI의 핵심 협력사인 엔비디아에 투자했던 자금을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으로 돌리려는 분위기가 강하게 감지되고 있다. ‘AI 거품론’이 증시에 여전히 남은 상태에서 최종 승자가 될 기업을 가리려는 월가 투자자들의 셈법이 한층 더 복잡해진 모양새다. AI 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아직은 엔비디아 의존도가 높은 한국 반도체 기업의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 ‘제미나이 3’ 잇딴 찬사에 ‘나홀로’ 강세…엔비디아·MS 하락 속 시총 3위 ‘껑충’ 24일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4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55%, 나스닥종합지수는 2.69% 오르며 21일에 이어 2거래일 연속 상승 곡선을 그렸다. 특히 나스닥지수는 지난 5월 12일(4.35%)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며 최근 부진을 만회했다. 이날 뉴욕 증시의 상승세를 이끈 기업은 단연 구글이었다. 알파벳은 6.31% 뛰어올라 전체 기술주 강세를 이끌었다. 알파벳은 특히 최근 AI 거품론 속에서도 주가를 강하게 방어하며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알파벳은 올 9월 15일 상장 21년 만에 처음으로 시가총액 3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이달 21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까지 제치고 시총 3위 기업으로 뛰어올랐다. 지난달 말만 해도 281.19달러에 불과했던 주가는 이달 들어 13.3% 이상 치솟으면서 24일 318달러를 넘어섰다. 알파벳의 시총 규모(3조 8437억 달러)는 이제 2위인 애플(4조 771억 달러)에도 바짝 다가섰다. 이는 이 기간 시총 1위 기업인 엔비디아가 3분기(8~10월) 호실적에도 거품론를 극복하지 못하고 9.8% 떨어진 것과는 크게 대비되는 행보다. 오픈AI와 연관된 또 다른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도 이달 들어 24일까지 8.5% 추락했다. 구글에 뭉칫돈이 몰리는 데에는 이달 18일 출시한 제미나이 3의 영향이 컸다. 구글은 출시 첫날부터 제미나이 3을 자사 검색 서비스에 곧바로 적용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용자들이 구글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한 뒤 ‘AI 모드’ 탭을 누르기만 하면 손쉽게 제미나이 3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구글이 AI 전략을 바꿨음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였다. 이전까지 월가에서는 구글이 핵심 매출원인 검색 광고 부문의 손해를 피하기 위해 AI를 소극적으로 도입한다고 의심했다. 제미나이 3은 구글이 AI를 통해 검색 부문의 지배력까지 강화할 수 있다는 기대를 낳기에 충분했다. 구글 검색의 AI 모드는 미국 시장부터 먼저 적용하고 한국 등 다른 국가에는 순차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18일 제미나이 3을 공개하며 “전례 없는 수준의 깊이와 어감(뉘앙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된 최첨단 추론 능력을 갖췄다”며 “출시 첫날부터 제미나이 모델을 검색에 적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구글은 제미나이 3을 인간의 과제를 대신하는 AI 에이전트로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구글 안티그래비티’도 이날 함께 선뵀다. 제미나이 3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응도 올 3월 제미나이 2.5를 선보였을 때보다 훨씬 열광적이었다. 이는 지난 8월 7일 혹평을 받았던 오픈AI의 GPT-5와 비교해도 판이하게 다른 반응이었다. 제미나이 3은 이용자가 직접 평가하는 ‘LM아레나 리더보드’에서 기존 수위권이었던 그록 4.1과 제미나이 2.5프로를 제치고 1501점으로 정상을 차지했다. 또 가장 어려운 AI 성능 평가로 불리는 ‘인류 마지막 시험’에서도 37.5%의 최고 점수를 받아 제미나이 2.5 프로(21.6%)와 GPT-5.1(26.5%)을 모두 뛰어넘었다. 경시대회 수준의 수학 문제 가운데 가장 어려운 항목으로 구성된 ‘매스아레나 에이펙스’에서도 기존 최고 점수인 5.21%를 크게 웃도는 23.4%를 기록했다. 4~5년 뒤 컴퓨팅 용량 1000배로…데이터센터 투자 넘어 칩 성능 개선 박차 구글에 대한 기대는 제미나이 3 출시에 따른 일회성 이슈로 그치지 않았다. 이 회사가 광범위한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기반으로 이미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투자 여력과 기술 협업 생태계 조성 측면에서 경쟁사를 앞설 수 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21일 CNBC가 공개한 아민 바흐다트 구글 클라우드 부사장의 ‘AI 인프라’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업은 경쟁사를 따돌리기 위해 컴퓨팅 능력 향상에 사활을 걸고 있다. CNBC에 따르면 바흐다트 부사장은 지난 6일 전사 회의에서 이 보고서를 공유하며 “6개월마다 컴퓨팅 용량을 두 배로 늘려야 하고, 4∼5년 뒤에는 1000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흐다트 부사장은 이어 “기본적으로 같은 비용과 전력·에너지로 1000배 높은 용량과 컴퓨팅, 네트워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데이터센터 등 물리적 인프라 확충뿐 아니라 자체 개발한 AI 칩 성능 개선으로도 처리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 모델 성능을 물리적 투자로만 향상시키는 게 아니라 자체적인 기술 발전으로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피차이 CEO는 과잉 투자를 우려하는 한 직원의 질문에 “이런 시기에는 투자 부족의 위험이 매우 크다”고 맞받아쳤다. 피차이 CEO는 “내년 AI 시장은 경쟁이 치열할 것이고 분명히 기복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구글의 재무 건전성을 언급하며 “우리는 다른 기업들보다 실수를 더 견딜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월가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챗GPT에 뒤처진다고 평가받던 구글의 AI 기술에 대한 시각을 바꾼 지점은 또 있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 보유 변화다. 1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버크셔 해서웨이는 AI 대응에 부진한 애플 주식을 지난 3분기 추가 매도해 지분 보유량을 기존 2억 8000만 주에서 2억 3820만 주로 줄였다. 그 대신 알파벳 주식을 43억 달러(약 6조 3500억 원)어치 새로 매집해 보유량을 1785만 주로 늘렸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제미나이 3이 출시되기 전 시범 서비스를 미리 접한 뒤 지난달 회사 직원들에게 메모를 공유하고 “구글의 AI 발전이 회사에 일시적인 경제적 역풍을 일으킬 수 있다”며 “당분간 분위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xAI를 설립해 ‘그록’을 개발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이례적으로 “축하한다”는 말을 남기며 제미나이 3의 성과를 인정했다. ‘앤스로픽과 파트너십’ MS, 오픈AI 의존도 줄여…‘순환 거래’ 우려도 여전 구글과는 반대로 오픈AI와 챗GPT의 위상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오픈AI는 올트먼 CEO와 그렉 브록먼 오픈AI 회장, 머스크 CEO가 구글에 대항하기 위해 2015년 비영리 단체로 만든 조직이다. 2022년 11월 30일 챗GPT를 세상에 처음 선보인 뒤 승승장구한 덕분에 지금은 비영리 재단이 영리 추구 자회사를 지배하는 식으로 조직 구성이 복잡하게 바뀌었다. 월가에서 추산하는 오픈AI의 기업가치는 무려 5000억 달러(약 737조 원)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비상장 회사 가운데서는 최대 규모다. 실제 오픈AI의 초기 투자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18일 앤스로픽, 엔비디아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으며 일종의 ‘보험’을 들었다. 해당 협약으로 엔비디아는 100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는 50억 달러, 총 22조 원가량을 앤스로픽에 투자하기로 했다. 오픈AI 출신들이 2021년 설립한 앤스로픽은 그간 구글과 아마존에서 주로 투자를 받았다. 앤스로픽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클라우드 서비스 300억 달러(약 44조 3000억 원)어치를 구매해 컴퓨팅 용량을 최대 1기가와트(GW)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AI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 고객에게 앤스로픽의 모델 ‘클로드’를 제공한다. 대상 클로드 모델은 소넷 4.5, 오퍼스 4.1, 하이쿠 4.5 등이다. 클로드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등 세계 3대 클라우드 서비스 모두에서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AI 모델이 됐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앤스로픽의 모델을 사용하고 그들은 우리의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함께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께 협약을 맺은 엔비디아는 앤스로픽 모델이 성능·효율성·비용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하는 설계와 엔지니어링 작업에 참여한다. 앤스로픽은 엔비디아의 ‘그레이스 블랙웰’ ‘베라 루빈’ 등을 활용해 1GW 규모의 컴퓨팅 자원을 활용한다. 앤스로픽이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를 받고, 이 투자금으로 다시 엔비디아의 칩을 장착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를 구매하는 일종의 ‘순환 거래’ 계약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19일 이 거래를 가리켜 “2022년 말 챗GPT를 출시한 이후 넘어서야 할 존재였던 오픈AI의 지배력이 위협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면서 구글의 제미나이 3을 두고는 “엔비디아 반도체 대신 자체 칩으로 훈련하는 덕분에 오픈AI보다 잠재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픈AI와 엔비디아가 마주한 그래픽 처리장치(GPU) 감가 연한 논란 등에서 구글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진단이었다. 금융투자 회사 DA 데이비슨의 길 루리아 분석가도 이날 로이터통신에 “이번 협력의 핵심 요소는 AI 경제가 오픈AI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엔비디아가 올 9월 22일 오픈AI와 손잡고 최대 1000억 달러(약 140조 원)를 투자해 10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계획에 대해서도 월가는 여전히 순환 거래 의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19일 젠슨 황 CEO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순환 거래 문제와 거품론을 정면 반박했음에도 월가는 다음날 엔비디아를 대량으로 매도했다. CNBC에 따르면 올트먼 CEO는 지난 8월 기자들과 만난 저녁 자리에서 15초 동안 ‘거품’이란 표현을 세 차례나 반복하고 “이미 통제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하며 AI 거품론을 스스로 먼저 띄웠다. 이코노미스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픈AI를 중심으로 한 순환 거래가 시장을 매료시켰으나, 이제 투자자들은 이에 대해 겁을 먹고 있다”고 전했다. 12월 성적 대화 규제 완화…챗GPT 미래, ‘엔비디아 의존’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영향 AI 경쟁의 압박이 심해지자 오픈AI도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전략을 시도하고 나섰다. 올트먼 CEO는 지난달 14일 X에 글을 올리고 “12월에는 연령 제한 기능을 더 완전히 도입하면서 ‘성인 이용자는 성인답게 대하자’는 원칙에 따라 인증된 이에게는 성애 콘텐츠(erotica) 같은 훨씬 더 많은 것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올트먼 CEO는 같은 달 15일에도 X에 글을 쓰고 “우리는 세계에서 선출된 도덕 경찰이 아니다”라며 비판 여론을 반박했다. 오픈AI는 이달 20일 데이터센터용 하드웨어 개발을 위해 대만 폭스콘(홍하이정밀공업)과도 손을 잡았다. 미국 내 시설에서 데이터센터 장비를 생산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잠재적 관세를 피하겠다는 목적의 협업이다. 오픈AI는 AI 산업의 하드웨어 수요 정보를 공유하고, 폭스콘은 하드웨어 설계·제조를 맡는다. 오픈AI는 현재 브로드컴과도 협업하면서 자체 맞춤형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구글과 오픈AI·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AI 생태계의 미래는 한국 기업과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앞서 올트먼 CEO는 지난달 1일 한국을 방문해 오픈AI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투자 의향서(LOI)를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와 각각 체결한 바 있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가 소프트뱅크, 오라클과 함께 5년간 500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전역에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올트먼 CEO는 같은 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도 이재명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과 만나 미래 협업 문제를 논의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HBM 제품의 주요 매출처가 엔비디아에 쏠린 점도 우리 경제에는 변수다. 구글이 제미나이의 시스템을 자체 개발 추론 칩 텐서처리장치(TPU)를 중심으로 구축하면서 엔비디아 GPU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춘 까닭이다. 구글 TPU 설계·제조의 핵심 협력 회사는 주가가 24일 하루에만 11.10% 치솟은 브로드컴과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다. 구글 TPU의 사용 증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도 HBM 공급 다변화·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제미나이 3 출시를 기점으로 AI 모델 간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지면서 최종 승자 유력 후보에 대한 월가의 투자 쏠림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기준으로 챗GPT의 주간활성이용자 수는 약 8억 명으로 아직은 제미나이보다 훨씬 많은 상태다. 제미나이는 같은 시기 주간이 아닌 월간활성이용자 수조차 약 6억 5000만 명 정도 밖에 안 된다. 관건은 구글이 제미나이를 검색엔진, 유튜브, 지도 등 거대한 자체 데이터 생태계에 얹으면서 기존 경쟁 구도에 균열을 낼 수 있는가다. 구글은 아직 수익도 못 내는 오픈AI보다 재무 건전성에서는 크게 앞서고, 엔비디아 칩과 같은 외부 제품·서비스에는 덜 의존한다. AI 거품론이 커질수록 주식시장에서 그나마 반사 이익을 얻는 기업은 단기적으로 구글이 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꿈의 배터리' 고용량 전고체 광저우차, 中서 첫 시범 생산
국제 정치·사회 2025.11.24 18:04:08중국 5대 완성차 업체 중 하나인 광저우자동차그룹(GAC)이 중국 최초로 고용량 전고체 배터리 시범 생산에 돌입하며 상용화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 측 계획대로 대량 양산까지 이어질 경우 세계 1위 배터리 제조 업체인 닝더스다이(CATL)를 제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24일 관영 중국증권보 등에 따르면 GAC는 최근 광저우시 판위구에 전고체 배터리 생산라인 구축을 마치고 소규모 시험 생산을 시작했다. 60Ah(암페어시) 이상 자동차용 전고체 배터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차량용 전고체 배터리의 용량은 대부분 20~40Ah 수준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500㎞ 주행 차량에 이번에 개발된 배터리를 적용할 경우 1000㎞ 이상 주행도 가능하다”면서 “내년 소규모 차량 장착 시험을 거쳐 2027~2030년 단계적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액체 대신 고체 전해질을 이용해 화재 발생 가능성은 낮추면서 에너지밀도는 높일 수 있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아직까지는 개발 초기 단계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이 2030년 전후를 양산 목표로 삼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 1·2위 배터리 업체인 CATL과 비야디(BYD)도 2027년 시제품 생산, 2030년 양산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GAC가 제시한 일정대로 대규모 양산에 성공할 경우 배터리 시장 판도에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직까지 초기 단계인 만큼 향후 성능·수율 등이 검증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3사도 60Ah와 유사한 수준으로 개발 중”이라며 “단락 없는 양품 셀이 얼마나 나오는지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실제 상용화까지는 10년 이상 걸릴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 경쟁력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의 액체·반고체 배터리보다 4~6배 비싸 시장성이 떨어진다. 이에 일본 파나소닉은 최근 내부적으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성공해도 전동공구 등 소규모 제품에 그칠 것이란 메시지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삼성SDI가 2027년 개발 일정을 고수하며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은 각각 2029년, 2030년 양산 목표를 제시하며 상대적으로 신중한 모습이다. -
"빅테크 아성 무너뜨린 비만약" 일라이 릴리 '1조 클럽' 입성
산업 산업일반 2025.11.24 06:38:00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며 제약업계 새 역사를 썼다. 애플,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1조달러 클럽'에 제약사로는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기술주가 아닌 제약주가 이 같은 기록을 세운 것은 비만치료제 시장의 폭발적 성장세를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일라이 릴리 주가는 21일(현지시간) 장중 1066.65달러까지 치솟으며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제약업계 최초이자, 비(非)기술기업으로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에 이어 두 번째다. 현재까지 미국 기업 중 시총 1조달러를 돌파한 기업은 총 10곳이다. 1위부터 8위까지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 모두 빅테크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릴리의 시총 1조달러 돌파가 제약업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릴리 주가는 올해 들어 35% 이상 급등했다. 미국 의학전문지 바이오스페이스에 따르면, 릴리의 시가총액은 11월 9900억 달러를 넘어섰는데 이는 BMS, GSK, 머크, 노보 노디스크, 사노피,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 6곳의 시가총액을 합친 규모와 맞먹는다. 릴리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 제품은 비만·당뇨 치료제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다. 두 제품은 미국 신규 환자 시장에서 70~7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경구용 GLP-1 후보물질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면 릴리는 세계 최초의 먹는 비만 치료제 보유사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업계에서는 릴리의 '비만약 삼총사'의 글로벌 매출이 최대 101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포글리프론의 첫해 예상 매출만 약 5억 달러에 이른다. 특히 오포글리프론은 제조 비용이 저렴한 소분자 의약품으로 개발돼 대량 생산이 용이하고 시장 가격 변동에도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비만치료제 시장은 당초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가 선도했으나, 공급 부족으로 공백이 생긴 사이 릴리가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특히 릴리는 마운자로가 GIP·GLP-1 수용체에 모두 작용하는 이중작용제라는 점을 앞세웠다. 위고비는 GLP-1에만 작용하는 단일작용제다. 릴리의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는 체중감량 효과와 생산·유통 확대에서 우위를 확보하며 올 3분기 위고비 매출을 추월했다. 올 3분기 마운자로 매출은 전년 대비 109% 급증한 65억 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젭바운드 매출은 전년 대비 184% 성장한 35억 9000만달러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젭바운드와 마운자로를 합쳐 약 257억 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행정부의 비만치료제 가격 인하도 오히려 릴리에게 기회가 됐다. 이달 6일 미국 백악관은 젭바운드와 위고비 가격을 대폭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릴리의 수익 감소를 우려했으나, 오히려 더 넓은 고객층 확보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격 하락으로 환자 접근성이 확대되면서 시장 저변이 넓어질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다만 릴리는 향후 젭바운드와 마운자로의 특허 만료에 따른 바이오시밀러와 제네릭 의약품의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업계에서는 릴리가 소비자 직접 판매 플랫폼인 '릴리 다이렉트'를 통해 유연한 가격 정책을 펼치며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李 순방' 중동·북아프리카, K방산 '새 무대'로
산업 기업 2025.11.23 13:10:51이재명 대통령이 순방 중인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이 K방산의 ‘기회의 땅’으로 떠오른 가운데 시장 공략을 위해선 정교한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23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중동 주요국의 방위산업 동향 및 시사점’에 따르면 한국의 대(對)중동 무기 수출 규모는 2019년 2억 4106만 달러(약 3550억 원)에서 지난해 7억 4748만 달러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이 기간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무기 수출에서 미주 비중은 77.1%에서 52.2%로 하락한 반면 아시아 비중은 9.5%에서 18.3%로 상승했다. 보고서는 “중동 지역이 무기 공급처를 다변화하면서 아시아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은 최근 5년간 전 세계 무기 수입의 27%를 차지하는 등 주요 방산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0~2024년 세계 10대 무기 수입국에서도 카타르(3위), 사우디아라비아(4위), 이집트(8위), 쿠웨이트(10위) 등 4개 국가가 포함됐다. 예산 측면에서도 중동·북아프리카 국방비는 지난해 2206억 달러로 전 세계 국방비의 약 9.5%를 차지했으며, 전년 대비 증가율은 15.6%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이 대통령이 17∼19일 국빈 방문한 아랍에미리트(UAE)는 역내 국방비 지출 2위국으로,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1.6% 증가한 299억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군사 역량을 꾸준히 강화해온 UAE는 25개 국영기업을 통합한 EDGE그룹을 중심으로 방산 수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에 국내 업계로선 단순히 무기 수출뿐 아니라 전략적인 현지화가 UAE 시장 전략 방향으로 대두되고 있다. 실제 한화(000880),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 등이 최근 EDGE그룹과 공동 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합작회사 설립도 검토하는 등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중동·북아프리카에서 장비 교체 수요가 커지고 있는 상황은 국내 방산기업의 현지 진출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중동 6개국(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이란·이스라엘·UAE·이라크)의 전략자산 8440기 가운데 약 70%가 노후화 등으로 교체가 필요한 상황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한국 기업은 미국·유럽산 대비 가격 경쟁력, 납기 준수 능력, 무기 확장성 등의 이유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단순 수출이 아닌 합작법인 설립 등을 통해 현지에서 조립·생산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정부 지원과 관련해선 “수출 계약 체결·이행을 위한 금융 지원, 연구개발 환경 개선, 정부 간 수출 계약 거버넌스 구축, 주요국과의 방산 협력 강화 등이 긴요하다”고 덧붙였다. -
"포르쉐 제쳤다"…제네시스, 美매체 '최고의 럭셔리 車브랜드' 선정
문화·스포츠 자동차 2025.11.23 11:49:47출범 10주년을 맞은 제네시스가 미국 유력 매체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에서 선정하는 '2026년 최고의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에 올랐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 이달 20일(현지시간) 2026년 최고의 자동차 브랜드 어워즈의 럭셔리, SUV, 승용, 트럭, 전동화, 럭셔리 전동화 등 총 6개 부문별 수상 브랜드를 발표했다. 올해는 39개 자동차 브랜드가 판매하는 전체 차량을 대상으로 안전성 평가, 신뢰도 데이터 분석, 자동차 전문 매체의 종합 의견 등을 반영해 평균 점수를 산출하고 각 부문별 최고점을 받은 브랜드에 시상했다. 제네시스는 뛰어난 품질과 안전, 세련된 디자인과 편의 기능에 더해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최종 후보에 나란히 오른 포르쉐를 제치고 '최고의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란 타이틀을 품었다. 특히 제네시스 대형 세단 'G90'은 종합 점수 10점 만점에 9.6점을 기록해 '거의 완벽한 럭셔리 대형 세단'이란 찬사를 받았다. 준대형 세단 'G80'과 중형 SUV 'GV70'도 동급 최고 순위를 차지해 이번 수상을 이끌었다. 알렉스 크완텐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 편집장은 "제네시스는 지난 10년간 세계적인 수준의 차량과 프리미엄 고객 경험을 꾸준히 선보였다"며 "다른 럭셔리 브랜드를 압도하는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다"고 평했다. 테드 멘지스테 제네시스 북미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제네시스는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과 첨단 기술, 정교한 주행 경험을 결합한 차량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번 수상은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증거"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자동차도 팰리세이드와 투싼 등의 활약에 힘입어 2년 연속 '최고의 SUV 브랜드'로 선정됐다. 현대차는 동일 매체의 '2025년 최고의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어워즈'에서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투싼 하이브리드 등 3개 차종이 선정돼 2년 연속 완성차 브랜드 기준 최다 수상을 달성했다. 한편 제네시스는 프랑스 르 카스텔레의 폴 리카르 서킷에서 '마그마 월드 프리미어' 행사를 열고 고성능 마그마의 첫 양산 모델인 'GV60 마그마'를 이달 20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제네시스는 GV60 마그마를 필두로 한 라인업으로 스포츠카 분야에서 성능과 감성이 결합한 '럭셔리 고성능'이라는 새 영역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 2030년 제네시스의 판매 목표인 35만대의 5%가량을 마그마 라인업으로 채운다는 목표도 세웠다. 제네시스 최초의 서브 브랜드인 마그마는 화산 폭발 전 지하 깊은 곳에 고온, 고압 상태로 들끓고 있는 암석으로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에너지’를 상징한다. -
15세기 쿠란 필사본, 14세기 천문관측 도구…국립중앙박물관, ‘이슬람실’ 문열어
문화·스포츠 문화 2025.11.21 17:35:49전세계 무슬림(이슬람교도) 인구는 20억 명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인류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다. 또 우리나라가 교류를 확대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많은 국가가 이슬람을 주요 종교로 하고 있다. 국내 거주 외국인 가운데 무슬림 인구도 약 30만 명이다. 그럼에도 아직은 다소 낯선 이슬람 문화를 제대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은 22일부터 상설전시관 3층 세계문화관에 ‘이슬람실’을 선보인다고 21일 밝혔다. 국내 국립박물관에 정규 이슬람실이 생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중동 국가인 카타르의 도하 이술람예술박물관(MIA)과 함께 이슬람실에서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을 주제로 한 83건의 유물을 소개한다. 전시는 장기 특별전 형식으로 내년 10월까지 계속된다. 이번 행사를 위해 방한한 샤이카 나세르 알 나스르 이슬람예술박물관장은 “이슬람 문명이 언제나 세계와 소통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카타르와 한국의 관계가 더욱 깊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7~19세기 이슬람 미술을 종교·문화·궁정 등 3가지 주제로 제시한다. 주요 전시물로는 최초의 이슬람 왕조인 우마이야 왕조(661~750) 때로 추정되는 초기 쿠란 필사본, 티무르 제국 시기의 쿠란 대형 필사본(15세기 초), 종교 공간을 장식하며 기도 방향(메카)을 제시했던 미흐랍 석판(14세기 초) 등이 있다. 나스르 왕조(1232~1492) 시기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아스트롤라베는 천문을 관측하는 도구로 섬세하고 정교한 공예 기법이 돋보인다. 이란의 사파비 왕조(1501~1736) 때의 어좌용 카펫과 ‘왕들의 책’인 샤나메 필사본 등도 있다. 이슬람 전통 ‘다마스쿠스 귀족의 응접실’을 영상을 활용해 꾸민 공간도 볼 만하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시대와 지역을 넘어 찬란하게 꽃 피운 이슬람 문화를 바르게 이해하고 다양성과 공존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네이처셀, 美에 4400억투자…줄기세포 생산거점 구축
국제 정치·사회 2025.11.21 06:32:35생체줄기세포 전문 바이오기업 네이처셀이 퇴행성관절염 줄기세포치료제의 미국 현지 생산 거점을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에 구축하기로 했다. 총 3억달러(약 4400억원)을 투자해 2031년까지 줄기세포치료제 ‘조인트스템(JointStem)’ 100만 명분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라정찬 네이처셀 회장은 2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네이처셀이 3억달러를 들여 볼티모어시에 줄기세포치료제 연구 및 생산 시설인 '바이오스타 스템셀 캠퍼스'(BIOSTAR Stemcell Campus)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 회장은 “이곳을 난치병을 치료하는 베이스캠프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사에는 해리 코커 메릴랜드주 상무장관 등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내년 초 착공하는 캠퍼스는 10만ft²(평방피트) 규모로 2031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며 조인트스템 100만명분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 확보를 목표로 한다. 조인트스템이란 비수술적 방식의 주사제로, 환자 본인의 줄기세포를 활용해 손상된 무릎 연골을 재생시키는 세포치료제다. 네이처셀은 미국 규제 당국인 식품의약국(FDA)와 조인트스템 판매 승인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8일 FDA와 3상 임상시험 관련 협의를 했다. 라 회장은 "FDA와의 미팅에서는 저희가 3상으로 가는 데 특별한 장애물은 없다는 게 서로 합의됐다"면서 "내년 초에 우리가 3상에 들어가는 게 확정됐다고 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처셀은 볼티모어 캠퍼스가 완공되면 현지에서 약 500개의 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볼티모어 시민들을 채용할 계획이며 한국에서 전문가를 데려와 현지 직원들을 교육할 예정이다. 코커 메릴랜드주 상무장관은 "메릴랜드는 5000개 이상의 생명과학 기업이 모여 있는 미국 내 최대 바이오의약품 클러스터"라며 "첨단 혁신 기업이 자리잡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역설했다. 또 "메릴랜드는 네이처셀이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는 것을 지원할 준비가 됐다"고 덧붙였다. -
[트럼프 스톡커] 버핏·孫도 'M7' 손바꿈, 끝없는 '에브리싱 다운'
국제 정치·사회 2025.11.19 06:31:27인공지능(AI) 관련주를 둘러싼 ‘거품론’과 미국발(發) 경기 불확실성 우려가 뉴욕 월가를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이달 들어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가격이 모두 하락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 등 이른바 글로벌 ‘큰손’들이 AI 관련주 투자를 청산하거나 유망 종목으로만 투자를 좁히는 행보를 보이면서 금융시장도 혼란을 겪는 분위기다. 월가에서는 특히 주요 거대 기술 기업(빅테크)들이 최근 천문학적인 규모의 빚까지 내면서 AI 데이터센터 등에 투자하는 행태를 못 미더워하고 있다. 모든 기업들이 미래 수익으로 현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데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금리 인하 가능성이 줄어들어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게 된 데다 중국이 강하게 도전장을 내미는 부분도 공격 투자에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월가는 미국의 물가, 고용, 금리, 관세 불확실성을 조심스럽게 지켜보면서 19일(현지 시간) 장 종료 후 발표될 세계 최대 시가총액 기업 엔비디아의 3분기(8~10월) 실적에 일단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감가상각 기간을 시장에 어떻게 해명하느냐에 따라 투자 자산 가격의 단기 흐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發 ‘에브리싱 다운’…아시아 증시부터 비트코인, 금까지 무너져 18일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 종합지수는 각각 전 거래일보다 1.07%, 0.83%, 1.21% 하락했다.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3분기 실적 공개를 하루 앞두고 2.70% 내린 것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2.70%), 아마존(-4.37%), 구글 모회사 알파벳(-0.20%), 브로드컴(-0.63%), 메타(-0.72%), 테슬라(-1.90%) 등이 줄줄이 내림세를 보였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시장 기준으로만 보면 지난 14일 0.13% 반짝 강보합으로 마감한 것을 제외하고 사실상 11일부터 5거래일째 약세장에서 헤매고 있다. 역대 최고치인 지난달 29일(2만 3958.47)과 비교하면 6.4%나 하락했다. 17일 S&P500 지수와 나스닥지수는 138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50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내려갔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기록을 넘어선 최장 기간 행진을 마감했다. 최근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시장은 뉴욕 증시뿐이 아니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장중 한때 8만 9200달러까지 내려가 상호관세 발표로 폭락했던 지난 4월 이후 7개월 만에 최저가로 떨어졌다. 지난달 6일 사상 최고치(12만 6251달러)와 비교하면 30% 가까이 주저앉았다.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얻은 30% 이상의 상승분을 모두 내줬다. 가상자산 시장분석 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1만 8000개 이상의 가상화폐 시총은 지난달 6일 이후 1조 2000억 달러(약 1760조 원) 넘게 증발했다. 올해 내내 안전자산으로서 상승 곡선을 그린 금도 투자 심리 악화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18일 금 현물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4000달러 초반까지 떨어지며 추세적인 약세를 보였다. 지난달 20일 4350달러를 넘은 것과 비교하면 한 달도 안 돼 8%가량 급락했다. 금 현물가가 트로이온스당 3000달러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달 9일이 마지막이다. 뉴욕 증시의 부진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식시장까지 강타했다. 18일 코스피지수는 3.32% 급락하면서 이달 7일 이후 7거래일 만에 3000대로 내려왔다. 일본 닛케이 225 평균주가도 3% 넘게 빠지며 5만 선 밑으로 떨어졌고 대만 자취안지수(-2.52%), 홍콩항셍지수(-1.86%), 상하이종합지수(-0.81%), 선전종합지수(-1.04%) 등도 줄줄이 하락 마감했다. ‘M7’ 투자 축소 나선 월가 대형 헤지펀드들…손정의, 피터 틸은 엔비디아 전량 매도 최근 금융시장을 부진의 늪에 빠뜨린 최대 요인은 AI 거품론이다. 특히 월가의 초대형 헤지펀드들이 지난 3분기(7~9월)부터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테슬라·애플·아마존·구글·메타 등 ‘매그니피센트7(M7)’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나섰다는 소식에 투자 심리가 급속히 악화됐다. 17일 로이터통신은 헤지펀드들이 지난 1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토대로 이들의 투자 대상이 2분기와 달라졌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론파인 캐피털과 타이거 글로벌은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 주식을 각각 34.8%, 62.6% 축소했다. 또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는 엔비디아 주식 보유량을 기존의 3분의 1 수준인 250만 주로, 알파벳 주식 보유량은 절반 이하인 265만 주로 각각 줄였다. 코튜 매니지먼트도 엔비디아 보유 주식을 14.1% 줄여 990만 주로 낮췄다. 브리지워터는 그 대신 핀테크 업체 파이서브와 어도비, 다이나트레이스, 이치 등에 대한 지분을 늘렸다. 버핏 회장의 버크셔 해서웨이도 이 기간 애플 주식을 추가 매도해 지분 보유량을 기존 2억 8000만 주에서 2억 3820만 주로 축소했다. 버크셔 헤서웨이가 애플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했을 때 그 양이 9억 주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4분의 3 이상을 턴 셈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대신 알파벳 주식을 43억 달러어치를 새로 매집해 보유량을 1785만 주로 늘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 연말 버크셔 해서웨이의 CEO 자리에서 물러나는 버핏 회장은 내년부터 연례 주주서한을 직접 작성하지 않기로 했다. 후계자인 그레그 에이블 버크셔 비(非)보험 부문 부회장이 이를 대신 집필한다. 버핏 회장은 이사회 의장직만 유지하면서 내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질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 그의 은퇴는 1965년 섬유 회사였던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한 지 60년 만이다. 버핏 회장은 이달 10일 ‘추수감사절 메시지'라는 제목의 주주서한을 공개하고 “그레그 부회장에 대해 내가 오랫동안 누린 신뢰를 갖게 될 때까지 상당량의 A주를 보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버핏 회장은 올 2분기 말 기준으로 약 1490억 달러 상당의 버크셔 해서웨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손 회장의 일본 소프트뱅크도 지난달 58억 달러어치가 넘는 엔비디아 지분 3210만 주를 전부 매각했다. 소프트뱅크는 5년간 5000억 달러(약 730조 원)를 투자해 미국 전역에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피터 틸이 이끄는 헤지펀드인 틸매크로도 엔비디아 주식 53만 7742주를 지난 분기에 전부 팔아치웠다. 틸은 페이팔·팰런티어 공동 창업자이자 미국 실리콘밸리 대표 벤처투자자로 유명한 인물이다. 틸매크로는 그 대신 애플 주식 7만 9181주와 마이크로소프트 4만 9000주를 새롭게 매수했다. AI 빅테크의 늘어나는 ‘빚투’에 마이클 버리는 ‘하락 베팅’…구글 CEO “버블 면역 없어” 영화 ‘빅 쇼트’의 실제 인물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한 것으로 이름난 헤지펀드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시장 과열을 경고하며 10일 자신이 운용하던 사이언자산운용을 아예 해체했다. SEC 공시에 따르면 사이언자산운용의 운용자산 규모는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1억 5500만 달러에 달했다. 버리는 12일 X(옛 트위터)에 2027년 1월까지 팰런티어 주식을 주당 50달러에, 같은 해 12월까지 엔비디아 주식을 주당 110달러에 매도할 수 있는 풋옵션을 보유했다고 알렸다. AI 거품론 논란에는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까지 가세했다. 18일 BBC에 따르면 피차이 CEO는 “투자 주기를 거치면서 과열(overshoot)되는 순간들이 있다”며 현 과잉 투자 양상을 1990년대 중후반 ‘닷컴버블(인터넷 산업 거품)’ 시대와 비교했다. 그는 “AI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이 같은 순간을 지날 때에는 이성적인 부분과 비이성적인 요소가 모두 있다”며 “우리를 포함해 면역이 있을 회사는 없다”고 우려했다. BBC는 이에 대해 1996년 닷컴 호황기 때 앨런 그린스펀 당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비이성적인 과열”이라고 경고했던 것과 비슷한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AI 거품론에 일조하는 언급을 내놓았던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AI 스타트업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의 공동 CEO로 4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하기로 했다. 베이조스는 2021년 7월 아마존 CEO에서 물러난 뒤 이 회사의 최대주주이자 이사회 의장으로만 머물렀다. 베이조스 창업자는 지난달 3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이탈리안 테크 위크’ 행사에서 최근 AI 주가를 두고 “일종의 산업적인 거품”이라며 “주가가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과 동떨어졌고 사람들이 AI에 대해 매우 흥분하고 있다”고 짚었다. AI 거품론은 비단 월가의 투자 축소에서만 비롯되는 게 아니다. 위기는 빅테크들의 천문학적인 부채에서 수치로도 드러난다. 실제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아마존은 2022년 11월 이후 3년 만에 약 120억 달러(약 17조 6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9월 오라클의 180억 달러(약 26조 4000억 원), 지난달 메타의 300억 달러(약 43조 9000억 원), 이달 알파벳의 250억 달러(약 36조 6000억 원)에 이어 또다시 초대형 빅테크의 채권이 시장에 쏟아지는 셈이다. 아마존,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4곳이 지난 3분기에 집행한 자본지출만 총 1120억 달러(약 164조 원)에 이른다. 이들은 모두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인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운영 업체(하이퍼스케일러)다. 빅테크들이 빚까지 내면서 AI 투자에 나설 정도로 미래 수익을 담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 월가가 강한 의심을 품는 이유다. 앞서 월가는 엔비디아가 9월 22일 오픈AI와 손잡고 최대 1000억 달러(약 140조 원)를 투자해 10기가와트(GW) 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계획에도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친 바 있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자금을 지원하면 오픈AI가 거기서 얻은 수익으로 다시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구입하는 구조라서 사실상 닷컴버블 시기 통신 장비 업체들이 활용한 순환출자 구조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CNBC에 따르면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는 지난 8월 기자들과 만난 저녁 자리에서 15초 동안 ‘거품’이란 표현을 세 차례나 반복하고 “이미 통제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하면서 AI 거품론을 스스로 먼저 띄웠다. 골드만 “中 데이터센터, 발전 용량 늘려 美에 우위 점할 수도”…19일 엔비디아 실적이 분기점 1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헤지펀드 사바 캐피털은 나아가 최근 몇 달간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알파벳 등에 대해 신용부도스와프(CDS) 상품을 만들어 은행들에 판매하기도 했다. CDS는 채권에 대한 일종의 보험이다. 신용 위험도가 높아질수록 가치가 상승한다. 사바캐피털이 기업들에 대한 CDS를 판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AI와 관련해서는 최근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는 중국의 굴기도 월가의 걱정거리다. 1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지난 13일 “중국이 대규모로 발전 설비 용량 확충에 나서면서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에서 미국에 우위를 점할 수도 있게 됐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중국이 데이터센터 등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여유 용량을 유지할 것”이라고 짚었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용량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44%를 점유하는 1위 미국의 뒤를 바짝 좇고 있다. 중국은 2021~2022년 전력난을 겪은 뒤 재생에너지, 석탄발전소, 원자력발전 등 전력 설비 확충에 박차를 가해 2030년까지 약 400GW의 예비 전력 용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예상 전력 수요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반해 미국은 신규 발전소 건설 수량이 급증하는 데이터센터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13개 지역 전력망 가운데 8곳의 예비 용량이 이미 임계치에 달했거나 그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중국이 글로벌 데이터센터 용량 부문에서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연준이 다음 달 9~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내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시각이 늘고 있다는 점도 AI 관련주에는 부담이다. 추가 금리 인하가 단행되지 않으면 시장 유동성이 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빚을 진 빅테크들의 이자 부담도 커지게 된다. 연준 내 중도파로 평가받는 필립 제퍼슨 부의장도 17일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행사에서 “고용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위험이 금리 인하 진행 속도를 늦춰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주장했다. 18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다음 달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을 48.9%로, 0.25%포인트 인하될 확률은 51.1%로 각각 반영했다. 월가에서는 AI 거품론이 19일 장 마감 뒤 나올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에 따라 한 차례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3분기 실적 자체보다는 황 CEO가 설명할 AI 칩의 실제 가용 연한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GPU의 감가상각 기간이 월가에서 추정하는 5~6년보다 짧을 경우 AI 관련 기업들의 비용, 실적, 주가 등이 연쇄적으로 재산정될 수 있다. 코스피시장 등 한국의 금융시장도 이에 따라 출렁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韓요구 다 담은 팩트시트, '셀프 北방어' 맡기나
국제 정치·사회 2025.11.18 08:19:00한국과 미국이 오랜 진통 끝에 관세·안보 협상의 결과물인 ‘공동 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를 발표했다. 이번 협상 결과는 한국이 그간 미국에 요구한 사항들이 대부분 포함됐다는 점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핵추진 잠수함 개발 승인은 국민들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라 그 주목도가 남다른 분위기다. 내용에 차이를 보였던 미일 협상 팩트시트와 달리 한미의 경우 양국 간 이견도 거의 없었다. 관료들의 끈질긴 노력이 기대 밖 성과를 끌어냈다는 호평도 있다. 팩트시트에는 핵잠수함 건조 시기와 장소가 명문화되지 않아 이 부분은 앞으로 양국 간 추가 논의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 한화(000880)그룹의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에서 핵잠수함을 건조하라는 주문을 내놓았기에 장소를 확실하게 한국으로 변경하는 설득 작업이 뒤따를 전망이다. 핵잠수함을 만드는 데 필요한 소형 원자로와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기존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는 논의도 필요하다. 양국 팩트시트에 대만 문제, 미군 재배치 등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된 점도 한국이 외교적으로 신경 써야 할 지점으로 꼽힌다. 다만 이번 팩트시트를 두고는 안보의 초점을 자국 본토 방어, 중국 견제에만 맞추고 북한 방어는 한국이 주도할 문제로 떠넘기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가 많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언뜻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마치 통 큰 양보를 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북한 대신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을 ‘동맹의 현대화’로 표현하면서 대북 문제 만큼은 한국이 돈을 더 쓰는 쪽으로 핵잠수함 승인, 국방비 증액,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주한미군 재배치 등의 길을 텄을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李대통령, 팩트시트 합의 직접 발표…자동차 관세 15%, 반도체도 불리하지 않아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오전 10시 5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를 직접 발표했다. 백악관도 13일(현지 시간) 비슷한 시간대에 팩트시트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지난달 29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경북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지 16일 만이다. 공동 팩트시트 공개 시간대가 미국이 아닌 한국 시간대에만 맞춰진 점도 특이했다. 이날 이 대통령이 소개한 팩트시트 내용은 미국이 또 다시 합의 내용을 뒤집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미국은 정상회담 하루 이틀 만에 팩트시트를 낸 일본, 중국과 달리 한국에 대해서만 공개 시점을 유독 미룬 바 있다. 양국은 7월 30일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큰 틀의 무역 합의를 맺고 8월 25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10월 29일 경주에서 각각 정상회담을 갖고도 최종 협정 문서를 만들지 못했다. 이는 미국 전문가들도 양국 동맹 관계에 비춰 대단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였다. 백악관이 이날 공개한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자동차부품, 원목, 목재, 목재 제품에 대한 품목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했다. 현재 25%인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관세 인하 시점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양국의 양해각서(MOU) 이행 기금 조성 관련 법안을 발의하면 제출하는 달의 1일로 소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의 말이 맞는다면 이달 안으로만 법안이 제출되면 11월 1일 부로 15%의 자동차 관세를 소급 적용할 수 있다. 반도체의 경우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한국에 적용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이 적시됐다. 실질적으로 미국에 반도체를 수출하는 국가가 한국과 대만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이 추후 대만과 무역 협상을 진행하면서 한국보다 더 나은 최혜국 대우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주요 경쟁국인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환경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약품 관세 역시 15%를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조율하기로 했다. 복제 의약품이나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등에 대한 15% 상호관세를 없애는 방침 역시 팩트시트에 담았다.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에 대해서도 조선업 분야에 1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양국 MOU를 통해 2000억 달러를 전략 투자한다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문서화했다.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1년에 200억 달러 이상을 요구하지 않기로 한다는 점, 한국이 조달 금액과 시점 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 등도 내용에 넣었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기자간담회에서 “MOU 1항에 ‘상업적 합리성’ 표현을 넣은 것이 투자 선정 기준에 있어 일본과는 굉장히 큰 차이점”이라며 “미일 투자 MOU에 있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투자 관련 내용이 한미 MOU에는 없고 ‘에너지’ 투자 정도로만 표현됐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0년 숙원’ 핵잠수함 결국 승인…‘北 완전한 비핵화’ 목표도 재확인 안보 분야에서는 그간 논란이 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 내용이 완전히 들어갔다. 백악관은 팩트시트에 “미국은 한국이 핵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했다”며 “미국은 이 조선 사업의 요건들을 진전시키기 위해 연료 조달 방안 등을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적었다. 또 원자력협정 개정에 대해서는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는 내용을 실었다.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에 있어 한국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협정을 개정할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는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부터 추진한 숙원 사업이다. 한국은 이와 함께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국방비를 증액하기로 했다. 또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를 위해 2030년까지 250억 달러를 지출하기로 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일본 등 다른 동맹국에 요구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한국과 미국은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통한 대한방위공약’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이뤘다. 양국 정상은 핵협의그룹(NCG)을 포함한 협의 과정을 통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미국은 핵을 포함한 모든 역량을 활용해 확장 억제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한국은 법적 요건에 맞춰 주한미군에 330억 달러 상당의 포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해 동맹 차원의 협력도 지속하기로 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안정에 대한 의지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 연장선으로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의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가리켜 잇따라 “핵보유국(뉴클리어 파워)”라고 칭하면서 대북 정책 방향을 비핵화에서 핵동결 수준으로 격하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산 점을 고려하면 다행인 결과다. 팩트시트는 “두 정상은 북한이 의미 있는 대화로 복귀하고 대량살상무기(WMD),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포함한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기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내란과 국가적·사회적 혼란으로 다른 나라보다 뒤늦게 관세 협상의 출발점에 섰지만, 한미동맹의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존중과 이해에 기초해 호혜적 지혜를 발휘한 결과 한미 모두 상식과 이성에 기초한 최선의 결과를 만들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용단에 감사와 존경의 말을 전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팩트시트 발표로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기업들도 잇따라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간 미국 시장에서 15%의 관세만 부과받는 일본, 유럽 자동차에 맞서 25% 관세를 떠안고 경쟁했던 현대차(005380)그룹은 곧장 “어려운 협상 과정을 거쳐 타결에 이르기까지 헌신적으로 노력한 정부에 감사드린다”는 입장을 냈다.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의 주축 한화그룹도 “정부의 안보 정책 기조와 결정을 적극 지지하고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국가적인 방향에 맞춰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핵잠 한국 건조 확정, 원자력협정 개정은 과제…중국 공동 견제, 미군 재배치도 부담 다만 이번 팩트시트는 후속 과제도 만만찮게 남겼다. 당장 팩트시트에는 빠진 핵잠수함 건조 시기와 장소가 양국 간 추가 논의 사안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달 30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한국은 핵잠수함을 훌륭한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며 “미국의 조선업은 곧 대대적인 부활(Big Comeback)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필리조선소는 대형 선박을 만들 능력이 없는 까닭에 이 발언은 곧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논란이 됐다. 이날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에 대해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을 전제로 양국 논의가 진행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위 실장은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을 전제로 진행됐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 건조 위치에 대한 문제는 정리가 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우리가 한국에서 건조한다”는 언급을 한 번 했다는 설명이었다. 우리 군 당국은 배수량 5000톤급 이상 핵잠수함을 2030년대 중반 이후에 4척 이상 건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갓 첫발을 뗀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도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팩트시트에는 개정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은 채 “협정에 부합한다”는 문구만 들어갔다. 현행 협정은 한국이 2035년까지 미국의 동의 아래 20% 미만의 우라늄만 농축할 수 있게 한다.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는 아예 금지했다. 실제 한미 팩트시트 공개 시점이 미뤄질 때에도 핵잠수함 승인과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 때문에 안보 관련 부처인 미국 에너지부가 반대 의견을 낸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잠수함 건조 장소를 필리조선소로 찍은 이유를 두고도 핵연료 조달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었다. 우리 정부가 목표로 삼는 일본의 경우는 1988년에 체결한 미일 원자력협정을 통해 미국이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포괄적 사전동의’를 이미 확보한 상태다. 미국의 합의만 있으면 지금도 2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 수 있다. 한국에는 미국 의회 승인,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 등의 관문도 남았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협정 개정을 염두에 두고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알렸다. 팩트시트에 한반도 문제뿐 아니라 중국 견제에 대한 내용이 상당 부분 담긴 점도 한국에는 부담이다. 팩트시트에는 주한미군을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배치할 가능성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으면서 “한미 양국은 북한을 포함해 동맹에 대한 모든 역내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재래식 억제 태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중국’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모든 역내의 위협’이라는 포괄적인 문구로 이를 대체했다. 팩트시트에는 또 “양 정상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안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독려했다”는 문장도 포함됐다. 두 나라는 같은 날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주한미군의 현재 전력 수준 유지’라는 표현을 빼기도 했다.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는 이와 관련해 지난 13일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미동맹이 대만 문제를 가지고 불을 내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경고했다. 또 핵잠수함 논의에 대해 “한국이 각국의 우려를 고려해 이를 신중하게 처리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前주한미국대사 “美는 中, 韓은 北으로 동맹 이원화…무역 문서화는 한국 손해” 이번 팩트시트와 관련해서는 미국은 중국 견제에, 한국은 북한 억제에 초점을 맞추는 현실이 눈에 띈다는 진단도 미국 내에서 나왔다. 미국 본토 방어와 중국 견제 외에는 전 세계 분쟁에 방위비를 쓰길 싫어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성향이 팩트시트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핵잠수함 승인 등을 결정할 때에 동맹의 가치를 높이기보다는 대북 방어 부담은 줄이고 대중 압박도만 높일 의도를 더 강하게 투영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미국대사는 1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애틀랜틱카운슬·코리아소사이어티 공동 주최로 열린 ‘밴플리트 정책 포럼’에 참석해 한미 공동 팩트시트 내용을 거론하며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가 모두 이뤄지면 장기적으로 양국이 더 분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지금까지는 한미동맹이 대북 억제를 최우선으로 삼았지만 미국은 이제 더 큰 위협인 중국에 집중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원하고 있다”며 “한국의 국방력을 강화해 대북 억제를 스스로 책임지게 하는 쪽으로 동맹 관계가 변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 때인 2022년 7월부터 올 1월까지 주한미국대사를 역임한 외교관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골드버그 전 대사 말대로 지난 3월 ‘임시 국방 전략 지침’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대비, 미국 본토 방어를 안보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한반도의 북한, 중동의 이란, 유럽의 러시아 등 다른 위협 요인에 대한 대응은 동맹국들에 대부분 맡기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관계 재설정 작업 핵심 인사로 꼽히는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도 지난 7월 31일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같은 날 가진 한미 국방부 장관 통화를 평가하며 “한국은 북한에 맞선 강력한 방어에서 더 주도적인 역할을 기꺼이 맡는 것과 국방비를 지출하는 면에서 역할 모델이 된다”고 썼다. 콜비 차관은 “미국과 한국은 지역 안보 환경에 대응하고 동맹을 현대화하는 데에 있어 긴밀히 연계돼 있다”며 “우리는 공동의 위협을 방어할 준비가 된 지속 가능한 동맹을 만들기 위해 한국과 계속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요컨대, 한미 공동의 위협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고 이를 견제하는 것이 동맹의 현대화라는 의미였다. 또 북한은 한국이 국방비를 더 써서 주도적으로 방어하길 바란다는 주장이었다. 콜비 차관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미국을 최우선에 두는 새 국방전략(NDS) 수립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세계의 경찰 노릇을 포기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같은 안보 구상을 두고는 미국 의회에서도 반발 목소리가 만만찮게 나오는 상황이다. 새 NDS는 다음달 공개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한미 무역 합의를 두고는 “여러 면에서 일방적이지만 한편으로는 한국도 얻은 게 있다”며 “핵잠수함과 핵연료는 윤석열 전 대통령 때부터 이 대통령 때까지 한국이 몇 년간 매우 강하게 요구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유럽연합(EU)과 달리 미국과의 합의를 세부 내용까지 확정해 문서로 담는 바람에 무역 관계에서는 오히려 불리해졌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EU는 ‘서명은 하겠지만 이 합의는 사라지거나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며 “한국은 모든 걸 문서화하려고 하고 이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손해를 좀 봤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토퍼 랜도 미국 국무부 부장관도 같은 행사에서 팩트시트를 거론하며 “꼼꼼히 읽어보길 바란다”며 “향후 양국 관계의 공동 우선순위가 제시돼 있다”고 안내했다. 랜도 부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신임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를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역사적 합의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한미 팩트시트를 계기로 양국 간 통상·안보 불확실성은 일단 상당 부분 걷힌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요구를 예상보다 더 많이 수용하면서 그나마 치명적인 경제 타격은 피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대미 투자 전액 ‘선불(up front)’, 6000억 달러 이상 투자 등은 팩트시트에서 빠지게 됐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꺼낸 반도세 관세 합의 미포함, 농산물 시장 100% 개방 등의 압박 카드도 다행히 팩트시트에 담지 않았다. 문제는 누구보다 욕심이 많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의도로 한 발 물러선 듯한 자세를 취했는가다. 동맹에 대한 인식이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나쁜 지도자인 만큼 당분간 이번 합의 결과가 우리 국익에 어떤 식으로 돌아올지 차분히 지켜봐야 할 듯하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청론직설] "우크라 재건사업 5240억달러…韓 기업들도 적극 참여를"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5.11.17 17:40:08우크라이나가 3년 9개월째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면서 병행해온 자국 재건 사업이 가시화하고 있다. 재건 사업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여파로 미국 측 투자가 다소 위축됐지만 유럽·아시아 주요국을 중심으로 상호 협력의 활로를 열며 사업의 동력을 살려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의 협력 확대를 위해 한국을 찾은 아나스타샤 라디나 우크라이나 정부 특사는 11일 서울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의 총규모가 최소 524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면 적극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특사단을 실질적으로 대표하는 라디나 특사는 “우리는 자선을 요청하는 게 아니고 동맹·우방과 상호 이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인프라를 복구할 계획”이라며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 투자 보호 제도를 마련하고 (발주 사업 입찰·조달 과정 등의) 공정한 경쟁 장치와 투명한 법치주의 확립을 위한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를 마친 다음 날인 12일 우크라이나 정부는 유럽투자은행(EIB)으로부터 1억 1020만 유로 규모의 노르웨이 자금 무상 지원 약정을 따냈고 13일에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로부터 총 7억 220만 유로 규모의 신규 투자 프로그램을 승인받았다. -이번 방한의 배경과 목적은. △한국 정부는 앞서 (대외협력기금을 통해) 21억 달러 규모의 차관 지원을 약속했다. 이 같은 지원에 대한 우리의 감사의 뜻을 전하고 방위 기술 분야를 포함해 서로에게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추가적인 파트너십 기회 등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이번 특사단은 저를 비롯한 의회 의원들과 국방 및 시민사회 분야 등의 대표 인사들로 구성됐다. 방한 기간 중 국회의원, 학계 및 외교 관계자들을 만났다. -우크라이나가 추진하고 있는 재건 사업을 구체적으로 소개해달라. △러시아는 거의 매일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우리의 에너지 인프라, 공공 의료 인프라, 교육 시설을 파괴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항전과 동시에 복구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작업은 동맹과 우방들 덕분에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한국도 21억 달러 규모의 차관 지원 방침을 결정했는데 해당 자금은 특정 건설 사업에 투입될 것이다. 해당 사업은 우리와 한국 간 양자 협상을 통해 진행할 계획이다. 우리는 해외 정부나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업들과도 전후 복구 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중이다. 우리는 복구 사업이 최대한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노력해왔다. 이를 위해 우리 의회는 복구 사업 관련 공공 기금의 투명성에 관한 정교한 법안들을 다수 채택했다. -한국에 추가적으로 지원을 요청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먼저 국방 및 방위 산업 협력부터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장은 첨단 현대 전쟁 기술의 시험장이 됐다. 이번 전쟁은 지난 70여 년 동안 민주주의 국가들이 경험했던 어떤 전쟁과도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값싼 드론 무기가 대량생산돼 상대 측 고가 무기와 정밀 장비를 파괴 중이다. 이런 드론 전쟁 속에서 상대 드론을 교란하는 재밍(jamming) 기술과 이에 맞선 안티 재밍 등 전쟁 기술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런 장비와 기술은 몇 달 만에 전장에서 구식이 돼버릴 지경이다. 민주주의 국가 진영이 제조한 무기와 장비 중 상당수는 이런 최신 전쟁 상황에서 테스트돼 본 적이 없어 안타깝다. 우리는 러시아와 싸우며 쌓은 최신 전쟁 경험을 민주 진영의 동맹 및 우방국들에 제공할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파트너 국가들과 공동으로 군사 장비를 생산하고 실전 현장에서 테스트할 준비를 갖췄다. 동맹과 우방들에도 이번 기회를 활용하는 게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러시아와 이란·중국·북한이 이번 전쟁에서 자신들의 기술을 실전에 맞게 테스트하고 있으며 군사력을 현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사회적 측면에서의 한국의 지원이 필요한 분야를 꼽는다면. △인도적 문제에 대한 협력을 요청하고 싶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아이들을 납치하고 있는데 그 숫자가 2만 명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는 점령지의 우크라이나 부모들에게 자녀를 여름 캠프에 보내도록 했다. 캠프로 간 아이들은 돌아오지 못하고 러시아 고아원에서 이름이 바뀐 채 러시아 가정에 입양됐다. 우리는 납치 아동의 귀환을 위해 ‘브링키즈백(Bring Kids Back)’이라는 국제적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국제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한국이 동참해준다면 적극 환영할 것이다. -동맹·우방국들의 우크라이나 지원 사례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전쟁 중인 나라에 대해 재정 안정 및 개혁을 지원한 사례는 우크라이나가 최초다. 우크라이나는 강력한 적에 맞서 전쟁을 치르면서도 그와 동시에 국내 개혁을 단행해 IMF의 지원 프로그램을 받기 위한 평가를 여러 차례 통과했다. 이제 우리 정부는 (IMF의 기존 156억 달러 지원에 이어 추가 지원을 받기 위해) IMF와 신규 프로그램에 관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주요 7개국(G7)이 동결한 러시아 자산을 담보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융자 결정을 내려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므로 러시아 자산을 담보로 하는 융자 지원은 매우 합당한 사안이 될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약 3년 10개월이 지났다. 전선의 교착상태에서 러시아가 대공세를 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 전황은 어떤가.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24일 이후 러시아가 점령했던 영토의 63%를 수복했다. 우리는 동맹국과 우방들이 제공한 지원 덕분에 방어전을 성공적으로 수행 중이다. 러시아는 침공 후 내내 ‘조만간 도네츠크 전역을 점령할 것’이라고 선전해왔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러시아는 국제법을 위반하며 우리의 민간인과 에너지 기반 시설 등을 상대로도 공격을 자행했다. 거의 매일 밤 이란제나 러시아제 드론을 한 번에 최대 수백 대씩 보내고 미사일을 쏴대며 비군사시설과 일반 시민들을 빈번하게 공격했다. 이를 통해 우리 국민들의 의지를 꺾으려고 하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의 투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가입을 추진해왔는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내정과 외교정책을 좌지우지할 권한이 없는데도 우리 정부의 나토 회원국 가입 추진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전쟁을 일으켰다. 2014년 크림반도의 우리 영토를 공격해 점령했을 때에는 나토 가입 문제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앞세웠다. 러시아가 내세우는 온갖 명분은 핑계일 따름이고 실제로는 주권국가인 우크라이나의 존립을 지우려는 속셈을 갖고 있다. 자신들의 문전에 있는 우크라이나가 자유민주주의 진영 국가로 편입하는 데 성공한다면 러시아에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 의무를 포기하더라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을 계속하기 위해 수십 가지 다른 구실을 만들어낼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으로서는 나토 가입 이외의 다른 안전 보장 대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EU 회원국들은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회원 가입에 관한 협상 개시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는데, 이후 진행 상황은.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확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EU 가입 후보국들의 기준 충족 여부와 (회원 승인의 부수 조건인) 국내 개혁 상황을 평가했는데 우크라이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크라이나는 (EU 가입을 위한) 모든 주요 분야에서 진전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 우리 정부는 EU가 일련의 협상을 본격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유럽 내 일부 관료주의로 인해 아직 본격적 협상 절차가 개시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손 놓고 기다리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정부는 이미 EU 가입 자격을 충족하기 위해 광범위한 개혁 로드맵을 채택했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 파병돼 러시아군을 돕는 대가로 군사적 지원을 받고 핵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핵 개발은 국제 안보뿐만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 생존에 관한 문제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핵 프로그램은 억제되고 국제적이고 민주적인 감시 아래 철저히 관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크라이나는 과거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 따라 핵무기를 포기했다. 러시아는 당시 우리나라가 포기한 핵무기의 일부를 넘겨받아 그것으로 우크라이나를 협박하고 있다. 이런 러시아가 이번 불법 전쟁으로 어떠한 이익을 얻게 된다면 그것은 (불법적으로 핵 개발을 추진한) 북한·이란과 같은 나라들에도 잘못된 교훈을 줄 수 있다. 비핵보유국이 스스로 국가 운영 방향을 결정할 권리가 핵보유국의 위협으로 무너지고 국제법이 붕괴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그런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공정한 평화로 끝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She is… 1984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출생해 키이우국립경제대 법학부와 키이우타라스셰우첸코국립대 철학부를 졸업했다. 그는 세법 전문가이자 유럽 평의회에서 부패 방지를 위한 우크라이나 대표단 위원직도 맡을 정도로 반부패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우크라이나 의회(베르호브나 라다)에서 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했으며 2019년 9월 의회 의원 선거에서 당선돼 입법부의 일원이 됐다. 국가 반부패 정책위원회 위원도 겸직하며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위한 개혁 정책에 적극 관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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