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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위기마다 경제 휘청…"위태로운 '게임'할 여유 없다"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4.12.31 18:55:38한국 반도체는 1990년 섬유와 철강, 자동차를 물리치고 수출 품목 1위로 부상한 이래 ‘국가대표 수출품’ 지위를 유지해 왔다. 1994년에는 단일 품목으로는 처음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고 2010년까지 고성장 곡선을 그렸다. 2011년 잠시 수출 1위 자리를 선박에 내줬지만 1년 만에 탈환했다. SK하이닉스(000660) 중국 공장 화재에 마이크론·엘피다 통합 출범에 따른 D램 판도 변화 등 각종 악재를 딛고 이룬 성과였다. 2012년부터 2023년까지 11년간 수출 품목 1위 자리는 바뀌지 않았다. 2024년 역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를 이겨내고 반도체 수출은 공고한 우상향 그래프를 유지했다. 1~11월까지 4895톤(누적)에 달하는 메모리반도체가 인천공항 항공기에 실려 해외로 나갔다. 수출액은 785억 달러(약 115조 원)로 2023년의 연간 수출액(514억 달러)을 이미 뛰어넘었다. 2024년 메모리반도체를 비롯한 반도체 전체 연간 수출액은 역대 최대치(2022년·1292억 달러)를 돌파한 139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체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한다. 반도체의 수출 호조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메모리가 견인했다. 고용량 메모리반도체와 HBM을 포괄하는 복합 구조칩 집적회로(MCP)의 2024년 수출액은 328억 달러로 전년 동기(179억 달러) 대비 83.2% 증가했다. 국내 기업들의 고도화된 기술력은 그간 든든한 수출 받침대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005930)는 2001년 세계 최초 4기가 D램 개발, 2007년 세계 최초 64Gb 낸드플래시 개발, 2012년 세계 최초 20㎚(나노미터·10억분의 1m) 4기가 D램 양산 등 혁신 제품 개발을 이어왔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했고 이를 통해 AI 메모리 주도권을 차지했다. 2024년 하반기에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HBM3E 제품 납품을 시작했고 독점 공급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2025년 반도체 수출에는 위협 요소가 많다. D램에서는 중국의 메모리 저가 공세에 낸드에서는 성장을 이끌던 기업용 SSD 수요가 둔화 중이다. 곧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에도 노출돼 있다. 산업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보편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미 반도체 수출이 최소 4.7%에서 최대 8.3%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재계에서는 세계 반도체 시장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반도체 수출을 우상향하기 위해서는 적재적소의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탄핵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치 기능은 사실상 ‘올스톱’됐고 업계 숙원 법안이었던 반도체특별법의 국회 통과마저 무산됐다. 여야가 반도체특별법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52시간제 예외 규정에 대한 시각차로 법안 처리가 지연되며 재정·시설 지원까지 늦어진 것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 수출이 고꾸라지면 늘 한국 경제에 위기가 왔다”면서 “반도체를 놓고 살얼음판 위에서 위태로운 게임을 할 여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역시 17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기업들이 우려하는 것은 미국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변화 가능성”이라며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통해 반도체특별법 등 무쟁점 법안만이라도 연내 통과된다면 대한민국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긍정적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190개국 향해 '1년 357일' 선적…"韓경제 마지막 보루 책임감"
산업 기업 2024.12.31 18:54:1412월 26일 오전 10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 부두. 길이 830m인 부두 중앙에 닻을 내린 자동차운반선 ‘글로비스 스타호’에 수많은 차량들이 줄지어 올랐다. 운반선 안으로 진입하자 어림잡아 수백 대의 차량이 한 뼘 간격으로 붙어 있다. 만차(滿車)인 지하주차장에 들어선 듯했다. 한 대라도 더 많은 물량이 수출 길에 오를 수 있도록 사이드미러조차 펴지 않는 채 작업하는 등 제한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했다. 현장을 감독하는 김재홍 지마린서비스 화물운영팀 매니저는 “현대차가 최대 수출 실적을 내고 월말 물량이 집중되면서 특근 등으로 늘어난 작업량을 소화한다”며 “오늘은 11개 층인 데크(Deck)에 차량을 선적한 뒤 미국 서부 와이니미와 샌디에이고 부두로 출항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수출 선적 부두는 1967년 울산공장이 설립된 후 57년간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자동차 수출을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울산공장의 하루 평균 생산량 6000대 중 수출 물량은 최대 4800대에 달한다. 이곳에서 생산된 차량들은 바닷길을 통해 190개국의 도로 위를 달리게 된다. 선적 작업에 나선 현장 직원들은 “수출항은 쉬지 않는다”며 책임감을 표했다. 울산공장 수출 부두는 완성된 차량을 해외 고객에게 전달하는 첫 단계. 1년 365일 중 신정 공휴일(1월 1일), 근로자의 날(5월 1일), 설·추석 연휴 등 총 8일의 휴일을 제외한 357일간 수출항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전 세계 고객에게 최대한 짧은 시일 안에 차량을 인도하기 위해서다. 현대차와 현대글로비스 직원들은 비상계엄 사태에도 생산한 차를 배에 선적했다. 그들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묵묵히 일하며 계획된 물량을 소화했다. 관심은 오로지 수출 배에 오를 자동차들이 최고의 상태로 전달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울산을 포함해 공장별로 수출선적팀을 본사 소속으로 두고 철저한 품질 관리를 유지하고 있다. 단일 팀으로는 현대차 중 최대인 900명 가까운 인력을 확보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강기문 현대차 수출선적팀 책임매니저는 “품질 검사와 부식을 방지하는 방청 작업까지 마친 뒤에야 운반선에 오를 수 있다”며 “전체 수출 물량의 60%를 차지하는 북미 수출용 차량 전체에 대해서는 1.6㎞ 구간을 달리며 엔진이나 브레이크 성능에 문제가 없는지 추가로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출은 우리 경제의 마지막 보루라는 책임감을 갖고 최고 품질의 상태로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4년 대한민국은 무역으로 453억 달러(11월 기준, 약 66조 7000억 원)를 벌어들였다. 이 가운데 자동차(372억 달러, 약 54조 7500억 원)와 자동차 부품(143억 달러, 약 21조 500억 원)만 515억 달러에 달한다. 2021년까지 13년간 무역수지 흑자를 이어오던 대한민국은 2022년(-478억 달러)과 2023년(-104억 달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자동차 수출의 호황으로 다시 무역 흑자국에 올라섰다.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면 수출 대한민국도 가라앉는 구조다. 자동차 산업은 대한민국 경제가 덫에 빠질 때마다 제일 앞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견인차 역할을 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구조조정을 겪었던 자동차 산업은 1999년 수출액 100억 달러를 돌파하며 대한민국 산업 중에 가장 빠르게 일어섰다. 정몽구 당시 현대차 회장은 2001년 신년사에서 ‘품질 경영’을 선언했고 수출액은 2006년 300억 달러를 돌파하며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이끌었다. 강 책임 매니저는 “자동차 수출은 단순히 차량 수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부품, 정유 등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그렇기 때문에 제때 선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출 부두에 이어 찾은 현대차 울산공장에 들어서니 골조 공사를 마친 3층 구조의 거대한 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현대차가 2조 원을 투자해 2026년부터 연간 20만 대의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미래차 공장이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까지 총 68조 원을 투자해 또 한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일자리는 8만 개, 고용 유발 효과까지 포함하면 약 19만 8000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대형 전기차인 아이오닉9과 신형 팰리세이드의 생산에 돌입했다. 신차를 앞세워 새해에도 수출 돌풍을 이어가는 전략이다. 하지만 2025년 자동차의 수출 시계에는 안개가 끼고 있다. 2025년 1월 들어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보편관세(10~20%)를 부과하면 이곳 울산공장과 수출 부두의 불야성이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경제를 생각해서라도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로 불거진 외교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은경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조사연구실장은 “미국 등 주요국들은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 자국의 첨단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기업을 넘어 국가 간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정치적인 이해관계와는 별도로 국가 경쟁력과 미래 먹거리 차원에서 현금 보조 등 적극적인 육성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
尹측, 체포영장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회 사회일반 2024.12.31 18:50:55윤석열 대통령 측 변호인이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청구 및 체포영장효력정지 가처분을 31일 신청했다. 윤 대통령의 형사변호인단과 탄핵심판대리인단은 이날 서울서부지방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및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 헌재에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영장전담판사를 상대로 하는 권한쟁의심판 및 체포영장효력정기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헌법 제66조 제2항에 따른 대통령의 헌법수호 책무 권한 행사 및 제77조에 따른 계엄 선포 권한, 삼권분립에 따른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독립적 권한 및 통치권자로서의 비상대권 행사 권한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청구 이유로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권한 없는 영장 청구와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내란죄로 체포영장을 발부해 대통령의 헌법 수호와 비상계엄 선포 권한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상 권한행사에 따른 사법심사 대상 제외 문제는 헌재에서 다투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유감스럽게 법원의 영장 발부가 있어 부득이하게 권한쟁의심판을 결정했다”며 “대통령은 수사를 피하는 게 아니라 사법체계 근간과 헌법의 권력분립원리를 훼손할 수 있는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지키자" "체포하라" 찬반 집회…尹 관저 앞 긴장감 고조
사회 사회일반 2024.12.31 18:38:58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하는 등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31일. 윤 대통령이 칩거 중인 것으로 알려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은 이른 오전부터 각종 피켓을 든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체포영장 발부 소식을 들은 진보단체 지지 측 시민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집회 당시 들었던 피켓을 다시 꺼내 들고 한남동 관저 인근 도로에 모였다. 시민들은 ‘반란수괴 윤석열 체포’ ‘윤석열 퇴진’ 등의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윤 대통령을 향해 연신 “퇴진하라”며 구호를 외쳤다. 도로 반대쪽에는 윤 대통령 지지 단체가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앞서 통과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이날 발부된 체포영장이 무효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내란범’이라고 비판했다. 현장은 이내 아수라장이 됐다. 양측 집회 참가자들은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향해 욕설과 고성을 내뱉었다. 관저 인근에 배치된 경찰은 집회 참석자들을 진정시키느라 여념이 없었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한 중년 여성은 진보 측 집회 장소에 들어가 진보 유튜버와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내 진보 측 지지자들은 중년 여성을 둘러싸고 “여기 와서 왜 그러느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중년 여성도 허공에 주먹질을 하며 대응했다. 경찰은 중년 여성을 데리고 나와 보수 측 집회 장소로 인계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각 집회 참석 인원은 빠르게 늘어나 이내 한남동 관저 앞 도로를 가득 메웠다. 오전 한때 경찰력이 추가로 투입되자 현장에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오전 11시 15분께 경찰 기동대 버스 한 대가 도착해 관저 쪽 도로로 진입을 시도했다. 이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체포영장을 집행하러 온 인원으로 인식해 몰려가 “못 지나간다”면서 버스를 가로막았다. 경찰은 연신 “직무를 방해하지 말고 진정하라”며 방송을 내보냈다. 이에 경찰은 안전상의 이유로 양측 집회 참석자들을 인도 안쪽으로 밀어넣고 바리케이드를 추가로 설치했다. 마찰 방지 차원에서 한 조치지만 “과하게 통제한다”며 집회 참석자들의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후까지 신자유연대 등이 진행한 집회에는 경찰 추산 오후 1시 30분 기준 2500명이, 근처에서 열린 자유우파총연합 집회에는 500여 명이 모였다. 주최 측은 약 1만 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오전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청구한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함께 청구한 수색영장도 발부됐다. 체포영장에는 윤 대통령에 대해 ‘내란수괴’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영장 집행 기간은 1월 6일까지다. 공수처는 공조수사본부를 함께 꾸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과 함께 윤 대통령의 한남동 관저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설 방침이다. 공조본은 경찰특공대 투입 등 집행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
국정협의체 조속 가동 합의…여객기 참사 대책위도 구성
정치 국회·정당·정책 2024.12.31 18:32:33여야가 31일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대통령 권한대행이 참여해 민생 현안을 논의하는 ‘국정협의체’를 조속히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또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사고와 관련해 국회 차원의 대책위원회도 구성하기로 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대표 회동을 하고 이같이 합의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연말연시 경제가 매우 어렵고 최근 혼란으로 대내외적 여건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와 정부가 함께 민생 현안을 다루기 위한 협의체를 조속히 가동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협의체는 우 의장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권 위원장, 이 대표 등 ‘4두 체제’가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 위원장은 “정치의 중심이 되는 국회가 본연의 일을 해야 할 때”라며 “정치 복원의 첫 단계로서 여야정 협의체의 조속한 시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국정 안정을 위한 정당 간 협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가능하면 정쟁적 요소가 있는 것보다 민생과 경제·외교·안보 같은 꼭 필요하고 당장 해야 할 일들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앞서 여야는 탄핵 정국 수습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으나 야당이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안을 단독 처리하면서 출범에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이후 정쟁 중단을 선언한 여야는 ‘국회와 정부 간 협의체’라는 의미의 국정협의체로 이름을 바꿔 재가동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우선 여야 정책위의장과 국회의장 비서실장,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여하는 실무협의를 진행해 논의 안건을 추릴 예정이다. 여야는 여객기 참사 대응을 위한 국회 차원의 대책위원회 구성에도 합의했다. 대책위는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과 권영진 국민의힘 사고대책위원장, 주철현 민주당 참사대책위원장 등 3명이 공동위원장을 맡는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피해자 가족들로부터 국회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통합해 지원해달라는 제안이 있었다”며 “이에 대해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가 합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여야는 희생자 신원 확인과 검시·검안 작업이 더디다는 유족들의 의견을 반영해 관련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한편 우 의장과 여야 대표는 회동에 앞서 국회에 설치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
“정치혼란 방치 땐 경제 위기”…與野 모두 편들지 않은 ‘崔의 묘수’
정치 국회·정당·정책 2024.12.31 18:29:40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예상을 깨고 헌법재판관 2명을 전격 임명한 것은 정치·경제·사회 불확실성 확대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절박함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권한대행이자 국가 경제를 총지휘하는 경제부총리로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급격히 흔들리는 대외 신인도와 불안한 재정 건전성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야당으로서는 국회 추천 몫의 헌법재판관 임명이라는 가장 시급한 과제가 일부 해소됐지만 ‘9인 체제’를 완성하기까지는 여야 합의가 한 차례 더 요구돼 향후 대응 방안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계선·조한창 등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의 임명을 발표하며 “외환위기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의 환율과 해외 투자자들의 신용등급 하락 경고”를 주요 배경으로 제시했다. 정치적인 위기가 단지 사회 갈등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갈등을 조기에 끝내 민생을 신속하게 회복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둔 것이다. 최 권한대행은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는 연말연시 공연과 행사·모임 등의 취소에 이어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더욱 냉각시켜 실물경제의 어려움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루라도 빨리 정치적 불확실성과 사회 갈등을 종식시켜 경제와 민생 위기 가능성 차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등 전임자들과 차별화된 국정운영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전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을 반대한 이유로 거대 야당으로부터 탄핵소추를 받았으며 윤 대통령의 내란에 동조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하지만 최 권한대행은 큰 틀에서는 야당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면서도 야당이 추천한 또 다른 1명에 대한 임명은 뒤로 미루며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 형식을 취했다. 최 권한대행은 “나머지 한 분(마은혁 후보자)은 여야 합의가 확인되는 대로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헌법재판관 2명 임명을 통해 현재 6인 체제에 비해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보다 원활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여전히 9인 완성 체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머지 1명의 임명을 놓고 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등을 거론하며 압박할 명분은 사라진 셈이다. 민주당은 이날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내놓는 대신 야당 추천의 마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데 대해 짧은 비판의 메시지를 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직후 “재판관을 선별해서 임명한 것은 위헌적”이라며 “3명 모두 임명하라”고 촉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절충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여야 합의가 없었다는 것은 국회 논의 과정을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도 즉각 반발하면서 마 후보자에 대한 추가 협의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 권한대행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야당의 탄핵 협박에 굴복해 헌법상의 적법절차 원칙을 희생시킨 것”이라고 질타했다. 대통령실도 강한 유감을 표했다. 임명된 두 후보자 모두 계엄 선포에 비판적 태도를 보여와 탄핵 인용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권한 범위를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쌍특검법을 놓고 여당과 추가적인 협상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현재 특검법에는 반대하지만 위헌성을 제거한 특검법은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여당이 위헌적 요소라고 주장하는 ‘야당의 특검 추천권 독점’ 조항을 완화하고 수사 대상 범위를 좁히는 방향으로 여야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편 이날 헌법재판관 임명으로 윤 대통령 탄핵을 비롯해 헌재에 계류돼 있는 탄핵 심판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8인 체제하에서는 탄핵 심리를 비롯해 결정까지 모두 가능하다. 다만 2025년 4월 18일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 등 2명의 임기가 종료되면서 탄핵 심판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경우 또다시 6인 비상 체제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고환율에 물가 꿈틀…'스태그' 가시화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4.12.31 18:11:49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장기화에 환율이 고공비행을 하고 내수 침체가 가속화하고 있어 이대로라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을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통계청의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9% 상승한 114.91로 조사됐다. 소비자물가는 두 달 연속 오름세다. 10월 전년 대비 1.3%로 저점을 찍은 물가 상승률은 11월 1.5%로 반등한 뒤 12월 들어 1.9%까지 뛰었다. 한국은행의 물가 관리 목표치인 2%에 다시 근접한 것이다. 지난해 전체로는 물가가 2.3% 상승했다. 12월 물가 상승은 고환율로 석유류 가격이 1% 오른 영향이 컸다. 석유류는 9월과 10월·11월 석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이번에 상승 전환했다. 식료품 물가가 오른 것도 물가를 부추겼다. 농산물 가격은 작황 부진에 2.6% 상승해 11월(0.3%)보다 오름세가 가팔라졌다. 전월 대비로는 4.3% 뛰었다. 가공식품은 빵·커피·비스킷을 비롯한 일부 품목의 출고가가 급등하면서 전월(1.3%)보다 높은 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12월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70~1480원 안팎을 오르내렸다. 2024년 4분기 평균 환율은 1398.75원으로 1400원에 육박한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1418.3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24일 기준 주요 투자은행(IB)들의 새해 1분기 말 환율 전망치 중간값은 1435원으로 3분기까지 높은 환율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환율은 수입과 소비자물가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준다. 한은은 11월 중순 이후의 환율 상승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05~0.1%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추산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석유류는 즉시, 다른 품목은 시차가 1~3개월가량 된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근 고환율 등으로 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한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게 된다. 잠재성장률(2%)보다 낮은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유력한 가운데 물가 관리 목표(2%)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은 스태그플레이션 상태라고 볼 수 있다. 현재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1월 기준 97.6으로 코로나19 확산 시기인 2020년 9월(97.4) 이후 가장 낮다. 정부 관계자는 “11월 이후 소비·기업심리지표가 급격히 나빠졌는데 이는 실물경기 측면에서도 분명히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상기후에 따른 식료품 물가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2024년 농산물 물가는 10.4% 상승해 2010년(13.5%) 이후 가장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신선과실 물가는 17.1%나 뛰어 2004년(24.3%)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상기온과 폭우에 따른 작황 불안이 지속되고 있어 새해에도 식료품 물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
환율 상승에 금리까지 '짭짤'…달러예금 한달새 2.7조 증가
경제·금융 은행 2024.12.31 18:10:36주요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이 지난 한 달 사이 2조 7000억 원가량 증가했다. 비상계엄부터 거듭된 탄핵까지 비상 정국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 추세인 데다 원화 예금보다 금리도 높아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달러 예금 잔액은 629억 9000만 달러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전인 2일 611억 7700만 달러 대비 18억 1300만 달러(약 2조 6680억 원) 늘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환율이 급등(1390원대→1410원대)하자 대거 차익 실현이 이뤄진 4일(605억 5900만 달러)과 비교하면 잔액 증가 폭은 24억 3100만 달러(약 3조 5780억 원)나 된다. 달러 예금이 증가한 배경에는 환율이 앞으로도 고공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비상 정국으로 1400원대를 뚫은 환율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1695원) 이후 27년 만에 가장 높은 1472.5원(주간 거래 종가)으로 해를 마쳤다. 환율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 달러를 매수해 예치하려는 수요가 커졌다. 환율이 단시간 내 급등하자 하루 사이에 조 단위로 예금 잔액이 늘었다가 줄어드는 상황도 연출됐다. 20일 13억 4100만 달러(약 1조 9740억 원) 감소한 달러 예금 잔액은 바로 다음 날인 21일에는 11억 4400만 달러(약 1조 6800억 원) 증가하며 요동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 상승으로) 차익 실현과 추가 매수가 숨 가쁘게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달러 예금이 미국 기준금리(4.25~4.5%)를 기준으로 하는 만큼 은행 원화 예금보다 금리가 높은 것도 달러 예금을 선호하는 원인이다. 실제로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금리(1년 만기, 연이율)는 3.63~4.15%로 우대금리를 포함한 원화 정기예금금리 최고금리 범위인 3.15~3.22%보다 높게는 1%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은행들이 예대마진을 키우기 위해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를 더 빨리 내리는 것도 작용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뿐 아니라 개인 고객들도 달러 예금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달러 예금 계좌 가운데 개인 보유 비중은 30%가량으로 알려졌다. -
권성동, 최 대행 헌법재판관 임명에 "강한 유감…野 협박에 굴복"
정치 국회·정당·정책 2024.12.31 18:04:46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을 임명한다고 밝힌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힌 뒤 "최 권한대행의 결정은 야당의 탄핵 협박에 굴복해 헌법상 적법 절차 원칙을 희생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 탄핵 심판은 국가 중대사다. 어느 때보다도 재판 과정에서 적법 절차의 완결성이 중요하다"며 "헌법재판소가 탄핵 기각과 인용 중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우리 사회는 극심한 대립과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길은 절차적 공정성에 만전을 기하는 것뿐"이라며 "그런데 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은 헌법상의 '소추와 재판 분리'라는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오늘의 결정은 잘못된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정의 현상 유지를 기본으로 해야 하고, 권한의 범위를 현상 변경까지 확대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며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은 중대한 현상 변경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덕수 총리는 탄핵을 각오하고 국회 여야 합의의 정신을 지켜 달라고 요청했다. 최 대행은 한 총리의 결단을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 중 조한창(국민의힘 추천), 정계선(민주당 추천) 후보자를 임명한다고 밝혔다. 다른 민주당 추천 후보자인 마은혁 후보자에 대해선 추후 여야 합의가 있을 경우 임명하겠다고 했다. 서지영 원내대변인은 최 권한대행이 국무회의 전에 여당에 이 같은 결정을 전달했는지에 대해 "이런 결정을 내렸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마 후보자 임명을 두고 야당과 협의할지에 대해선 "추후 여야 대화가 있을 때 검토할 순 있으나, 지금 단계에선 어렵겠다"고 말했다. -
국민·기업 피해 극심한데…'외환시장 손 떼'라는 KDI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12.31 18:03:12고환율로 기업·소비자 피해가 극심한 가운데 국내 대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외환시장에서 손을 떼라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논란에서 보듯 KDI가 정부를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니 이 같은 행태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3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KDI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DI는 “우리 외환시장은 자율변동환율제도로 운영되고 있다”며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KDI는 “환율 변동은 외생적 충격이라기보다는 미국 경제의 긍정적 측면과 한국 경제의 부정적 측면이 반영되며 나타난 현상”이라며 “이러한 환율 변동은 국가 간 경제 불균형이 해소되는 기제”라고 덧붙였다. 이는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보다도 공격적이다. KIEP는 “대규모 및 장기간 달러 매도 개입은 외환보유액 급감에 따른 대외 신인도 약화 우려 등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면서도 “환율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대외 신인도 관리 강화, 외환 수급 안정, 금융 안전망 강화 등 다각적인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KDI가 정부를 지나치게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금융 업계 임원은 “국책연구기관이라는 성격 때문에 정부에서 부담스러워할 만한 외환시장 개입 주장을 적극적으로 내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KDI 입장에서는 정부 측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는 국민과 기업을 외면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중소기업은 환율이 1%만 올라도 영업이익률이 0.36%포인트 떨어진다. 중소업체들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오르내리면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대기업들조차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고환율은 수입물가와 소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KDI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의 전반적인 경기 진단에 대해서도 몸을 사리고 있다. 실제로 KDI는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 따른 경제 영향에 대해 공식 연구를 하나도 내지 않았다. 13일 김 의원에게 제출한 ‘12·3 계엄령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 자료에서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과제를 수립하거나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임무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조동철(사진) KDI 원장부터 소극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원장은 11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상황에 대한 질문은 가급적 안 했으면 좋겠다”며 선을 그었다. 당시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한 차례 부결돼 정치 불확실성이 증폭되던 시기였다. 올해 상반기 내수 부진을 이유로 지속적인 금리 인하를 주장하던 것과 달리 추가경정예산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KDI는 5월 “금리 정책의 내수·인플레이션에 대한 파급 시차를 감안해 선제적 통화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상황은 이런데 KDI 내부 관리에는 구멍이 뚫려 있다. KDI가 12월 초 공개한 ‘2024년도 자체 감사 결과’에 따르면 KDI 직원 중 대외 활동 신고 의무 위반자는 총 35명으로 조사됐다. KDI 직원이 외부 강의를 비롯한 대외 활동을 하려면 사전 혹은 대외 활동을 마친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원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 -
[만파식적] 디 엘더스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12.31 17:54:49유럽 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는 남쪽 그리스계와 북쪽 튀르키예계 간의 오랜 갈등 끝에 2008년 평화의 봄을 맞았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데즈먼드 투투 남아프리카공화국 주교 등 ‘디 엘더스(The Elders)’ 소속 원로들이 네 차례나 키프로스를 찾아 정치 지도자, 언론, 시민사회 대표, 청년들을 만나 남북 간의 평화 협상 테이블을 만들고 타협을 이끌어낸 결과였다. 디 엘더스 원로들은 키프로스 남북에 각기 영향력을 지닌 그리스·튀르키예 정상들을 만나 지원도 요청했다. 통일 협상까지는 이루지 못했지만 디 엘더스의 활동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디 엘더스는 2007년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89세 생일을 계기로 전직 국가 지도자들이 세계 평화와 인권 증진을 위해 결성했다. 현재 후안 마누엘 산토스 전 콜롬비아 대통령이 의장,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그라사 마첼 전 모잠비크 초대 교육부 장관이 부의장을 맡고 있다. 노르웨이 첫 여성 총리였던 그로 할렘 브룬틀란과 아일랜드 첫 여성 대통령이었던 메리 로빈슨 등 10여 명도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디 엘더스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국제인권구역 설정, 남수단 분리독립 지원, 핵무기 근절 운동 등에서 큰 활약상을 보여줬다. 2011년에는 카터 전 대통령 등 원로들이 남북한과 중국을 방문해 한반도 긴장 완화를 모색하기도 했다. 카터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면서 퇴임 뒤에 ‘더 빛나는 지도자’로 활동하는 디 엘더스가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퇴임 후 피의자로 전락한 사례가 많다. 위헌적 비상계엄으로 직무가 정지된 윤석열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국가 지도자급 원로들이 제 역할을 못하는 나라와 국민은 불행하다. 우리가 디 엘더스처럼 존경할 만한 지도자를 가지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31일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대한민국헌정회 주최로 전 국회의장·국무총리·정당대표들이 간담회를 갖고 ‘윤 대통령 탄핵심판 기간 중 분권형 개헌’을 촉구했다. 새해에는 원로들의 역할 속에 이 나라가 난국을 빨리 극복하기를 기원한다. -
이 와중에…대규모 해외연수·몸집불리는 공공기관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4.12.31 17:37:52비상계엄과 탄핵 국면 장기화로 정국이 불안한 상황에서 일부 공공기관이 자기 잇속만 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임금과 처우 문제로 총파업을 벌였던 IBK기업은행이 새해 3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직원 300명을 일본 도쿄에 단기 해외 연수를 보낸다. 예산은 약 4억 9500만 원이며 1인당 165만 원이 책정됐다. 이들은 일본에서 △금융 세미나 △도쿄지점 방문 △문화 체험 프로그램 등을 할 예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2025년 4월과 8~9월, 두 차례에 걸쳐 직원 460명을 홍콩에 보낸다. 책정된 예산만 7억 5900만 원이다. 이들 역시 현지 지점 방문과 세미나,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한다. 두 사업을 합치면 총예산만 12억 5400만 원이다. IBK기업은행은 일본과 홍콩 연수를 대행할 업체를 1월 14~15일에 각각 뽑는다. 이를 두고 정부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IBK기업은행은 환율 폭등과 금융시장 불안에도 27일 총파업을 벌였다. 최근 임금·단체교섭도 임금 인상률 0.3%포인트 차이로 결렬됐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임금과 처우를 두고 투쟁할 수는 있지만 정국이 불안하고 환율이 치솟는데 국책은행이 파업을 하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다. 시점이 문제”라며 “직원들도 뒤로는 연수 등 챙길 것은 꽤 챙기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18일 공개된 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공단 측은 이사회에 본사 신규 사무실 임차 계획을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한 이사가 “2019년 울산으로 이전했는데 증축 등을 위한 여유 부지가 전혀 없느냐”고 우려했지만 공단 측은 “증원 등으로 본사 직원 수가 늘면서 업무 공간이 부족해졌다”며 “기존 건물에는 더 이상 공간이 없어 부득이하게 인근 건물에 사무실을 임차했다”고 답했다. 문제는 직원 수다. 9월 말 기준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을 더한 직원 수가 755명으로 2023년 말(748명)보다 7명 많고 2022년 말(756명)보다는 되레 적다. 앞으로 공단은 사무 공간 마련을 위한 예산 확보를 정부 부처와 협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단의 경우 최근 직원들이 태양광 사업을 겸직하거나 돈거래를 하다가 적발된 기관이다. 특히 2023년 9819억 4000만 원이었던 정부의 직간접 지원 규모는 2024년 예산 기준 1조 2509억 8200만 원으로 무려 27.3%나 급증했다. 판매관리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9년 498억 6800만 원에서 4년 새 613억 6700만 원으로 23% 폭증했다. -
IMF때 삼성이 반도체 키웠듯…판도 뒤집을 '新수출엔진' 찾아야
산업 기업 2024.12.31 17:32:19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민관정이 힘을 합쳐 다시 한번 수출 엔진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 우리 경제가 코너에 몰릴 때마다 돌파구 역할을 했던 수출이 2025년 을사년(乙巳年) 새해에도 다시 한번 희망의 사다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우라나라 경제사(史)에 “수출만이 살길이다”라는 슬로건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중반부터다. 박정희 정부가 1962년 내놓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만 해도 해외 자본을 유치해 제철·기계·비료 같은 중화학공업을 육성한다는 청사진만 있었을 뿐 수출을 기반으로 한 공업화 계획은 명시되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62년 6월 실시한 화폐개혁까지 실패로 돌아가면서 우리 경제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이때 깜짝 구원투수로 등장한 게 바로 수출이었다. 당시만 해도 가발·합판·섬유 같은 노동집약형 제품들이 주요 수출품이었지만 이 제품들이 외화를 들여오면서 경제 전반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수출에서 희망을 본 정부가 1964년 환율을 2배로 올리는 조치까지 단행하면서 그해 한국 수출은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돌파했다. 수출이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밀어 올리는 1등 공신 역할을 한 셈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수출이 있었다. 국내 기업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도산하는 환란 속에서도 고환율 수혜를 입은 수출 제조 기업들이 달러를 빨아들이며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가장 빨리 IMF 체제를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나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우리가 전 세계 ‘우등생 국가’로 평가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결국 수출이었다. 실제 주요 위기 때마다 수출이 10% 이상 두 자릿수씩 증가하면서 경제위기 극복을 선두에서 이끌었다. 장상식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2024년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에서 내수가 역성장했지만 수출이 이를 상쇄했다”며 “수출이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최대 버팀목”이라고 말했다. 2025년은 그 어느 때보다 상황이 더 비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세계 정세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국내 정치마저 불확실성의 늪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중심을 잡아야 할 산업 정책이나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도 기대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이런 위기 속에서 ‘제2의 삼성’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998년 IMF 위기 때 철강·조선 등 중화학 경제에서 반도체·통신 등 신(新)경제로 갈아탄 삼성이 이후 30여 년 동안 한국 경제와 수출을 이끈 것처럼 글로벌 산업의 변화에 올라탈 수 있는 새로운 기업을 키워내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한 대기업의 기획 담당 임원은 “국내 기업들의 투자 현황을 보면 반도체나 자동차 말고는 전부 투자 지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각종 신산업 규제, 상법, 중대재해법 등을 풀어서 2030년에는 수출 1조 달러 시대를 연다는 각오로 정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해에도 7000억 달러를 밑돌며 박스권에 갇혀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연간 수출액이 매년 성장할 수 있도록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작동할 수 있는 대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024년 깜짝 수출 실적을 기록한 변압기나 라면처럼 수출 품목을 다변화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도 필요하다. 10월 누적 기준 변압기와 라면의 수출 금액은 각각 18억 3100만 달러, 12억 24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최대 50% 넘게 증가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북미 시장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와 K팝 열풍 등에 발 빠르게 대응한 결과로 수출이 늘었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 가치 하락)하면서 현지 투자 비용에 대한 부담이 생겨나고 있다”며 “대통령 탄핵과 같은 사태도 국가 신인도는 물론 국가 브랜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새해에 선박과 바이오헬스, 화장품 등에서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이 같은 품목들에 대한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 신년사 "일하는 민생의회 역할 다할 것"
사회 전국 2024.12.31 16:59:23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은 31일 2025년 을사년 신년사를 통해 일하는 민생의회의 역할을 다짐했다. 김 의장은 “2025년은 ‘푸른 뱀의 해’. 뱀은 예로부터 현명하고 지혜로운 동물로 여겨졌다. 허물을 벗고 성장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탄생’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러한 지혜와 변화”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탄핵 정국의 후폭풍은 여전히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드리워져 있다”며 “뱀이 허물을 벗어 더 강하고 새롭게 태어나듯, 우리도 이 어려운 시기를 지혜롭게 넘어 새로운 희망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경기도의회는 도민 여러분의 저력을 믿는다”며 “위기의 순간마다 길을 찾아내고, 희망을 심어온 도민들께서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역할로 새로운 한 해 밝혀주실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특히 “2025년은 제11대 경기도의회가 약속드린 변화들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결실의 해가 될 것”이라며 “임기 반환점을 돌아 매듭을 향해 나아가는 지금, 당면한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며 ‘일하는 민생의회’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협치와 소통’의 힘이 의회 안의 협력을 넘어, 도민들 삶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 가까이서 도민 목소리를 듣고, 함께 고민하며 당면한 위기들에 해결책을 찾아가겠다”고 약속했다. -
'1급 보안시설' 尹관저, 경호처 불허땐 영장 있어도 수색 불가
사회 사회일반 2024.12.31 16:00:57법원이 31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실제 집행되기까지는 ‘넘을 산’이 많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라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 심판대에 오르며 직무가 정지됐을 뿐 여전히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윤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는 법률상 경호처장의 허가 없이는 들어갈 수 없는 ‘1급 보안 시설’이라 고위공직자수사처·경찰 등 수사기관의 강제 신병 확보에 난관이 예상된다. 사정 기관이 윤 대통령의 신병을 강제로 확보하는 데 법적 걸림돌로 제기되고 있는 건 형사소송법 조항상 충돌이다. 해당 법 200조(영장에 의한 체포)에 따르면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 사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그러한 우려가 있을 때 검사는 지방법원 판사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할 수 있다. 또 체포 또는 구속의 경우 필요할 시 영장 없이 가옥·건조물 등 내에서 피의자 수색이 가능하다. 반면 같은 법 110조에서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한남동 관저 등은 윤 대통령이 머물고 있다고 추정되는 곳이자 1급 보안 시설이다. 이 경우 수색 및 체포영장이 있더라도 체포를 위한 수색을 위해서는 경호처장의 허가가 필요하다. 한 사정 당국 관계자는 “피의자가 어디 있는지 정확하게 특정하지 않는 이상 수색·체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허가하더라도 수색을 불허하면 체포 자체가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수색을 허가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체포영장 집행도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경호처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대통령경호법)도 수사기관이 체포영장 집행에 앞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대통령경호법에 따르면 경호처장이 경호 업무 수행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경호 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 경호 목적상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경호 구역 내 질서 유지, 교통 관리, 검문·검색, 출입 통제 등도 허용된다. 정당방위(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해 한 행위) 등으로 판단될 때는 무기 휴대·사용도 가능하다. 수사 당국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할 때 경호처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해당 조항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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