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제공: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술과 미래
압력 차이로 먼지흡입
진공청소기는 지난 1901년 2월 18일 영국의 공학자 휴버트 세실 부스에 의해 우연히 발명됐다. '먼지를 빨아들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뒤 의자 등받이에 손수건을 놓은 후 자기 입술을 대고 훅 빨아들이는 실험을 한 것이 그 효시다.하지만 초기의 진공청소기는 거대한 엔진 때문에 마차가 끌고 다녀야 했을 만큼 몸집이 거대했다.
진공청소기의 진공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이 비어있는 공간을 말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입자가 전혀 없는 절대 진공상태를 만드는 것은 거의 불 가능하다. 따라서 진공청소기의 진공은 주위의 대기(大氣)보다 압력이 낮은 공간을 의미한다. 진공기술에 관련한 국제 규격을 정하고 있는 국제표준기구(ISO)와 미국 진공협회(AVS)에 따르면 진공은 '대기압보다 압력이 낮은 상태 또는 1㎤당 분자 수가 2.5×1019개보다 적은 경우'로 정의된다.
지구의 대기압은 760토르(1기압)며 진공청소기 내부의 압력은 약 600토르(0.789기압)다. 이러한 압력 차이에 의해 외부의 먼지가 청소기 내부로 흡입된다.두 공간에 압착차이가 생기면 압력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힘의 흐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진공 청소기는 1분당 1만 번 이상 팬을 강하게 회전시켜 청소기의 호스 속을 진공 상태로 만든다.
진공청소기가 먼지를 내뿜는다?
우리나라 가정에서 청소에 투자하는 시간은 한 달 평균 약 15시간. 진공청소기는 청소에 시달리는 주부들의 수고를 덜어주는 문명의 이기인 셈이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연맹이 과거에 발표한 '진공청소기의 미세먼지 배출 테스트' 자료에 따르면 가정용 진공청소기의 대다수가 큰 먼지는 제거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미세먼지들은 청소 기 속에 쌓이지 못하고 배기구를 통해 배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진공청소기로 매일 집안을 청소해도 구석구석에 먼지가 쌓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과학자들은 이것이 진공청소기를 사용할 때 공기 중의 미세먼지가 오히려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미국 스탠퍼드대학 안드레아 페로 박사팀도 사람이 집안을 돌아다니거나 침대를 정리하는 동안, 또는 진공청소기를 돌릴 때 오히려 지름이 수㎛에 불과한 미세먼지의 숫자가 크게 증가 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특히 진공청소기의 경우 카펫을 그냥 두드렸을 때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의 먼지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기가 미세입자 먼지를 흡입하지 못하거나 흡입된 미세먼지들이 필터에 흡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과학자들은 진공청소기에 의존하기 보다는 물걸레나 스팀 청소기를 이용해 수시로 집안을 닦아주는 것이 미세 먼지 발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99.9%의 살균능력 '스팀 청소기'
빗자루를 대신해 먼지를 흡입하는 것이 진공청소기라면, 스팀 청소기는 뜨거운 증기를 내뿜어 물걸레질 효과를 발휘한다. 게다가 온돌과 장판이 일반화되어 있고 먼지를 쓸어낸 뒤 꼭 걸레질을 해야 하는 우리의 주거 문화에 딱 들어맞는 기기다.
스팀 청소기의 원리는 간단하다. 내부 보일러에서 물을 끓인 뒤 강력한 압력으로 고온 스팀을 분사, 바닥의 때를 불리고 초극세사 걸레로 닦아내는 것이다.재미있는 사실은 스팀 청소기와 스팀다리미의 스팀 발생 메커니즘이 다르다는 점이다.
스팀다리미는 히터를 발열시켜 스팀을 분사하는 반면 스팀 청소기는 물분자에 섞여 있는 도체를 이용해 발열을 유도하는 '방전 전극 방식'이다. 순수한 물(증류수)은 방전 전극을 통해 발열이 일어나지 않아 스팀이 발생하지 않지만 일반적인 물(수돗물) 속에는 미량의 전해질이 포함돼 있어 양극과 음극 사이의 방전판을 통과시키면 물 분자가 진동하며 뜨거운 수증기로 변한다.이렇게 가열 장치에서 나오는 100℃ 이상의 고온 스팀이 흡입구를 통해 노즐 바깥의 패드(걸레)로 전달돼 먼지를 닦아주는 것.
특히 이 고온의 스팀은 먼지는 물론 진드기, 곰팡이, 대장균 등 세균의 살균 효과까지 제공 한다.스팀 청소기의 살균 비결은 뜨거운 온도에 있다. 세균은 온도 변화에 매우 잘 적응하고 생존력이 강한 편이어서 75℃까지는 충분히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어 웬만큼 고온의 걸레로 닦아내도 죽지 않는다. 하지만 85℃ 이상에서는 대부분의 세균은 죽는다. 100℃ 이상의 스팀을 내뿜는 스팀 청소기의 살균효과는 99.9%에 가깝다.
스팀 진공 청소기와 로봇 청소기
요즘은 진공청소기와 스팀 청소기의 기능이 결합된 스팀진공청소기도 출시돼 있다. 스팀 청소기는 진공청소기로 1차 먼지흡입을 하고 나서 사용하는 것이 보통인데 스팀진공청소기는 먼지를 흡입하면서 동시에 스팀을 분사해 닦기 때문에 청소 시간과 노력이 반으로 줄어든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는 청소기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진공청소기나 스팀 청소기는 사람이 직접 청소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이를 보완해 인간의 도움 없이 스스로 집안을 치워주는 청소기가 있다. 바로 로봇청소기다. 로봇청소기는 사용자가 원하는 청소요일과 시간을 지정하면 설정된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으로 알아서 청소한다.
로봇청소기는 먼저 청소 솔로 먼지를 쓴 뒤 진공으로 빨아들인다. 진공청소기처럼 모터에 의해 회전날개가 고속 회전하며 내부를 진공상태로 만든 후 흡입구를 통해 공기가 들어올 때 먼지도 함께 빨아들이는 원리다.이러한 로봇청소기는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계산, 자동으로 청소를 한다. 내부에 장착된 고감도 센서를 통해 청소할 공간의 크기와 시간을 파악, 상황에 따라 스스로 청소 방법을 변경해 가며 청소를 한다.
방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청소할 영역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이 계산한 특정 각도로 움직이는 것.이때 다양한 장애물을 감지하기 위해 청소기에는 초음파 센서가 장착돼 있다. 초음파는 주파수가 높고 파장이 짧기 때문에 작은 물체에 부딪쳐도 강한 진동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초음파를 쏜 후 그 반사파를 감지하면 물체의 존재를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또 계단 인식 시스템도 부착돼 있어 계단 등의 높은 위치를 스스로 감지할 수 있다. 낭떠러지를 인식하는 센서는 적외선 센서이다. 앞으로 10~20년 후에는 모든 가정에 청소 로봇이 보급돼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사회가 펼쳐 질지도 모른다.
주부의 일을 로봇이 다 해주면 주부가 설 자리를 잃지 않겠느냐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할지 모른다. 주부들은 짜증스럽겠지만 미래에는 그 시대에 맞춰 지금은 없는 새로운 부분에서의 가사업무가 또 생길 테니까 말이다.
글_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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