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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농구의 과학 : 각도와 시점을 알면 나도 NBA 득점왕

스포츠 과학은 살아있다

지난 6월 열린 2009-2010 시즌 미 프로농구(NBA) 챔피언결정전 7차전은 세계 농구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였다. 전통적 라이벌인 LA 레이커스와 보스턴 셀틱스가 3승3패로 맞선 상황에서 레이커스의 간판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와 슛의 교과서라 불리는 셀틱스의 레이 알렌을 필두로 피 말리는 접전이 펼쳐진 것.

결과는 83-79의 레이커스 승리. 셀틱스는 마지막 공격에서 던진 3점슛이 불발로 돌아가며 눈물을 머금고 우승컵을 내줘야 했다. 이처럼 농구는 여타 구기종목처럼 슈팅과 득점에 의해 승부가 결정된다. 그중에서도 미들슛, 3점슛으로 대변되는 점프슛은 득점의 가장 기본이 된다는 점에서 농구의 시작이자 끝이라 할 수 있다.


초속 7m, 49도의 슈팅이 이상적

점프슛은 '발사 과학의 결정체'라 불릴 만큼 복잡다단한 물리 역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슈팅 정확도를 높이고 코트를 지배하려면 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 첫 단계는 농구 골대인 림과 슈팅 각도와의 상관관계다. 림은 지름이 18인치(45.7㎝)로 직경 9.5인치(24.1㎝)의 농구공을 제외하고 남는 둘레의 여백이 4.25인치(10.8㎝)에 불과하다. 때문에 웬만한 중거리 슈팅은 슈팅방향이 1도만 틀려도 득점에 성공하기 어렵다.

그나마 이 여백도 림 위에서 90도 각도로 내리꽂는 덩크 슛에 해당되는 것일 뿐 일반 점프슛은 림을 향해 낙하하는 공의 입사각이 90도보다 훨씬 작아 여유공간도 적다. 득점을 위한 입사각 한계치는 30도로 그 이하가 되면 공은 이론적으로 림을 통과할 수 없다. 전문가들이 점프슛 성공의 제 1요인으로 슈팅 각도를 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리학적 관점에서 본 최적의 슈팅 발사각은 45도다. 이 각도에서 이론적으로 공이 가장 멀리 날아간다. 하지만 이는 슈팅 포인트와 림의 높이 (3.05m)가 동일했을 때의 얘기다. 일반 농구선수들은 팔 길이를 감안해도 점프슛 위치가림의 높이에 이르지 못한다. 따라서 농구에서의 발사각은 더 커져야 한다.

외국의 한 스포츠과학 기관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계산한 결과, 최적 발사각은 골대에서 3~8m 떨어졌을 때 47~52도 사이였으며 국내 프로농구 선수들 대다수도 이러한 발사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는 미 해군사관학교의 물리학자인 존 폰타넬라 박사가 지난 2008년 발표한 연구결과와도 일치한다. 당시 폰타넬라 박사는 NBA 선수들을 모델로 점프슛을 분석했는데 가장 이상적 발사각이 49도로 나타났다. 즉 슈팅은 직선이 아닌 유연한 포물선을 그릴 때 정확률을 높일 수 있으며 이는 공이 림에 이르는 속도가 느릴수록 득점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에 부합하는 공의 최적 속도는 초속 7m다.

선수들이 투핸드슛보다 원핸드슛을 선호하는 원인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KISS)의 성봉주 책임연구원은 "원핸드슛은 슈팅 폼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빠르고 정확한 슛이 가능하며 비거리 및 발사각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공중에 멈췄을 때 쏴라

성공적 점프슛을 말할 때는 슈팅 시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과연 점프 후 어느 시점에 슈팅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정답은 공중에 멈췄을 때다. 이게 무슨 뜻일까. 대개 점프를 한 사람의 상승 속도는 도약 직후가 가장 빠르고, 위로 올라갈수록 중력이 작용해 속도가 느려진다.

그리고 일정 높이에 이르면 중력이 상승력을 상회하면서 지면으로 떨어진다. 이 과정에서 최고 정점에 달한 순간, 즉 상승력과 중력이 같아져 속도가 '0'이 되는 순간이 최고의 슈팅 시기다. 이때는 마치 몸이 허공에 멈춘 것과 같아 자유투를 던지듯 완벽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이는 사격과도 일맥상통한다. 정확한 사격을 하려면 숨조차 쉬지 않고 모든 것을 멈춘 채 방아쇠를 당겨야 하듯 농구도 다를 바 없다. 다만 공중 정지 상태를 맞기 위해서는 한 가지 지켜야할 것이 있다. 반드시 수직으로 점프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점에 이르러도 전·후방으로 움직이려는 힘이 계속 작용해 정지 상태가 찾아오지 않는다. 프로선수들이 점프 직전 제자리에 멈춰서는 것이나 뒤로 점프를 하는 페이드 어웨이슛이 고난도 슈팅으로 불리는 이유다.

물론 점프슛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점프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성 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구 국가대표 팀의 점프력은 60~80㎝ 수준. 코비 브라이언트, 빈스 카터, 마이클 조던 등 유명 NBA 선수들의 80~100㎝에 비하면 낮은 수치지만 평범한 일반인의 30~40㎝ 대비 2배에 이른다.



특히 우수한 점프력은 몸의 조정력, 다시말해 균형감각이 뛰어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몸의 균형이 맞아야 지면을 차고 오르는 힘을 손끝까지 분명하게 전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확하고 안정적인 슛을 위해서는 팔과 손의 동작 못지않게 하체에서 균형을 잡아주고 탄성과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허리의 요굴근과 요신근, 허벅지의 대퇴사두근, 무릎의 슬관절 신전근, 발목 신근 등은 각각 점프의 주춧돌 역할을 함으로써 안정된 자세를 취하는데 도움을 주거나 착지 시의 충격을 흡수한다.

선천적 능력 vs 반복적 훈련

그러므로 점프력 향상을 위해서는 줄넘기 등을 통해 하지근력을 강화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훈련보다는 개인의 선천적 역량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성 연구원도 "1m 이상 점프하고, 착지하면서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을 동작을 유연히 처리할 수 있는 조정력 등의 체력은 선천적 재능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는 화려한 덩크슛을 뽐내는 흑인 선수들이 선천적으로 탄력과 유연성을 타고났다는 점과도 유관하다. 실제로 사람의 근육은 통상 탄력 및 순발력에 관련 있는 백근과 근력 및 지구력에 쓰이는 적근의 비율이 50:50으로 이뤄져 있지만 흑인은 백근의 비율이 훨씬 높다.

그렇다고 후천적 노력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울산 모 비스의 유재학 감독은 "정확한 점프슛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감각을 체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거리, 위치, 방향 등을 바꿔가면서 지속적으로 슈팅을 반복하는 방식이 정석"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연습을 하다보면 자신이 선호하는 슈팅 각도와 위치가 생긴다는 것. 스스로 편안하다고 느끼는 각도나 위치가 가장 안정적 슈팅의 근간이 된다. 흥미로운 것은 선수들이 오랜 훈련을 통해 체득한 점프슛 감각은 과학적으로 분석한 이상적인 데이터와 결과면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박소란 기자 psr@sed.co.kr







'무회전킥'은 있어도 '무회전 점프슛'은 없다

농구 경기를 자세히 보면 선수들이 슈팅을 할 때 손목과 손가락을 이용해 농구공에 역회전을 거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왜 굳이 힘들여 공을 돌리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회전이 없는 공은 백보드에 맞으면 입사각과 동일한 반사각이 형성되며 림 밖으로 튕겨져 나올 개연성이 높은 반면 역회전 중인 공은 백보드와의 접촉하는 순간 '작용-반작용의 법칙'에 의해 아래쪽으로 뚝 떨어져 득점 확률이 높아진다. 공이 림의 안쪽에 닿았을 경우에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난다.

최근 끝난 남아프리카 월드컵에서는 무회전킥이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무회전킥은 발 안쪽이나 바깥쪽이 아닌 발등으로 정지해 있는 공의 정중앙을 강하게 때려 회전을 최소화시킴으로써 공의 진행 방향을 쉽사리 예측할 수 없도록 한다. 골키퍼는 무척 곤혹스럽겠지만 관중이나 선수들에게는 더 할 나위 없는 즐거움과 만족감을 안겨줄 수 있다.

그렇다면 농구에서도 이와 같은 '무회전 점프슛'을 구사해보면 어떨까. 가까운 거리에서는 정확한 슈팅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먼 거리에서는 무리다. 정확성에서 분명한 차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무회전 슈팅이 속도면에서는 이익이 있을지 몰라도 회전에 의한 득점력 상승 효과는 이를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

물론 빠르기와 정확성을 동시에 지닌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일반인에게는 어려운 과제다.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연습을 거쳐야만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농구공의 생김새 역시 이 같은 공의 회전을 감안해 만들어졌다.

공 표면의 무수히 많은 돌기들이나 가로 및 세로 십자 줄무늬는 마찰력을 증가, 미끄럼을 방지하고 회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조치다. 이는 농구의 기본인 패스의 정확도를 높이고 성공적 슈팅을 만들어 내는 데도 크게 기여한다.

이밖에 구기종목의 공들은 대개 하얀색인 반면 농구공이 어두운 오렌지색이나 밝은 갈색을 띠는 것은 농구코트의 색을 고려해 눈의 피로를 덜기 위함이다. 코트보다 지나치게 밝은 색의 공은 눈의 피로를 증가시켜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처럼 사소한 듯 보이는 면면들조차 결국 모두 슈팅의 정확도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그냥 골을 넣으려 할 것이 아니라 농구에 숨어있는 스포츠과학을 찾아가며 운동을 한다면 한층 효과적인 그리고 재미있는 경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글_체육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성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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