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 광부
지난 6월의 어느 날 이른 아침. 필자는 현지인 가이드와 함께 사피트 치르에 있는 한 불법 광산으로 가고 있었다. 뉴욕 타임스가 미국 정부 관리들 의 말을 빌려 "아프가니스탄에는 이 나라의 경제 형편을 개선하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낼 수도 있을 만큼 많은 구리, 금, 철, 리튬, 각종 희소금속, 보석 등이 매장되어 있다"고 보도하기 한 주 전의 일이었다.
사피트 치르는 카불에서 북동쪽으로 160㎞ 떨어진 곳으로 에메랄드가 풍부한 능선이다. 3시간 동안 사람과 당나귀만 들어갈 수 있는 좁은 산길을 타고 산을 올라가자 여러 명의 광부들이 환영하며 맞아줬다.
그리고 이들 중 한명인 압둘 라티프가 어두운 터널을 지나 능선의 가장자리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곳은 아프가니스탄의 숨겨진 보물을 더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라티프는 원래 광부는 아니었다. 그는 지난 19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 무자헤딘 게릴라의 지휘관으로 싸웠던 인물이다. 당시 그는 이런 산에서 소련군의 포 사격과 헬리콥터 공격에 맞섰다.
그 때문인지 이 근처에는 지뢰와 사람의 뼈들이 다수 묻혀 있다. 라티프와 함께 일하는 광부 하룬은 수년 전 새로운 갱도를 파다가 고대 가옥의 집터를 발견한 적도 있다고 했다. 하룬은 그 때 암포라(Amphora) 토기 항아리도 하나 발견했는데 아쉽게도 그 속에는 먼지밖에 없었다.
이들처럼 보석을 찾는 아프가니스탄의 광부들은 자급자족 농민과도 같다. 무려 7,000년 동안 땅 속에서 귀금속을 채굴해 수출해 왔다. 고고학자들은 이집트의 것만큼 오래된 아프가니스탄의 고대 매장지에서 청금석을 출토하기도 했다.
현직 자급광부의 수는 약 3,000여명으로 이들의 일은 여전히 힘들다. 재산권이 없기 때문에 자신들의 생업을 중앙정부가 알지 못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중앙정부는 이 지역에 대한 통제력이 거의 없지만 말이다.
또한 폭발, 매몰, 산사태 등에 의해 광부가 사망하는 사고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식사는 당나귀로 일주일에 한 번 공급되는 묵은 빵과 차, 병아리콩, 쌀, 대마초뿐이며 여름에는 방수포를 덮은 돌 오두막집, 겨울에는 갱도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이렇게 힘들게 작업해서 3,000여명의 광부가 채굴하는 보석은 연간 275만 달러 상당. 하지만 정작 광부들의 손에 쥐어지는 금액은 이중 10%에 불과하다.
하룬은 우리에게 신선한 공기가 있는 갱도 속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하며 자신과 동료들이 착암기와 다이너마이트로 파낸 거친 갱도 안으로 안내했다. 산 속 갱도 속을 수백m나 들어간 뒤에야 그는 단단한 돌 벽에 램프를 비추고는 장석으로 보이는 가느다란 띠를 가리켰다.
"이것이 바로 에메랄드가 있다는 증거입니다." 실제로 그가 끌을 이용해 벽을 파내자 바닥에 떨어진 파편 속에 희미한 녹색 결정, 즉 에메랄드를 찾을 수 있었다. 하룬의 손에 잡힌 돌은 아프가니스탄의 광물자원이 매우 풍부함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누구도 정확한 매장량은 알지 못한다. 뉴욕 타임스는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했던 미 국방부의 태스크포스팀 관계자를 인용, 약 1조 달러에 달하는 광물자원이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했고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광물자원 가치가 3조 달러에 육박 한다고 주장했지만 현재까지 발행된 학술논문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실시된 미국 지질학 연구활동에 참여했던 지질학자 잭 메들린은 박사는 이렇게 말 한다.
"우리 보고서 어디를 봐도 달러로 아프가니스탄 지하자원의 가치를 환산한 내용은 없습니다. 물론 누군가가 예상 자원량에 원자재 가격을 곱해 그 가격을 산출했을 수도 있습니다. 부지런히 곱하고 더하다 보면 1조 달러라는 금액이 나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펜타곤 태스크포스팀의 추산에서는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이 숨겨져 있다. 얼만큼 있는지를 아는 것과 그것을 실제로 소유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다.
사실 지질학자들과 채굴 전문가들은 아프가니스탄의 전 체 자원과 현재의 기술력 및 환경 하에서 경제성을 갖춰 채 굴 가능한 매장량은 별도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펜타곤은 지구상에서 가장 거칠고, 외진 곳에 있으며 미개한 무법천지 국가의 지하에 묻힌 자원의 총량을 그저 현 시세대로만 계산한 것이다.
그 결과 아프가니스탄에서 흔히 그렇듯 엄청난 부에 대한 약속은 주어졌지만 어떻게 그 부를 가질 수 있는지는 전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 나라를 재건하려면 분명 지하자원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하지만 이 나라에 투자할 미래의 투자자들은 자원을 캐내기 위한 비용과 투자대비 이익에 대해 더욱 정밀한 분석을 원한다. 결국 과학자들이 아프가니스탄의 지하에 무엇이 얼마나 매장돼 있는지를 확인하고 현재의 가혹한 빈곤과 혼란, 전쟁 상황 속에서 무엇을 채굴할 수 있을지 알려준다면 아마도 아프가니스탄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지질학자들은 아프가니스탄 상공을 비행하며 중력계를 사용해 석유, 천연가스 등 유기물질이 풍부한 퇴적물 분지의 밀도 차이를 측정한다. 그리고 자기력계를 사용, 철광석의 존재를 암시하는 자기 이상도 측정한다. 색상이 단조로운 곳은 비행이 너무나 위험해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지역이다.
1 이미지에 보이는 지구 자장의 이상은 희토류 금속의 존재를 나타낸다.
2 자기 이상이 약한 곳에는 석유,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수 있다.
3 자기 이상이 강한 곳에는 구리가 매장돼 있다.
4 밀도가 낮은 곳에는 석유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수 있다. [2]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된다.
테티얀 광화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소련은 천연자원의 정치적 중요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래서 수도 카불의 동쪽에 '아프가니스탄 지질 조사본부(AGS)'를 설립했다. 소련군이 철수한 지 21년이 지난 현재 이곳은 국제기금의 도움으로 개·보수 가 이뤄지고 있다. 필자가 AGS를 찾았을 때 노동자들은 삭막해 보이는 콘크리트 외벽에 산뜻한 색의 페인트를 칠하고 있었다.
AGS는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는 기관이지만 아프가니스탄 광물 자원의 가치 평가도 담당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20억 달러의 자금을 추가로 융자해준 세계은행도 이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필자의 AGS 방문 목적은 세계은행이 AGS의 업무지원을 위해 파견한 클라우스 슈타인 뮐러와 제리 개리를 만나기 위해서다.
두 사람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천연자원으로 아프가니스탄을 부유하게 만들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개리는 "광산업계 입장에서 보자면 가장 먼저 이 지역의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며 "아프가니스탄의 지하에는 분명 매우 풍부한 광화대(鑛化帶)가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또 동반구의 주요 단층이 그려져 있는 지도를 펼치고 발칸 반도에서부터 인도를 지나는 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테티얀(Tethyan) 광화대는 터키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아시아를 횡단, 인도네시아로 갑니다. 이 광화대는 비금속 및 귀금속이 풍부하게 나는 산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 슈타인 뮐러가 끼어들어 지도의 한곳을 집으며 말을 보탠다. "테티얀 광화대는 잘 알려진 것에 속합니다. 하지만 그 외에도 다른 광화대가 많이 있습니다. 이곳도 그 중 하나죠."
그가 가리킨 곳은 해발 7,500m 이상의 산들이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동북쪽 끝이었다. 슈타인 뮐러는 "여기에는 귀금속이 많은데 이와 같은 장소가 다른 지역에도 많다"며 "다만 그런 장소들은 아직 파악된 정보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인도-호주 지각판과 유라시안 지각판의 거친 충돌은 이 광화대 존재의 원천이지만 광화대 분석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두 지각판의 충돌은 무려 5,000만 년 전부터 시작됐으며 현재도 히말라야 산맥을 1년에 약 2.5㎝씩 밀어 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의 산악지대는 광물자원 조사는 물론 게릴라 소탕작전을 펼치기조차 어려운 지구상에서 가장 험준한 지역이 됐다.
이 충돌은 특히 선사시대에 존재했던 테티스 해를 말려버렸고 암석과 지면에 열하(裂河)라는 틈을 만들어 마그마를 지상으로 분출시켰다. 이는 광물 탐사자의 시각에서 매우 매력적 조합이다. 지상으로 뿜어지는 마그마는 지구의 맨틀로부터 철, 구리, 금 등의 중원소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또한 마그마가 식으면서 에메랄드, 루비 등을 결정화시키며 유기퇴적물이 많은 선사시대의 해저에는 상당량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다.
개리의 말이다. "아프가니스탄은 겉보기와 달리 엄청난 부자 나라입니다. 지금은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떤 광물이 묻혀있는지를 정확하게 알려면 체계적 탐사가 필요합니다."
지질학자들은 그동안 아프가니스탄에 매장된 광물자원의 총량을 추산해왔다. 하지만 시장은 이와는 다른 수치, 즉 매장량에 따라 움직인다. 매장량은 자원 중 경제성을 갖춘 채굴 가능량을 가리킨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자원 매장량 집계는 그다지 자세하지 못하다. 현재 진행 중인 전쟁과 인프라의 부재 때문이다.
항공탐사만이 유일한 방법
과거 아프가니스탄 땅을 점령했던 역대 제국주의 국가들은 모두 이곳의 잠재적 부(富)에 주목하고 오랫동안 연구를 해 왔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최초의 과학적 탐사는 영국군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던 지난 1839년과 1878년에 이뤄졌다. 그리고 최초의 체계적 조사는 아프가니스탄의 국왕이었던 자히르 샤의 초대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소련의 지질학자들이 20세기 중반에 시행했다. 당시 이 다국적 연구팀은 두 발과 당나귀에 의존, 직접 암석 표본을 채취했다.
하지만 역대 가장 철저한 지상 연구를 수행했던 장본인은 광부 라티프를 무자헤딘 지휘관으로 만들었던 소련이었다. 소련은 아프가니스탄 침공 후 20개 장소를 파헤쳐 표본을 채취하고 철저히 평가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보인곳은 카불 남쪽의 대형 구리매장지인 아이낙(Aynak)과 이 보다 더 거대한 철광석 매장지인 하지각(Hajigak)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1989년 소련군이 철수하면서 모든 지질학 연구가 중단됐다. 지난 1995년 탈레반이 카불 외곽에 집결해 있었을 때 AGS의 직원들은 주요 연구 성과들을 책자로 편찬하고 있었는데 1년 후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자 각자의 집안에 문서를 숨긴 채 철저히 보호했다. 이 문서들은 현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후 지난 2004년에 이르러 미국과 영국 지질학자들은 GPS 위성과 현대식 현장 연구소를 통해 조사를 할 수 있도록 AGS 직원들을 훈련시키기 시작했다. 이들은 또 소련 학자들이 만든 보고서에 실린 자료를 컴퓨터 데이터베이스에 입력, 국제적 자료 표준에 맞추는 한편 과거 소련 지질학자들이 채취한 자료를 검증해 아프가니스탄 광물에 대한 수십 년 묵은 자료를 더 넓은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아프가니스탄 영토의 상당부분이 연구되지 못했다. 미국 지질조사소(USGS)의 연구팀은 조사 당시 대사였던 잘메이 칼리자드의 부하직원들을 카불에서 만나 브리핑을 실시한 적도 있다. 이 브리핑에서 중점을 둔 사항은 아프가니스탄 북부 쉐베르간 지역의 잠재적 석유생산 능력이었다. 하지만 대사 직원들은 탈레반의 영향력이 강한 지역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자원이 있는지를 더 궁금해 했다.
USGS 지질학자인 메들린 박사은 그들이 이렇게 질문했다고 기억한다. "아프가니스탄 남부에는 석유나 가스가 묻혀있을 가능성이 없습니까? 그건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대사 직원들의 생각은 틀리지 않다. 천연자원의 존재는 대규모 개발로 이어져 정세나 치안이 불안한 지역의 국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 게릴라가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 문이다. 이를 통해 국가의 경제를 살리고 정부의 권위를 신장시킬 수 있음은 당연하다.
이에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이끄는 현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매장자원에 대한 추가 데이터 확보의 필요성을 직시하고 USGS에 886만 달러를 주고 조사를 의뢰했다. USGS는 또 미 국제개발처(USAID)를 포함한 국제 자선단체에 요청, 추가로 1,500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제 조사를 하면 되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석유와 천연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개연성이 가장 높은 암석 지대는 파키스탄 국경을 따라 이어져 있는 국경 분지로서 이곳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가장 접근이 곤란한 지역인 것이다. 사실상 육로로는 USGS의 누구도 이곳에 들어갈 수 없다.
메들린 박사는 "이곳은 보안상의 이유로 출입이 제한된 지대에 속해 있다"며 "탐사를 하려면 원격 항공 탐사장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사를 막는 수많은 난제들
결국 유일한 해결책은 항공기의 투입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원격 감지장치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해결하기 힘든 난제들이 있었다.
첫 번째는 어떤 민간 조사관도 부하와 장비를 끌고 전쟁터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USGS는 미 해군 연구소와 미 항공우주국(NASA)에 현장작업 용역을 의뢰했다. 이렇게 지질학자들이 2대의 중력계와 1대의 자기력계를 탑재한 미 해군의 NP-3D 오라이언 항공기를 타고 목표 지역 상공을 여러 차례 비행하는 것으로 조사가 시작 됐다.
두 번째는 바로 안전이다. 지난 1980년대 미 중앙정보국 (CIA)이 소련군에 맞서던 무자헤딘 게릴라들에게 수백발의 지대공미사일을 보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의 심각성은 적지 않았다. 이의 해결을 위해 펜타곤은 항공기 조종사들에게 인근 산으로부터 3,600m 이상 수직 ·수평 거리를 유지하도록 지시, 미사일의 사거리를 벗어나도록 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의 국토 중 30%가 해발 4,200m 이상이라는 점은 아직 풀지 못한 숙제다. 이들 산보다 3,600m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해발 7,800m 이상 상승하면 모든 항공기 탑승자들은 특별 생명유지장비를 착용해야하는 탓이다. 때문에 해발 4,200m 이상의 지역은 현실적으로 조사가 어려우며 조사결과도 정밀하지 못하다.
메들린 박사는 "정밀한 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항공기가 저공, 저속으로 비행해야 한다"며 "고도 900m 이하가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지난 2007년 10월 완료된 제2차 조사에서는 미 공군과 NASA의 조종사들이 하이퍼스펙트럴 3D 매핑센서를 장착한 WB-57 제트 폭격기를 타고 아프간 상공을 횡단 했다. USGS의 지질학자들은 이 비행으로 얻은 자료의 미비한 점을 NASA의 랜드샛 위성과 일본의 ALOS 위성에서 얻은 영상으로 보충했다. 또한 지난 2000년 우주왕복선 임무에서 얻은 레이더 관측 결과도 합쳤다.
결과적으로 USGS의 원격 감지 계획은 기존 자료를 확증하고 더욱 자세히 만들어줬다. 조사를 통해 하지각의 철광석 매장지가 기존에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거대하며 아프가니스탄 남부와 남동부에 석유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도 발견했다. 그러나 원격 조사로 알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실제로 WB-57에 탑재된 센서는 해상도가 약 15m 수준이다. 지면의 가로×세로 15m를 하나의 점으로 표시한다는 의미다. 이는 분석에 유용한 데이터 패턴을 얻어내기에는 충분할지 몰라도 확실한 증거를 찾기에는 부족한 해상도다.
이것까지 생각하면 아프가니스탄에 어떤 광물이 묻혀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내려면 현장 조사 말고는 답이 없다고 해도 실언은 아닌 셈이다. 메들린의 말에 따르면 USGS는 언젠가 아프가니스탄의 지질학자들이 스스로 이에 뛰어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그들을 훈련시켰습니다. 그들이야말로 그곳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해외 투자유치가 성공의 관건
AGS로 돌아가보자. 개·보수공사가 진행 중인 건물 속에서 지질학자인 압둘 라만 아슈라프가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을 진행 중이었다. 그는 때때로 종이 위에 물결 모양의 바위로 이루어진 경사와 배사면을 그렸다.
그 그림에는 어느 장소를 언제 시추할지에 대한 정보가 나타나 있었다. 아 슈라프는 해외에서 대부분의 경력을 쌓았고 지금은 카르자 이 대통령의 에너지 및 광업 관련 수석자문역을 맡고 있다. 그의 일은 아프가니스탄의 광물 채굴 인프라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는 라티프나 하룬 같은 광부들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그 사람들의 작업방식이나 작업도구는 그야말로 석기 시대에나 어울리는 것입니다. 발파 방식으로 채굴을 하면 에메랄드 결정이 부서져서 상품가치가 떨어집니다. 지난 20 년간 이보다 더 신속하고 효율적인 작업방식들이 보급되어 있습니다."
현재 아슈라프는 채굴 기술과 인프라에 장기적 투자를 유치, 현 상황을 바꾸고자 노력한다. 예를 들어 페루 안타 미나 광산의 경우에도 해발 4,500m 능선 속에서 구리, 아 연을 채굴하지만 이곳의 광부들은 채굴한 광석을 컨베이어 벨트에 실어 중간 기지로 보낸다.
그리고 중간 기지에서 원석을 갈아 슬러리로 만든 다음 320㎞ 길이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푼타 로비토스 항구로 보낸다. 이런 시스템의 구축은 그리 복잡하지 않지만 규모는 매우 크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이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막대한 투자가 불가피하다.
이를 보면 투자 유치가 인프라 구축의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카르자이 행정부의 변덕스러운 기준 때문에 아프가니스탄 광업부는 엄청난 지각 변동을 겪었다. 지난 2002년 이후 장관이 무려 6명이나 바뀌었을 정도다.
게다가 광업부는 아프가니스탄 정부기구 중 가장 부패도가 높기로 유명하다는 사실도 투자 유치의 어려움으로 작 용하고 있다. 그 실례가 지난 2007년 아프가니스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외국 민간 투자인 중국과의 계약이다. 아프가니스탄은 중국야금과공집단공사(MCC)와 아이낙의 구리 채굴과 관련한 29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는데 광업부의 전직 장관이 이 회사에서 3,000만 달러의 뇌물을 받아 기소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그렇지만 아슈라프는 중국 정부에서 운영하는 MCC가 그 이후 무려 28억 달러에 달하는 직접 해외 투자를 제안했음을 지적한다. MCC는 아프가니스탄에 최초의 철도를 건설해주는 것에도 합의했다. 우즈베키스탄을 출발한 철도는 카불을 통과, 힌두쿠시를 거쳐 파키스탄으로 갈 예정이다. 또한 이웃나라인 중국과 인도의 급성장은 아프가니스탄에도 인프라 개발 및 경제 성장의 기회를 줄 것이라는 게 아슈라프의 생각이다.
이외에도 중국 정부는 이미 파키스탄의 원양 항구인 그와다르 항구 설비 공사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인도와 이란 역시 합동으로 아프가니스탄 남서를 출발, 이란의 원양 항인 차바하르까지 가는 도로를 건설 중이다. 이 협력의 목적은 탈레반을 괴멸시키거나, 정치적 동지를 만들거나, 아프가니스탄의 평화를 구현하기 위함이 아니다. 궁극적 목적은 아프가니스탄의 지하자원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나라에 대해 정확한 조사를 해야만 투자가 이뤄지고 도로와 일거리, 그리고 평화가 찾아 올 수 있다. 광업 전문가들은 아프가니스탄의 주요 광물 매장지를 제대로 조사하려면 앞으로도 여러 해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아슈라프는 공들여 그린 아프가니스탄의 지형 그림을 내려다보며 이렇게 말한다.
"지금의 암흑기를 더 이상 인내할 수만은 없습니다. 내일 이면 늦습니다. 지금부터 당장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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