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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식량난 해소의 첨병 마천루 농장

도시화와 환경파괴가 계속되면서 농경지 감소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머지않아 돈이 있어도 식량을 구하지 못하는 '신 기아민'이 탄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마천루 농장(Vertical Farm)' 이 이러한 위기에서 인류를 구해낼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 수십 층의 고층빌딩을 지어 농경지로 활용하는 마천루 농장은 지난 1999년 뉴욕 콜롬비아대학 딕슨 데스포미어 박사가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당시만 해도 이는 공상과학적 산물로 치부됐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현실이 되어 다가오고 있다.
자료제공 : 지멘스 Pictures of the Future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30층 고층빌딩. 그 속에는 사무실도, 상점도 없다. 에메랄드 빛 색조를 띈 온갖 식물들이 햇빛을 받으며 반짝거린다.

빌딩의 각 층에는 밀, 보리, 옥수수 등이 수경 재배되고 있으며 선반마다 다양한 식물과 형형색색의 화단이 겹겹이 쌓여있다.

그리고 그 아래를 여러 마리의 닭들이 자유롭게 거닌다. 화단 옆의 물탱크에는 물고기와 새우도 자라고 있다.

이들 동식물에 필요한 열과 빛은 태양열, 지열, 풍력, 수력을 통해서 얻고 비료는 하수나 축산 퇴비로 만든다. 이것이 바로 딕슨 데스포미어 박사가 구상하는 마천루 농장의 비전이다.






인구과잉과 기후변화의 대안

그가 마천루 농장이라는 수직농경을 제안한 이유는 인류가 맞게 될 식량위기 때문이다.

국제연합(UN)의 추산에 따르면 오는 2050년경 세계 인구는 현재보다 20억 명이나 늘어난 90억 명에 달할 것이며 이들 대다수가 도시에 거주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인구를 먹여 살리려면 무려 10억 헥타르의 경작지가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남북한을 포괄한 우리나라 전 국토의 45배이자 브라질의 국토와 맞먹는 넓이다. 사실상 이 정도의 경작지를 추가 확보하는 것은 누가 봐도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마천루 농장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30층 이상의 마천루 농장 하나면 5만 명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실제로 데스포미어 박사의 시뮬레이션 결과, 수경재배법을 사용하는 마천루 농장은 동일 면적의 야외 농경지보다 농작물 산출양이 최대 10~12배나 많다. 1만3,200㎡(약 4,000평)의 공간에 30층짜리 빌딩을 건설, 농장을 조 성했다고 가정할 때 최대 462만8,000 ㎡의 야외농지에서 거둬들인 양과 동일한 수확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일반 농법에 비해 적은 양의 물로 연중 내내 수확이 가능하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도 거대 농장의 효과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상추는 6주에 1번, 옥수수와 밀은 1년에 3~4번 수확할 수 있다.

비단 농작물만이 아니다. 마천루 농장은 송어, 장어, 조개, 새우, 가재 등의 해산물과 소, 돼지, 닭 등의 가축도 길러낼 수 있다. 식물과 마찬가지로 생장에 필요한 환경조건만 맞춰주면 된다.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도심의 농장에서 신선한 작물을 신속하게 공급받는 이점이 있다. 데스포미어 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환경을 의식하는 많은 사람들이 현지에서 생산된 음식을 구입하려하지만 세상에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보다 가까운 곳은 없다."

특히 마천루 농장은 지구온난화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된다. 생산지와 소비지가 한 공간에 있어 수송용 연료나 냉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대폭 절감할 수 있는 것. 그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저감될 것은 자명하다.

만일 마천루 농장으로 기존 경작지를 대체한 후 농토를 녹지(綠地)로 복구할 경우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흡수·제거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마천루 농장은 오늘날 세계 각국이 꿈꾸는 녹색도시 트렌드와도 일맥상통한다.



1년 365일 작물 생산

그런데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을 감안 할 때 부지 확보에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 데스포미어 박사는 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다. 마천루 농장은 도심의 빈 공간에 얼마든지 세울 수 있으며 도시 외곽이나 시가 보유한 부동산을 이용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미국 뉴욕의 브룩클린에 위치한 5㎡ 넓이의 '플로이드 베넷필드 시립비행장' 이나 뉴욕시가 소유한 70만㎡의 섬 '거버너스 아일랜드' 를 실례로 든다.

단지 내부에 들어갈 각종 첨단시설의 설치비용은 다소 취약점으로 지적되는 게 사실이다. 마천루농장의 현실화를 위해서는 관개와 통풍, 냉난방, 일조량 등의 측면에서 최적화된 설비가 요구되며 그중에서도 드립관개(dripirrigation), 공중재배, 수경재배는 핵심기술로 꼽힌다.

여기서 드립관개는 용수절약을 위해 작물의 뿌리에만 물방울을 떨어뜨려 수분을 공급하는 기술이며 공중재배는 식물을 토양에 심지 않고 공중에 매단 상태로 키우는 기술을 말한다. 수경재배의 경우 식물의 뿌리를 물과 수용성 영양분의 배양액에 넣어 재배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들이 뒷받침 돼야만 토양, 강수량, 날씨 등 외부환경의 제한에서 벗어나 1년 365일 작물을 생산 · 공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저렴한 비용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일부 학자들도 이 점을 들어 마천루 농장의 실용화에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한다. 미국 애리조나대학 환경조절 농업센터의 진 지아코멜레 박사도 그중 한사람. 그는 마천루 농장에서 작물 재배에 필요한 빛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아 여전히 전통적 야외 재배가 수직 농경보다 더욱 쉽다고 설명한다.



물론 이는 극복 불가능한 장애물이 결코 아니다. 데스포미어 박사도 비용을 이유로 연구를 포기할 생각은 없다. 대신 그는 프로젝트의 규모를 다소 줄일 계획이다. 지금 당장 5만명분의 작물을 수확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그는 현재 대학 및 농업 관련 회사와 협력해 빌딩 옥상에 온실을 만드는 등의 파일럿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세계 각국의 도시들도 이러한 마천루 농장을 생각보다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특히 뉴욕, 뉴저지 등 미국의 주정부와 요르단에서 큰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스포미어 박사는 "다가올 파멸을 피하려는 욕구보다 큰 동기 부여는 없다" 며 "이 파멸은 인구과잉과 기후변화에 의한 것으로서 마천루 농장은 이를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고 말했다.

현실 속의 마천루 농장

한발 앞서 미래를 설계하길 좋아하는 건축가들은 이미 수차례 데스포미어 박사의 마천루 농장을 조감도로 발표한 바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호주 O 디자인의 디자이너 올리버 포스터다. 그는 통풍이 잘 되는 12층 농장을 설계했는데 이 설계도는 매력적 디자인을 인정받아 독일의 사이언스 익스프레스 전시관에 전시되기도 했다.

포스터는 현재 싱가포르의 마천루 농장 디자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농장은 각 층의 높이가 6m인 원형 빌딩으로 일조량을 최대화하면서 LED 조명을 통해 건물 전체에 빛이 골고루 퍼질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농장과 다리로 연결된 주차장의 옥상에는 과일이 재배된다. 포스터는 "건물 내에 레스토랑을 입점시켜 농장에서 재배되는 농산물을 곧바로 요리해 손님에게 대접할 수 있도록 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가동 중인 것으로는 '고효율 온실' 도 있다. 이는 수경재배를 하는 실내농장으로서 미래 마천루 농장의 원형격이다. 대표적 고효율 온실은 애리조나 사막 한복판에 위치한 '유로프레시(Eurofresh)' . 이 농장은 128만㎡ 규모의 미국 최대 온실로 일반 경작지보다 물 사용량을 70%나 줄이면서 연간 8만톤의 토마토를 포함, 엄청난 양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수경재배의 특성에 기인한다. 영양분이 토양이 아닌 뿌리에 직접 흡수되기 때문에 생장속도가 빠르다. 토양이 없는 만큼 해충도 적으며 살충제 사용도 줄일 수 있다.

오늘날 실내농장은 미국, 캐나다, 영국,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발견할 수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실내농장에 대한 연구가 이미 정상 궤도에 올라있다. 정부의 지원뿐 아니라 건설업체나 무역상사, 식품회사 등 민간 기업에서도 활발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일본은 현재 약 50개의 실내농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2012년까지 100 개의 식물농장을 더 만들 계획이다.

유럽도 상황은 비슷하다. 농업선진국인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 등은 오래 전부터 유리온실과 태양열을 이용한 실내농장이 다수 운영되고 있다.

데스포미어 박사에 따르면 유로프레시 등의 수경재배 실내 농장은 오늘날 첨단기술을 통한 실내 경작이 얼마나 성공적인지를 보여 주는 사례다. 하지만 그는 유로프레시조차 여전히 도시민들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음을 지적한다.

수송비나 에너지 비용은 차치하고라도 배송과정에서 많은 채소들이 상해버리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유로프레시의 장점은 그대로 가져오고, 단점은 해소할 수 있는 마천루 농장이야 말로 궁극의 해법이 될 수 있다.




마천루 농장은 현재 진행형

한편 데스포미어 박사가 제시한 미래 지향적 마천루 농장의 건설을 이미 추진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 바로 캐나다와 미국이다.

이중 캐나다는 머지않아 토론토에 세계 최초의 마천루 농장 '스카이팜(Sky farm)' 을 세울 구상을 하고 있다. 이 농장은 토론토 도심 한가운데 마련한 1만3,200㎡ 부지에 지하 6층, 지상 58층 빌딩으로 지어질 예정이다.

아직 정확한 착공 시기나 위치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재 빌딩 외관의 디자인이나 생산 작물 등 기본적인 콘셉트가 정해진 상태다. 복도나 엘리베이터 등을 제외하고 농작물 재배에 사용되는 공간은 74만㎡지만 첨단시설과 수경재배에 힘입어 스카이팜의 농작물 수확량은 야외 농경지 420만㎡에서 거둔 수확량과 동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데 스포미어 박사는 스카이팜이 본격 가동되면 약 3만5,000명을 먹일 수 있고 연간 2,300만 달러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선진국의 활발한 움직임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초기 단계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실내농장에 대한 연구와 실용화 노력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관련연구를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곳은 농촌진흥청. 농진청은 지난 1월 남극 세종기지에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을 설치했고, 현재 기지 대원들은 그곳에서 재배되는 농작물을 식자재로 이용하고 있다. 농진청은 오는 10월에도 국립농업과학원 내에 3층 규모의 빌딩형 실내농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음지에서 잘 자라는 상추와 깻잎 등 잎채소류가 시범적으로 재배된다.

특히 오는 2014년까지 빌딩 실내농장용 광원, 원격감시 환경제어 시스템 기술 등의 집중 개발의지도 천명했다. 이로 인해 농진청은 2015년이면 국내에서도 빌딩형 실내농장이 첫 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전라북도의 경우 작년 2월 LED융합기술지원센터를 조성하며 실내농장 건립에 착수했다. 내년 완성 예정인 이 농장에서는 상추와 인삼 등이 재배된다. 그리고 경기도 부천시도 5층짜리 아파트를 개조, 실내농장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실내농장에서 키운 작물을 공급하고 있는 업체도 있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인성테크가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도심 속 상가건물 2층에 조성한 165㎡의 수경재배 실내농장에서 월 1만 포기의 무공해 상추를 생산, 백화점에 납품하고 있다.

이처럼 데스포미어 박사가 제시한 마천루 농장으로 가는 길은 아직 멀지만, 그렇다고 머나먼 미래의 상황만도 아니다. 마천루 농장은 우리의 현재이자 곧 미래인 것이다.




박소란 기자 ps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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