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이들을 복제한 경우에는 어떨까. DNA에 담긴 야생본능이 그대로 전달될까. 아니면 강아지와 같이 귀여운 순둥이로 변해버릴까.
미국 뉴올리언스 오듀본 멸종위기종 연구센터의 선임연구부장인 베치 드레서 박사에 따르면 복제된 야생동물도 일반 야생동물과 마찬가지로 야성의 본능을 지니고 있다.
이곳에서 유전자 복제로 탄생한 여러 마리의 아프리카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 그는 "이 고양이들도 진짜 야생 고양이와 다름없이 할퀴고 물어뜯는다"며 "장갑과 그물이 없으면 다룰 수 없을 정도"라고 설명한다.
복제 당시 드레서 박사는 야생고양이의 배아를 기를 대리모로서 집고양이를 선택했다. 야생고양이에게 집고양이의 온순한 성질을 주입시키려 했던 것.
하지만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다. 대리모인 집고양이와 함께 있을 때는 성질을 부리거나 싸우는 일이 확실히 적었지만 사춘기가 되어 대리모와 헤어지자 공격적 야생 본능이 여실히 드러났다.
드레서 박사는 복제된 야생고양이들은 결코 백지상태로 태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야생고양이의 완벽한 유전적 복제물이다. 때문에 아프리카 야생고양이를 사바나의 뛰어난 사냥꾼으로 만들어준 야생 본능은 그 유전자를 물려받은 복제 고양이들의 행동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쉽게 말해 모든 아프리카 야생고양이의 모태가 된 첫 번째 야생고양이는 DNA에 '저 생쥐를 잡아 먹어야 해'라는 명령이 각인돼 있어 생존과 번식에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개체가 새끼를 낳으면 그 유전자가 새끼에게 전해지면서 본능적으로 동일한 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다.
드레서 박사는 "인간의 손에 의해 복제된 생물에게도 유전자는 그대로 전해진다"며 "야생고양이들의 행동이야말로 본능이 어느 정도 유전에 의한 것임을 증명하는 좋은 증거"라고 밝혔다. 만약 과학자들이 멸종된 사나운 맹수 검치호의 복제에 성공한다면 복제 검치호는 결코 라스베이거스의 마술쇼에서 얌전히 곡예를 부리지는 않을 것이다. 조련사나 관객을 공격해 치명상을 입힐수 있다.
도도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복제된 도도새 역시 선조들이 겪었던 멸종의 역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온순하고 천적이 없어 하늘을 나는 법을 잊어버린 도도새는 선조들이 그랬듯 사람이 다가가 몽둥이로 때려 죽여도 저항하거나 도망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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