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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국립과천과학관 대한민국 과학문화의 新 메카

창간 10주년 특집기획

전 세계 카지노에는 3가지가 없다. 창문, 시계, 거울이다. 손님들이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초췌해졌는지를 알 수 없도록 해 도박을 더 오래 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의도는 다르지만 국립과천과학관에도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손대지 마시오'라는 경고문구다. 대신 관내 어느 곳을 가든 눌러보고 만져보라는 문구들이 넘쳐난다. 수영금지, 입산금지, 취사금지 등 하지 말라는 것에 너무나도 익숙한 한국인들에게는 다소 생경한 느낌마저 들 정도다.

체감형 과학관의 원조

국립과천과학관은 설립 추진 초기부터 '느끼는 과학관(Feels-on Science)'을 지향하며 대부분의 전시품을 관람객들이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지금은 국내에도 체감형 전시가 과학관 및 박물관의 기본이 됐지만 과천과학관이 개관한 2008년에만 해도 이는 파격적인 조치였다.

다른 과학관들과 차별화되는 국립 과천과학관만의 최대 강점이 바로 이것이다.

실제로 과학관에서 만나볼 수 있는 685개 주제, 총 2,004점의 전시물 중 체험형의 비중이 51.6%나 된다. 4~10 세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탐구체험관의 경우 무려 91%가 소꿉놀이를 하듯 재미있게 과학원리를 습득할 수 있는 실험·실습 환경으로 꾸며져 있다.

체험형 전시물들의 수준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단순히 각 장치를 작동시키고 눈으로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이 직접 온몸을 사용해야 하는 전시물들로 꽉 들어차 있다. 게다가 전시관 곳곳에는 지진 체험관, 태풍체험실, 비행 시뮬레이터, 우주유영장치(MMU) 등 어른들조차 두 눈을 반짝이며 줄을 서게 만드는 국내 최초, 국내 최대의 탑승물들이 즐비하다. 한번 이라도 이곳을 방문해본다면 '과학관은 어린이나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고정관념이 산산이 깨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상희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은 "현재 주중에는 3,500명, 주말에는 7,000명의 관람객들이 과학관을 찾고 있다"며 "아이와 시민들이 과학관을 놀이동산처럼 즐겁게 놀면서 시나브로 과학적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과 자연·문화예술의 융합

이러한 국립과천과학관은 크게 지하 1 층, 지상 3층 규모의 본관을 필두로 천체관, 천체관측소, 옥외전시장, 생태 학습장, 과학캠프장, 과학조각공원, 과학문화광장, 노천극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주 전시장 격인 본관에 기초 과학관, 자연사관, 첨단기술관, 전통 과학관, 어린이탐구체험관 등 대다수 전시관들이 집중적으로 설치되어있다. 일견 구조가 복잡할 것 같지만 천정개방형 중앙홀이 전시관들을 연결하는 교차점 역할을 하기 때문에 누구나 손쉽게 관람 동선을 찾을 수 있도록 설계 돼 있다.

또한 과학과 환경은 결코 떨어뜨릴 수 없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야외전시장에 생태 연못, 자생야생화원, 수목원 등으로 구성된 1 만6,500㎡ 규모의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주변 조경에도 심혈을 기울여 자연 과 어우러진 과학관의 면모를 갖췄다. 649석 규모의 극장식 어울림홀, 회의장 형태의 큐씨홀(180석), 엔씨올(150석) 등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함으로서 과학과 문화예술의 융합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디지털 창의적 영웅의 산실로

특히 국립과천과학관은 지난해 10월 제2대 관장으로 전 과학기술처 장관 출신의 이상희 관장이 부임하며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 관장의 진두지휘 아래 향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주역인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춰 국가와 세계를 선도할 창의적 인재를 키워내는 산실로서 환골 탈태를 시도하고 있는 것.

이 관장은 "현 시대는 아바타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같은 디지털 창의적 영웅을 필요로 한다"며 "아이들의 창의적 두뇌 계발(啓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각적 방안을 모색해 도입하려 한다"고 밝혔다.

국립과천과학관이 지난해 SF과학 영화제에 이어 올 하반기에 국제 SF영화제를 개최하려 하는 것이나 창의교육 콘텐츠로서 게임 콘텐츠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도 과학기술에 대한 대중적 관심 제고에 더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창의적 과학·수학교육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같은 이유로 지난달 26일에는 국립 중앙과학관, 서울과학관과 함께 중국 과학기술관, 베이징 자연사박물관, 베이징 천문관, 상하이과학기술관 등 중국 4개 과학관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온라인 수학게임 경시대회 공동추친, SF영화 '과학관이 살아있다'의 공동기획·제작에 합의하기도 했다. 관람객이 다가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다가올 수 있도록 만드는 생동하는 과학관. 바로 이것이 국립과천과학관이 지향하는 진정한 과학관의 모습이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INTERVIEW
"어린이는 20년 앞서가고 어른은 20년 젊어지는 과학관 만들 것"

이상희 국립과천과학관장





Q. 과학관 운영의 지향점은
관장 취임 후 표어 하나를 직접 만들었다. '어린이는 20년을 앞서가고, 어른은 20년을 젊어진다'다. 이 표어에 과학관 운영의 기본 모토가 담겨있다. 아이들의 과학적 창의성을 키워 미래 국가를 이끌어갈 핵심 동량으로 육성하고 어른들의 과학소양을 높여 합리적 사고에 기반한 사회문화 조성에 기여할 수 있는 과학관을 만들고자 한다.

Q. 게임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 계신데
아이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자녀에게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 무조건 말려서 될 일이 아니다. 발상을 전환해 오히려 게임을 통해 수학, 과학의 원리를 배우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요즘의 게임은 첨단과학기술의 산물이기 때문에 훌륭한 교육 콘텐츠이자 창의성 배양의 도구가 될 수 있다.

Q. 디지털 창의적 영웅 육성 방안은
우리나라가 세계를 상대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분야에서 어린이의 창의성을 높여야 한다. 게임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분야가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교육은 정량적인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과학관도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를 줄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 단 1~2명의 디지털 창의적 영웅만 탄생시켜도 목표는 달성됐다고 본다. 이들이 국가경제 전체를 부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Q. 과학문화 확산을 위한 노력은
아이들에 더해 폭넓은 관람객층 형성을 적극 유도하기 위해 맞춤형 프로그램과 체험전시물을 시행 기획 중에 있다. 일례로 여성들과 어머니들을 위해 유전자 기술을 접목한 피부미용 프로그램이 진행중이며 첨단과학관의 뇌과학 전시물을 노인용 치매예방에 적용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립과천과학관 전시물 BEST 5

1. 생동하는 지구
인공위성에서 관측한 지구의 해수 온도, 태풍·구름의 이동모습 등 자연환경의 모습을 직경 2m 크기의 구(球) 표면에 3D 동영상으로 투영하는 지구환경변화관측시스템. 마치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듯한 시각으로 살아있는 지구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이 전시물은 미 국해양대기청(NOAA) 지구시스템연구소가 지구환경변화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개발한 것으로 미국 이외의 지역에 설치된 것은 국립 과천과학관이 처음이다.

2. 항공기 시뮬레이터
항공기 파일럿이 되어 조종방법을 배워볼 수 있는 공간. 실물항공기와 똑같은 구조의 조종석 시뮬레이터가 설치돼 있다. 관람객들은 항공기의 조종법을 배운 후 직접 조종석에 앉아 계기판을 확인하며 조종간과 레버를 조작, 비행에 나서게 된다. 단순한 조종법 습득에 더해 악천후 속이나 추락 상태와 같은 극한조건에서의 비행까지 경험이 가능하다. 별도의 진동장치가 난기류 비행 및 착륙 시에 동체에 가해지는 충격도 실감나게 전달한다. 시뮬레이터는 고정익 항공기와 회전익 항공기 등 두 종류며 모두 4인승이지만 1명만이 조종사 체험을 할 수 있다.

3. 스페이스캠프
직접 우주인이 되는 꿈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우주인들이 사용하는 장비들을 탑승해봄으로서 저중력, 우주유영, 평형감각저하 등 우주공간과 달표면에서 겪게 될 신체변화를 간접 체험해 볼 수 있다. 평형감각 훈련장비인 자이로스코프, 우주유영을 할 때 배낭처럼 착용 하는 유인조종장치(MMU), 달의 표면에서 뛰는 것 같은 느낌을 제공하는 월면점프장치 등 3종의 탑승형 체험장치가 설치돼 있다.

4. 지진체험실
지진의 규모에 따른 지층의 진동을 모션 시뮬레이터를 통해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인 15인용 시뮬레이터로 중국 쓰촨성 지진의 진도 7.9보다 훨씬 강한 진도 9.0의 지진까지 재현 가능하다. 특히 3D 입체영상을 통해 실제 지진이 발생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건물의 붕괴 등 자연재해를 가상현실로 재현, 한층 실감나는 체험환경을 제공한다. 시뮬레이터 체험 7분을 포함, 약 12분이 소요되며 온라인 예약이 필수다.

5. 천체투영관
광학식 천체 투영기가 25m 크기의 돔형 천정에 밤하늘의 별과 은하수, 별자리 등을 투영함으로서 손만 뻗으면 별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황홀한 광경을 연출한다. 이 투영기는 3만 년전에서 부터 3만년 이후까지 총 6만년 동안의 별자리 투영이 가능하며 일주운동, 연주운동, 세차운동 등에 따른 밤하늘의 변화를 생생하게 재현한다. 또한 디지털 돔 영상장치로 별의 탄생과 진화, 블랙홀 및 오로라의 생성과정과 원리, 별자리의 신화와 전설 등 탄성을 자아낼만한 다양한 영상물들도 상영한다. 소정의 관람료를 추가 지불해야 하지만 어린이, 청소년, 성인 모두가 만족스런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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