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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만 갈 수 있는 세상! 사후세계는 정말 존재할까?

죽은 자들의 세상, 사후(死後) 세계는 실제로 존재할까. 아니면 상상력과 종교적 믿음이 만들어낸 허구에 불과할까. 이 질문은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 오래된 미스터리이자 오랜 기간 종교계와 과학계가 대립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후세계는 신의 존재는 물론 천사와 악마, 천당과 지옥, 윤회설 등 많은 종교적 교리들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미스터리가 풀린다면 우리가 궁금해 했던 영적인 비밀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수명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언젠가는 생명의 불꽃을 놓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죽음 이후의 삶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그 증거가 바로 종교다. 대부분의 종교는 신(神)에 의지 하며 죽음 이후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강력한 종교적 믿음은 역시 영원히 살 수 없다면, 그리고 망자들의 세상이 존재한다면 지옥보다는 천국에 가고자하는 인간의 소망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종교의 근간을 이루는 많은 교리들도 바로 이러한 소망에 근거하고 있다. 인간은 정말로 망자(亡者)가 되어서도 영혼의 모습으로 또 다른 세상에서 생존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까.

종교와 사후세계

기독교에서 사후세계는 영생(永生)이라는 용어로 표현된다. 문자 그대로 영원한 삶이라는 뜻이다. 죽음 이후를 현재 살고 있는 삶의 연장으로 보는 것이다. 영생의 단계에 들어가면 천국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거나 지옥에 떨어져 끝없는 고통을 맛보게 된다.

기독교의 부활에 대응해 윤회설을 주창하는 불교의 교리에도 천당과 지옥이 등장한다. 가톨릭의 경우 여기에 더 해 작은 죄를 짓거나 큰 죄를 짓고도 용서받은 영혼들이 머물며 천국에 들기 전에 자신의 죄를 정화하는 연옥이라는 개념도 제시하고 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천국은 새로운 복된 세계의 개념이다. 복음서에서는 이를 '낙원'또는 '아브라함의 품'이라고 말 한다. 불교에서는 평화롭고 고통이 없는 곳이라 설명한다. 지옥은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죗값을 치르는 곳이다. 다만 기독교의 교리로는 죄의 여부와 관계없이 유일신인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지옥으로 가게 된다.

종교적인 방식으로는 사후세계를 이렇게 나눌 수 있지만 과학적 증거는 부족하다. 살아있는 사람이 사후세계를 경험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기에 정확한 정황이나 증거를 제시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존재 여부가 더욱 신비로운 것이라 할 수 있다.








대중문화 속 단골 소재

이 같은 존재의 모호함으로 인해 사후세계는 대중문화 작품의 단골 소재가 되기도 한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타나토노트'가 가장 대표적. 이 작품은 사후세계를 탐사하는 사람들의 여정이 흥미롭게 진행되는 소설로 유명하다. 소설 속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은 물리적으로 죽지 않으면서 사후세계로 가기 위해 과학을 비롯한 여러 방법을 동원하지만 결국에는 신에게 심판을 받는다는 것이 주요 줄거리다.

최근 개봉한 영화 '러블리 본즈'도 사후 세계를 다루고 있다. 살인을 당한 14세 소녀가 분노와 세상의 대한 집착으로 죽음을 수용하지 못하다가 살아있는 가족을 보면서 사후세계에서 자신의 상황을 인정하게 된다는 스토리다. 이 영화는 아름답고 몽환적 느낌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천국이라는 사후세계를 잘 표현했다고 평가받았다.

영화 '콘스탄틴'에는 다른 작품에서는 잘 다루지 않았던 지옥을 소재로 천사와 악마, 인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주인공이 천당과 지옥의 경계를 넘나들고 인간의 형상을 한 혼혈 악마와 혼혈천사들이 등장하는 등 새로운 시각으로 사후세계를 표현했다.

이렇듯 종교와 대중문화 작품에서 말하는 사후세계는 상당히 개념적인 부분이 있다. 실체가 없어서 과학적 증명은 못하지만 충분히 있을 법한 상황을 표현한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렇게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줄로만 알았던 사후세계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 있다.

사후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최근 독일 일간지 빌트에는 베를린에 사는 폴 에이크라는 3세의 소년의 기사가 실렸다. 이 소년은 의학적으로 사망한지 3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깨어났는데 자신이 천국에 갔었다고 주장했다.

기사에 따르면 폴은 연못에 빠졌다가 구조됐지만 의식이 없었고 체온도 28도에 불과했다. 병원에 이송됐을 때에는 이미 심장이 멈춘 상태였으며 3시간 동안의 심폐소생술에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의료진이 사망 선고를 하려는 순간 심장이 다시 뛰었고 깨어난 뒤 천국에 대한 경험을 털어놓은 것이다.

당시 폴은 몸이 땅에서 붕 떠오르며 어떤 문 앞으로 갔는데 그곳에서 에이미라는 할머니를 만났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그 할머니가 "너는 이곳에 오기 아직 이르니 어서 빨리 엄마와 아빠에게 돌아가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말은 들은 가족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폴이 말한 에이미가 폴의 증조할머니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증조할머니의 인상착의를 실제와 거의 흡사하게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지난 1982년 미국 네바다주에 사는 제이콥의 이야기다. 암으로 3년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제이콥은 어느날 중환자실에서 의식불명에 빠지며 기묘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천정 아래서 자신의 육체를 내려다보는 유체 이탈이 그것이었다. 이후 그는 머리 위에서 쏟아진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가 주변이 텅 비어 있는 공간 위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곳에서 이미 사망한 자신의 부모와 친구들을 만났고 그들이 아직 이곳에 올 때가 아니라며 다가오는 제이콥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그 순간 제이콥의 발밑에 하얀 터널이 생기며 빠른 속도로 바닥에 떨어졌다고 한다. 이렇게 그는 병원의 응급실에서 눈을 떴다.

이들처럼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사후세계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표현되는 것만큼 아름답지는 않다. 천국에 어울릴 법한 몽환적 건물이 세워져 있다거나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은 목격되지 않는다. 그저 매우 단순한 공간에서 자신보다 먼저 죽은 가족이나 친구들을 만났다는 정도다.






과학적으로 증명하라

하지만 검증이 불가능한 개인적 경험만으로 사후세계가 실재한다고 믿기는 어렵다. 의학적 관점의 사망 여부를 떠나 이들이 일종의 꿈과 유사한 경험을 한 것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지금껏 많은 과학자들이 과학기술을 활용해 사후 세계를 증명하려는 시도를 했다. 영국 사우샘프턴 종합병원의 피터 펜윅 박사와 사로 파니아 박사도 그중 하나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최근 이들은 1년 동안 63명의 심장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사후세계 의 존재규명을 위한 연구를 펼쳤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심장발작으로 인해 의식을 잃었던 실험대상자 중 다수가 '사후세계에 다녀왔다'고 주장했다. 파니아 박사는 이처럼 사후세계를 경험한 피실험자들은 모두 임상적인 '사망 선고'를 받았다가 깨어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밝힌 사후세계 경험의 공통점은 크게 6가지였다. 밝은 빛을 목격했다는 것과 현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세상이 펼쳐졌다는 것, 그리고 더없이 평화롭고 즐거운 감정 이 몰려왔다는 것이다. 또한 시간이 매우 빠르게 흘러간 듯한 느낌이 있었고 시각·청각·후각 등 모든 감각기관이 비현실적으로 예민해졌으며 자신의 사지(四肢)와 몸을 제대로 인지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사후세계는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연구는 이외에도 의학적으로 중요한 논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사후세계 체험자들의 주장인 임상적 인 사망 선고를 받은 후, 다시 말해 뇌를 포함한 육체 기능이 완전히 정지된 상태에서도 정신이 정상적(?)으로 활동하며 보거나 들은 것을 기억할 수 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두뇌가 정신과 의식을 관장하는데 직접적인 역할을 한다는 기존 의학계의 정설을 뒤엎는 것이며 뇌는 정신세계의 창조자가 아닌 정신을 담는 그릇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 연구에도 맹점은 있다. 모든 연구분석을 오직 피실험자들의 증언에만 의존했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번 연구결과는 실험 참가자들 모두가 진실을 얘기했고, 자신이 경험한 내용을 전혀 착각하지 않았다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성립됐을 때만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환자들이 사망 선고를 받았을 당시 자기공명영상 (MRI) 스캔 등 뇌의 활동을 확인한 것이 아니기에 이들의 사후세계 경험이 육체적으로 긴박한 상황에서 뇌가 만들어 낸 환영인지, 실제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태다.

사실 뇌를 '소(小) 우주'라고 부르며 그 역할과 기능조차 100%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우리들이 다양한 영적 미스터리들의 결정체인 사후세계를 증명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일지 모른다. 따라서 사후세계의 실존 여부는 앞으로도 오랜 기간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을 공산이 크다.

먼 미래의 어느날 소설 '타나토노트'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해 죽지 않고도 사후세계를 경험한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서영진 기자 artjuc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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