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의 나이에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21세 때 맥아더재단의 천재상을 수상한 스티븐 울프램 박사는 지난 1980년대 초반 원대한 꿈을 품었다. 세계 최고의 통계학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숫자와 관련된 문제들을 이해하고, 연구하며, 해결까지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을 만들겠다는 게 바로 그것.
이에 따라 그는 먼저 이것이 가능한 일인지부터 파악했다. 결론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이를 구현할 기술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여러 대학에서 교수로서 일을 하던 그는 대학 내부의 권력관계에 염증을 느낀 후 교직을 떠났다. 그리고 수학 소프트웨어인 매스매티카에 뛰어들었다. 이렇게 탄생한 매스매티카는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전 세계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가장 애용하는 소프트웨어가 됐다.
1990년에 이르러 울프램 박사는 예전에 품었던 야망의 실현 가능성을 재(再) 타진해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당시 여건으로는 가망이 없었다. 결국 그는 10년 동안 방음이 된 방에 틀어박혀 새로운 과학(A New Kind of Science)이라는 당대의 베스트셀러를 집필한다. 1,280 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에서 그는 우리가 과학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이 왜 틀렸는지를 설명했다.
그러던 중 울프램 박사는 2003년경 인터넷의 보급과 프로세서의 비약적인 성능개선에 따라 자신의 오랜 꿈이 실현가능 단계에 도달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운 좋게도 이 시기에 그는 매스매티카가 1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을 만큼 대성공하면서 충분한 연구 자금도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 5월 문을 연 울프램 알파 닷컴(wolframalpha.com)은 이렇게 시작된 울프램 박사 연구팀의 땀과 열정의 산물이다.
울프램 박사는 "이 사이트는 특정 질문에 맞는 답을 찾아준다"고 강조한다. 실제 검색창에 '평균 소득이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 엔화의 환율은?', '플루토늄의 원자량은?' 등의 질문을 입력하면 순식간에 답을 찾아 보여준다. 기존 포털 사이트의 검색엔진들이 이런 단어가 들어간 웹페이지들을 검색해 나열해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연구 초기 울프램 박사는 이 원대한 프로젝트를 함께할 200여명의 연구자를 모았다. 이중에는 유엔(UN)과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일하던 사람, 다양한 과학연구를 위해 데이터를 수집·정리하던 전문가, 그리고 프로그래머들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오랜 노력 끝에 질문을 해석하고 가장 정확한 답을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코드의 개발에 성공했다. 이 코드의 길이만 무려 600만 줄이 넘는다.
예를 들어 'ISS에서 LA까지'라는 질문을 입력하면 울프램 알파 닷컴은 질문의 핵심이 무엇인지 해석한다. 그리고 문맥과 가능성에 기반해서 스스로 ISS가 국제우주정거장을 의미하는 것임을 알아낸다.
다음은 LA에 대한 분석이다. LA는 로스앤젤레스나 루이지애나 주를 뜻할 수 있는데, 울프램 알파 닷컴은 사용자의 IP 주소를 바탕으로 접속지점을 파악, 둘 중 어디를 의미할 개연성이 더 높은지 확인한다.
접속지점이 캘리포니아 주라면 로스앤젤레스, 루이지애나 주라면 루이지애나로 해석하는 식이다. 만일 접속지점이 뉴욕일 경우에는 조금 다른 연산경로를 거쳐 로스앤젤레스로 가정할 것이다. 루이지애나보다는 로스앤젤레스가 더 유명한 지명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단어 분석이 끝나면 울프램 알파 닷컴은 북아메리카항공우주방위군(NORAD) 사이트에서 매 6시간마다 새로 업데이트되는 국제 우주정거장의 위치 정보를 파악한다.
그리고 과거 자료와 향후 계획에 대한 정보를 추가적으로 취합한 후 미분방정식을 풀어 정확한 위치를 계산해 로스엔젤레스와의 거리를 알려준다. 이에 더해 사용자가 접속한 지역의 상공에 국제우주정거장이 언제 통과하는지의 정보도 함께 제공된다.
울프램 박사는 이 같은 상태의 버전은 앞으로 남아있는 긴 여정의 첫 발걸음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지금은 신뢰성 높은 출처로부터 갈무리된 10조개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에는 인간이 쌓아온 모든 지식, 다시 말해 사실·개념·방정식·알고리즘 등을 모두 추출해 계산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사실 울프램 박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처럼 거창한 계획이 지극히 그답다고 느낄 것이다. IBM의 명예 컴퓨터 과학자인 그레고리 체이틴 박사도 "울프램 박사 이외에 이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한다.
현재 50세인 울프램 박사는 소프트웨어 업계의 무수한 거물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독특한 존재다. 사람과 직접 얼굴을 대면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자택에서 회사를 원격 경영하고 있음에도 자신은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한 투자자금을 회수할 가망이 없어 보이는 기초과학 연구에 수백만 달러를 쾌척하기도 한다.
그가 좋아하는 연구 영역은 컴퓨터 기반 복잡성 연구 분야인 세포자동자(cellular automata) 이론이다. 세포자동자란 유한 상태를 지닌 세포들로 구성된 셀 어레이. 주변 세포의 일정한 변화에 따라 규칙적으로 변화는 것이 특징. 고도의 병렬처리와 상호 접속성 및 단순한 단위를 요소로 이용하는 세포자동자는 세포 컴퓨팅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울프램 박사는 이 같은 고도의 연구에도 사업수완에 대해서는 손사레를 친다. "제 자식 중 한 아이는 사업을 매우 잘한다"며 "저더러 사업수완이 없는 감상적인 지식인이라고 한다"며 웃는다.
하지만 아들의 지적과는 달리 울프램 박사는 이미 14세 때 친구들이 못 푸는 물리 문제를 돈을 받고 풀어줬을 만큼 정답으로 돈을 버는 것에 뛰어난 사업 수완을 자랑해왔다. 사실상 울프램 알파 닷컴은 이런 그의 사업을 자동으로 해주는 기계에 불과할 뿐이다.
또한 울프램 리서치사의 지적 자산과 금융 자산은 울프램 알파 닷컴을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몫을 했다. 카네기 멜론 대학 컴퓨터 과학자인 클라우스 수트너는 이렇게 말한다. "뭔가를 할 때는 꿈도 중요하지만 그 꿈을 실현할 수단이 있어야 합니다."
울프램 알파 닷컴은 수년간 수백만 달러가 투자돼 만들어진 것으로 학계나 영리를 우선으로 추구하는 민간 기업에서는 절대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라고 수트너는 말한다. 울프램 박사는 이 투자자금이 그냥 날아간 것은 아니라고 믿고 있다. 언젠가는 울프램 알파닷컴이 돈을 벌어다 줄 것으로 확신한다. 이미 검색결과와 함께 광고를 내보내며 일정 수익을 올리고 있다.
"유용한 물건을 만들어내면 그에 합당한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이상향입니다. 이 때문에 이제까지 해 본 적도 없고,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한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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