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발사체의 성공적 발사만으로도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라는 것. 우주에서의 임무는 위성이 수행하지만 위성이 우주로 나가기 위한 추진력을 제공하고, 위성이 우주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기권을 통과시켜 주는 것은 우주발사체다.
이 때문에 선진국 역시 우주발사체를 우주개발의 핵심 분야로 인식하고 있다. 한마디로 자력발사능력을 확보해야 진정한 우주강국에 진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지난 8월 25일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를 발사했지만 페어링, 즉 위성보호덮개의 분리 실패로 위성을 제 궤도에 올려놓지 못했다. 이 때문에 우주발사체 발사를 실패로 규정하고 아쉬워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우주발사체의 발사 실패가 아니라는 견해가 더 많다. 지난 10월 14일 대전 국제우주대회에 참석한 찰스 볼든 미 항공우주국(NASA) 국장은 나로호 발사는 실패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미국 역시 페어링 문제로 발사에 문제가 있었던 적이 많다며 이는 발전해 가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나로호 발사는 일부 선진국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우주개발 대열에 우리나라도 당당히 진입했을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강국으로써의 저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만큼 한 나라가 우주발사체 발사에 성공한다는 것은 해당 국가의 국력과 과학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라는 얘기다.
우주강국으로 가는 큰 걸음 내디뎌
일반적으로 한 국가가 독자적인 우주개발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공위성, 우주센터(발사장), 우주발사체를 자력으로 개발하고 운용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반 이후 우리별 위성(1, 2, 3호), 아리랑 위성(1, 2호), 과학기술 위성(1, 2호)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이를 통해 한반도를 포함한 지구상의 육상, 해상 등을 관측해 위성영상정보를 수집하고 우주환경에 대한 연구와 과학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우주발사체 발사에 필요한 각종 시설과 장비를 갖춘 우주센터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00년부터 나로우주센터 건설을 추진했다. 그리고 지난 6월 10년에 가까운 사업을 마무리하고 우주센터를 준공함으로써 우리나라도 세계 13번째로 우주센터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
우주발사체 분야에서도 그동안의 고체로켓 및 액체로켓 개발 경험과 기술력을 토대로 나로호 개발을 추진, 독자적인 우주개발 능력 확보에 필요한 3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게 됐다.
물론 자력발사능력 확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나로호 개발은 한계가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순수 국내 기술로 우주발사체의 모든 분야를 개발하지 못하고 러시아와 공동개발 방식으로 추진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우주강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주발사체의 독자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주발사체는 우주개발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우주에서의 임무는 위성이 수행하지만 위성이 우주로 나가기 위한 추진력을 제공하고, 위성이 우주에서 역할을 하도록 대기권을 통과시켜 주는 것은 우주발사체다. 이로 인해 선진국 역시 우주발사체의 자력 발사를 우주개발의 핵심능력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태다.
과학로켓으로 우주발사체 기반기술 확보 우주발사체 기술은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극히 일부 국가만 보유하고 있는 전략기술이다. 이 때문에 국가 간 기술이전도 극히 제한돼 있다. 그만큼 우주발사체 기술은 독자적인 개발이 요구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로켓개발은 지난 1993년 과학 로켓(KSR-Ⅰ)을 시작으로 2단형 중형과학로켓(KSR-Ⅱ), 그리고 국내 최초의 액체추진 과학로켓(KSR-Ⅲ) 개발로 이어져 우주발사체 분야의 기반기술을 확보해 왔다. 2002년부터는 나로호 개발에 착수함으로써 우주발 사체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과학로켓은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한반도 상공의 오존층 관측을 목적으로 개발이 추진됐다. 고체추진제란 고체로 된 로켓 추진제를 말한다. 연료에 산화제를 섞어 산소의 도움 없이 연료와 산화제를 연소, 추진력을 낸다.
일반적으로 우주발사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2가지 종류의 기술이 필요하다. 하나는 각 부분품을 설계하고 제작 및 시험할 수 있는 요소기술.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우주발사체 전체 시스템을 설계하고, 각 부분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체계종합기술이다.
과학로켓은 이 같은 방식을 통해 고도 39 ㎞, 낙하거리 77㎞를 비행하면서 한반도 상공의 오존층을 관측했다. 또한 가속도, 응력, 온도, 추진기관 내부압력 등 로켓 자체의 성능 및 특성을 측정하는 임무도 완수했다.
2단형 중형과학로켓 역시 한반도 상공의 이온층 환경, 오존층 분포 등의 관측을 목적으로 개발이 추진됐다. 하지만 150㎏ 정도의 탑재물을 탑재하고 150㎞ 고도까지 도달할 수 있는 우주발사체라는 점에서 한 단계 진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997년 7월에 있었던 첫 발사는 부분의 성공에 그쳤다. 2단계 로켓 점화에는 성공했지만 로켓과의 통신이 두절돼 이온층의 전자밀도 측정 등 실험관측에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1998년 6월 이루어진 두 번째 발사에서는 2단 로켓의 성공적인 공중 점화 이후 최고 고도 137.2㎞를 확보했다. 또한 6분 4초간 123.9 ㎞를 비행한 후 서해바다로 낙하했다. 두 번째 발사는 로켓과의 통신도 이루어져 우주에서 날아드는 X-선 측정, 이온층 측정 등 실험 관측에 성공했다.
액체추진 과학로켓은 우리나라 최초의 액체추진 로켓으로 액체연료와 액체산화제를 추진제로 사용했다. 액체연료란 곧 케로신을 말하며, 액체산화제는 산소를 의미한다.
고체추진제는 연료와 산화제가 혼합된 고체연료로 발사준비 기간이 짧아 단시간 내 발사와 유지, 그리고 보관이 편리하다. 반면 액체추진제는 발사 직전 추진제를 로켓에 주입하기 때문에 발사준비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액체추진제는 엔진 추력을 쉽게 조절할 수 있고, 발사 전에 점화 시험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대부분의 민간용 우주발사체에는 액체추진제를 사용하고 있다.
13톤급 액체추진기관의 독자개발과 소형 위성용 우주발사체 선행기술 확보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액체추진 과학로켓은 지난 2002년 11월 발사됐다. 그리고 도달 고도 42.7㎞, 비행거리 79.5㎞, 비행시간 231초를 기록해 성공적으로 임무를 달성했다.
액체추진 과학로켓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는 액체추진기관 설계 및 제작기술을 축적했을 뿐 아니라 성능시험을 위한 시설을 구축하고 엔진시험 기술도 확보하게 됐다.
지난 2002년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우주발사체 개발을 위해 나로호 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나로호는 100㎏급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우주발사체로서 러시아와의 기술협력을 통해 추진하게 됐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우주발사체 시스템은 우리나라와 러시아가 공동으로 설계했다. 그리고 우주발사체 1단은 러시아, 우주발사체 2단은 우리나라가 제작하는 협력체계를 마련했다.
국내에서는 항공우주연구원이 우주발사체 시스템 개발, 해외 기술협력과 우주센터 건설 등 기반시설 구축, 그리고 발사운용 등을 총괄적으로 담당했다. 대학 및 관련 연구소, 그리고 기업체에서는 페어링 제작, 엔진 등 서브시스템 및 부품 제작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우리나라는 나로호 개발을 통해 우주발사체 종합설계, 조립 및 시험, 발사운영 등의 시스템 기술과 나로호 상단 부분의 구조, 자동 유도항법, 제어 등 위성을 궤도에 투입시키는 고체 킥 모터의 요소기술을 자체 기술력으로 확보했다.
또한 우주발사체 개발의 전 과정(설계→제작→시험→조립→발사운영→발사)을 수행함으로써 우주발사체 개발 및 운영에 대한 경험을 체득했다. 이와 함께 발사대 시스템 제작· 운용기술과 발사통제·추적·관제시스템 등 우주센터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나로호의 실제 발사를 통해 정상적인 작동을 확인했다.
특히 발사대는 설계 도면을 국산화해 국내 기술로 제작 및 설치했다. 발사통제·추적·관제시스템 역시 우리나라의 IT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하는 기술적 성과를 거뒀다.
고추력 액체엔진 개발 능력 확보해야
우리나라는 나로호 발사를 통해 축적된 기술과 경험을 토대로 독자적인 우주개발 능력을 확보할 있도록 한국형발사체(KSLV-Ⅱ) 개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계획은 1.5톤 급 실용위성을 지구 상공 700㎞ 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우주발사체를 2018년까지 자력으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한국형발사체를 독자기술로 개발할 경우 우리나라는 실용급 위성을 자력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돼 명실상부하게 위성 자력 발사 능력 보유국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하지만 우주발사체의 성공적 개발을 위해서는 몇 가지 사항들이 핵심적으로 검토, 추진돼야 한다. 첫째, 독자적인 액체엔진 개발 능력 확보가 중요하다.
나로호는 우리나라와 러시아의 기술협력을 통한 공동개발임에 반해 한국형발사체는 국내 독자개발을 목표로 해 우주발사체 설계·제작·시험·조립·발사운영 등의 개발과정 전체를 국내 주도로 추진된다.
특히 고추력 액체엔진을 국내 기술로 개발해 발사체 1단 및 2단 엔진으로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마디로 한국형발사체 개발 성공을 위해서는 고추력 액체엔진 개발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고추력 액체엔진의 국산화를 위해서는 나로호 개발사업 과정에서 병행 추진한 추력 30 톤급 터보펌프 방식의 액체엔진 선행개발로 확보한 엔진의 서브시스템, 단품별 엔지니어링 모델, 그리고 터보펌프와 가스발생기 연계 시험 성과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또한 한국 형발사체 선행연구로 진행 중인 추력 75톤급 터보펌프 방식의 액체엔진 설계기술도 연계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선행기술을 바탕으로 한국형발사체 1단은 75톤급 엔진 4기를 클러스터링하고, 2단 및 3단에 액체엔진을 연결하는 게 핵심 과제다. 클러스터링이란 액체엔진 여러 기를 하나로 연결해 마치 하나의 액체엔진처럼 추진력을 내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고추력 액체엔진 개발 과정에서는 엔진 서브시스템, 단품시험과 연소시험, 그리고 각 단별 추진기관 시스템의 연소시험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시험시설·설비의 구축 및 운영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둘째, 성공적인 우주발사체 개발을 위해서는 산·학·연 연계를 통한 추진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우주발사체 개발은 액체엔진, 운영·통제시스템, 기반시설 구축 및 부분품, 그리고 요소기술 개발 등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그야말로 종합시스템 개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우주발사체 관련 산·학· 연이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 각 기관의 강점과 특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역할분담을 통해 효율적인 추진체계를 마련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항공우주연구원은 주관기관으로써 연구개발 사업을 총괄해야 한다. 또한 체계관리·시스템 설계 등 우주발사체 시스템 개발을 총괄하고, 핵심기술 개발·우주센터· 조립장·시험시설 및 설비 등 기반시설 구축· 발사운영 등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대학 및 관련 연구소는 우주발사체 관련 선행 및 기초기술 연구를 수행하고, 추진기관 설계 및 시험 관련기술, 유도제어시스템 관련 기술, 시스템 설계 및 분석용 소프트웨어 개발, 탱크 제작 등의 요소기술 개발에 참여해야 한다.
기업체는 우주발사체 공동 설계 및 H/W 제작·조립·시험 등 우주발사체 시스템 개발은 물론 조립·발사운영·국산화 개발 등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특히 우주개발의 산업화를 촉진할 수 있도록 우주발사체 개발과정에서부터 산업화를 염두에 두고 민간기업의 참여를 전략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주발사체 개발 이후 기술 안정화와 신뢰도 향상 및 중장기적인 발사 서비스 상용 시장 진출을 준비하기 위한 측면도 감안돼야 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가 참여기업은 우주발사체 개발 경험, 보유기술 및 기업성장 가능성 등에 따라 전문업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하는 시책도 마련돼야 한다.
전문 인력 양성과 위험관리 필요
셋째, 전문 인력의 확보와 양성이 필요하다. 나로호 개발에는 항공우주연구원 160여명, 대학 100여명, 기업체 110여명 등 대략 370여 명 정도의 전문 인력이 참여했다. 하지만 한국형발사체는 우주발사체의 모든 구성요소를 독자적으로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많은 전문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 한국연구재단에서 수행한 한국형발사체 개발을 위한 상세기획연구에 의하면 한국형발사체 개발이 완료되는 2018년에는 총 1,000명의 전문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조사됐다. 한마디로 우주발사체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연구개발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관건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특정 기관이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기술개발에 필요한 인력을 파악한 후 인력 확보에 대한 제도적 제약 요인, 전문 인력의 공급 가능성, 국제협력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를 통해 주관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소요 인력과 연구소, 대학, 그리고 기업체 등이 확보해야 할 전문 인력의 규모가 산출돼야 한다.
또한 소요되는 전문 인력의 확보를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방안과 인력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노력도 병행해 추진돼야 한다. 위험 및 신뢰성 관리도 필요하다. 이는 우주발사체의 성공적 개발을 위한 네 번째 고려 사항이다.
한국형발사체 개발은 규모와 복잡성, 기술적 난이도 등으로 인해 많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사업적이나 기술적 위험요소로 나타나 예기치 못한 일정 지연과 비용 증가, 서브시스템의 설계 변경 등을 야기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우주발사체 개발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잠재적 위험요인을 사전에 식별하고, 식별된 위험에 대한 대응계획을 수립해 위험 관리활동을 체계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가위원회 등을 구성해 사업의 일정 단계별로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주발사체 개발에서는 개발 품목의 신뢰성을 향상·입증·평가하기 위한 신뢰성 관리가 요구된다. 신뢰성이란 기기, 부품, 재료 등의 시스템이 규정된 조건에서 의도하는 기간 동안 규정된 성능을 고장 없이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신뢰성 관리활동은 크게 신뢰성 설계, 신뢰성 평가, 신뢰성 정보관리의 3가지 활동으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설계 및 제작 단계에서는 정성적인 신뢰성 관리활동이 요구되며, 시험 및 평가 단계에서는 정량적인 신뢰성 관리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신뢰성 정보관리는 신뢰성 관련 자료와 데이터의 획득, 분석, 처리, 저장, 활용 등의 작업을 포함해야 한다.
글_이상목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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