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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빠르고, 편리하며, 안전한 철도의 진화

우리나라 철도의 효시는 지난 1899년 9월 18일 개통된 노량진-제물포간 경인선이다. 세계 처음으로 영국 스톡턴-달링턴 노선이 개통된 지 74년이 흐른 뒤다. 그만큼 출발이 늦다는 얘기다.

하지만 올해로 110년을 맞는 한국 철도는 세계 5번째의 고속철도 운영국가가 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보다 빠르고, 편리하며, 안전한 철도를 위한 기술 역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곡선 구간을 주행할 때 차량을 곡선 안쪽으로 기울어지게 함으로써 운행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틸팅열차, 도시권역에서 무인으로 운행되는 경량전철 K-AGT, 버스와 지하철의 장점을 취합한 바이모달 트램 등이 바로 그것이다.
자료제공: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앞으로 10년 후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1시간 30분 만에 주파할 수 있는 자기부상열차가 선을 보일 전망이다. 자기부상열차는 자석 간의 잡아당기는 힘과 밀어내는 힘을 이용한 것인데, 현재 최고시속 518km를 내는 자기부상열차가 개발된 상태다.

하지만 상용 속도는 아직까지 시속 430km가 최고며, 공기의 저항 때문에 더 이상 속도를 높이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더욱 빠른 열차의 등장은 진공이나 무중력 상태의 튜브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진공이나 무중력 상태의 튜브 안에서는 저항이나 중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만큼 열차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초고속 튜브 열차다.

초고속 튜브 열차는 철도 궤도에 지름 5m 정도의 튜브를 둘러싸고, 이를 통해 내부를 0.05~0.4 기압의 아(亞)진공 상태로 만든다. 이렇게 하면 열차가 시속 700~800㎞로 달릴 수 있다. 이 같은 초고속 튜브 열차는 이론적으로 마하 3~4까지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이 입증됐는데, 이는 서울과 뉴욕 사이를 2시간대에 주파할 수 있는 속도다.

현재 독일, 일본, 스위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기초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도 철도 강국의 반열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며, 이에 앞서 각종 철도기술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곡선에서 강한 한국형 틸팅열차

틸팅열차는 틸팅(tilting)이라는 말 그대로 기울어지면서 달리는 열차를 말한다. 곡선 구간을 주행할 때 차량을 안쪽으로 기울어지게 함으로써 달릴 때 생기는 원심력을 감소시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스케이트나 오토바이 선수가 곡선 구간을 달릴 때 몸을 안쪽으 로 최대한 기울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곡선 구간에서도 원심력의 장애 없이 고속으로 주행할 수 있으면 전체 운행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스웨덴 같이 산악지형이 많은 나라에서 틸팅 기술이 발달돼 있다. 특히 틸팅열차는 고속화를 위해 새로운 선로를 건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건설비용 절감은 물론 환경파괴도 방지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7년 초 6개의 차량으로 연결된 틸팅열차를 개발했으며, 호남선·전라선·충북선·중앙선 등에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틸팅열차는 설계 최고속도가 시속 200㎞, 운영 최고속도는 시속 180㎞인 준(準)고속 열차다. 탄소섬유 복합소재로 차체가 제작돼 기존 차체보다 30% 이상 가볍다. 또한 세계 처음으로 전체 차체를 일체형 성형기법으로 제작한 게 특징이다.

틸팅열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틸팅대차는 첨단의 전기기계식 제어시스템으로 돼 있어 차체의 경사를 조정하며, 조향장치가 부착돼 있어 곡선 구간에서의 탈선을 방지할 수 있다.

대차(臺車)란 차체 중량을 지지하고 열차의 주행 안내를 쉽게 하는 장치로 차체와 레일 사이에 있다. 특히 위성신호를 통해 곡선을 자동 탐지, 곡선 구간이 나타나면 스스로 차체를 기울인다. 또한 전력을 공급받는 차체 위의 집전장치는 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차체와는 반대로 기울어진다.

틸팅열차는 고속철도가 아닌 일반철도가 운행되는 지역의 시민들이 철도를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것이다. 또한 노후화된 새마을 열차를 대체하는 열차로도 개발이 추진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시속 100~140㎞에 머물러 있는 일반철도의 속도를 향상시키게 돼 고속철도와 함께 우리나라 철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무인으로 운전되는 경량전철 K-AGT

지하철은 도심지의 주된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막대한 건설비와 운영유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노선 건설이나 노선 확장이 쉽지 않다.

경량전철이란 지하철과 같은 중전철(重電鐵)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가벼운 전기철도라는 뜻이다. 지하철과 버스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수송능력으로 건설비와 운영유지비를 절감할 수 있어 지방자치단체의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철도 선진국에서는 지난 1970년대 초반부터 건설을 시작해 도시의 특성에 따라 AGT, 모노레일, 선형유도전동기(LIM) 등 다양한 형태의 경전철을 운영하고 있다. AGT는 구체적인 경전철 모델을 칭하는 것은 아니고 Automatic Guided Transit, 즉 자동운전이 가능한 경전철을 통칭하는 말이다. 선형유도전동기는 차량과 가이드웨이 간의 전자력을 이용해 주행하는 열차를 말한다.

철도기술연구원에서는 지난 1996년부터 2005년까지 50여개 산학연과 공동으로 한국형 경전철 K-AGT를 개발하고, 2009년 6월 현재 신뢰성을 향상하기 위한 시험을 경북 경산에 위치한 시험 선에서 수행하고 있다. 차량은 1차 시제품인 K-AGTⅠ과 성능과 신뢰성을 더욱 향상시킨 K-AGT Ⅱ가 있다.

차량은 두량으로 구성돼 있으며, 한량 당 57명의 승객이 탈 수 있다. 기관사 없이 무인으로 운전되며, 기존 지하철과 달리 바퀴가 고무로 돼 있다. 선로도 철제 레일이 아닌 일반도로와 유사한 구조로 돼 있으며, 전력 공급선이 차체 위에 있지 않고 측면에 있는 게 특징이다. 최고속도는 시속 70㎞로 기존 지하철의 지선, 중소도시의 간선, 그리고 대도시 및 위성도시의 연계교통 수단으로 적합하다.

지하철과 버스 장점 모은 교통수단



바이모달 트램(Bimodal Tram)은 버스처럼 일반도로를 달릴 수 있고, 지하철처럼 전용궤도에서 자동운전이 가능한, 즉 두 가지 모드에서 모두 달릴 수 있는 새로운 대중교통수단이다.

수송능력은 버스와 경전철의 중간 규모로 인구 30만~50만 명 도시의 주요 간선교통이나 도시 간 연계교통 수단으로 적합하다. 또한 건설비도 km당 2억~44억 원으로 저렴하며, 1~2년 이내에 설치가 가능하다. 특히 일반도로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유연한 노선 선정도 가능하다.

초기에는 일반도로-수동운전으로 운영을 시작하고 단계적으로 예산 및 필요에 따라 전용궤도-자동운전으로 서비스 수준과 수송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 철도기술연구원에서는 지난 2003년부터 산학연 공동으로 바이모달 트램을 개발하고 있으며, 2009년 1월 제작이 완료돼 현재 시운전 중이다.

압축천연가스나 연료전지를 전원으로 사용한다. 지하에 매설돼 있는 자석이 레일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겉으로 봐서는 전용차선을 달리는 기존 버스와 별 차이가 없다. 그리고 압축천연가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녹색 철도의 대표적인 운송수단으로 꼽힌다.

차량 외형은 다양한 도시 미관과 잘 어울리도록 함으로써 타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디자인될 예정이다. 또한 교통약자의 편리를 위해 차량의 탑승 높이를 아주 낮게 설계해 정거장 높이에 맞추고, 지하철과 같이 정거장에 정밀 정차시켜 유모차·카트·휠체어가 계단 없이 유연하게 탑승할 수 있다.

무가선 하이브리드 저상트램

자동차, 버스의 증가로 한때 거의 사라졌던 도심의 노면전차, 즉 트램이 유럽·미국·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 일반 교통수단과 달리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데다 도시 미관에 어울리는 랜드 마크로서의 역할이 뛰어나고, 기술의 발전으로 더욱 편리하고 쾌적해진 것이 주요 이유다.

전 세계적으로 트램에 대한 재조명과 우리나라에서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경전철에 대한 수요에 힘입어 철도기술연구원은 유럽의 신형 저상 트램과 우리나라의 배터리 기술을 융합한 이른바 무가선 하이브리드 저상트램이라는 새로운 트램을 개발하고 있다. 무가선 하이브리드 저상트램이란 말 그대로 가선, 즉 전력 공급선과 엔진이 필요 없는 2차전지를 주요 동력원으로 한다.

2차전지형 저상트램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프랑스 니스의 광장 일부 구간(약 500m)에만 실용화돼 있으며, 우리나라의 무가선 하이브리드 저상트램은 뛰어난 2차전지 기술을 이용해 무가선으로 10㎞ 이상 운행이 가능하다.

필요에 따라 유가선 구간도 운행할 수 있도록 하고, 전자기 유도를 응용한 무접촉 전원공급 장치(CPS)를 적용해 정차했을 때 접촉 없이 전원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개발될 계획이다.

무가선 하이브리드 저상트램은 하이브리드 추진시스템, 배터리 제어기술, 저상대차 기술을 핵심으로 한다. 저상대차 기술은 차량 구동장치가 들어가는 대차 높이를 낮추어 레일 면에서 객차 바닥 까지의 높이를 약 30㎝ 정도로 해 교통약자의 승하차를 편리하게 한다.

또한 일반도로 위에 노면 레일을 설치하기 때문에 건설비용이 지하철의 20분의 1, 교각이 필요한 모노레일의 10분의 1 정도로 저렴하다. 또한 전력 공급선이 필요 없어 에너지 손실률을 10% 이상 절감할 수 있고, 제동할 때 생성되는 에너지를 배터리에 충전해 운행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성을 30% 이상 높일 수 있다.

현재 개발 중인 무가선 하이브리드 저상트램의 크기는 3량으로 좌석이 약 130석, 최대 25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최대 시속이 100㎞지만 도심에서는 시속 20㎞로 주행한다. 또한 버스 승강장처럼 20~30㎝의 블록만 있으면 승하차가 가능해 공간 활용성도 좋다.

승객여정 선택형 대중교통수단

승객여정 선택형 대중교통수단인 PRT(Personal Rapid Transit)는 버스와 경전철의 중간 정도의 수송수요를 담당할 수 있는 도시 철도 가운데 하나다. 기존의 도시철도와 달리 승강장에서 대기하고 있는 PRT를 승객이 불러서 목적지까지 무인으로 운행하며, 차량 당 1~20명 정도 승차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이 같은 PRT는 대규모 교통시설 사이의 효율적인 연계수단, 지선 교통체계와 간선 교통체계간의 연결, 중심 업무지구 내 일정 범위 안에서의 지역적 연계, 그리고 위락시설 간 연계교통수단으로 적합하다.

PRT는 지난 1970년대에 개념이 등장했지만 네트워크 제어 등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 소형 무인 차량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반응 등으로 실질적인 상용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영국 히드로 공항에서 2009년 10월 운행을 목표로 건설 중에 있다. 철도기술연구원에서는 PRT의 핵심기술인 네트워크 제어기술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우리나라의 환경에 적합한 PRT 개발은 물론 세계시장에 진출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
글_한석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선임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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