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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가 술에 취한 사람을 물었다면 모기도 취할까?

미국 메릴랜드 대학의 곤충학자인 마이클 라우프 박사는 모기가 술에 취한 사람의 혈액을 흡입한 뒤 자신도 술에 취해버린다면 꽤 놀라운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맥주잔 위를 날아가던 모기가 술에 잔뜩 취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각다귀를 예쁜 암컷 모기로 착각해 교미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주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주목할 만한 연구가 진행된 바 없다. 이 때문에 무엇이 진실인지는 현재로서 단언하기 어렵다. 단지 기존에 수행된 몇몇 연구들을 통해 이 문제를 학문적 관점에서 분석·예상해 볼 수는 있다.

먼저 알코올이 사람이나 개의 복잡한 뇌 속에서 그러하듯 모기의 단순한 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이다.

모기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한 실험실에서 진행한 소규모 실험에 의하면 알코올에 꿀벌을 노출시키자 거꾸로 비행하는 이상행동을 보였다. 과일파리 역시 알코올 노출 후 똑바로 서 있기조차 힘들어했으며, 학습 테스트에서도 나쁜 성적을 나타냈다.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말이다. 이 결과를 감안하면 모기도 술에 취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모기를 취하게 하려면 얼마나 많은 알코올이 필요할까. 이와 관련, 과거에 과학자들이 곤충을 에탄올 증기에 부정기적으로 노출시킨 뒤 이들의 자극 반응성을 취도 측정기라는 장비로 확인해 본 적이 있는데 결과는 상당히 놀라웠다. 곤충의 주량이 결코 약하지 않았던 것.



실제 곤충은 두 잔 정도의 맥주를 마셨을 때의 인간 혈중 알코올 농도보다 훨씬 높은 60%의 알코올 증기에 노출된 후에도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의 곤충학자 코비 샬 박사는 “맥주 10잔 정도를 마신 사람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약 0.2%가 된다”며 “하지만 모기에게 있어 0.2%의 알코올이 함유된 혈액은 맥주를 25배 희석시켜 먹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아마도 이 같은 모기의 특출한 능력은 평상시 알코올을 자주 접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모기는 최소 1% 이상의 알코올이 함유돼 있는 발효된 과일과 식물을 먹이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술을 자주 마시면 주량이 늘어나듯 이 같은 모기의 섭식이 알코올에 대한 내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모기는 순수한 혈액을 제외한 알코올 등의 액체를 체내에 있는 별도의 주머니에 저장한다. 그리고 알코올이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기 전에 효소를 통해 분해한다.

이 같은 점을 볼 때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학의 곤충학자 마이클 레이스킨드 박사의 경고는 단순히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그는 “모기와 술 마시기 게임을 해서는 안 된다”며 “모기가 취할 정도의 혈중 알코올 농도라면 사람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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