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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설계의 핵심요소, 건축음향

건축음향이란 최적의 음향 환경을 갖춘 공연장을 만드는 기술로 클래식 콘서트나 오페라 공연장일수록 더욱 강조된다. 이들 공연장은 마이크와 같은 확성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실내의 자연적인 울림을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공연장은 특히 잔향과 잔향시간이 중요시된다. 잔향이란 음원이 진동을 그친 뒤에도 음이 계속 들리는 현상으로 실내 벽이나 천장, 그리고 음을 듣는 청중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잔향이 지속되는 시간인 잔향시간은 음향 효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잔향이 길면 알아듣고 이해하는 명료도가 떨어지고, 잔향이 짧으면 소리가 딱딱하고 거칠게 느껴진다.
자료제공: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술과 미래

천상의 소리로 불리는 하프 연주가 공연장 벽을 타고 넘어 청중의 가슴을 울린다. 실을 잣듯 부드럽고 우아한 손놀림이 투명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빚어내는 하 프는 음색이 다채로운 대신 울림이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음이 잘 울리는 공연장에서 연주를 해야 풍부한 음색을 들을 수 있다.

사실 가슴을 울리는 공연장의 요소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게 음향이다. 라이브 음악이든 연주 음악이든 그것을 청중에게 전달하려면 음향 시스템은 필수다. 음향은 침 삼키는 소리조차 조심스러운 순간 노래나 연주의 절정을 청중의 심장으로 전달한다.

건축음향의 중요한 요소는 잔향시간

음향이란 물체에서 나는 소리와 그 울림을 말하며, 공연장의 음향은 크게 전기음향과 건축음향으로 나뉜다. 전기음향은 우리가 보통 부르는 음향 시스템이고, 건축음향은 건축물을 지을 때 음향적인 요건을 고려해 내장 및 외장공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

공연장에서 상연되는 공연은 클래식 콘서트에서부터 오페라, 무용, 연극, 뮤지컬, 대중음악 등 다양하다. 각 장르마다 필요로 하는 음향 환경이 다른데, 그 중 클래식 콘서트나 오페라는 건축음향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마이크와 같은 확성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실내의 자연적인 울림을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음식을 조리할 때 재료의 질도 중요하지만 양념이 잘 돼야 맛있는 음식이 되듯이 양질의 울림은 소리를 듣기 좋게 한다.

가끔 녹음된 노래를 들어보면 마치 강당에서 노래하듯 멋지게 울려 퍼지는 효과음이 나온다. 여기에는 잔향이라는 효과가 사용된다. 잔향이란 음원이 진동을 그친 뒤에도 음이 계속 들리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조용한 복도를 하이힐을 신고 걷게 되면 건물의 구조나 재질에 따라 한동안 울림이 생기게 된다. 이는 소리의 반사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인데, 계속되는 반사로 수 초 동안 사라지지 않는 소리의 에너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연장에서 악기 연주가 아름답게 들리는 것 역시 악기에서 나온 음이 벽에 몇 번이고 반사돼 연주가 끝난 후에도 실내에 음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잔향시간은 음원이 진동을 멈춘 순간부터 음이 들리지 않게 되는 순간까지를 말하는데, 이는 음의 에너지가 처음의 100만분의 1이 되기까지의 시간에 해당한다.

공연장은 음향 효과의 목적에 따라 알맞은 잔향시간을 유지해야 한다. 서구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악기의 음향적 특성을 연구해 공연장 용도에 맞는 과학적 음향기준을 적용해 왔다. 그 같은 음향기준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잔향시간이며, 공연장 규모나 공연 내용에 따라 잔향시간 설정이 다르다.

예를 들어 공연장 체적이 1만㎥에 좌석이 1,000석인 경우 잔향시간의 범위는 1.3~2.1초가 적당하다. 또한 연극의 경우 1.2초, 영화는 1.1초, 연사의 강연은 1.0초에 맞춘다.

현존하는 공연장 가운데 서양건축의 음향이론을 가장 잘 따른 공연장은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무지크페어아인잘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콘체르트게보우, 그리고 미국 보스턴에 있는 심포니 홀도 무지크페어아인잘과 함께 세계 3대 콘서트 홀로 꼽힌다. 음향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되는 무지크페어아인잘은 객석에서의 잔향시간이 2.0초에 이른다.

소리의 종류 따라 잔향시간 설정

공연장의 울림은 실내의 구조와 체적, 인테리어 마감재, 부착물 등에 영향을 받는다. 이때 울림이 너무 많으면, 즉 잔향시간이 길면 알아듣고 이해하는 명료도(Clarity)가 떨어지고 다음 음과 뒤섞여 여러 음을 분리할 수 없게 된다. 반대로 잔향시간이 짧으면 소리가 딱딱하고 거칠게 느껴진다.

이에 따라 공연장을 설계할 때는 적당한 울림이 되도록 여러 가지 요소를 안배하게 된다. 예를 들면 크기가 너무 큰 공연장은 반사음의 경로가 길어져 좋은 울림을 가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객석의 위치에 따라 차이가 심하게 나타나 좋은 공연장이 되기 어렵다. 반면 크기가 작은 공연장은 반사음 경로가 짧게 돼 명료도는 좋아지지만 오케스트라와 같이 긴 잔향시간을 필요로 하는 공연에는 적당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모든 소리에는 직접음과 간접음이 있다. 직접음은 소리가 발생한 순간 직접 최단거리로 전달돼 오는 것을 말하고, 여기저기 부딪혀 반사되고 울려 퍼지면서 전달돼 오는 것이 간접음이다. 보통의 악기 연습실은 흡음판으로 마감을 해 울림이 없는 직접음만을 듣게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반면 성당, 교회, 그리고 강당은 반사에 의한 간접음이 많은 구조로 돼 있다. 바닷가처럼 탁 트인 공간에서는 소리의 반사가 없어 직접음만 듣게 되고, 산속이나 빌딩 내에서는 소리의 반사가 많아 직접음과 간접음이 혼재한 소리를 듣게 된다.



어떤 학자는 직접음과 간접음의 비율이 2:8일 때 청취자에게 안정감을 준다고 한다. 그래서 세종문화회관과 같은 전문 공연장은 반사판을 만들어 청중으로 하여금 간접음을 듣도록 설계됐다.

반사판이 있으면 없는 경우보다 훨씬 소리가 부드럽게 들린다. 하지만 반사판을 설치하는 작업은 상당한 수준의 음향기술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첼로나 바이올린 등의 독주 또는 3중주를 포함한 실내악이나 성악은 어느 정도의 잔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관현악의 경우는 여러 가지 악기의 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만들어 내는 잔향으로 인해 소리의 명료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설계상 상당한 주의를 필요로 하게 된다.

이 같은 어려움 때문에 서구에서는 오페라 전용공간과 오케스트라 전용공간이 따로 지어진다. 오페라 전용공간은 주파수 500헤르츠(Hz)를 기준으로 해 1~1.5초까지의 잔향시간이 권장되는 반면 오케스트라 전용공간은 500헤르츠(Hz) 기준으로 1.9~2.0초의 잔향시간이 권장된다. 소리의 종류에 따라 잔향시간이 달라지는 것이다.

국악 음향에 맞게 설계된 공연장

실내의 음향은 공간의 생김새나 건축적인 특성에 의해 결정된다. 중세의 성당은 천장이 높은 고딕식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것은 잔향을 극대화해 종교적인 엄숙함과 울림을 만드는 데 적합하다. 따라서 단조로운 미사곡에 어울리는 공간이다. 만일 이곳에서 대규모 관현악을 연주한다면 아마 1분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럽게 울리기만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악을 공연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몸짓과 노래, 말을 섞어 엮어나가는 판소리는 서양의 오페라 창법과 전혀 다른 독특한 음향적 특성을 보인다. 국악기 또한 종류뿐 아니라 소리를 내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예를 들어 가야금은 손으로 줄을 뜯어 소리를 내지만 거문고는 술대를 가지고 타고, 해금은 활로 문질러야 한다. 따라서 소리의 성질이 다른 국악기의 음향을 토대로 한 전문 국악 공연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악에 대한 체계적 연구를 통해 지은 국악 공연장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국내 공연장은 서양음악의 기준에 맞춰 건축된 것이고, 국악 전문 공연장까지도 서양 음악의 음향기준을 쓰거나 약간 보완해 지었을 뿐이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2005년 한찬훈 충북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쉽지 않은 도전을 했다. 가야금·대금·장구 등의 국악기, 그리고 판소리와 창에 대한 음향연구에 착수해 우리의 소리에 맞는 공연장 설계기준을 마련한 것.

한 교수의 연구결과 국악의 잔향시간은 1.0~1.1초일 때 가장 듣기 좋았다. 이 같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건립된 국악 공연장이 바로 지난해 10월 완공된 부산 국립국악원이다. 국악에 대한 음향 연구를 통해 설계된 최초의 공연장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곳에 적용된 국악 공연장만의 특성은 무엇일까.

먼저 잔향시간의 범위다. 보통 다목적 공연장의 경우 잔향시간이 1.4~1.5초로 너무 길고, 기존의 국악 공연장은 0.6초 안팎으로 너무 짧다. 이에 비해 부산 국립국악원 대공연장의 잔향시간은 1.1초, 소공연장은 1.0초다. 두 공연장의 잔향시간이 다른 까닭은 체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둘째는 소리의 주파수 대역이다. 연구결과 가야금 소리는 서양음의 ‘라, 시, 도’에 해 당하는 400~500헤르츠(Hz) 대역에서 가장 크게 울렸다. 따라서 400~500헤르츠(Hz)를 기준으로 잔향시간이 권장됐다.

또한 국악기는 서양악기와 달리 음량이 크지 않다. 그래서 음의 명료성과 적정한 음압을 얻기 위해 소리가 부딪히는 벽 등 마감재의 설치방식도 바꿨다. 기존 공법의 경우 먼 쪽은 소리를 흡수하는 흡음재, 가까운 쪽에는 소리를 반사하는 반사재를 붙였다. 하지만 부산 국립국악원은 소리를 고르게 보내기 위해 이들 재료를 번갈아 배치했다.

객석은 부채꼴 모양으로 만들었다. 이 때문에 시선을 일정한 각도 안으로 모아줄 수 있어 집중력과 현장감을 높이는데 그만인 구조다. 그냥 멋스럽게만 지은 것처럼 보이는 건축물 하나에도 이렇듯 첨단 건축음향 기술이 접목돼 있는 것이다.

이제 공연장을 찾아 공연을 볼 때 한번쯤 ‘이 악기 연주에 딱 맞는 공간은 어떤 구조일까’하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연주 공간도 하나의 악기라고 친다면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큰 악기를 감상하는 게 아닐까.
글_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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