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의 위치를 알려주는 GPS기기, 로봇 정찰기가 적외선으로 촬영한 빌딩 내부 상황이나 테러리스트 은신처의 도면을 출력할 랩톱 컴퓨터, 그리고 2.3kg짜리 배터리가 끼워진 무전기 등이 그것.
이 모든 것을 챙기자면 특수부대 병사들이라고 하더라도 감당하기 힘들다. 하지만 몇 년 내 미 육군과 휴렛패커드(HP)는 튼튼하면서도 유연한 손목시계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만들어 병사들에게 보급할 예정이다.
육군연구소의 플렉시블 일렉트로닉스 프로그램 관리자인 데이비드 모턴에 따르면 이 디스플레이의 무게는 225g에 불과하며, 태양전지로 작동된다. 또한 즉석 데이터 송수신과 무전 통화가 가능하다.
이 디스플레이의 얇은 트랜지스터 레이어는 전자잉크 스크린에 전자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전자잉크 스크린은 이 전자신호를 흑백 영상으로 바꾼다. 아마존의 전자책인 킨들과 마찬가지 방식이다.
다만 킨들과 다른 점이라면 HP는 전자장비와 광학장비를 유연한 플라스틱 위에 올렸기 때문에 이 2x3인치짜리 디스플레이는 사용자의 손목에 맞춰 휘어진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초기 단계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인 셈이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란 기존 LCD 및 LED의 액정을 싸고 있는 유리 기판을 플라스틱 필름으로 대체, 접거나 펼 수 있도록 유연성을 부여한 것이다. 이 때문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얇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충격에도 강하다.
또한 휘거나 굽힐 수 있고, 다양한 형태로의 제작이 가능하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4단계를 거쳐 진화해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단계는 떨어뜨려도 부서지지 않는 경박성을 활용해 전자책이나 전자신문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2단계는 곡면 형성이 가능하도록 해 디스플레이의 응용 영역을 넓히는 것. 또한 3단계는 굽혀도 원래 형상으로 돌아오는 탄력성을 갖도록 해 두루마리 형태로 말 수 있거나 전자 옷을 구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4단계는 디스플레이가 종이와 같아지는 전자종이의 단계다. 미 육군과 HP가 개발하고 있는 손목 디스플레이는 이 같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진화의 2단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HP의 정보화면 부장인 칼 토식에 따르면 손목 디스플레이는 킨들이나 다른 디스플레이처럼 유리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망치로 내리쳐도 끄떡없이 작동한다. 손목 디스플레이는 2011년 미 육군에 보급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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