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에서는 20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인데, 오는 2030년까지 18기를 추가 건설해 모두 38기의 원자력발전소로 국내 전력생산의 59%를 담당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원자력발전은 다른 발전방식에 비해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며,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게다가 경제적인데, 앞으로는 원자력발전의 한계로 거론돼왔던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원자로가 선을 보일 전망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차세대 원자로로 소듐냉각고속로와 초고온가스로를 상정하고 연구개발을 추진 중이다. 일반적으로 원자력발전은 매우 생산성 높은 에너지 생산 수단이지만 우라늄 광석을 기준으로 봤을 때는 효율이 낮다.
실제 1GW(기기와트)급 원자력발전소 1기를 운용하는데 연간 1톤의 저농축 우라늄이 필요하다. 그리고 1톤의 저농축 우라늄을 만들기 위해서는 약 100톤의 우라늄 광석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우라늄 광석의 99%는 버려지게 되고, 1톤의 저농축 우라늄 가운데서도 원자로에서 연료로 태워지는 양은 3~4%에 불과하다.
특히 저농축 우라늄의 대부분은 방사성 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가 된다. 이처럼 현재의 원자력발전은 우라늄 수급 문제와 사용 후 핵연료가 쌓여간다는 이중의 난관에 봉착해 있다.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소듐냉각고속로다.
현재 사용되는 원자로는 중수와 경수 등의 감속재를 이용, 핵분열의 속도를 늦춰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핵분열 속도를 통제하지 못하면 핵폭탄과 같다. 반면 소듐냉각고속로는 사용 후 핵연료를 재사용함으로써 우라늄 수급과 방사성 폐기물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수명을 다하고 꺼낸 사용 후 핵연료를 다시 사용함으로써 우라늄 이용률을 현재보다 60~100배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것.
미국 아르곤연구소 부소장을 역임하고 지난 4월부터 KAIST 초빙교수로 활동 중인 장윤일 박사는 “향후 10년 내에 전 세계적으로 우라늄 수급 문제와 사용 후 핵연료 문제가 본격화 될 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20년 후에는 소듐냉각고속로가 원자로 기술의 중심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현재 소듐냉각고속로 건설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나라는 중국과 인도지만 이들 국가는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원자로 제작 능력이 낙후돼 있다. 반면 우수한 제작 능력을 가진 국내에서 소듐냉각고속로 기술을 개발하면 이들 국가의 시장과 세계 기술 표준을 주도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 장 박사는 “수출 측면에서 다소 종속적이었던 한국의 원자력 기술이 소듐냉각고속로 기술을 토대로 세계 표준을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지금이 바로 소듐냉각고속로 개발에 투자해야 할 적기” 라고 말했다. 초고온가스로는 감속재로 헬륨가스를 사용, 원자로 온도를 950℃까지 올릴 수 있다.
값싸게 얻어지는 이 열을 이용해 물을 열분해 함으로써 수소를 생산하는 것. 소듐냉각고속로처럼 사용 후 핵연료 재사용은 불가능하지만 수소경제시대 진입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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