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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개척, 인류의 지속적 생존에 필수

달은 이제 더 이상 과학적 탐사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류 경제활동 영역에 포함되는 개척의 대상이 된 것이다. 실제 달에는 핵융합 반응을 이용한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예견되는 헬륨-3와 함께 티타늄, 철, 알루미늄 등 많은 광물이 매장돼 있다.

달 탐사는 산업고도화 및 신산업 창출에도 선도적 역할을 한다. 달 탐사에 사용되는 첨단장비는 고도의 성능을 가진 전자, 기계제품과 맥을 같이 하고 있어 많은 산업분야에 기술 파급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또한 지구의 6분의 1에 불과한 중력, 진공상태에 버금가는 환경은 순도의 첨단 신소재나 신약 생산을 위한 기지로 활용될 수 있다. 한마디로 달 개척은 인류의 지속적 생존에 필수인 셈이다.

자료제공: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전통적으로 달은 우리에게 친근한 존재였다. 해마다 정월 대보름 저녁에는 높은 곳에 올라 가 풍년을 기원하고, 추석 한가위 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었다. 또한 달이 차고 기우는 것에 인생의 애환을 빗대며 힘든 삶을 이겨내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의 염원과 정서적 안식의 대 상이던 달이 이제는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일상의 생활을 같이할 이웃이 돼가고 있다. 이는 지난 수십 년간 발전해온 우주탐사 덕택이다.

우주탐사 전초기지로서의 달

갈릴레이 갈릴레오 이후 망원경으로만 관측돼 천문학의 연구대상이 됐던 지구 주변의 천체들은 우주탐사선의 개발로 인해 인류의 손이 미치는 영역 내로 편입하게 됐다. 이와 함께 현장에서 직접 관측한 많은 자료들을 이해하기 위해 우주과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낳게 됐다.

특히 달은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비전에 힘입어 1969년 인류가 직접 방문한 천체가 됐으며, 그 후 수년간 달에서 행한 많은 실험과 채취해 온 월석에서 얻은 정보들은 우리의 이웃인 달에 대해 좀 더 많은 사실 을 알게 해 주었다.

인류가 달에 다녀온 지 40년이 되는 지금 세계 각국은 다시 달을 찾고 있다. 미국을 위시해 유럽연합, 일본, 중국, 인도에서 달에 궤도선을 보내 관측을 수행해 오고 있으며, 이들 나라들은 지금 달착륙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달에 기지를 세워 현지의 광물자원을 확보하는 한편 우주 탐사의 전초기지 역할을 담당하게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바야흐로 달은 이제 더 이상 과학적 탐사의 대상만이 아니고 인류의 경제활 동 영역에 포함되는 개척의 대상이 돼가고 있다. 그동안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달에는 핵융합 반응을 이용한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예견되는 헬륨-3와 함께 티타늄, 철, 알루미늄 등 많은 유용한 광물들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주개발 선진국들이 앞 다투어 달에 가는 이유 중 하나도 먼 훗날을 위해 우주 자원을 확보하고 이를 선점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이 광물자원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만으로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달 탐사와 달기지 건설을 합리화하기에는 불확실한 요소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지구 외의 어느 곳에 이 같은 자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이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은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사항이 라고 할 수 있다.

달을 우주탐사의 전초기지로 삼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미 자원 고갈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지구는 인류를 수용할 수 있는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간주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구 외의 곳에서 지속적이고 안전한 삶의 터전을 찾는 것은 우리 후손에게 만 책임을 떠넘길 문제가 아니며, 인류의 모든 세대에 걸쳐 그때그때 가능한 과학적 기술 을 동원해 풀어나가야 할 숙제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달 탐사는 단순히 자원을 이용하는 것으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가 인류가 살기에 보다 나은 환경으로 바꾸는 것을 중심으로 방향 모색이 이뤄져야 한다. 이 같은 방향 모색이 이뤄진다면 이에 수반되는 기술은 향후 또 다른 천체인 화성 등 인류가 우주로 나아감에 따라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며 지속적인 인류 번영을 꾀하는데 이 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에서 불가능한 과학실험 가능

이 같이 원대하고 장기적인 목표 외에도 현 세대에서 달 탐사가 가지는 중요성은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우선 과학적 관점에 서 보면 달에 대한 연구는 지구를 비롯한 우 리 태양계의 생성과 진화에 대해 많은 사실을 알려줄 수 있다.



달의 생성과정에 대해서는 많은 가설들이 있다. 하지만 현재 가장 유력하게 지지를 받고 있는 이론은 약 45억 년 전 태양계가 형성되고 있을 때 화성 크기의 천체가 지구와 충돌해 두 행성의 핵이 융합, 현재의 지구 핵이 되고 나머지 부분이 지구 주위를 돌다가 달이 됐다는 것이다.

이 가설을 비롯, 달의 진화에 대한 이론 의 검증은 달의 전 지역에 대한 많은 관측을 요구한다. 그런 만큼 40년 전의 제한된 지역에서 수행된 아폴로 실험의 결과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마도 미국의 주도로 계획되고 있는 국제 달 네트워크(ILN) 사업에서 수행할 지진관측에 의한 내부구조 규명과 방사능 물질 및 내부 핵에서 발생하는 열의 흐름에 관한 관측으로부터 좀 더 많은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달은 풍화작용과 지각활동이 거의 없어 표면에 수십 억 년 전의 소행성과 운석 충돌 기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 같은 충 돌 흔적은 태양계 진화에 관해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태양계 형성 이후 약 7억년 경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소행성 충돌이 지구에도 일어났다면 지표 근처의 생명체를 멸종시켰을 것이기 때문에 지구의 생명체 출현 시점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달 탐사가 가지는 중요성의 또 다른 하나 는 지구에서 실현 불가능한 과학적 실험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우선 천문학의 관점에서 보면 달에는 대 기에 의한 산란이나 흡수가 없어 빛의 모든 파장 대역에서 관측이 가능하고, 장기간의 밤 또는 낮이 계속되는 관계로 연속적인 관측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이온층의 부재는 달에서 저주파의 전파천문학 관측을 수행할 수 있는 좋은 입지 조건을 제공한다. 달은 자기장을 가지고 있지 않아 태양에서 오는 하전입자의 흐름인 태양풍과 우주에서 오는 고(高) 에너지 방사선 입자가 달 표면에 그대로 충돌하기 때문에 이 같은 입자들의 관측을 수행하는데 편리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들 입자가 인간이 나 전자 및 기계장비에 심각한 해를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입자들로부터 인간의 활동을 보호하는 기술이 필요하게 된다. 이 기술은 향후 다른 천체에서의 인간활동을 보호하는데도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의 우주 활동과 관련된 중요한 연구 분야다.

달의 특수한 환경은 지구상에서 실현하기 힘든 산업 환경을 제공해 첨단산업의 기지가 될 수도 있다. 달은 극도의 희박한 공기와 함께 표면에서의 중력도 지구의 6분의 1 정도로 무중력, 진공 상태에 버금가는 환경을 제공한다.

따라서 반도체 등 높은 순도의 첨단 신소재나 신약 생산에 적당한 환경이 될 수 있으며, 생 물학적으로도 새로운 품종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우주환경을 이용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실험은 이미 우주정거장에서 많이 수행돼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대규모 생산시설의 구축은 달 기지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산업고도화 및 신산업 창출 기대

달 탐사를 비롯한 우주탐사에는 전자, 기계, 통신, 소재 등 여러 분야의 첨단기술이 응용되기 때문에 우주탐사는 산업을 고도화하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주탐사에 사용되는 무인로봇은 인간이 직접 수행하기 힘든 극한의 환경에서 탐사, 건설, 보수 등의 작업을 수행하는데 응용될 수 있다. 또한 우주탐사에 사용 되는 장비는 고도의 성능을 가진 전자, 기계제품과 맥을 같이 하고 있어 향후 많은 산업 분야에 지대한 기술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달 탐사 는 우리의 우주기술을 한 차원 더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15년이 넘는 우주개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그동안 많은 인공위성을 개발하고 운용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인공위성은 모두 지구 부근의 공간 에 국한돼 운용된 것으로 제한된 위성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달 탐사선에는 유도· 항법·제어기술, 추진과 관련된 기술 등 새로운 기술들이 요구되기 때문에 달 탐사사업 은 이 같은 고도의 우주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고도의 우주기술을 보유하게 된다는 것은 우리 우주개발사업의 패러다임도 바뀌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인공위성 본체 등 종래의 항행수단 개발 중심의 우주 사업으로 부터 우주에서 수행할 임무중심으로 보다 수요자 중심의 우주개발이 이뤄질 것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우주과학 등 관련분야의 균형 있는 발전으로 선진국형의 우주개발 국가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선진국형의 우주개발 국가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기술적인 진보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주기술력은 군사력과 함께 그 나라의 국력을 나타내는 척도인 만큼 우주선진국이 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의 입지가 강화되는 것을 의미하며, 우주 전 분야의 고른 발전은 문화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고양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7년 달 탐사 계획을 발표하며 2020년대까지 달에 우리의 로켓을 사용해 궤도선과 착륙선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순조롭고 지속적인 달 탐사사업이 이루어질 경우 달에서 활동하는 한국인의 모습을 보는 것도 멀지 않을 것이다.

글_민경욱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교수
kwmin@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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