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현대사회와 과학계 지배하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

올해는 찰스 다윈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다. 그리고 그의 역작 ‘종의 기원’이 출간된 지 꼭 150년이 된다. 다윈이 종의 기원을 통해 주창한 진화론은 현대과학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진화론 자체가 끊임없이 진화하며 지금은 학문적 경계를 뛰어 넘어 인간의 삶 전체에 깊숙이 스며든 상태다.

생물학은 물론 심리학·윤리학·인문학·철학·경제학 등 대다수 학문에서 진화론을 이론적 기틀로 삼고 있고, 정치·경제·예술·문화·교육 등의 사회분야에도 진화론적 사고가 뿌리를 내린 것.

진화론과 세부 이론인 변이, 적자생존, 자연선택(자연도태)을 빼놓고는 현대사회를 설명한다는 것이 아예 불가능할 정도다.

새 부리가 알려준 깨달음

1831년 12월 영국 남부에 위치한 항구도시 데번포트의 팰머스 항구. 대학을 갓 졸업한 22세의 청년 과학자 한명이 곧 해양탐사에 나서게 될 비글호에 올랐다.

그의 이름은 바로 찰스 다윈. 우리가 너 무나 잘 알고 있는 진화론의 창시자다. 그리 고 비글호 탐사는 이 진화론의 씨앗이 된 역 사적 여행이 된다. 실제 진화론은 다윈이 비글호 탐사의 일환으로 1835년 9월 갈라파고스 제도에 도착, 한 종(種)의 새를 만나면서 잉태됐다.

갈라파고스핀치(Galapagos Finch)가 그 주인공. 다윈은 갈라파고스의 여러 섬을 돌며 다 수의 핀치 새들을 발견했는데, 특이하게도 어떤 곳에서 어떤 먹이를 먹는가에 따라 부리의 모양이 달랐다.

단단한 씨앗을 먹는 핀치의 부리는 굵고 튼튼한 반면 선인장 꽃을 먹이로 삼고 있는 핀치는 길고 뾰족한 부리를 갖고 있는 식이다. 다윈은 이 현상을 놓고 원래는 동일한 종이었지만 서로 다른 자연환경에 처해지자 그 환경에 적응하며 다른 모습으로 바뀐 것 일 수도 있다는데 생각이 미쳤고, 이것이 진화론의 결정적 영감이 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다윈은 5년간의 탐사를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온 뒤 이 같은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기 위해 추가적인 연구와 자료수집에 나섰다. 그리고 1859년 11월 이렇게 찾아낸 증거들을 바탕으로 쓴 불후의 저작 ‘종의 기원’ 을 출간하며 진화론을 세상에 알렸다.

그는 이 책에서 변이(variation), 자연도 태(자연선택), 적자생존이라는 논리로 진화론을 설명했다. 생물은 동일한 종이라도 선천적·후천적 변이를 통해 형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것이 생존에 유리할 경우 적자생존 및 자연도태의 법칙이 작용, 종국에는 이 형질을 물려받은 개체들만 살아남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진화론의 요체다.

진화하는 진화론

현재 진화론은 인간의 사유(思惟) 능력으로 찾아낸 인류 최고의 과학적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애초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진화론은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다며 집중포화를 맞았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만물의 창조자인 신(神)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당대의 기본신념이었던 창조론과 정면 배치됐던 탓이다. 진화론에 따르면 모든 생물은 신이 아닌 진화의 산물이며, 궁극적으로는 공통된 조상을 갖고 있다.

게다가 인간은 선택받은 존재가 아닌 원숭이 조상으로부터 분화된 동물에 불과하다. 종교계는 이를 신의 절대적 권위를 위해하는 심각한 도발로 받아들여 반발과 함께 공세를 퍼부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진화론은 학자들을 중심으로 정설로 인정받는다.

생물학·동물학·지질학을 아우르는 풍부한 실증적 사실과 이성적 사고에 기반하고 있음은 물론 그동안 알 수 없었던 수많은 생물학적 궁금증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과학적 이론이었기 때문이다.

화석 등 진화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들도 후대 학자들에 의해 속속 확인됐다. 특히 진화론은 생물학의 경계를 뛰어넘어 타 학문 분야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사회도 생물처럼 통합과 분화를 통해 단순 사회·복합사회·이중복합사회 단계로 진화한다는 스펜서의 사회진화론(사회다윈주의), 인류의 유전학적 진화를 목표로 다양한 결함 인자에 대해 연구하는 우생학 등이 대표적이다.

사실 자본주의나 사회주의에도 진화론이 녹아있다. 자본주의자들은 인간의 경쟁은 진화를 위한 당연한 귀결이라는 논리로 자본주의를 합리화했고, 사회주의의 핵심 이념인 유물론은 진화론에 입각한 무신론적 개념이다.

이외에도 진화론은 다양한 과학 분야로 분화·파생돼 진화생물학, 세포생물학, 분자생물학, 집단유전학, 진화경제학, 진화심리학, 진화철학 등의 모태가 됐다. 최근에는 진화생물학과 의학을 접목, 인간이 진화의 결과물임을 인정하고 질병의 궁극적 원인을 진화에 따른 인체의 구조적 특성에서 찾는 다윈의학도 대두된 상태다.

단세포 생물이 다세포 생물로, 그리고 다양한 동물 종으로 진화한 것이라는 진화론의 주장대로 진화론 자체도 150년이라는 시간 동안 무수한 변이와 자연선택의 과정을 거쳐 무서운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인간 의식의 장악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진화론의 진화가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진화론은 이미 현대과학은 물론 경제학·사회학·윤리학·역사학·인문학· 교육학·의학·철학·역 사학 등 거의 모든 학문에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고, 파급력 또한 배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예술, 문화, 정치 등의 분야에서도 사회적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진화론적 분석 툴을 동원하고 있다. 이를 보면 진화론과 그 세부 이론인 변이, 적자생존, 자연선택을 빼놓고는 현대사회를 설명한다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수준이다.

스펜서가 진화론을 ‘모든 우주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근본원리’라고 치켜세운 것이 결코 허언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진화론은 현재 우리의 사고 구조에 깊숙이 각인돼 있다.

학술적 용어임에도 불구하고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근한 단어로서 일상적으로 활용되고 있 는 것. 이는 인터넷에 ‘진화’나 ‘도태’라는 단어를 입력해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머리핀이 머리를 묶는 용도에서 패션 아이템으로 진화 하고 있다’, ‘전통 온천들이 워터파크 형태로 진화를 모색 중이다’, ‘위기대처 방법에 따라 기업의 진화와 도태가 갈린다’ 등 인용되고 있는 폭과 범위가 무한하다.

제조업체들은 신제품을 출시하며 진화라는 표현으로 우수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일반인들도 무언가가 긍정적으로 개선되면 진화, 경쟁력이 떨어지면 도태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극심한 경제위기를 맞아 강자만이 살아남는 적자생존의 세상이 도래했다는 함의를 가진 ‘다윈이즘’이 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져 경제계에 확산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국어사전에서조차 진화의 첫 번째 뜻을 ‘일이나 사물 따위가 점점 발달 해 감’이라 적고 있다.

진화론에서 말하는 생물학적 개념보다 사회적 개념이 더 커진 것 이다. 미국의 과학자 마이클 셔머가 자신의 저서 ‘왜 다윈이 중요한가’에서 “우리는 다윈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사회·문화적 분위기를 간파했기 때문일 것이다.

창조론과의 끝없는 논쟁

그렇다면 다윈의 진화론은 인류 역사에 오직 순기능 역할만 했을까. 아니다. 진화론은 변 이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돌연변이로 변해 우리에게 아픔을 주기도 했다. 사회진화론에서 파생된 극도의 전체주의, 우생학에서 야기된 나치의 인종주의와 백인우월주의 등이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600만 명에 달하는 무고한 인명이 학살된 나치의 인종주의는 진화론이 낳은 최악의 자식으로 꼽힌다. 실제 히틀러가 게르만족을 우량 인종으로, 유대인을 열등 인종으로 단정 짓고 대대 적인 인종청소에 나선 것이 진화론을 그릇된 세계관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진화론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이 하나 더 있다. 150년간 이어져 온 창조론자들과의 끝없는 논쟁이다. 이들은 진화론이 결과적으로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고 전 세계에 무신론을 확산시킨 원흉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국내외의 많은 교회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학생들에게 진화론이 옳지 않은 이론이라 교육(?)하고 있고, 이를 증명한다는 목적으로 진화론의 취약점만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모임도 존재한다.

물론 이는 진화론이 유발한 폐해가 아니며, 이로 인해 진화론의 가치가 낮아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회적 분열과 낭비가 초래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어떻게든 반드시 해소하고 넘어가야 할 사안임에는 틀림없다.

이 점에서 최근 종교계가 다윈 탄생 200 주년을 맞아 진화론의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 하며 다윈에게 적극적인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바티칸 교황청은 이탈리아 그레고리안 대학과 미국 노터데임 대학을 후원, 오는 3월 7일 로마에서 진화론이 인류에 미친 영향을 논의하는 국제 학술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종교와 과학 사이에 놓인 장벽을 깨고 진화론과 다윈의 업적을 재평가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또한 영국 성공회의 경우 지난해 9월 다윈에게 공식 사과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영국 성공회는 다윈을 향해 “당신을 오해한 것, 당신에 대해 첫 대응을 잘못한 것, 그리고 아직까지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오해하도록 부추긴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타계한지 127년이나 지나서 조성되고 있는 이 같은 화해 무드에 대해 다윈 자신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도 마음속에 있던 큰 짐 을 덜어놓은 듯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다윈은 과학적 사고와 이성적 판단이 몸 에 밴 진정한 과학자였지만 한편으로는 평생토록 신을 믿었던 독실한 신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