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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식탁에 오를 복제 쇠고기

최근 미 식품의약국(FDA)은 복제동물을 비롯한 유전자 조작 동물을 상업적 용도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했다. 복제동물이나 복제동물의 부산물을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연 것. 이에 따라 복제된 소, 돼지, 염소 등의 고기와 젖이 식탁에 오를 날도 멀지 않게 됐다.

동물복제 지지자들은 복제기술을 통해 우수하고 맛도 좋은 고기를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유전자변형식품(GMO)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복제동물의 고기와 젖마저 식탁에 오르게 되면 안전한 먹거리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미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18일 복제동물을 비롯한 유전자 조작 동물을 상업적 용도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10여 년간 발전해온 동물 복제기술의 상업적 이용이 한발 더 앞당겨지게 됨은 물론 복제 쇠고기가 저녁 식탁에 오를 날도 멀지 않게 됐다. FDA는 오는 11월 18일까지 공개적인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 복제동물의 식용 둘러싼 논란

복제동물을 식용으로 이용하는 것을 허용해야 할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이미 수년 전부터 시작됐다.

FDA는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소, 돼지, 양, 고양이 등 복제동물이 잇달아 탄생하면서 식품 안전성 논란이 비등해지자 2001년 복제동물이나 그 부산물을 식용으로 쓸 수 없도록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이후의 행보는 반대로 바뀌었다. 복제동물, 그중에서도 복제 축산물의 안전성을 검토한 FDA는 2006년 12월 1차 보고서를 통해 “위험하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리고 올 1월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이 같은 입장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FDA는 이 보고서에서 소와 돼지 등 복제동물 600마리의 고기와 젖에서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 지방, 단백질 등의 물질을 분석한 결과 모든 항목이 정상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한 복제동물의 고기나 젖을 3개월 이상 먹은 다른 동물의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복제동물은 유전자를 조작한 동물이다. 다시 말해 유전자 조작 동물이란 특수한 목적을 위해 유전자를 바꾸거나 다른 동물의 유전자를 삽입한 것을 말한다.

지금도 유전자를 조작한 소나 돼지, 물고기, 염소 등이 다양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지고 있다. 어떤 동물은 혈액이나 젖에 의약품으로 만들 수 있는 원료 물질이 포함돼 있기도 하고, 어떤 동물은 광우병과 같은 질병에 내성을 갖기도 한다.

섬유 등 산업용 물질을 생산하거나 사람의 질병 모델로 이용하기도 한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연어, 사람의 장기를 생산하는 돼지 등도 유전자 조작 동물의 예다.

FDA가 이번에 가이드라인 초안을 내놓은 것은 유전자 조작 동물 생산을 규제하는 절차를 구체적으로 명문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유전자 조작 동물의 상업적 이용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현재 미국에서 상업적인 판매가 허용된 유전자 조작 동물은 어둠 속에서도 자라는 관상용 물고기가 유일하다.

FDA의 랜달 루터 부국장은 “아직까지 유전자 조작 동물의 상업적 이용을 승인받지 못했지만 다양한 종류의 유전자 조작 동물이 개발되고 있다”면서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유전자 조작 동물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다른 세상 이야기가 아니다”고 말한다.

FDA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유전자 조작 동물의 모든 생산 과정을 감독, 식품으로 판매되는 동물이 사람에게 안전하도록 관리하는데 있다.

FDA가 규제안을 마련하면 유전자 조작 동물을 생산하는 업자들은 가이드라인에 맞춰 유전자 조작 동물이 인체에 어떤 위험을 주지는 않는지, 환경과 동물 자체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생산 업자들은 유전자 조작 동물이 전통적인 식품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어떤 유전자를 동물에 투입했는지, 그 동물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그리고 동물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기술해야 한다.

이와 함께 생산 업자들은 유전자 조작 동물의 유통경로를 어떻게 추적할 지, 그리고 이들이 죽었을 때 어떻게 처리할 지 여부도 보고해야 한다. 위험이 높은 것으로 판명되면 FDA는 해당 유전자 조작 동물을 단종 시킬 수 있다.

■ 소비자단체와 과학자들의 반발

소비자단체들은 FDA의 가이드라인 초안 발표에 대해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FDA가 유전자 조작 동물의 생산과 유통을 감독할 수 있는 권한과 기술이 있느냐는 것. 여기에는 유전자 조작 동물 생산업자의 이익을 우선해 승인 등의 절차가 비밀리에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포함돼 있다.

실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과학센터’의 그레고리 제퍼는 “FDA가 유전자 조작 동물 생산과 유통의 전 부문에 걸친 위험을 처리할 수 있는 감독 권한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FDA는 식품 및 의약품ㆍ화장품에 관한 연방 법률에 따라 유전자 조작 동물을 규제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동물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은 동물에 약물을 먹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

또한 FDA 식품안전센터의 제이디 해슨은 “비록 잠재력은 무한하지만 유전자 조작 동물을 연구하는 그룹은 대여섯 개 정도의 회사와 10여개 정도의 대학이 전부”라며 “감독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생산된 고기나 젖에 대해 별도의 표시를 하지 않겠다는 FDA의 방침에 대해서도 소비자단체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FDA는 현재 유전자 조작 동물의 고기나 젖에 중대한 변화가 없을 경우 별도의 라벨을 붙일 필요 없다는 점을 고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전자를 조작해 생산한 돼지고기가 재래식으로 생산된 돼지고기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오메가-3 산(酸)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라야 별도로 표시를 하도록 한다는 것.

이에 대해 소비자단체들은 FDA가 미국 육가공 업체와 동물 복제회사의 로비에 굴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소비자연맹의 식품정책운동 담당자인 진 핼로얀은 “유전자 조작 동물을 전통적인 식품과 구별하지 않겠다는 FDA의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유전자 조작 동물로 만든 식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햄이나 베이컨, 제육구이가 쥐의 유전자를 가진 돼지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뿐만 아니라 과학자들도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마이클 한센 박사는 “소비자단체들은 유전자 조작 소에서 생산되는 항체를 함유한 우유조차 표시하지 않을 것으로 우려한다”고 말했다.

■ 논란의 핵심은 안전성

유전자 조작 농산물, 즉 유전자변형식품(GMO)은 이미 일상생활 깊숙이 침투해있다. 대표적인 것인 유전자 조작 밀이나 콩이다. 콩의 경우 전체의 64%가 유전자 조작으로 생산되며, 옥수수는 24%, 유채는 20%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전 세계 유전자 조작 농산물 재배 면적은 1억1,400만 헥타르(ha)로 한반도 면적의 5배에 달한다. 특히 이 같은 추세는 더욱 빨라져 8년 후에는 두 배로 증가해 전 세계 곡물 재배 면적의 2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유전자 조작 농산물은 미국 등 전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지만 안전성 문제는 여전히 이슈로 남아있다. 그린피스와 같은 환경운동단체들은 안정성 문제를 들어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반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전자 조작 동물을 식품으로 판매하는 것을 허용할 경우 논란은 더욱 가열될 것이 뻔하다.

문제는 안정성에 대한 우려로 요약된다. 지난 2002년 새로 출생한 335 마리의 복제 소 중 23%에 해당하는 76 마리는 기형 등 건강상태가 좋지 못했다. 이는 일반 소에게 나타나는 비율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복제동물의 안정성을 단언하기엔 아직 성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복제동물 등 유전자 조작 동물은 강력한 저항을 받고 있다. 먹거리에 예민한 유럽의 언론에는 ‘프랑켄슈타인 동물’이라는 용어가 오르내리고 있으며, 동물을 인도적으로 대우할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인들 대다수도 복제된 소와 돼지, 염소의 고기와 유제품이 식용으로 적합하다는 FDA 발표를 믿지 못하고 있다. 푸드마케팅연구소가 지난 5월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중 77%는 유전자 조작 식품을 먹을 경우 불편함을 느낀다고 답했다. 81%는 유전자 조작 식품임을 알리는 라벨을 부착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복제동물의 고기와 젖이 이미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복제동물이 식품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고발성 기사에서 복제동물의 유통 실태를 파헤친바 있다.

미 소비자단체와 동물보호단체들은 최근 FDA에 15만 건의 항의 편지를 보내 복제동물을 식품으로 유통시켜서는 안 된다는 뜻을 전했다. 이처럼 논란이 커지자 타이슨푸드 등 미국 20개 대형 식품 공급업체들은 복제동물과 그 부산물을 식품으로 가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같은 약속이 언제까지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문병도 서울경제 기자 d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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