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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도 이로울 때가 있을까?

파리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곤충의 하나다. 하지만 인체에 해로운 병균을 옮기는 탓에 나비나 잠자리 같은 여타 곤충들과 달리 달가운 존재가 아니다.

파리 또는 파리의 유충인 구더기를 떠올리면 곧바로 더러움과 징그러움의 이미지가 연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의 입장에서 파리는 그저 더럽고 귀찮은 해충일 뿐이다.

그런데 생태계 차원에서 보면 파리도 나름대로 이로운 측면이 있다. 먹이를 얻는 과정에서 다양한 미생물을 토양에 전달하는 생물학적 유포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토양으로 옮겨진 미생물은 음식이나 동물의 배설물 및 사체 등 각종 유기체를 분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토양 속에는 이미 여러 가지 미생물이 살고 있지만 그 종류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들은 산불, 폭설 등에 의해 사멸될 수 있고, 주변 환경이 열악해지면 활동 자체를 중단하기도 한다. 외부에서 새로운 미생물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토양의 유기체 분해 능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부분에서 파리 이외의 다른 곤충들 또한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파리가 멸종되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파리가 지구상에서 사라진다고 해서 토양 생태계가 송두리째 무너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잡식성인 파리만큼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을 토양에 전달해주는 곤충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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