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은 생물종에 따라 각각 특징이 있고, 크기도 세포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너비 0.5㎛, 길이 2㎛ 정도 되는 것이 많다. 1개의 세포에 함유된 미토콘드리아의 수는 최소 1개에서 수 천 개에 달하는데, 이 같은 미토콘드리아가 돌연변이를 일으킬 확률은 8,000명 당 1명 이상이다. 최근 과학자들은 난자의 합성 등 유전자 조작을 통해 돌연변이 미토콘드리아로 인한 질환을 치료하려 하고 있다.하지만 이 같은 유전자 조작이 자칫 맞춤형 아기를 향한 서곡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토콘드리아 이상으로 초래되는 유전질환
영국 뉴캐슬 대학의 패트릭 쉬너리와 더글러스 턴불 연구팀은 최근 3명의 부모, 즉 한 명의 남성과 두 명의 여성 유전자를 가진 배아를 실험 중이다. 이 실험의 목표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이상으로 초래되는 유전 질환을 막는 것.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소기관의 하나로 세포호흡에 관여하며, 1개의 세포에는 최소 1개에서 수 천 개의 미토콘드리아가 들어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속에 들어 있는 소기관임에도 자체적인 DNA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미토콘드리아 DNA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질환이 생길 확률은 인구 8,000명당 1명 이상이다.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은 리씨 증후군, 레베르 유전성 시신경 위축증, 그리고 유전성 신경질환(MELAS) 등이다. 리씨 증후군은 2세 이하의 아이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데, 환자는 움직임장애·섭식장애·호흡 장애를 겪는다. 증세는 간헐적으로 나타나지만 계속 악화되며, 수개월 또는 수년 내에 정신장애·뇌졸중·사망에 이른다.
레베르 유전성 시신경 위축증의 경우 청소년 환자를 실명시키며, 유전성 신경질환은 소화기장애·청각장애·당뇨병·뇌졸중·심장마비 등을 일으킨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 같은 질환에 대한 치료법은 없는 상태다.
특이하게도 미토콘드리아는 항상 모계(母系)로 유전된다는 특성이 있다. 각 정자의 꼬리에는 미토콘드리아가 100여개 정도 붙어서 정자를 움직이게 한다. 하지만 정자가 미토콘드리아를 10만 개 이상이나 보유한 난자와 만나면 정자 속의 미토콘드리아는 파괴돼 버린다. 따라서 미토콘드리아의 DNA는 항상 난자에서 난자로, 즉 어머니에서 딸로 유전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토콘드리아 유전 질환을 치료하려면 인간의 난자를 대상으로 유전자 조작을 시도해야 한다.
난자 합성을 통한 3부모 배아
쉬너리와 턴불 연구팀의 방법은 지난 1990년대 미국 성 바라바 재생의학연구소의 자크 코헨이 불임여성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한 난자 원형질 이식이라는 요법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이 요법은 건강한 여성의 난자 일부를 불임여성 난자에 이식해 불임난자를 활성화하고, 번식력을 높이는 것이다. 사실상 가장 초보적인 유전자 조작 인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건강한 여성의 난자 세포 중 5% 미만이 불임여성 난자에 이식됐지만 이 요법으로 출생한 아이 30명 중 2명의 혈액세포를 검사한 결과 미토콘드리아 중 무려 3분의 1이 기증받은 난자의 것이었다. 두 여성의 미토콘드리아가 섞인 이 아이들은 아직까지 별다른 유전 질환을 앓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두 명의 여성 중 한명의 미토콘드리아에 문제가 있다면 앞으로 질환이 발생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이에 따라 미토콘드리아 관련 유전병의 무서움을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이 기술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뉴캐슬 대학의 연구팀은 이 같은 요법의 이면에 숨겨진 가능성에 주목했다. 즉 뉴캐슬 대학의 연구팀은 이 요법을 기반으로 한 가지 변형을 가했는데, 그것은 지난 1980년대 미토콘드리아 연구의 선구자였던 더그 월레스가 주창한 방식이다. 미토콘드리아가 포함된 난자 세포 대신 난자 세포핵을 이식하는 방법이다.
즉 미토콘드리아 이상이 있는 불임여성의 난자 세포에서 난자 세포핵만 떼어내 건강한 여성의 난자에 이식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원래의 부모에게서 받은 핵 유전자와 건강한 여성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보유한 배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턴불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 방식으로 장애 및 사망을 일으키는 유전 질환을 차단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제 남은 것은 이것이 인간을 대상으로도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인지를 밝히는 것이다.
3부모 배아의 위험성
뉴캐슬 대학 연구팀의 3부모 배아를 미토콘드리아 유전병 치료를 위한 대안으로 인정할 것인지는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뉴캐슬 대학 연구팀의 방법에 따르면 이론적으로는 돌연변이 미토콘드리아는 환자의 난자에 모두 남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식된 세포핵에 돌연변이 미토콘드리아 일부가 들러붙어 건강한 난자로 같이 옮겨갈 수 있다. 수는 매우 적지만 배아가 성장함에 따라 돌연변이 미토콘드리아의 비율은 늘어날 수 있다.
어떤 질환이 발생하려면 보통 세포 내의 돌연변이 미토콘드리아의 비율이 임계점을 넘어야 한다. 이 때문에 동일한 돌연변이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사람일지라도 발병 여부는 물론 구체적인 증세가 다르다.
그리고 신체 부위별로도 세포 내부의 돌연변이 미토콘드리아의 비율에 차이가 있다. 쉬너리와 턴불은 현재 핵과 함께 이식된 극소량의 돌연변이 미토콘드리아가 위험할 정도로 증식할 수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초기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아직 그럴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그들은 현재보다 체계적인 연구를 진행 중이며, 그 결과에 대해서는 섣불리 말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방법으로 수정돼 출생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준다고 할지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 여러 세대가 지난 후 유전병이 재차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난자 세포가 성장할 때 미토콘드리아도 불규칙적으로 분할되면서 처음에는 10개이던 것이 성숙한 난자 세포에서는 10만개가 된다.생식 계열 내에 돌연변이 미토콘드리아가 극소수만 있어도 후손대로 가면 크게 늘어나 다시 질환을 일으킬만한 수준이 된다는 것이다.
최선이 아닌 차선책
이 같은 3부모 배아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다. 미토콘드리아에 이상이 있는 임산부에게는 끔찍한 운명의 장난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 임산부의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날 수도 있지만 최악의 경우 어머니보다 더욱 심한 미토콘드리아 관련 질병을 안고 태어날 수도 있다. 그 확률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더 많다.
이 경우는 출생 전 검사 또는 착상 전 유전자 진단법(PGD)을 사용한 체외수정도 그리 큰 쓸모가 없다. 이 같은 차단 수단은 일부 돌연변이 미토콘드리아를 발견할 수는 있지만 한 세포 내의 돌연변이 미토콘드리아 비율을 알아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모든 미토콘드리아가 돌연변이인 여성에게 유용한 수단은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두 어머니의 난자를 합성해 만든 배아가 현재로서는 건강한 2세, 3세, 4세를 보장할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인 셈이다. 앞으로 수년 내에 이 같은 여러 가지 중요한 문제들이 해결된다고 가정한다면 두 여성의 난자를 합성하는 뉴캐슬 대학 연구팀의 방식이 향후 수 십 년간 미토콘드리아 유전병 예방의 주류를 차지할 것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윤리적, 생물학적 의문이 남아있다. 이 방식은 결국 맞춤아기로 가는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 DNA의 중요성
미토콘드리아 DNA의 역할이 상상외로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 알수록 이런 우려는 점점 현실화 되어간다.
지난 10년간 미토콘드리아에 대한 가장 큰 발견이라면 미토콘드리아가 세포의 에너지 생산에 관여할 뿐만 아니라 세포의 사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알아낸 것이다.
미토콘드리아의 상태는 세포의 생사여부를 결정하는 결정적 요소며, 암에서부터 알츠하이머 병 등의 퇴행성 질환에 이르는 각종 질병의 유무를 나타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 같은 점을 이용해 모든 면에서 완벽한 유전자 맞춤아기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생기지는 않을까.
10년 전 도쿄시 노년학연구소의 다나카 마사시는 염기 하나가 바뀐 미토콘드리아 DNA가 연령 관계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할 확률을 절반으로 낮추고, 100세까지 장수할 확률은 두 배로 높인다고 보고했다. 100세 이상 장수한 일본 노인 대부분이 이 같은 변형 미토콘드리아 DNA를 가지고 있었지만 타국에서는 찾기 드문 것이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다른 여러 가지 변형 미토콘드리아 DNA 역시 여러 특색을 가지고 있음이 밝혀졌다.
그 중 일부는 장수에 관련된 것도 있고, 당뇨병의 발병과 연관된 변형 미토콘드리아 DNA도 있었다. 그리고 파킨슨병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 발병률이 높은 변형 미토콘드리아 DNA도 있었다.
남성의 생식력은 정자의 운동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데, 이 조차도 변형 미토콘드리아 DNA에 영향을 받는다. 다나카는 심지어 IQ도 변형 미토콘드리아 DNA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물론 미토콘드리아 차이로 인한 IQ 차이는 그리 크지 않지만 말이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 손해 봐야
그렇다면 미토콘드리아 DNA를 조작한 3부모 배아로 후손들의 지능과 수명을 극대화하고 질병에 걸릴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동안의 생물학 연구 사례로 보건대 하나를 얻으려면 반드시 하나를 손해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변형 미토콘드리아 DNA로 인해 최상급의 IQ를 보유한 사람들은 대개 심장마비를 일으킬 확률이 높았다. 인간의 미토콘드리아는 주변 기후에 맞게 내부 열 발산을 조절해오면서 진화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열대지방 사람들의 미토콘드리아는 열을 덜 발산한다. 하지만 당뇨병에 걸릴 위험은 높다.
반대로 추운 지방에 적응한 사람들의 미토콘드리아는 더 많은 열을 내며 당뇨병에 걸릴 확률도 적다. 그 대신 남성 불임률이 높다. 또 다른 이유는 더욱 근본적이다. 미토콘드리아의 단백질 1,500종 중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암호를 가진 단 13개만이 미토콘드리아에서 직접 생산된다.나머지는 모두 세포핵 DNA 암호로 이루어져 있으며, 세포의 다른 곳에서 생성돼 미토콘드리아에 공급된다.
서로 다른 유전자 암호를 가진 단백질은 높은 호환성을 가지고 상호 긴밀하게 작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토콘드리아 DNA는 핵 DNA보다 20배나 더 많은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이 같은 돌연변이가 일어날 경우 사람은 각종 질병으로 고통을 당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태어나지도 못하고 배아 상태에서 죽어버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전체 임신 건수 중 40%가 정체불명의 원인으로 조기에 자연 유산되는데, 그 중 상당수는 이 같은 유전자 호환 불능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호환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를 이식해 건강, 수명, 생식력, 운동능력, IQ를 높이려는 ‘맞춤형 아기’ 시도는 반드시 위험을 동반하게 된다.
유전자가 서로 맞지 않는 미토콘드리아와 핵을 하나로 합치면 아이를 건강하게 하기는커녕 더욱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전자를 조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이것은 아무 문제도 아닐 것이다.
생명공학의 수혜 불평등
뉴캐슬 대학 연구팀은 “부족하나마 사람을 고칠 방법이 있는데 사용해보지도 않는 것은 비과학적”이라는 주장으로 자신들의 연구를 정당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생명공학의 수혜 불평등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즉 생명공학기술은 병들고,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서 개발됐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강하고 돈 많은 이들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사용돼왔다는 것.
어차피 다른 기술도 그렇지 않느냐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생명공학은 다른 것도 아닌 인간의 하나뿐인 생명을 실험 재료이자 결과물로 취급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기술의 실패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차마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
이는 난자의 합성을 통해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를 치료하려는 기술에도 동일하게 적용시켜 볼 수 있을 것이다. 과연 누가 이 기술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인가?
글_이동훈 과학 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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