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직경 200m에 달하는 소시지 껍질 모양의 폴리머 튜브 속에 발전소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채운 후 수십만 평의 해저 속에 영구히 보존하는 일이니 말이다. 캘거리 대학 산하 지속가능에너지·환경경제연구소의 소장인 물리학자 데이비드 키스는 “해양공학자들을 만나 실제 계산해보기 전까지만 해도 이 프로젝트를 완전히 바보짓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곤 국립연구소와 싱가포르 대학에서 기술진들과 함께 개념연구를 끝낼 무렵 그는 이 계획이 실현 가능할 뿐만 아니라 매우 실효성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또한 여기에 필요한 기본적 물리법칙 역시 간단하다.
키스의 설명에 따르면 수심 3.2km의 바다 속에서는 액상 이산화탄소의 밀도가 물보다 높아진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수 십 년간 액화 이산화탄소를 해저의 움푹한 지형에 몰아넣어 액화 이산화탄소의 호수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반면 환경운동가들은 이렇게 처리한 이산화탄소가 결국 분해돼 바다를 산성화시킨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하지만 액화 이산화탄소를 유기 폴리머나 티타늄 등의 내식 소재 속에 가두면 해저에서 수천 년은 견딜 수 있다. 내식 소재로 만든 이 소시지 껍질 모양의 비닐 백은 처음 설치할 때 매우 유연하다. 이 비닐 백을 물에 뜨는 릴에 말아가지고 예인선으로 육지에서 100km 떨어진 바다까지 끌고 나간다. 그 다음 릴을 풀면 이 비닐 백은 해저 3.2km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거기에서는 심해 로버가 이 비닐 백의 한쪽 끝을 파이프라인에 딸린 밸브에 연결한다.
이후 발전소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면 압축해서 액체로 만든 다음 파이프라인을 통해 초당 2톤씩 튜브 안으로 집어넣으면 바다 속으로 가장 깊이 들어간 곳부터 부풀게 된다.
이 때 면적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며 어느 육지에서나 100km 정도만 나가면 원하는 깊이의 바다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 파이프라인은 새로운 비닐 백에 맞춰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다.
문제점 현재 인간이 쏟아내고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는가. 무려 초당 800톤에 달한다. 1분이면 유조선 한 척을 꽉 채울만한 양인 것이다. 현재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 줄인다고 해도 11일마다 비닐 백을 하나씩 채울 만큼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그리고 내구성 문제도 있다. 상어가 와서 물어뜯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이 비닐 백이 수 천 년, 아니 수 백 년 동안이라도 분해되지 않는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실용화 시기 키스는 2020년이 되면 이 비닐 백이 규제 장벽을 넘어 실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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