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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논란, 실체와 대책은?

요즘 광우병 논란으로 국내가 들끓고 있다. 광우병 괴담, 대규모 촛불시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서명, 청문회 등으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은 다분히 비과학적 태도에 기인한 면이 크다. 광우병은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원인물질이 아니다.

현재로서는 단백질의 일종인 변형 프리온이 주범으로 꼽히는데, 이것은 121~134℃에서 1시간 가열하면 소독이 된다. 수돗물이나 공기, 화장품에 의해 전염된다는 것도 터무니없는 낭설이다. 광우병 문제는 정치 문제가 아닌 과학의 문제다. 지금 중요한 것은 광우병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철저한 연구다.

지난 4월 18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타결 이후 현재까지 국내의 모든 화제는 미국산 쇠고기에 집중돼 있다.

협상 타결의 주요 내용은 1단계로 30개월 미만 소에서 생산된 갈비 등 뼈 포함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고, 2단계로 국제 수역사무국 기준에 따라 30개월 이상의 소에서 생산된 쇠고기도 수입을 허용키로 한 것이다. 결국 우리 정부는 미국의 요구대로 미국산 쇠고기를 월령과 부위 제한 없이 모두 받아들이기로 한 셈이다.

이는 곧바로 두 가지 파문을 몰고 왔다. 바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 그리고 저렴한 쇠고기의 대량 유입으로 인한 국내 한우 농가의 몰락 위험성이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은 대규모 촛불시위, 이명박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인터넷 서명, 청문회 등 정치적으로도 심각한 후유증을 몰고 왔다.

이에 미국은 지난 5월 13일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등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미국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월령과 부위 제한 없이 쇠고기를 판매하겠다는 기본 방침까지 바꾼 것은 아니어서 앞으로도 끝없는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광우병이란 무엇인가

광우병이라는 명칭은 이 병의 영어 통칭인 ‘Mad Cow Disease’를 단순 번역한 것이다. 학술적인 명칭은 소 해면양 뇌병증(BSE: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이라고 한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든 종류의 소에게 발생하며, 발병하게 되면 뇌와 척수의 단백질에 스폰지 모양으로 구멍이 뻥뻥 뚫리고, 해당 부위의 신경조직이 제 기능을 못하는 신경퇴행성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이 증세에 걸린 소는 정신을 못 차리고 여기저기 받아대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하다가 결국에는 거동도 못 한 채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광우병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현재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단백질의 일종인 변형 프리온(PrP-sc)이 원인물질이라는 것이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대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아니라는 얘기다.

프리온(PrP)은 원래 정상적인 인간과 동물의 뇌에 존재하는 단백질이다. 하지만 이것이 원인불명의 이유로 변형이 되면 기존의 정상적인 프리온과 접촉하면서 모든 프리온을 변형 프리온으로 바꿔 버린다. 이런 식으로 무한 증식을 거듭하다가 임계량이 넘어가면 광우병을 일으킨다고 추정되고 있다.

광우병의 잠복기간은 약 4년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4~5세 정도의 소에게서 잘 발병한다. 지난 참여정부에서 수입 쇠고기의 월령을 30개월 미만으로 규제했던 것도 이 같은 이유때문이다.

하지만 이 병이 정말로 무서운 것은 인간에게 전염된다는 것이다. 광우병의 인간 전염 통로로는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함유된 SRM(Specified Risk Material)의 섭취가 지목되고 있다. SRM이란 광우병 소의 편도, 소장 끝, 뇌, 눈, 머리뼈, 등뼈, 등뼈 속의 신경 등 특정 위험물질을 말하는데 바로 이 때문에 뼈를 포함한 쇠고기 수입이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광우병으로 인한 증상

광우병이 인간에게 전염되면 변형 크로이펠츠 야콥슨 병(vCJD)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이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원래의 크로이펠츠 야콥슨 병은 50~60대 이상 노인들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병으로서 치매와 유사한 증세를 보이다가 결국 사망에 이른다.
그런데 지난 1980년대 초반 영국에서 단기간 내에 소의 살을 찌우기 위해 쇠고기와 소뼈로 만든 동물성 사료를 먹이면서 광우병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0년대 중반부터는 소를 키우던 20~30대 젊은 농부들 사이에서도 크로이펠츠 야콥슨 병이 발병해서 사망하는 사람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뇌파 소견이나 뇌의 부검 결과는 기존 크로이펠츠 야콥슨 병과 확연히 달랐다.

즉 이들의 뇌가 광우병에 걸린 소의 뇌와 비슷한 증세를 보였다는 점, 그리고 이들의 시신에서 변형 프리온이 검출된 점, 이들이 키우던 소중에는 예외 없이 광우병에 걸린 소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들이 걸린 질병은 기존과는 다른 변형 크로이펠츠 야콥슨 병, 즉 ‘인간 광우병’으로 취급됐다. 인간 광우병의 잠복기는 약 10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까지 광우병에 걸린 소는 18만8,535두, 그리고 인간 광우병 발생 건수는 193건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한 이중 대부분이 영국(소 18만3,823두, 인간 광우병 환자 163명)에서 발생했다.

소나 인간이 정말로 광우병에 걸렸는지 알아내는 가장 신뢰성 있는 방법은 사망 후 해부를 통한 조직검사뿐이다. 혈액검사법이나 소변검사법도 있지만 아직은 비싸고 신뢰성이 높지 않다. 이 때문에 인간 광우병 사망자로 의심되는 경우에도 유가족이 해부를 원치 않아 공식적인 통계가 정확한지 의문의 여지가 높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적어도 인간 광우병 증상으로 의심되는 사람의 시신은 자국의 크로이펠츠 야콥슨 병 감시기구에 보고가 의무화돼 있다. 또한 미국의 경우에도 미국 질병관리본부의 자금지원을 받는 국립 프리온 병리학감시센터에 의심 사례를 보고하도록 돼 있다. 현재 미국의 공식적인 인간 광우병 환자 발생은 3명이다.

원시적인 광우병 방지법

광우병과 관련한 사실에는 ‘추정’의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바로 이것이 광우병의 가장 무서운 점이다.

사실 지금까지 알려진 광우병의 메커니즘도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광우병에 대한 여러 가지 학설 중 가장 유력하다고 판단되는 프리온 원인설일 뿐이다. 모든 과학자들로부터 검증되고 공인받은 ‘법칙’이 아니라는 얘기다.

광우병의 원인물질로 지목되는 프리온이 어떤 원인으로 변형 되는지, 프리온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인간의 뇌에까지 침투하고, 얼마만한 양이 있어야 병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명확한 연구결과는 현재까지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과학자들은 프리온 원인설을 부정하고 있다. 즉 광우병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이 아직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또는 단순한 식품오염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광우병과 인간 광우병은 메커니즘이야 어찌됐든 걸리면 100% 죽는다는 공포의 불치병으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또한 이에 맞설 수 있는 백신도 치료약도 아직 개발되지 못한 상태다.

현재까지 광우병에 걸린 소는 18만8,500여두 , 인간 광우병 발생건수는 193건이다 . 이중 대부분은 영국에서 발생했다.

지금까지 경험적으로 도출된 유일한 예방법은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주지 않고, 소의 SRM을 먹지 않으며, 광우병이 발병한 소의 고기를 먹지 않고 폐기하는 등의 회피성 대책뿐이다. 광우병으로 인해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영국의 경우 이 같은 대책을 사용한 끝에 광우병 광풍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비과학적인 광우병 괴담

최근 광우병의 위험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이른바 ‘광우병 괴담’이 인터넷을 타고 빠른 속도로 확산돼 가고 있다. 광우병 괴담에서 강조하는 변형 프리온의 전염력과 파괴력은 가히 에볼라 바이러스나 페스트, 세균무기도 울고 갈 수준이다.

그 중 몇 가지만 짚어 본다면 우선 변형 프리온이 1,200℃에서도 분해되지 않고 각종 소독약에도 없어지지 않는다는 이른바 프리온 불멸설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분해되지 않은 프리온이 상수도는 물론 공기를 타고 인간에게 전염된다는 수돗물 및 공기 전염설도 있다.

또한 소를 원료로 만든 화장품과 생리대를 통해 전염된다는 화장품 전염설, 한국인의 유전자가 서양인보다 광우병에 취약해 감염 확률이 무려 95%에 달한다는 유전자 취약설도 나돌고 있다. 심지어는 극미량의 프리온으로도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는 미량 전염설, 그리고 광우병의 잠복기간이 30년이 넘는 만큼 모두가 위험하다는 전 국민 좀비설 등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광우병 괴담들은 약간의 생물학적 지식만 갖고 있어도 금방 말이 안 되는 난센스임을 알 수 있다.

우선 프리온은 금속도 아닌 단백질인데 어떻게 발화점 이상의 온도를 견딜 수 있으며, 더구나 부패되거나 분해되지도 않을 수 있다는 것일까.

현재까지 연구된 바에 의하면 프리온은 섭씨 121~134℃에서 길게는 1시간만 가열하면 소독이 된다고 한다. 실제 EU의 승인까지 얻은 프리온 소독 제품도 이미 존재한다. 프리온이 어떻게든 파괴 가능한 단백질이라는 점에서 광우병 괴담은 상당부분 설득력을 잃는다.

수돗물 및 공기, 그리고 화장품 전염설도 근거가 희박하기는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영국 등지에서 발병한 광우병 사례를 보면 광우병 소의 고기를 직접 섭취한 사람이라고 해도 100% 다 인간 광우병 증세를 일으킨 것은 아니다.

체내에 프리온이 얼마나 많이 축적돼야 광우병을 일으키는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특히 광우병 환자가 처음 보고된 지 10여년이나 흐른 지금도 전 세계의 환자 수가 200명도 채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극미량으로 발병되는 게 아닌 것은 분명하다.

광우병 취약설의 논리적 허점

유전자 취약설의 경우 한국인의 95%에 해당하는 MM형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모두 광우병에 걸려 죽는 것처럼 이야기가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몇몇 논문들을 살펴보면 확실하게 MM형 유전자만이 광우병에 걸린다고 볼 수는 없다.

물론 지금까지 인간 광우병에 감염된 사람들은 모두 MM형 유전자를 가졌지 않느냐고 따지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광우병은 유전자형만을 가지고 결정되는 게 아니다. 또한 감염 민감도가 낮더라도 이것은 상대적인 차이일 뿐이며, 감염 후 발병까지의 잠복기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즉 MM 유전자형의 잠복기가 상대적으로 짧아 일찍 발병했을 뿐이지 VV 유전자형이나 MV 유전자형이 변형 크로이펠츠 야콥슨 병에 강한 내성을 가지고 있거나 저항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유전 형질은 한두 가지의 유전자로만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얽혀 발현되는 것이다. 하나의 유전자가 형질 발현에 절대적인 권한을 갖는다는 것은 유전자 결정론 중에서도 대단히 조잡한 이론에 불과하다.

전 국민 좀비설의 경우도 광우병의 진원지인 영국 등지에서 여러 가지 예방책으로 발병률이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그다지 신빙성이 없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는 지난 1998~2003년까지 미국산 쇠고기가 월령 및 부위 제한 없이 수입됐다. 광우병의 잠복기간이 30년 이상이나 된다는 얘기는 지난 2000년대 초반 미국과 유럽 사이에 광우병에 걸린 소의 수입 규제 조치를 놓고 설왕설래가 오갈 때 나온 얘기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에서 유럽, 특히 영국 소를 공격하기 위해 들고 나온 얘기인데, 이 역시 타당한 과학적 근거는 없다.

물론 광우병이 위험하지 않다거나 예방대책이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안전성 여부가 불확실한 것은 위험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태도다. 하지만 광우병 괴담으로 대표되는 미신적인 공포는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자칫 엉뚱한 방향으로 사태를 몰고 갈 수 있다.

광우병은 과학의 문제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 더 나아가 광우병 문제를 바라보아야 할까.

무엇보다 광우병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철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 광우병 문제는 정치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과학의 문제다. 정치가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광우병에 걸린 소와 사람을 치료해줄 수 없으며, 오직 과학만이 확실한 해법을 제시해 줄 수 있다.

특히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확산된 것에는 확실한 이론과 처방을 제시해 줄 수 없었던 과학자들의 직무유기도 한 몫 했다. 결국 광우병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철저한 연구, 그리고 예방 및 치료법 개발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광우병 공포는 극복될 것이다.

글_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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