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6개월 전 클리브랜드 클리닉 외과 수술센터의 11호실. 수술대 한복판 위에 다이안 하이어가 누워 있다.
완전 삭발한 그녀의 뒷머리는 비닐 커튼으로 가려져 있다. 그녀의 이마 양쪽에는 하나씩의 핀이 달려 있고, 뒷머리에도 두 개의 핀이 달려 있다. 그리고 티타늄제 고리가 이들 4개의 핀을 머리에 단단히 고정시켜 놓고 있다.
마취 전문의와 간호사, 그리고 또 다른 여러 명의 정신과 의사들이 수술대 주변에 모여 있다. 커튼 뒤에서는 신경외과 의사인 알리 R. 레자이가 하이어의 두개골에 파놓은 2개의 작은 구멍을 통해 그녀의 붉은 동맥이 얽힌 하얀 뇌를 살피고 있다.
뇌에는 통각이 거의 없기 때문에 국소마취만으로도 하이어의 뇌를 잠재울 수 있다. 따라서 수술 내내 하이어의 정신은 말짱한 상태였다.
현재 미국에서는 최대 400만명이 우울증으로 극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다. 하이어 역시 지난 20년 동안 중증 우울증으로 고생했다.
수년 동안 치료를 받고 10종 이상의 약물 복용, 전기충격요법(ECT)으로 불리는 6가지 코스의 전뇌충격으로도 하이어를 회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급진적 신경외과 처방인 뇌심부전기자극술(Deep-Brain Stimulation), 약칭 'DBS'로 불리는 이 수술이 그녀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뇌심부전기자극술은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해 기분을 좋게 하는 방식의 실험적인 치료요법.
두뇌에 엄청난 양의 전류를 흘려보내는 전기충격요법과 달리 보다 적은 양의 전류를 뇌의 특정 부분, 즉 감정을 조절하는 부분으로 정확하게 밀어 넣는 것이 특징이다.
뇌 속으로 들어 갈 와이어는 가슴에 이식된 두 개의 배터리 작동식 자극기에 연결돼 있다. 아이팟 나노 크기의 자극기는 지속적으로 전류를 발생시켜 뇌 조직 중 일부에 전류를 보낸다.
전기충격요법이 심장마비 환자의 가슴에 갖다 댄 제세동기(Defibrillator)라면 뇌심부전기자극술은 심장마비를 예방하는 심장박동기(Pacemaker)와도 같다.
수술대 위에서 하이어는 눈을 감고 있다. 레자이는 티타늄제 고리를 안내 삼아 그녀의 두개골 왼쪽에 뚫은 구멍을 통해 낚싯줄 굵기의 와이어를 집어넣었다.
레자이와 그의 팀은 180회의 MRI 스캔을 통해 하이어의 뇌를 3차원으로 정밀 재구성, 와이어를 집어넣을 정확한 루트를 이미 확보했다.
그의 목표는 열정 및 기분과 관련 있는 뉴런 다발이다. 와이어의 끝을 제 위치에 밀어 넣은 후 그는 하이어의 머리 오른편에서도 같은 작업을 했다.
최초 절개 후 90분 이내에 하이어의 머리속에는 2개의 전극이 이식됐다. 이제 전류를 흘려보낼 시간이다. 커튼 너머에서 하이어의 전담 정신과 의사인 도날드 A. 말론은 하이어에게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말했다.
말론의 목소리는 또렷하고 부드러웠으며, 아이 같은 그의 얼굴은 보는 이를 편안하게 해 주었다. 두뇌에 자극을 받아야 할 경우 이 사람을 통해 받고 싶은 그런 종류의 사람이었다.
그가 신호를 하자 손목시계 전원 정도인 2볼트의 전기가 와이어를 통해 하이어의 뇌에 들어가 전극 주변의 몇mm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수 백 만 개의 뉴런이 전기를 쬐었고, 효과는 신속히 나타났다. 하이어는 처음으로 따스함을 느꼈고 살짝 얼굴을 붉혔다.
수술 후 그녀에게는 방이 더 밝게 느껴졌다. 사람들의 얼굴, 머리 위의 수술용 조명, 천정이 훨씬 더 분명하게 보였다.
말론이 그녀에게 “지금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그녀는 놀랍게도 이렇게 대답했다. “정말로 행복해요. 지금 당장이라도 일어나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녀의 얼굴이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달해주고 있었다. 하이어는 머리에 고리가 박히고 2개의 구멍이 뚫린 채로 20년 만에 처음으로 미소 지었다.
“정말로 행복해요. 지금 당장이라도 일어나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이안 하이어는 머리에 고리가 박히고 2개의 구멍이 뚫린 채로 20년 만에 처음으로 미소 지었다.
우울증 치료에 대한 새로운 해결 방식
뇌심부전기자극술은 동작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1990년대 중반부터 4만명 이상의 환자(대부분 파킨슨병 환자)에게 시술됐다.
전류를 공급해 운동 근육을 통제하는 뇌저신경절(basal ganglia)과 시신경의 움직임을 정상화, 수족 및 사지의 떨림을 교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울증 치료에 뇌심부전기자극술이 적용된 것은 최근의 일이며, 하이어는 초기 임상실험 대상자 중 한명이다.
중증 우울증은 여러 가지 면에서 파킨슨병보다 더 치료하기 곤란한 병이다. 이 병의 증상은 수십 가지로 나타나며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을 모두 포함한 다양한 요인을 통해 발병한다.
본질적으로 우울증은 덜 나쁜 우울증과 더 나쁜 우울증 등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클리브랜드 클리닉 그룹에서 일하는 브라운 대학의 정신과 의사 벤 그린버그는 “덜 나쁜 우울증의 경우 스트레스에 직면해도 비교적 쾌활하게 지낼 수 있지만 더 나쁜 우울증의 경우 살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더 나쁜 우울증의 경우 증세가 심화될 가능성도 높다.
대부분의 우울증 치료요법은 이 병을 뇌 안에서의 교류 문제로 파악하고 있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뉴런이 이웃 뉴런으로부터 화학적 메시지를 받으면 신경돌기라는 신경섬유를 통해 그에 해당하는 전기신호를 내보낸다. 그렇게 하는 동안 이 뉴런의 반대편에서는 이웃 뉴런에게 화학물질을 방출한다.
물론 약물을 사용해 화학적 신호를 바꾸어 세포 간의 교류를 개선하려는 치료법이 있다.
널리 알려진 우울증 치료제인 프로작은 감정을 조절하는 주요한 화학물질인 세로토닌을 흡수하는 펌프작용을 막음으로서 두 뉴런 사이에 많은 세로토닌이 남아있게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뉴런 간의 메시지 전달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이유, 혹은 이것으로 사람들이 정말 행복해지는지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게 된다.
우울증 치료제는 제약회사에 수십억 달러의 돈을 벌어다 주지만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약품의 성공률은 불과 50%며, 하이어와 같이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별 소용이 없다.
화학적 교신을 촉진하는 전기신호에 초점을 맞춘 뇌심부전기자극술은 우울증에 대한 새로운 해결 방식이다.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레자이는 뇌심부전기자극술이 각 신경세포의 중심 관(管)인 신경돌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있다.
단백질로 뒤덮인 이 섬유들은 작은 원거리 통신 케이블처럼 움직인다. 세포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메시지를 전송하는 것이다.
레자이는 전류를 높이면 신경돌기의 대역폭이 넓어져 더 많은, 그리고 더 올바른 정보를 전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손상된 신경돌기를 식별함으로서 과학자들이 우울증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전극으로 우울증을 치료하는 원리
다이안 하이어는 쇄골 아래에 2개의 페이스메이커처럼 생긴 전원 팩을 갖고 있다. 전원 팩은 하이어의 뇌 속 깊이 이식된 전극으로 전류를 계속 흘려보낸다.
그녀를 담당한 정신과 의사는 전기 펄스의 강도와 길이를 조절하는 휴대형 기기를 가지고 있다.
전기 펄스가 기분을 바꾸는 원리는 아직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과학자들은 신경돌기라고 불리는 신경섬유를 통해 이온을 전달함으로서 뇌세포 간의 화학적 교류를 촉진하는 원리라고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전류를 흘리면 세로토닌이나 노르에프네프린 같은 감정을 조절하는 화학물질이 방출된다는 것이다.
뇌심부전기자극술에 대한 반대도 많아
하지만 레자이는 환자들은 물론 의사들에게 전류를 통해 우울증을 치료하는 것을 좋은 생각으로 여기도록 설득해야 한다.
약물 복용, 전기충격요법 등 다른 치료요법이 별 효과가 없는 하이어 같은 환자를 통해 현대 과학이 우울증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 드러났지만 바로 그런 환자와 의사들로 인해 뇌심부전기자극술이 과학적 반대 및 윤리적 의문에 부딪치기도 한다.
파킨슨병 환자들은 대개 나이가 60대 이상이지만 우울증 환자들 중에는 20대도 있다. 샌디에고 대학의 정신과 의사인 닐 스워드로우 같은 사람은 60~70년 동안이나 기계를 몸에 달고 생활하는 것이 과연 안전한지 의심스러워한다. 그리고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행복해진다는 데에 가장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하이어의 정신과 의사인 말론은 휴대형 기기로 하이어의 가슴속에 이식된 자극기의 전압과 주파수를 조종한다.
일부 환자들이 이 기기를 직접 조작하고 싶어 해도 말론은 거절한다. 전압을 지나치게 높일 경우 뇌손상을 입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건 겉치레용 장식품이 아닌 치명적인 질병을 다루는 물건”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우울증 치료 역시 과학인만큼 시행착오 과정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어떤 사람들은 뇌심부전기자극술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으며, 어떤 사람들은 동작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뇌수술을 받던 도중 벌어졌던 끔찍한 사고를 뇌심부전기자극술과 연계시키기도 한다.
뇌심부전기자극술의 경우 전압을 지나치게 높이면 뇌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말론은 “이것은 겉치레용 장식품이 아닌 치명적인 질병을 다루는 물건”이라고 말한다.
로스앤젤레스의 캘리포니아 대학 정신과 의사인 제프리 슈왈츠는 뇌심부전기자극술을 로보토미와 비교했다.
로보토미는 대뇌의 전두엽 백질을 잘라서 시상과의 연락을 단절시키는 수술이다. 이 수술은 자칫 인격의 변화를 가져올 우려가 있어 인도적 견지에서 허용할 수 없다는 비판이 있다.
그에 비하면 스워드로우는 그나마 낙관적인 편이다. 그는 뇌심부전기자극술이 앞으로 환자들의 상태를 개선하고 신경과학을 발전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의 주된 걱정거리는 이 실험이 너무 빨리 행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말론은 실험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 시간은 우울증 환자의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인의 사망원인 중 11위를 차지하고 있는 자살로 인해 미국에서만 매년 3만2,400명이 죽어가고 있다.
하이어 같은 사람들에게 뇌심부전기자극술은 뇌의 신비를 푸는 열쇠가 아니라 아침에 별 탈 없이 일어나게 해주는 생존 방법인 것이다.
하이어에게 다가온 희소식
하이어는 30대 초반부터 우울증을 심하게 앓기 시작했다. 그녀는 36세 때 우울증으로 인한 의가사 제대로 12년간의 해군 생활을 마쳐야 했다.
그녀는 다시 학교로 가서 물리치료사가 됐다. 그녀는 가족 및 친구, 낮선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잊으려고 일에만 매달렸다.
특히 그녀는 다양한 약물을 복용해 보았고 치료사를 자주 만나보았지만 우울증은 심해지기만 했다. 지난 1999년에 그녀는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녀는 전기충격요법을 준(準) 정기적으로 받아보았지만 감정을 조절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오히려 단기 기억을 상실하게 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러던 중 2005년에 그녀는 말론의 뇌심부전기자극술에 대해 듣게 됐고, 우울증 치료의 첫 임상실험 대상자로 지원하게 됐다. 그녀는 자신의 병력을 기록한 사전 분량의 서류를 제출했지만 아무런 응답도 듣지 못했다.
2006년. 하이어는 소파에서 거의 일어나지 못했고, 아침부터 밤까지 운동복 차림으로 TV나 보면서 생활했다. 그녀를 일으켜 세워 집안을 청소하게 만드는 데 4주나 걸렸다.
그해 가을 그녀는 치료사를 불러서 이제 더 이상은 견딜 수 없다는 것을 밝혔다. 그녀는 “모든 것이 암울했고 무척이나 우울했다”며 자신은 정말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운명이었을까? 그렇게 하고 난 후 얼마 안 있어 말론은 하이어의 치료사를 불러 놀라운 소식 몇 가지를 전해주었다.
아직 의향이 있다면 하이어를 만나 그녀가 이 실험에 적합한 지원자인지 알아보는 절차를 밟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 절차는 여러 달이 걸렸지만 하이어는 성패 여부에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때 나는 갈 데까지 다 갔어요”하고 하이어는 말한다.
“그들은 항상 웃어댔지요. 정말 신기했어요. 수술 직후에 이렇게 웃는 사람들이 대체 어디 있답니까?” 코원은 우울증 환자들이 자극을 받아 나타낸 반응에 대해 경탄했다.
MRI를 받으면서 흔들린 감정
수술 다음날. 수술 부위는 봉합됐지만 와이어가 삐져나와 있는 채로 하이어는 클리브랜드 클리닉의 이미지 센터로 이송됐다.
거기에서 그녀는 기능형 자기공명영상(fMRI) 촬영장비로 꽉 들어찬 방에 들어갔다. 이 기계는 강력한 자장을 발생시켜 뇌의 여러 부분에서 일어나는 신진대사 기능을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이 기계는 너비가 2.7m나 되는 거대한 도넛처럼 생겼는데, 도넛의 가운데 구멍에는 좁은 침대가 있었다. 영상 기술자인 존 코원은 하이어가 입구로 머리를 들이미는 것을 도와주고 그녀의 머리에 이어폰과 마이크로폰을 씌워줬다.
그 동안 신경정신과 의사 케네스 베이커는 기계 뒤에 서서 하이어의 머리에서 삐져나온 와이어를 다른 방에 있는 외부 자극기에 연결시켰다.
이어서 코원과 말론, 베이커는 옆방에서 창문과 작은 비디오 스크린을 통해 하이어의 상태를 보면서 그녀를 안정시키기 위해 계속 이야기를 시켰다.
그 후 48분간 그녀는 완벽히 긴장을 풀고 안정을 취했다. 기계가 그녀의 뇌를 스캔할 때마다 베이커는 전압을 높였다 내렸다 해 보았다.
그녀는 30초 동안은 행복했다. 하지만 베이커가 전압을 완전히 꺼버리자 그녀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지고 기계는 하이어의 뇌 반응을 나타내 보였다.
다시 전압을 올리니 30초 동안은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훗날 코원은 하이어와 다른 우울증 환자들이 자극을 받아 나타낸 반응에 대해 경탄했다.
뇌심부전기자극술로 하이어의 우울증이 얼마나 치료됐는지는 접어두고서라도 fMRI는 그녀의 뇌에서 감정적 변화를 동반한 물리적 변화가 나타났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과학자들은 그들이 ‘노드’, ‘허브’ 등의 이름으로 부르는 뇌의 여러 부위가 반복적으로 차례차례 활성화되는 것을 보았다.
레자이는 “우리는 감정, 걱정, 열정을 조절하는 뇌의 큰 부분을 연결하는 허브에 전기 충격을 주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이 병에 걸린 두뇌의 작동원리를 이해하면 할수록 뇌의 ‘배선’ 또는 ‘회로’ 중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알아내어 고칠 방법을 구상할 수 있다고 레자이는 말한다.
하이어의 20년만의 미소
제한된 뇌심부전기자극술 실험의 결과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2005년에 토론토 그룹은 4~6명의 환자들이 괄목할만한 호전을 보였다는 것을 밝혀냈다.
올 초 독일 본 대학의 정신과 의사 토마스 슐레퍼가 이끄는 그룹은 자신들의 환자 3명이 모두 뇌심부전기자극술 시술 후 증세가 호전됐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클리브랜드-브라운의 합동연구에서는 환자 중 70%의 증세가 호전됐고, 이들 중 절반은 완전히 나았다고 발표했다.
미네아폴리스에 위치한 메드트로닉사는 뇌심부전기자극술용 기구를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 식품의약국과 함께 100명의 우울증 환자에게 뇌심부전기자극술을 시술한 후 그들 중 절반에게는 전기 자극을 주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전기 자극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6개월을 지내게 한 후 결과를 비교하는 대규모 연구를 기획 중이다.
클리브랜드-브라운 그룹은 차세대 우울증 치료기술에 대해서도 이미 생각 중이다. 예를 들어 레자이는 뇌 핵심 회로의 비정상적인 활동을 탐지, 적절한 충격을 주어 교정하는 센서를 뇌에 이식하는 방법을 구상 중이다.
클리브랜드 클리닉의 생물의학 공학자인 찰스 스타이너는 특정 방향으로 전류를 보낼 수 있는 융통성 있는 전극을 개발 중이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펄스를 보다 정확히 보낼 수 있고 환자에게 가장 적합하게 펄스를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하이어의 경우에는 기존의 기술도 잘 통하는 것 같다. 수술 후 6개월이 지나자 그녀는 20년 동안 우울증을 앓던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활력이 넘쳤다. 그녀는 힘차게 악수하고 사람들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이는 그녀가 이전에는 도저히 할 수 없던 행동들이다.
그녀는 재미없는 개그를 듣고서도 잘 웃으며, 한 주에 80km 정도를 걸으며 우체국에서 낮선 사람들과 이야기도 할 수 있게 됐다.
이제 그녀에게 미소는 붐비는 수술실에서 잠시 동안만 보이던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일상생활이 됐다.
시술 후 1개월 후부터 전기 자극이 가해졌으며, 말론은 여러번 환자를 만나 전류를 조절하고 가장 이상적인 펄스를 찾아보았다.
그러나 이걸로 하이어의 우울증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가족의 죽음 등 살면서 맞닥뜨리는 여러 상황을 통해 언제라도 우울증이 촉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말론과 다른 정신과 의사들이 환자의 생활에 깊숙이 개입하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또 하이어가 절망감이나 냉담함을 맛본대도 말론이 와서 전류를 조절해 마음속의 어둠을 걷어내 줄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하이어에게 기계가 감정을 조절해 주는 게 꺼림칙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녀는 가슴 근육 속에 자극기가 이식돼 있고, 두 가닥의 와이어가 목을 타고 올라가 뇌 속 깊은 곳에 박혀 있다는 사실을 잊고 지낸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오늘 하루도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 그 기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그 기계를 계속 지니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기는 해요. 병에 맞서 싸울 힘을 주거든요.”
수술 후 6개월이 지나자 하이어는 20년동안 우울증을 앓던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힘차게 악수하고 사람들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 보았다. 이는 그녀가 이전에는 도저히 할 수 없었던 행동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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