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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화되고 있는 우주관광 사업

오랫동안 민간 우주여행은 몽상에 빠진 개인 사업가들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유럽 최대의 항공우주기업이 관광용 로켓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우주여행 시장을 둘러싼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는 조그마한 신생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민간 우주여행에 손을 댈지 모른다.
올 들어 지난 6월 아스트리움(Astrium)사는 관광용 우주선 ‘스페이스플레인’의 설계를 공개했다.

아스트리움은 보잉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의 항공우주기업인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자회사다.

스페이스플레인의 용도는 준(準) 궤도 관광비행이며, 최대 상승 고도는 100km다. 터보제트 엔진 2기와 메탄 및 액체산소 로켓엔진 1기가 장착되며, 마하 3의 속도로 날아간다. 조종사 1명과 승객 4명이 탑승하며, 항공권 가격은 27만5,000달러다.

스페이스플레인의 개발비는 13억 달러며, 예산만 원활히 지원된다면 2012년 처녀비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스페이스플레인의 설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파퓰러사이언스가 지난해 8월호에서 다루었던 ‘로켓플레인 XP’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스페이스플레인의 설계는 로켓플레인 XP를 그대로 따라한 것이다.

로켓플레인 XP는 미국 오클라호마 주의 중소기업인 로켓플레인(Rocketplane)사에서 비즈니스 제트기의 동체를 개조해 선보인 우주선이다.

2년 전 EADS 계열의 아스트리움 관리자들과 엔지니어들은 준 궤도 관광용 우주선의 사업 사례를 검토했다.

그들은 수송기(carrier plane)에서 공중 발사되는 스페이스쉽 원이나 아르마딜로(Armadillo)사의 수직 이착륙식 로켓 등 신생기업에서 개발한 여러 가지 설계 개념을 살펴보았다.

연구 결과 우주 관광용 로켓 항공기에는 로켓과 제트엔진의 혼합형 엔진이 가장 타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스트리움의 수석 기술자인 로버트 레인은 “우리는 로켓플레인 XP를 자세히 살펴보았다”면서 “ 얼마 안 있어 이것으로 우주 비행을 할 수 있겠다는 결론을 얻어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과정에서 아스트리움과 로켓플레인 사이에는 어떤 접촉도 없었다는 것. 파퓰러사이언스가 로켓플레인의 관리팀에 이 문제에 대해 물어보고서야 그들은 아스트리움이 로켓플레인 XP에 기반한 우주선을 만들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서 의기양양해졌다.

이 우주선의 기본 개념은 이렇다. 비즈니스 제트기를 한 대 구해서 꽁무니에 로켓엔진을 하나 붙이고 기내 대부분의 공간에는 로켓 연료를 싣는다. 그리고 동체 전방의 남는 공간에 승객들을 태운다.

이 우주선은 활주로를 사용해 이륙하며 고공에서 로켓엔진을 점화, 신속히 우주까지 날아간다. 이 우주선은 공항에서 이착륙하기 때문에 어디에서나 비행이 가능하다. 이것이야말로 이 우주선을 여러 항공사에 판매할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두 설계 간에는 차이가 있다. 로켓플레인은 자금력이 부족한 신생기업이기 때문에 이 회사의 엔지니어들은 기존의 리어제트 항공기의 동체를 우주선의 선체로 재활용해야 했다. 그에 비해 EADS 아스트리움은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과 탄소섬유로 특별 제작한 맞춤형 선체를 사용하기로 했다.

또한 로켓플레인의 우주선이 승객을 3명밖에 태우지 못하는 것에 비해 아스트리움은 선체의 무게를 줄인 덕에 조종사 이외에도 4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다.

레인의 주장에 의하면 가벼운 선체 덕에 아스트리움의 우주선은 항공교통관제상의 문제도 피해갈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중에서 추력 3만400kg 짜리 로켓엔진을 점화시킬 때는 항로상의 다른 물체와 충돌하지 않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선체가 가벼우면 우주선은 제트엔진의 힘만으로도 일반적인 항공기들의 운항고도를 뛰어넘는 1만2,000m까지 상승해 충돌을 예방할 수 있다.

로켓엔진을 점화하면 자동조종으로 들어가며, 대기권 밖에서 로켓엔진을 끈 후에 승객들은 안전벨트를 풀고 3분 정도 무중력 상태를 맛볼 수 있다.

객실 벽에 있는 손잡이를 잡고 창가로 가서 아름다운 지구를 감상할 수도 있다. 우주선이 강하하기 시작하면 중력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하지만 승객들이 제자리로 가서 안전벨트를 맬 시간은 충분하다.

모두가 제자리에 앉으면 좌석의 등받이가 뒤로 젖혀지기 때문에 이 햇병아리 우주 비행사들은 대기권에 재돌입할 때 발생하는 4.5G 정도의 중력가속도를 가장 편안한 자세로 견뎌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설계가 현실성 있다고 생각한다. 남캘리포니아 대학의 우주비행학 교수인 댄 어윈은 기본 개념만 놓고 볼 때 특별히 눈에 띄는 문제점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부사항으로 넘어가면 까다로워진다.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엔진과 사용 연료의 무게는 일반적인 제트기나 로켓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무거울 수 있다. 어윈은 결국 어떻게 무게를 줄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눈앞에 닥친 문제는 약 13억 달러에 달하는 이 우주선의 개발비다. EADS는 이 우주선을 선주문할 익명의 자영 항공사와 협상해 우주관광 비용을 20만 유로로 책정함으로써 투자손실을 만회하려 한다.

사실 이 정도의 가격은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사의 스페이스쉽 투보다 7만5,000달러 더 비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1,250번이나 비행해야 운용비를 제외한 개발비를 뽑을 수 있다. 예산만 확보된다면 EADS는 내년부터 우주선 건조를 시작해 2012년에는 첫 상용 비행을 실시할 생각이다.

EADS는 준 궤도 관광비행 시장이 이 같은 비싼 가격을 상쇄할 만큼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주항공컨설팅 회사인 푸트론 코퍼레이션의 분석가 제프 푸스트는 “ 2020년에는 1년에 1만5,000명의 승객이 우주선을 이용할 것”이라면서 “이 시장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 속속 뛰어들면 우주관광시대의 도래는 그만큼 더 가까워질 것이다.

우주관광 사업을 둘러싼 경쟁사들의 현황

EADS 계열의 아스트리움은 관광용 우주선 제작에 뛰어든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풍부한 자금과 더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우주관광 계획 역시 탁월하다

아르마딜로

아르마딜로 에어로스페이스는 비디오게임 디자이너인 존 카맥의 취미에서 출발했다.

달라스의 기계 상점에서 퇴근 후 함께 시간을 보내던 카맥과 동료들은 보다 강력한 수직 이착륙식 로켓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팀원 중 한 명을 우주로 보내는 것. 투자자들은 최근 이 프로젝트에 흥미를 가지고 있으며, 아르마딜로는 조만간 나사(NASA)가 후원하는 달 착륙선 대회의 유력한 우승 후보이기도 하다.

armadilloaerospace.com

비글로우

라스베가스의 부동산 개발업자인 로버트 비글로우는 NASA에서 획득한 팽창식 모듈 기술을 사용해 상업용 우주정거장을 건조하는 것이 목표다.

그의 회사는 지난해 러시아제 드네프르 로켓을 사용해 소형 테스트 모듈을 처음으로 궤도에 올려놓았으며, 올 6월에는 두 번째 모듈을 궤도에 올려놓았다.

이 두 번째 모듈은 요금을 낸 승객을 태우고 있었으며, 이들이 우주선 내에서 돌아다니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혔다. 본격적인 비행은 2012년으로 잡혀 있다.

bigelowaerospace.com

로켓플레인

로켓추진식 비즈니스 제트기의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낸 것이 바로 로켓플레인이다.

지난해 8월 이 회사는 NASA의 상업 궤도 운송 서비스 계약을 따내 개발비 2억700만 달러를 지원받아 스페이스 셔틀이 퇴역하는 2010년부터 국제우주정거장에 대한 운송 임무를 수행할 우주선을 만들게 됐다.

이처럼 회사의 사업상 주안점이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옮아감에 따라 원래의 로켓플레인 계획은 적어도 1년 이상 연기됐다. 첫 시험 비행은 2009년으로 잡혀 있다.

rocketplane.com

블루 오리진

개인 우주회사 중 가장 비밀스러운 곳이 블루 오리진이다. 이 회사의 사장은
아마존닷컴의 사장인 제프 비조스, 연구시설은 워싱턴 주 켄트, 발사장은 서부 텍사스에 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수직 이착륙하는 완전 자동화된 로켓을 사용해 준 궤도 우주공간으로 사람을 보낼 계획이다. 1월에 시제품의 비행 모습이 약간 공개되었을 뿐이다.

이 회사는 엔지니어 채용을 위해 자사의 웹사이트에도 몇 장의 사진과 비디오를 올려놓았다.

blueorigin.com

버진 갤럭틱

상업 우주비행 회사 중 가장 잘 알려진 곳은 버진 갤럭틱. 현재 버트 루탄의 스케일드 컴포지트사가 이 회사를 위해 스페이스쉽 투를 건조하고 있다.

지난 7월에 있은 폭발사고(하단 박스기사 참조)로 엔지니어 3명이 사망하고 직원
3명이 중상을 입을 때까지 스케일드 컴포지트는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채로 사업을
진행해 왔다. 비극적인 사고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아직 자신만만하다.

내년에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스페이스포트 아메리카를 뉴멕시코 주 라스 크루시즈에서 건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virgingalactic.com

분석: 첫 희생자가 발생했음에도 우주관광 사업은 계속될 것인가?

지난 7월 26일 버진 갤럭틱을 위해 스페이스쉽 투를 건조 중이던 스케일드 컴포지트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통상적인 로켓 시험 도중 폭발사고가 발생해 3명의 엔지니어가 사망하고 다른 직원 3명이 중상을 입은 것.

상업 우주비행과 관련한 이 첫 사망 사고로 업계는 다음과 같은 의문에 사로잡혔다.
정부는 이 기회를 이용해 상업 우주비행을 규제할 것인가? 이 사고로 잠재적인 투자자들이나 고객들이 등을 돌리지는 않을까? 본격적인 우주관광 사업이 얼마나 지연될 것인가?

초기 조사결과 보고를 보면 희망이 있다. 이 폭발은 엔지니어들이 신형 혼합형 로켓엔진용 밸브 속에 흐르는 압축 아산화질소를 분석하던 중 발생했다.

이 같은 분석은 엔지니어들이 이전에도 많이 실시하던 것이었다.
사고 원인은 밸브 점검용 공구에 있는 것으로 보이며, 로켓 모터나 구성품 설계에서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분명 희소식이다.

만약 로켓엔진을 재설계해야 한다면 2008년으로 잡혀 있는 스페이스쉽 투의 처녀비행은 수년 이상 연기될 것이다.

하지만 촉박한 일정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로스앤젤레스의 항공우주관련 변호사인 더그 그리피스는 “어떤 환경에서 어떤 속도로 작업이 진행되었는지는 아직 의문”이라면서 “조사 결과 관련자들이 작업 공정을 생략하거나 물자를 최대한 아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다가 이번 사고를 낸 것으로 판명된다면 업계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버진 갤럭틱의 윌 화이트혼 사장은 “발사 일정은 무엇보다
안전을 우선해 짰으며, 절대 촉박하게 설정되지 않았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실제 버진 갤럭틱과 스케일드 컴포지트는 흠 잡을 데 없는 안전기록을 갖고 있다. 스케일드는 실험용 항공기를 25년간 실험하면서 단 한 건의 부상 사고도 낸 적이 없다.

버진 갤럭틱 역시 23년간 단 한 번의 사망사고도 낸 적이 없다.
적어도 올 연말 이후 캘리포니아 직업건강안전위원회가 사고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할 때까지 확답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 버진, 스케일드 양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화이트혼 사장은 이 사고에도 불구하고 스페이스쉽 투의 롤아웃 일정은 큰 변동이 없을 것이며, 사고 이후에도 20만 달러짜리 항공권 4장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우주관광 사업이 본격적으로 날아오를 채비를 갖추는 데는 승객들의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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