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자전거에 달린 변속기어는 심하게 경사진 언덕도 마치 평지처럼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기존의 자전거 변속기어에는 몇 가지 불편함이 있다.
기어를 고단으로 놓고 전력 질주하다가 건널목을 만나 정지한 후 다시 출발할 때 기어를 저단으로 바꿔놓지 않으면 한참 동안 제자리에서 페달을 돌려야하는 당혹스런 경험을 해야 하는 것이 그것이다.
또한 저단에서 고단으로, 혹은 고단에서 저단으로 기어를 변속할 때 체인이 뒷바퀴의 톱니바퀴를 오르내리며 만들어내는 굉음도 꽤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최근 미국의 자전거 메이커인 엘스워스(Ellsworth)사는 이 같은 톱니바퀴형 기어변속기의 문제를 완벽히 해결한 새로운 개념의 기어변속 자전거 ‘라이드(Ride)’를 출시했다.
이 모델의 핵심은 여러 개의 톱니바퀴가 아닌 볼베어링 타입의 기어박스가 장착돼 있다는 것.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나선형 톱니바퀴 스케치에서 영감을 얻어 ‘누빈치(NuVinci)’로 명명된 이 기어박스는 구슬모양의 베어링에 의해 기어가 변속되기 때문에 크고 작은 톱니바퀴가 필요 없다.
누빈치는 베어링의 양쪽에 각각 페달로부터 동력을 전달받는 입력 디스크와 이를 바탕으로 뒷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출력 디스크가 위치하는데, 베어링의 축을 기울이는 방식으로 기어변속을 유도한다.
예를 들어 베어링의 축이 입력 디스크 쪽으로 기울어지면 입력 디스크는 베어링의 넓은 면으로, 출력 디스크는 좁은 면으로 회전하게 돼 페달을 한번만 돌려도 뒷바퀴는 1회 이상 회전하게 된다.
이는 기존 톱니바퀴형 자전거에서 뒷바퀴의 체인이 가장 큰 톱니바퀴 쪽으로 이동하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
이에 따라 라이드는 육안으로는 마치 변속기가 없는 1단 자전거처럼 보이지만 누빈치를 통해 3.5:1의 폭넓은 기어 비(rear ratio)를 자랑한다.
엘스워스 관계자는 “누빈치 덕분에 운전자는 핸들에 달린 다이얼을 돌리는 것만으로 저단에서 고단까지 소리 없이 단번에 기어변속이 가능하다”며 “특히 1단, 2단, 3단 등 정해진 변속비율이 아니라 3.5:1의 기어 비 범위 내에서 자신이 원하는 최적의 기어 비를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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