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조직은 탄저병 백신에서부터 성기확대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 및 판매되고 있는 인기 상품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연구용으로 기증한 인체조직이나 병원에 버리고 온 사마귀, 점 역시 연구 또는 상업용품 제작을 위해 비축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이들 샘플은 새로운 약이나 질병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이용된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환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단체와 생명윤리학자, 법률가 등은 환자의 신체 일부가 사용되는 일인 만큼 이들 인체조직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환자들이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일리노이공과대학의 과학·법률·기술학부 교수인 로리 앤드류는 개인의 보험도 해약시킬만한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는 이들 인체조직 샘플이 개인의 신념이나 종교적 믿음 등을 침해하는 연구에 사용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각 기증자의 요구에 따라 인체조직을 관리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오랫동안 반박해왔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피부 관리 회사인 더마시아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증자들이 자신의 인체조직을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그리고 더마시아는 최근 자회사인 국립유전세포협회(NGI)를 통해 오하이오 대학과 계약을 체결, 7,600만 달러(760억원) 규모의 바이오뱅크인 바이오트러스트(BioTrust)와 여러 연구실을 설립했다.
NGI는 바이오트러스트에 비축되는 인체조직을 이용해 제품을 개발하고, 동시에 전 세계 전문가들에게 이들 인체조직을 판매할 계획이다.
지하시설까지 합해 전체 100에이커(약 0.4㎢)에 달하는 NGI 연구시설은 2009년 정식으로 오픈할 계획이며, 미래 바이오뱅크의 모델이 될 전망이다.
NGI의 연구개발부 최고 책임자인 탄닌 푸자는 이들 연구시설은 폭탄 폭발이나 폭풍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 튼튼하다고 자부한다.
연구소는 완전히 자동화된 저장시설과 로봇 팔로 조정하는 검색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로봇 팔은 샘플에 바코드를 새기고 이를 원심분리기에 돌린다. 그리고 유리병에 담아 무한 분할되는 불멸의 세포로 변형시킨 다음 자동화된 대형 냉동장치에 보관한다.
전문가들은 NGI의 하이테크에 감탄의 박수를 보내지만 일부에서는 NGI가 기증자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우려한다.
푸자에 따르면 바이오트러스트의 자동화된 공정 덕분에 기증자들이 기증한 조직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 관리할 수 있고, 기증한 조직으로 더욱 큰 이득을 얻을 수도 있다고 한다.
실제 기증자들은 자신의 인체조직이 사용되길 바라는 연구와 사용을 금하는 연구를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정보는 조직 자체의 정보와 함께 컴퓨터 시스템에 저장된다.
따라서 알코올 중독을 연구하기 위해 40대 미만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의 조직이 필요하다면 컴퓨터는 우선 이들 조건에 부합하면서 기증자가 알코올 중독 연구에 동의한 샘플 목록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바이오트러스트는 기증자와 바이오은행 간 보기 드문 상호작용을 계획하고 있다.
기증자는 웹사이트에 접속, 코드번호를 통해 기증한 조직 샘플과 링크되는 의료 정보를 업데이트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체조직 정보는 사생활을 보호하고 유전적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이런 방식으로 의료 정보와 링크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개인화된 샘플은 익명의 샘플보다 그 가치가 훨씬 높다. 따라서 파킨슨병과 같은 특정 질병에 대한 가족력이 있다면 이와 유사한 가족력을 가진 다른 사람의 인체조직과 비교해 유전적 원인을 밝혀내고 더 나아가 치료법을 발견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증자들이 기증한 인체조직이 연구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정보를 요청할 수 있기 때문에 기증자들에게 잠재적인 이익을 안겨줄 연구 발전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NGI의 기증 동의서는 회사가 기증자와 의학 정보를 공유하거나 기증자들을 도울 수 있는 임상실험 및 새로운 제품에 대해 알려줄 의무가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앤드류 교수는 “바이오트러스트는 이익을 추구하는 사기업입니다.
그리고 NGI는 이들 인체조직을 이용해 엄청난 이득을 취할 거구요. 왜 기증자들을 파트너처럼 대우해 주지 않는 겁니까?” 라면서 이 동의서에 문제를 제기한다.
하지만 만약 NGI가 약속대로 기증자들에게 인체조직을 관리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일보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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