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세종대왕함은 과연 ‘꿈의 구축함’인가.
거대한 선체가 바다에 뜬 지난 5월 25일을 전후한 각종 보도를 살펴보면 꿈을 넘어 환상에 가깝다. 오해를 불러 일으킬만한 평가가 적지 않다.
세종대왕함은 한국이 제한된 예산이라는 상황에서 취한 최적의 선택이자 뛰어난 함정이 분명하지만 ‘최강’ 또는 ‘완벽’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한국 해군의 오랜 숙원이던 이지스 시스템을 탑재한 세종대왕함의 성능과 작동 원리, 발전 방향을 짚어본다.
세계에서 100번째 이지스함
세종대왕함과 비교할 수 있는 함정은 무수히 많다.
지금까지 건조된 이지스 함정만 모두 99척에 이른다. 전 세계에서 100번째로 건조된 이지스 함정인 세종대왕함이 주목 받는 이유는 ‘국산’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가장 최신형의 함정이자 독특한 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세종대왕함의 특장점은 펀치력. 미사일 발사대의 숫자가 많다. 세계 최강이라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최강보다는 ‘최강에 가까운’ 함정이다.
이지스함을 보유한 나라가 모두 5개국이라고 하지만 세종대왕급과 비교할 수 있는 함정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과 일본 밖에 없다.
세종대왕함의 운용 노하우를 완전 습득한다면 해군의 작전 능력도 지금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다.
그런데 왜 최강이 아니라 최강에 가까운 함정일까. 덩치(톤수)만으로 본다면 미국의 알레이버크급이나 일본의 아타고급보다 크지만 성능이 약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對) 잠수함전 능력이 떨어진다.
물론 앞서는 부분도 있다. 일본 아타고급에 비해 대지ㆍ대함 공격력이 훨씬 우수하다.
종합하면 알레이버크급 최신형과 아타고급 중간 정도의 성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굳이 세계 최강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이유는 세종대왕함에 대한 과대평가 때문이다.
최근의 보도를 따라가 보자. ‘1,054㎞ 밖에 있는 1,000 여개 목표물의 동시 추적 가능’, ‘완벽한 대공ㆍ대함ㆍ대잠ㆍ대지 능력’, ‘세계 최강의 구축함’ 등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사실이라면 좋겠지만 혼란을 주기 쉬운 평가들이다.
심지어 추적 기능과 격추 기능을 혼동해 500개 목표물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마치 이지스 구축함 하나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것처럼 말이다.
동시 교전능력은 최대 18개 정도다. 또 운용 능력 확보에서부터 다른 함정과의 연계, 다양한 전투 환경에서의 작전 교리 개발도 필요하다.
세종대왕함의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세종대왕함은 분명 전 세계의 이지스함 중에서도 가장 강한 쪽에 들어간다.
세종대왕함과 비교될 수 있는 이지스함은 미국의 알레이버크급 후기형과 일본의 아타고급 정도다.
스페인이나 노르웨이의 이지스함은 체급 자체가 달라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한국과 미국, 일본을 대표하는 세 함정의 비교는 사실 무의미할 수도 있다. 모두가 알레이버크급이라는 한 가지에서 나온 배들이기 때문이다.
아타고급과 더불어 일본의 이지스함인 공고급도 알레이버크급 초기형의 소폭 확대판 면허 생산형이다. 엔진도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미국의 알레이버크급과 일본의 공고, 아타고급은 물론 세종대왕함이 사용하는 엔진의 원형은 제너럴 일레스틱의 LM 2500 엔진이다. 때문에 무장 정도를 제외하고는 세 함정의 차이는 아주 미세한 부분에 그치는 정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세종대왕함 진수를 전후해 나온 대부분의 분석은 아코다급보다 우위를 강조하고 있다. 근거는 크기와 무장 두 가지다.
만재 배수량부터 살펴보자. 알레이버크 최신형은 9,200톤, 아타고는 1만 톤인데 비해 세종대왕함은 1만 톤을 300~500톤 초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길이도 세종대왕함이 165.9m로 알레이버크(155.3m), 아타고(161m)보다 길다. 이 정도의 배수량과 길이 차이는 의미가 없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오직 한국의 이지스함이 가장 크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수사일 뿐이다.(아타고급의 길이가 170m라는 자료도 있다.)
무장은 일본 이지스함보다 훨씬 강력
한국의 이지스함이 무겁고 큰 이유는 무장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일본 아타고급과 외관상 무장의 식별 포인트는 크게 2곳. 대함 미사일 발사관 숫자와 단거리 대공미사일 발사관의 존재 여부다.
우선 세종대왕함은 4연장 발사관 2기가 엇갈려서 모두 8기가 배치된 아타고(알레이버크도 마찬가지)와 달리 4연장 발사관 4기를 실었다.
세종대왕함에서 발사할 수 있는 하픈급 대함미사일은 16발로 아타고의 8발보다 두 배 많다는 얘기다.
함교 바로 앞에 세종대왕함은 단거리 대공미사일 시스템인 RAM을 장착한 반면 아타고급은 팔랑스 근거리 방공무기체계를 실은 점도 외형상 다른 점이다.
가장 큰 차이는 눈에 안 띄는 곳에 있다. 갑판의 하부에 있는 수직발사기가 세종대왕함은 128개로 알레이버크나 아타고의 96개보다 많다.
수직발사기란 대공ㆍ대지ㆍ대잠 미사일을 쏘는 장치. 수직이어서 360도 전 방향에 대한 대처가 가능하다.
세종대왕함은 아타고급 등보다 많은 수직발사기에 한국형 순항미사일 천룡(天龍) 32기를 실었다.
천룡미사일은 사정거리가 1,000㎞에 달하는 지상 공격용 미사일로 일본이 세종대왕함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다.
해군과 국방과학연구소는 사정거리를 1,500㎞로 늘릴 계획이다.
대공 방어력도 탄도탄 미사일에 대한 전역방어(MD)를 위한 초장거리 대공미사일을 제외하면 세종대왕함이 아타고보다 우세하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이지스함이 스탠더드 미사일(SM)-팔랑스 근접 방어체계(CIWS)에 의존하는 데 비해 한국은 3중 방어막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3중 방어막이란 SM-2 미사일의 1차 요격을 뚫고 나온 적의 미사일이나 항공기가 10㎞대까지 접근하면 단거리 대공미사일 방어시스템인 RAM이 차단하고, 마지막 순간에는 골키퍼가 가동하는 시스템이다.
일본에는 없는 RAM은 이지스 체계와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운용돼 중앙화기관제 컴퓨터의 과부하를 피하면서 단거리 요격을 시도할 수 있는 무기 체계다.
레이더로 연동되는 6열의 기관포로 구성된 근접방어무기체계도 한국이 우세하다.
일본이 채택한 미국제 팔랑스 시스템의 기관포 구경이 20mm, 최대 사거리가 2㎞ 이내인 반면 한국이 사용하는 네덜란드제 골키퍼 시스템은 최대 사거리가 7㎞에 이른다.
구경도 30mm여서 대공 임무 뿐 아니라 함포사용이 어려운 근거리 해상전투에서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잠수함 탐색, 초장거리 대공 능력은 뒤져
대공전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뒤지는 분야는 초장거리 방어. 탄도탄 방어를 위한 미사일 SM-3를 싣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정치적으로 미국이 구상하는 전역방공망에 참여하겠다는 결정만 내리면 언제든지 탑재가 가능하다.
더욱이 미국이 최근 사정거리가 400㎞에 달하는 장거리 대공미사일인 SM-6 개발을 진행 중이어서 고고도 대응 미사일을 저가에 구매하는 기회도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함포나 기만체제 등 다른 부문의 무장은 한국과 일본이 비슷하다. 미국의 원형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가장 뒤처지는 분야는 대잠수함전. 함수 밑에 장착되는 소나가 구형이다.
함수 소나는 잠수함을 찾아 바다 속을 뒤지는 장비. 탑재 대잠헬기도 일본은 미국 해군의 SH-60B 시호크와 동형인 SH-60J(최근 SH-60K형으로 개량 중)를 사용하는 반면 한국은 그보다 작은 기체인 영국제 링스 헬기에 의존해 대잠수함 전력은 확실히 열세다.
아타고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탐색장비, 헬기를 탑재한 이유는 돈 때문이다. 알레이버크나 아타고급과 같은 장비를 구매할 예산을 아껴 다량의 수직발사기를 설치하는데 사용한 셈이다.
한국 해군 작전 능력 비약적 향상
세종대왕함의 전투력이 전 부문에서 최고는 아니지만 세계적으로 강력한 펀치를 갖춘 함정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해군이 함정의 최소한 운용 능력을 갖춰 실전배치하고 세부적인 전투 교리까지 발전시킨다면 독도 등에서 군사적 도발에도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더욱이 지난해 진수한 상륙함인 독도함과 KD-2 이순신급 구축함, 그리고 세종대왕함으로 짜여지는 함대는 대양에서의 작전 능력을 배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으로 세종대왕함이 안고 있는 가장 취약한 부분은 초음속 대함미사일에 대한 대응. 마하 4급에 이르는 러시아 등의 초음속 대함미사일에는 아무리 이지스함이라도 대응 시간이 짧아 방패가 뚫릴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동형의 구축함을 보유한 미국, 일본 등과 협력할 수밖에 없는 사안으로 앞으로 미국 등과 해상협력 강화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세종대왕함 건조에도 한국은 미국, 일본 등과 더불어 공동구매 프로그램에 참여해 구매 비용을 절감했다는 전례도 있다.
일본이 대량 도입할 예정인 F-22 랩터 전투기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과제로 지목된다.
문제는 돈과 시간. 당장 세종대왕함의 운용비용도 최신형 경비정 한 척 값에 해당된다.
미국의 알레이버크급 운용에 들어가는 비용은 연간 300억원. 미군과의 인건비 차이를 감안해도 세종대왕함의 경우 적어도 50억 이상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비용을 아낀다면 함정의 운용능력 습득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세종대왕함의 특성을 완전히 이해하고 제대로 사용하려면 10년 가까운 세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종대왕급을 중심으로 하는 대양 해군력 건설과 연안 해군력과의 균형 발전도 과제다.
차기 고속정과 울산급을 대체할 차기 프리킷함(FFX)을 건조하는 데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여기에 차기 전차 도입과 기동군단 편성을 추진 중인 육군, 그리고 노후 전투기 교체가 시급한 공군의 사정까지 고려하면 국방비에 들어갈 돈을 더욱 늘어난다.
또한 외부에서 전달하는 정보가 없으면 이지스함의 매서운 눈과 두터운 방패도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대잠헬기나 잠수함, 해상초계기 등의 확충 역시 과제로 꼽힌다. 해양에 투입하는 비용은 줄이기도 어려운 처지다.
일본과 중국이 경쟁적으로 해군력 강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종대왕함은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세계 톱클래스의 전투함을 보유하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
당장 해군사관학교 졸업반 생도들을 태우고 세계를 순항하는 함대에 세종대왕함이 포함될 경우 그 자체로서 국위 선양의 효과가 기대된다.
그만큼 나름대로의 특색도 있고 뛰어난 함정이기 때문이다.
세종대왕함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해군의 숙원을 풀고 한국도 2차대전 이후 가장 격렬한 전투함 확충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동북아의 바다에서 최소한의 방위력을 갖추게 됐지만 유지 발전이라는 과제도 안게 됐다.
중위권 성적을 내던 학생이 상위권에 처음 발을 들인 후 이전보다 더욱 노력하지 않으면 어렵게 얻은 성적을 유지할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경제의 대외무역 의존도가 66%에 달하는 여건에서 세종대왕함을 축으로 하는 대양함대는 대외 교통로와 무역선단 보호 등 경제를 위한 버팀목 마련이라는 의미도 있다.
그렇지만 신형 함정의 추가 건조와 배치가 수반되지 않을 경우 더 이상의 발전은 불가능하다.
세종대왕함 진수는 한국의 해양안보 수준을 몇 단계 높인 획기적 전환점이자 국민 경제가 고정 투자해야 할 부담도 그만큼 늘어났다는 점을 상징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전투함정이 국민적 자랑거리이자 국가안보의 근간으로 자리 잡는 만큼 국가 재정 증가에 따른 국민의 세 부담도 커진다는 얘기다. 국민경제가 감당해야 할 숙제다.
[세종대왕함은 세계 100번째 이지스함]
세종대왕함은 세계에서 이지스 시스템을 탑재한 함정으로는 꼭 100번째(건조 기준) 함정이다.
100척에 달하는 전 세계 이지스함의 기본 함종은 3개로 분류할 수 있다.
이지스함의 시초는 지난 1981년 진수된 미국 순양함 타이콘데로카. 1990년까지 취역한 동급 함정 27척 중 22척이 운용되고 있다. 4척은 유사시 동원되는 예비역 함대에 편입돼 보관중이고, 1척은 아예 제적시켰다.
남아 있는 타이콘데로카급도 중남미 마약 소탕 작전에 동원되는 등 점차 정리되는 과정을 밟고 있다.
두 번째 이지스 함종은 구축함 알레이버크. 지난 1991년 건조된 이래 지금까지 동급 구축함 59척이 진수됐다. 미국은 2010년까지 3척을 더 건조할 예정이다.
세종대왕함을 포함해 일본의 공고급(4척 건조)과 아코다급(2척 건조, 최소한 2척 이상 추가 건조) 이지스 구축함은 모두 알레이버크급의 파생형이다.
이지스 시스템이 들어간 세 번째 함종은 스페인이 건조한 프리킷 F-100 바잔. 스페인은 만재 배수량이 6,250톤인 동급을 모두 4척 건조했다. 1척을 추가로 건조할 계획이다.
노르웨이의 5,120톤짜리 난센급(3척 건조, 2척 추가 예정) 이지스 프리킷함도 스페인의 이지스함을 원형으로 건조됐다.
이상을 종합하면 지금까지 진수된 이지스함은 모두 100척에 이른다. 미국이 86척, 일본 6척, 스페인 4척, 노르웨이 3척, 한국 1척 등이다.
가장 최근에 나온 세종대왕함이 100번째다.
전 세계의 이지스함이 100척이라는 점은 각국의 해군 홈페이지와 제작사의 인터넷 사이트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이지스함은 건조에서 취역까지 1~2년이 소요된다. 100척은 건조된 함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세종대왕함도 세부 의장공사, 무장 탑재, 시운전 등을 통해 내년 말 해군에 인도돼 정식 취역할 예정이다.
세종대왕함은 다른 나라의 이지스함보다 건조시 완성도가 높다(일본의 아타고급은 함포도 탑재하지 않은 채 진수식을 가졌다)는 점에서 취역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이지스 함정의 특성과 작동 원리]
이지스함은 이지스 시스템을 탑재한 함정을 말한다.
순양함이든 구축함이든, 선체가 보다 작은 프리깃이든 탐색에서 작전상황 파악, 최적 대응 무기 선택, 대응까지 일괄 처리하는 전투 시스템인 이지스 체계를 싣고 있으면 이지스 함정으로 분류된다.
미국이 이지스 시스템을 개발한 배경은 항공모함 전대 보호. 항공모함 1척을 중심으로 순양함과 구축함 4~5척, 잠수함, 보급함 등으로 구성된 미 해군 항모전대를 공격하기 위해 소련이 계획한 물량 공격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나왔다.
전 세계 바다를 지배하는 미 항모전대에 대응해 소련이 동원한 무기는 백파이어 폭격기와 중무장 순양함 키프로급.
해상과 공중에서 한꺼번에 대량의 미사일을 퍼부어 항모전대를 괴멸시키려는 전법에 맞서 미국이 함대 전체를 보호하는 방패를 모색한 게 이지스 시스템을 낳았다. ‘저글링 러시’에 대한 방비가 출발점인 셈이다.
일시에 날아오는 수많은 미사일이나 전투기를 상대하려니 이지스는 먼저 보고, 빨리 판단하며, 정확한 가격을 날리는 능력이 필요했다.
1,000㎞에 이르는 탐지거리에 1,000여개 목표를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은 먼저 보는 시력에 해당된다.
매서운 눈을 보장하는 게 4면에 고정된 레이더. 각 레이더가 120도씩 탐지해 찾지 못하는 사각이 없다.
360도 회전하며 탐색하는 구형 레이더에 비해 속도 역시 훨씬 빠르다. 다음 단계는 판단. 수많은 미사일 중에서 가장 위험이 큰 목표를 선별해 격추에 나선다.
다량의 미사일을 막기 위해 최선의 방법은 가능한 함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대응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지스 시스템은 적의 공격이 확인되는 순간 미리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시스템의 일부인 일루미네이터(조사기)가 짧고 강하게 목표물에 전파를 쏴주면 공중에 떠 있는 미사일이 목표를 찾아가 파괴하는 과정을 밟는다.
탐지에서 발사에 소요되는 시간은 수초. 격추까지도 길어야 수 십초면 끝난다. 이런 과정을 이지스 시스템은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하는 데, 이를 동시교전 능력이라고 한다.
전 세계 이지스 시스템 중에서도 가장 신형을 사용하는 세종대왕함의 동시 교전능력은 최대 17~18개. 탐색이 가능한 1,000개 목표에 모두 대처하는 게 아니라 일부만 대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적의 위협이 복합적일 경우, 즉 대함미사일을 탑재한 전투기와 함대함 미사일, 잠대함 미사일이나 어뢰가 동시에 발사되거나 초음속 미사일과 아음속인 순항미사일, 대함 미사일 등 여러 종류의 미사일이 쇄도할 경우, 또는 여러 각도에서 미사일이 날라 올 때, 전투장소에 폭풍우나 우박 등 자연환경이 변화할 때는 동시 교전 능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 대목에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데프콘’ 등 전쟁소설에서는 함대 사이의 미사일 결전에서 이지스 함정이 100여발의 미사일을 막아내는 장면이 수없이 나오는데, 동시 교전능력이 17~18개인데 어떻게 100발을 방어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답은 이지스 시스템의 신속ㆍ정확성에 있다. 목표가 격추되면 순식간에 다음 목표를 찾아내 대응하기 때문이다.
미국 해군에서 행한 모의실험 결과에서도 이지스함 한 척은 주변 함정과 연계해 함대에 달려드는 100여발의 미사일 파상 공세를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실험과 실제는 다를 수 있고, 함대 간 미사일 결전 같은 실전 상황은 발생한 적이 없지만 이론적으로 이지스함은 100여발을 물리칠 수 있다.
세종대왕함을 비롯한 대형 이지스함에 탑재되는 주력 대공미사일인 SM-2 미사일이 80발이지만 단독으로 작전하는 게 아니라 문무대왕급 KD-2 구축함(SM-2미사일 32발 탑재) 등과 연계하면 보다 많은 대공미사일 화망을 구성할 수 있다.(세종대왕함은 자함 뿐 아니라 함대의 대공작전 전체를 통제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세종대왕급 이지스함에 따라붙는 대공미사일 탑재 구축함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대공 목표물 하나 당 미사일을 2발씩 배정해 발사하는 게 통례라는 점에서 한국형 이지스함대는 세종대왕급 1척에 최소한 KD-2 구축함 2척과 KD-1 구축함 1척이 편성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세종대왕급은 탑재하지 않았지만 최근 개발된 개량형 시스패로우 미사일(ESSM)의 1개 발사기에서 4발을 수납 발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족한 함정 수를 보완해줄 선택이 될 수 있다. 해군이 이 미사일을 채용할지도 관심거리다.
[중국의 란저우급은 짝퉁 이지스?]
함대를 방어하는 능력을 지닌 함정은 이지스함 뿐만이 아니다.
네덜란드 탈레스사의 에이파(APAR) 시스템도 이지스 시스템에 버금가는 능력을 발휘한다. 세종대왕함의 레이더와 전투정보체계 선정 당시 미국 록히드 마틴사의 이지스 시스템과 경합했을 정도다.
종합적인 능력이 다소 떨어지고 미 해군에서 36년간 운용된 이지스 시스템보다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한국에서는 채택되지 않았지만 네덜란드와 독일이 채용해 사용하고 있다.
에이파 시스템을 탑재한 네덜란드의 프로빈시엔급 4척과 독일의 작센급 3척의 능력은 스페인과 노르웨이의 이지스 프리깃함 수준으로 평가된다. 배의 크기도 비슷하다.
흥미로운 함정은 중국의 '052C 란저우급' 구축함. 중국의 기술 수준을 의심하는 서방 전문가들은 '짝퉁 이지스'로 부르지만 갖출 것은 다 갖춘 함정이다.
만재 배수량이 7,000톤으로 한국과 미국, 일본의 이지스함보다는 작지만 유럽의 에이파 함인 스페인ㆍ노르웨이의 이지스 프리깃보다는 크다.
함포와 미사일 등 탑재 무장에 들어간 2억 달러를 포함, 전체 건조 비용이 8억 달러(미국 측 평가)라는 점에서도 단순한 짝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중국이 과연 자체 기술로 이지스함을 건조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도 불구하고 052C급 구축함은 항공모함까지 건조하는 중국의 해군력 성장을 보여주는 상징물의 하나로도 꼽힌다.
2015년까지 모두 12척을 건조한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권홍우 서울경제 편집위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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