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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속에서 희귀금속 캔다

태평양 해상의 클라리온-클리퍼톤 광구
5,000m 심해저 자원 확보는 우수한 기술력 필요
연구개발력 갖췄지만 예산부족으로 연구 로드맵 지연

지상의 광물자원이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그동안 미(未) 개척지였던 심해저의 자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도 석유나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채굴의 상당부분이 해양에서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 추세는 이보다 더 깊은 바다 속의 광물자원이 미래 자원 확보의 격전장이 되고 있다.

하지만 5,000m 깊이의 심해저는 우주탐사에 나서는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심해저 광물자원 확보라는 격전장의 최대 무기는 바로 기술력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한국해양연구원이 주축이 돼 이 분야에서 상당한 연구개발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예산 부족으로 2010년까지 예정된 연구 로드맵이 지지부진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망간단괴, 고가의 희귀금속 함유

현재 우리나라가 기술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망간단괴의 채굴과 가스 하이드레이트의 시추다. 망간단괴에는 망간은 물론 니켈, 구리 등 희귀금속이 많이 함유돼 있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얼음 형태로 굳어진 청정에너지다.

이 두 가지 자원의 공통점은 우리나라의 지상을 통해서는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매장량이 전무하다는 것인데, 이들 자원은 웬만한 기술력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수심 5,000m 이상의 깊은 바다 속에 존재한다.

현재 망간단괴 채굴과 가스 하이드레이트 시추를 위한 연구개발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한국해양연구원이 주관하고 있다. 특히 망간단괴는 해양연구원이 탐사 및 집광기를 개발하고, 지질자원연구원이 양광과 제련 관련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채굴 대상 지역은 우리나라가 지난 1994년 국제해저기구를 통해 확보한 하와이 동남방 태평양 해상의 클라리온-클리퍼톤 광구 등 7만5,000㎢.

채굴에 앞서 탐사가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 탐사는 남한 면적(9만9,373㎢)에 육박하는 크기의 광구에 대해 망간단괴가 어느 지역에 어떠한 형태로 부존하고 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목적이다.

해양연구원은 이를 위해 탐사선을 이용한 해저 지층 조사와 심해저 무인잠수정 ‘해미래’를 활용한 탐사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우주탐사에 맞먹는 수준의 기술 필요

탐사를 통해 주요 채굴지역이 결정되면 5,000m 깊이의 심해저에 집광기를 내려 보내 해저 면에 널려 있는 망간단괴를 채집하게 된다.

현재 해양연구원 산하 해양시스템안전연구소에서 집광기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 집광기의 역할은 망간단괴 채집 및 1차 분쇄작업이다. 망간단괴의 크기가 클 경우 해상으로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채집되고 분쇄된 망간단괴를 끌어올리는 장치가 지질자원연구원이 개발 중인 양광시스템이다. 언뜻 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에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5,000m 깊이의 심해저에서 엄청난 수압을 견디며 해상으로 끌어올리는 장치를 개발하는 것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현재 이 같은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뿐이며, 시스템을 개발한 업체도 우주항공 분야의 선두업체인 록히드 마틴 정도다. 즉 심해저에서의 장비운용은 곧 우주탐사에 사용되는 장비와 같은 수준의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다.

지질자원연구원은 최근 거제 고현항 앞바다에서 심해저 광물자원 수거를 위한 양광시스템의 1단계 테스트에 나섰다. 망간단괴 확보를 위한 연구에 가속도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지질자원연구원이 테스트를 마친 양광시스템은 심해저에서 채집된 망간단괴를 해상으로 끌어올리는 기술이다.

시스템의 구조는 집광기를 통해 채집된 망간단괴를 유연하면서도 강한 파이프를 통해 해수와 함께 끌어올리는 형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고성능 펌프 기술이다. 5,000m 깊이에서 수직으로 해수와 망간단괴를 끌어 올리는 것은 손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집광기가 해저 면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부드러운 유연관이 연결되며 여기에 펌프, 버퍼, 저장조 등으로 구성된 양광시스템이 연결된다.

버퍼는 추 역할을 하며 양광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해 준다. 저장조는 펌프가 망간단괴를 뿜어 올리기 전에 일시적으로 보관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펌프가 해상으로 망간단괴를 뿜어 올리게 되며, 채광선의 고체-액체 분리장치를 통해 망간단괴와 해수를 분리해 낸다.

이렇게 채집된 망간단괴는 수송선을 통해 지상의 제련시설로 옮겨지고, 제련을 통해 망간·구리·코발트·니켈 등의 희귀금속을 추출하게 된다.

기술 개발을 담당한 지질자원연구원 지반안전연구부의 윤치호 박사는 “이번 테스트는 30m의 얕은 바다에서 이뤄졌지만 기술력은 1,000m까지 가능한 상태”라면서 “앞으로 5,000m 이상의 심해저 광물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 확보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집광기, 기계 장치부 기술 개발 마쳐



심해저 망간단괴를 채굴하는 또 하나의 핵심기술인 집광기는 해양연구원 산하 해양시스템안전연구소에서 개발 중으로 현재 기계 장치부의 기술개발을 마친 상태다.

또한 올해부터 전자·전기제어 장치부의 기술개발에 들어가 내년까지 완료한 뒤 늦어도 2009년 초에는 성능 테스트에 나설 계획이다.

탱크와 같이 무한궤도를 장착한 이 장비는 해저 면을 돌아다니며 망간단괴를 빨아들이고, 1차 분쇄 과정을 거쳐 양광시스템에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 장비는 약 10톤의 무게(수중에서는 약 6.5톤)로 길이 4.5m, 넓이 3.5m, 높이 2.5m 규모다.

내연기관을 사용할 수 없는 심해저에서 사용되고, 과학탐사용이 아닌 자원개발용이기 때문에 전기 동력보다 강한 힘을 제공하는 수중유압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기술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해양시스템안전연구소의 홍석 박사는 “집광기의 경우 자원을 직접 채굴하는 산업장비이면서도 연약한 심해저 지반에서 안정적으로 이동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경문제로 인해 심해저의 다른 물질을 끌어올리지 않도록 하는 섬세한 통제도 필요로 한다”고 덧붙였다.

심해저 광물자원 탐사 엇박자 행보

망간단괴를 채굴하는 시스템은 심해저에서 광물질을 끌어올린다는 기본기술 측면에서 가스 하이드레이트의 시추에도 활용할 수 있다.

현재 가스 하이드레이트 시추 작업은 가스하이드레이트개발사업단을 중심으로 지질자원연구원과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이 탐사 및 부존지역 확인 연구를 진행 중이다.

현재 사업단은 지질자원연구원의 탐사선인 ‘탐해 2호’를 활용해 해저 지층에 대한 탄성파 탐사를 마치고, 올 가을께 시추 작업을 통해 가스 하이드레이트의 실제 부존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추진 중인 심해저 자원탐사 연구개발은 조금씩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탐사와 채굴 등의 전체 과정이 연구개발 뿐만 아니라 자원개발이라는 산업적 부분과 연계돼 있는데다 관련 예산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지질자원연구원이 개발한 양광시스템은 30m급으로 전체적인 시스템 구조를 테스트하는 것에 불과해 5,000m급 장비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동안 연구실 차원에서 개발이 이뤄진 양광시스템을 실제 바다에서 테스트한다는 측면에서는 의의가 있지만 시스템의 핵심 부분인 5,000m급 고양정 슬러리 펌프 개발은 현재 기술로는 어렵다.

이와 관련, 윤치호 박사는 “500~1,000m급 펌프 개발은 예산만 투자된다면 현재 기술력만으로도 제작이 가능하지만 5,000m급은 현재 기술로는 어렵다”면서 “추가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09년 초 테스트에 들어갈 집광기 역시 100m 이내의 얕은 바다에서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으로 5,000m급 심해저용을 목표로 한 것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홍석 박사는 “현재 개발 중인 장비는 시험 집광기로 500m급 스펙에 맞춰 개발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전력공급 및 통제장비가 탑재되는 해상장비 등을 모두 갖추는데 소요되는 예산확보가 어려워 1단계로 얕은 바다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망간단괴 관련 연구 사업은 2010년까지 1,185억원의 예산이 투자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543억원만 투자된 상태다. 장비개발 역시 150억원 정도만 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해저 자원개발 관계자는 “지상의 광물자원 개발도 10년 이상의 장기플랜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보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은 보다 장기적인 투자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장기 플랜이 오히려 관련사업 추진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장기적인 사업이다 보니 연구개발 투자 순위에서 자꾸만 뒤로 밀리고 있는 것.

이 관계자는 ‘막대한 자금이 투자되고 있는 우주관련 사업도 필요한 것이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자원 빈국이면서도 향후 국가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해저 자원 확보에는 둔감한 과학기술정책에 분통을 터뜨렸다.

보여주는 성과 위주의 우주관련 사업에는 넉넉하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강재윤기자 hama9806@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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