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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3G 영상전화 시대

DMB와 맞먹는 수준의 고화질을 구현하는 영상전화는 음성통화 모드 전환 등 많은 편의성을 제공한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휴대폰은 ‘귀하신 몸’이었다. 크기가 무전기만한 해서 주머니에 쏙 들어가기는커녕 한손에 거머쥐기도 벅찼다. 물론 당시에는 주머니에 쏙 들어갈 정도의 크기라고 해도 휴대폰을 갖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손에 쥐고 다녔을 것이지만.

한 대에 70만~80만원이나 하는 휴대폰을 구입했다손 치더라도 보통사람이 수 십 만원이나 되는 가입비에 한 달에 수 십 만원씩 나오는 통화요금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보통사람에게 휴대폰은 그저 ‘그림의 떡’이었을 뿐이다.

이렇듯 귀하신 휴대폰이 어느 날부터 헐값으로 떨어지면서 이제 휴대폰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의 하나가 돼 버렸다. 4,800만명의 인구 가운데 이동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이 4,000만명을 넘을 정도니 휴대폰 없는 사람이 되레 괴짜 취급을 당할 판이다.

이처럼 전 국민이 휴대폰을 애용하면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휴대폰을 가장 잘 만드는 나라 가운데 하나가 됐고, 휴대폰의 주요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제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휴대폰이 나온다. 기능도, 모양도, 색깔도 가지가지다.

휴대폰이 그저 통화만 하는 시대도 이제 옛말이 됐다. 벨소리, 통화연결음, 아바타, 휴대폰 고리, 케이스를 자신의 취향에 따라 꾸미는 것은 기본이다.

서로 얼굴을 보고 상대방의 표정을 읽으며 통화하는 이른바 ‘영상통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마치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것처럼 상대방과 통화하는 시대. 독일에 출장 간 남편과 아침저녁으로 안부를 묻고, 미국에 유학간 아들이 보고 싶으면 언제든 휴대폰을 꺼내드는 시대가 됐다.

해외출장 간 남편이 아내 선물을 고르다가 아내에게 전화로 “자기야, 이 속옷 색깔은 어때?”라고 묻는 어느 이동통신사의 TV 광고처럼.

본격 개막된 3G 영상전화 시대

국내에 영상전화가 상용화된 것은 지난해 5~6월경이다. 하지만 당시 영상전화는 크게 각광받지 못했다.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휴대폰도 별로 없고 일부 지역에서만 통화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최근 서비스 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영상전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영상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SK텔레콤과 KTF. 두 회사는 지난 3월부터 본격적으로 전국적인 영상전화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다. SKT는 ‘3G+’라는 브랜드로 런칭했고, KTF는 ‘쇼(SHOW)’라는 브랜드로 대대적인 마케팅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있다.

4,800만명 가운데 이미 4,000만명이 이동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나라에서 또다시 3세대(3G) 영상통화 가입자를 유치하려다보니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 1999년 당시 길거리에서 판치던 ‘공짜 폰’이 또다시 등장하며 영상전화시장 확대에 드라이브가 걸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동전화 역사가 태동된 지 20여 년 만에 영상전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영상전화는 어떤 이점이 있을까. 아직 영상전화를 사용해 보지 않은 많은 사람들은 이런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다.

3G 영상전화, 무엇이 좋은가

영상전화는 말 그대로 서로 얼굴을 보면서 통화하는 전화다. 위치를 알리고 싶지 않은 상대방과의 통화라면 음성통화 모드로 전환할 수도 있으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지저분한 곳에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면 미리 저장된 배경화면을 이용해 깔끔하게 장소를 치장(?)할 수도 있다.

영상전화를 이용하면 휴대폰으로 영상회의도 할 수 있다. SKT와 KTF는 5월 이후 영상회의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며, 이 서비스가 시작되면 회사 밖에서 외근중인 사람도 휴대폰으로 회의에 참가할 수 있게 된다. 고속도로가 막히면 휴대폰으로 폐쇄회로(CCTV)를 직접 보면서 막히는 길을 피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단점도 있다. 가끔 화면이 일그러지거나 일부가 보였다 안보였다 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고화질(HD) TV 같은 화질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이 정도의 화면 일그러짐은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G 영상통화가 가지는 이점이 더 많기 때문이다.

3G 영상통화는 우선 전 세계 어디서든지 내 휴대폰으로 통화할 수 있어서 좋다. 우리나라의 2세대(2G) 이동전화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CDMA 방식을 지원하지 않는 나라에선 무용지물이다.

해외출장을 갈라치면 공항에서 로밍이 가능한 휴대폰을 바꿔서 가야했고, 로밍 요금도 무척 비쌌다. 그나마 로밍이 가능한 나라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3G 영상전화 시대가 열리면서 이런 번거로움이 사라졌다. 한국에서 쓰던 휴대폰 그대로 미국이든, 독일이든, 스페인이든 전 세계 어디서든지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3G 이동전화 사업자인 SKT와 KTF는 ‘ 글로벌 로밍 서비스’를 위해 이미 세계 여러 나라의 사업자와 로밍 서비스를 제휴를 맺고 있어 로밍지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SKT-KTF, 영상통화료 10초에 30원



기본적으로 2G에서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를 3G에서 즐길 수 있다. 그것도 저렴한 값으로.

SKT의 무선인터넷 ‘준’이나 KTF의 ‘핌’같은 서비스의 화질도 3G 영상전화에서는 3배 이상 선명해진다. 거의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과 맞먹는 수준의 화질이다. 사용자제작콘텐츠(UCC)와 같은 영상도 고화질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3G 영상통화의 요금은 어떨까. SKT와 KTF의 3G 가입자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두 회사는 영상통화 요금을 10초당 30원으로 낮췄다. 3G 음성요금이 10초에 18원하는 2G 요금과 똑같은 것을 감안하면 3G 영상통화 요금수준은 여전히 높다. 하지만 이전에 비하면 무려 75% 떨어진 가격이다.

3G 이동전화는 데이터 전송 속도가 2G에 비해 빠르기 때문에 무선인터넷을 이용하는 요금수준도 2G에 비해 저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SKT나 KTF는 초기 시장 확대를 노리고 다양한 프로모션 요금제를 내놓고 있어 비교적 저렴한 값으로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노트북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은 노트북에서 3G 영상전화 서비스(HSDPA)를 이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한 달에 월정액 3만원으로 필요한 때 HSDPA 모뎀을 노트북에 꽂아서 인터넷에 접속하면 된다. 무제한 정액제 요금도 있기 때문에 사용빈도가 높은 사람은 무제한 정액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3G, 신용카드와 은행통장도 꿀꺽

3G 휴대폰이 가져다주는 또 다른 편리함이 있다. 버스나 지하철 요금을 낼 때 지갑을 꺼내지 않아도 된다. 휴대폰으로 바로 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2G 이동전화에서도 휴대폰으로 지하철과 버스비를 지불할 수 있지만 3G 이동전화에선 ‘ USIM’이라는 가입자 인증 모듈 칩을 이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3G 휴대폰은 이 칩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기 때문에 이 칩 속에 신용카드와 은행통장을 저장할 수 있다. 이 칩의 기억 용량은 신용카드 1,000장 수준에 달한다고 한다.

이 칩을 이용해 신용카드와 은행통장, 교통카드, 회사 신분카드, 각종 멤버십 카드처럼 지갑에 들어있는 카드를 휴대폰에 저장시킬 수 있다.

2G 휴대폰은 USIM 칩이 장착돼 있지 않아 신용카드를 휴대폰에 저장시키려면 칩을 내장한 휴대폰을 따로 구입해야 했지만 3G 휴대폰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SKT는 비자카드, KTF는 마스타카드와 이미 제휴를 맺었기 때문에 올 하반기부터는 카드사를 통하지 않고도 휴대폰으로 신용카드를 바로 발급받아 휴대폰에 저장할 수 있다.

휴대폰 속으로 들어온 인터넷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려면 짜증나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속도도 느리고. 이동통신 업체가 제공하는 ‘ 네이트’(SKT)나 ‘ 매직앤’(KTF) 외에 다른 사이트는 찾아 들어갈 수가 없을 정도다.

3G 휴대폰에선 인터넷 주소를 직접 입력해 자신이 원하는 사이트에 바로 접속할 수 있다.

이른바 ‘풀 브라우징’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이다. 포털은 물론이고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쇼핑 사이트나 동창회 사이트도 쉽게 찾을 수 있다.

HSDPA는 1초 당 평균 3MB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지원한다. 기존 이동통신 서비스에 비해 3~4배 속도가 빠르다. KTF의 경우는 내려 받는 속도뿐만 아니라 올 하반기부터 데이터를 올리는 속도, 즉 고속상향패킷접속(HSUPA) 망까지 구축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정도 되면 영상전화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은 영상전화로 갈아탈 시기가 아니다. SKT와 KTF의 휴대폰 보조금 지원 폭이 좀 더 늘어나고 단말기 종류가 좀 더 많아지는 5월 이후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

이 시점이 되면 그동안 웅크리고 있었던 국내 3G 영상전화 시장은 비상을 위한 날개를 펼치게 될 전망이다.

윤미경 머니투데이 기자 mkyun@money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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