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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D. TV

Popsci goes to hollywood

황금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는 최고 인기의 TV드라마 중 몇몇은 과학, 의학 또는 기술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 드라마 제작자들은 과학을 정확하게, 아니 최소한 보기에 좋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인기 수학 탐정물인 넘버스(NUMB3RS)에서 이를 어떻게 구현해내는지 알아보자.

3가지 중요한 사실

1 이번 시즌에서 성공을 거둔 황금시간대의 과학 드라마는 15편에 달한다: 1990년대를 통틀어 성공한 드라마는 모두 10편에 지나지 않았다.

2 프로듀서들이 과학적이며 수학적인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고용하고 있다.

3 드라마의 연구원들은 쓰여진 이야기에 맞도록 그럴듯한 과학자로 변신해야 한다

■ 앤드 블랙씨는 알람시계를 따로 맞춰 놓질 않는다. 수학으로 가득 부풀어 오른 그의 마음은 동이 트기 전에 깨어난다. 6일 동안 면도하지 않아 더부룩한 수염은 신경쓰지 않은 채 그는 아쿠라에 있는 그의 직장으로 차를 몬다.

그가 일하고 있는 널찍한 학구적인 분위기의 사무실은 차로 얼마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다. 아직 건물엔 아무도 나와 있지 않은 듯하며, 이는 블랙씨에겐 아주 좋은 시간대이다.

잠시 후 이곳이 북적대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수학문제를 가지고 그를 한시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는 바로 일을 시작하여, 칠판앞에 가서는 복잡한 차액거래 등식을 재빨리 분필로 적어나가기 시작한다. 수학은 완벽하다.

올해 32세인 블랙씨는 다른 동료들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그의 동료들은 그의 수학적 천재성에 기대고 있다.

공통 분석, 또는 2겹 완전 대칭 아니면 다익스트라의 알고리즘에 대해 질문이 있다면 바로 그들은 앤디를 찾는다. 그가 칠판에 쓰는 등식의 정확성에 그들의 명성이 달려 있으며 어쩌면 그들의 일자리가 여기에 좌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 문제가 있다: 블랙씨가 등식을 정말로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다만 종이에 적힌 꼬불꼬불한 글씨들을 그대로 옮겨 적을 뿐이다.

그럼 사무실은 어떻게 된 것일까? 그 사무실은 드라마 촬영 스튜디오 설치된 것으로, 칠판은 세트의 일부이다.

블랙씨의 동료들은 넘버스의 작가들이다. 넘버스는 수학을 이용하여 FBI요원인 형이 범죄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천재에 관한 드라마이다.

이제 세 번째 시즌에 접어든 넘버스는 CBS에서 매주 금요일 저녁 10시에 방영된다. 이 드라마 시청자 수는 1천1백만명에 달하며, 이는 동시간대에 방영되는 드라마를 훨씬 앞서는 것이다.

지난 몇 시즌동안 이 드라마 속의 과학자들이 황금시간대를 장식해왔다. 과학수사 탐정물 CSI, 의학과 염세주의의 결합체인 하우스(House), 공포와기술의 쇼케이스인 24, 법인류학이 얽힌 본즈(bones)등이 좋은 예이다.

이들 드라마 중 대부분은 넘버스보다 더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과학과 드라마의 결합이 아주 두드러지게 풍성한 수확을 낳는 황금거위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과 드라마는 적과의 동침과도 같은 관계를 이루고 있다. 훈훈한 감성이 차가운 긴장을 갉아먹는 것이다.

끝도 없는 가능성으로 정확성은 흐려진다. 작가들 대부분은 그대로 둔다면 드라마의 열기를 위해 과학적인 정확성을 희생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바보상자’라고 오랫동안 하대 받아온 이 전달매체에는 이제 시청자들에게 정확성을 무기로 다가가고 있다.

다큐나 시사 프로그램이 아닌 드라마에서 과학적인 내용과 근거를 갖추기 위해 연구자들을 고용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이 연구자들은 탁월한 결혼생활 상담자처럼 이야기에서 극적인 요소의 필요성에 귀를 기울이고는 사실적인 과학을 뒤져서 상호 공통점을 찾아내기 위해 연구한다.

수염이 자라도록 그대로 두는 반면 차에는 과자부스러기 하나 없을 정도로 깔끔한 결벽증의 소유자이자 명철함과 창의성을 아우르는 한 남자가 바로 이 같은 일에는 아주 적합한 사람인 것이다.

이번 시즌에서 과학, 의학 또는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드라마 중 성공을 거두고 있는 작품 수는 4대 주요 방송사만 봐도 15편에 달한다. 이는 유례없는 일이다.

1990년대 10시즌을 통틀어 볼 때, 주요 방송사에서 성공을 거둔 과학 기반의 한 드라마는 고작 10편에 지나지 않았다.

이 폭증에 대한 조사를 원한다면 페이션트 제로(Patient Zero)를 찾아 봐라. 그러면 1994년 ER이 첫선을 보인 병동이 나올 것이다.

당시 NBC에서는 매주 목요일마다 등장하는 뉴스앵커가 공중파에서 장수를 누리고 있었는데 그것은 지극히 관계적이어서 첫 방영 당시 이 드라마가 얼마나 획기적이었는가는 잊기 쉽다.

하버드 의대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ER각본을 쓰기 시작한 닐 베어씨는 의학드라마의 초점을 환자에서 의료진에게로 옮겼다.

이것이 실제로 등장인물이 사실적인 전문용어를 사용하고 방영시간의 많은 부분이 진단과 치료를 보여주는 데 할애되었다. 놀랍게도 시청자들은 이를 좋아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데려다 주길 바라죠. ER에는 문화적으로 아주 감미롭고도 신선한 부분이 있었어요” 라고 베어씨는 말한다.

(여기서 매력적인 조지 클루니의 등장 장면은 아마도 플러스로 작용하였을 법하다) 또한 기존의 TV 제작 관행에서 벗어나, 전문가가 작가팀에 합류해 정확하고 세밀한 묘사를 가능케 했다. 초창기 공동 작가 중 한명인 의사 마이클 크릭턴도 그 중 하나였다.

ER은 시청자들의 지성에 맞춰 드라마에 과학과 기술을 가득 채우고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2000년에 어떤 계기에서인지 프로듀서들은 이 같은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반드시 제작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바로 CSI가 등장한 것이다. 대부분 경찰 드라마에서는 과학 수사관은 잠깐 등장하여 사망자에 대한 음울한 조소를 던진 후 모습을 감추고, 과학 수사관의 실험과정은 화면에서 보여주지 않았다.

CSI에서는 실험실의 작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리고 CSI는 단숨에 최고의 히트작이 됐다. 이 드라마의 성공으로(현재 이 드라마의 시청자는 2천 만명을 넘어서 있다) 업계에는 과학의 거대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넘버스(NVMB3S)

넘버스는 수학을 이용하여 FBI요원인 형이 범죄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천제에 관한 드라마다.

사진설명

1. 야구 통계를 분석하는 데 쓰이는 세이버메트릭 등식 앞에 있는 천재 찰리 에페스 역의 데이비드 크럼홀츠.

2. 역사수업 - 기원 1200년 중국에서 처음 선보인 계산 도구인 주판이 소품으로 등장할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3. 넘버 원 - 디자이너들이 찰리 사무실의 벽에 걸 1983년 당시의 진짜 수학경진대회 메달을 준비했다.

4. 진지한 오락거리 - 프로듀서들이 찰리가 운동량보존법칙을 설명할 때 쓸 수 있도록 구슬 트랙을 입수했다.

5. 찰리의 책상. 세트 장식자는 이 책상을 항상 어지럽힌 상태로 유지한다.

7. 수학자의 놀이터 - 빠징코 기계, 빙고 공 혼합기(무작위 숫자를 뽑도록 된 장치), 루빅의 큐브, 모래시계 그리고 중국 장기판

8. 정교한 자품 - 조각가 베쉐바 그로스맨이 컴퓨터 프로그램인 메스메티카에 등식을 넣어 그에 따라 나오는 이미지를 기반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이 구조물은 6겹의 환상면체이다.

9. 행운의 상자 - 빠징코 기계가 침투이론(percolation theory)을 보여주고 있다: 인위적인 동작을 억지로 가하면 동일한 결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10. 목표를 향해 이 다트는 범죄를 예측하는 한 무당에 관한 에피소드에서 등장했다.

11. 괴짜들의 골동품 - 텍사스 인스트루먼트가 80년대 후반 선보인 스피크&매스, 이보다 더 괴짜스러운 버전인 스피크&스펠이 벽을 장식하고 있다.

CSI는 마이애미, 뉴욕 편으로 확장해 갔고 다른 드라마들도 즉시 과학적인 부분을 채우기 시작했다.

현재 배어씨가 맡고 있는 ‘로&오더:SUV’에서는 각 에피소드마다 심리학자와 검시관들을 주변인물에서 중심인물로 옮겨왔다.

6시즌이 지나자, 과학은 장애물이 아닌 아닌 반드시 있어야 팔리는 필수 요소로 완전히 변신했다. 현재 넘버스와 CSI를 제작하고 있는 CBS파라마운트 네트워크 텔레비전의 사장 데이비드 스태프씨는 말한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제작진들은 ‘저거 충분히 섹시한 건가?’라고 입버릇처럼 말했었죠. 그 당시 시청자들은 실험실 가운을 입고 있는 사람은 그다지 재미있는 사람으로는 보지 않았죠”

이제 황금시간대의 섹시한 인물들은 비키니보다는 실험실의 가운을 걸치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올가을 새로 방영된 드라마 ‘스미스(Smith)’가 3회 방영 후 종영되자, CBS는 대신 ‘3lbs’를 내보냈다.

이 드라마는 신경 외과 의사(스텐리 투치 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3lbs 제작자 피터 오코씨는 그의 드라마가 가진 매력에서 과학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한다.

“CSI가 인구 통계학을 바꾸어 놓았음을 저희 실험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갈수록 과학적으로 지식을 갖춰가고 있고, TV를 볼 때 뭔가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하죠.

이들은 ‘이봐, 두뇌 드라마를 원해! 뇌 전문 의사가 어떤지를 알고 싶단 말이지’라고 말하죠.” TV를 보는 우리가 배우는 것이 정확하도록 하기 위해 오코씨는 2명의 상근 연구원을 채용하는 한편 세트장에는 뇌신경 고문을 두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분명 떠오르는 의문점이 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문제다. 3lbs를 시청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뇌 수술에 대해 거의 문외한인데도 말이다.

올가을 십여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필자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TV의 배테랑급에게 던졌고, 그들에게선 거의 비슷한 내용의 답변이 돌아왔다. 하우스(House) 제작자 데이비드 쇼어씨는 말한다.

“만약 과학이 틀린다면, 저희는 모든 신용을 잃게 되는 것이고, 그럼 드라마도 설 자리가 없게 됩니다.”

닐 베어씨는 세트장의 벽은 얇은데, 만약 화면에서 세트의 얇은 언저리 부분이나 뒷부분의 칠하지 않은 판자를 본다면 시청자들은 더 이상 드라마의 내용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과학 집필에서도 마찬가지다. 헐리우드의 TV작가들은 미국 시청자들은 말도 안되는 부분을 기가 막히게 잘 찾아낸다고 말한다. 따라서 과학 역시 진짜처럼 보이고 진짜처럼 들려야 하는 것이다.

“시청자들을 상대로 ‘액 조절기에 정신 이상이 있어요’와 같은 대사는 하고 싶지 않은 거죠”라고 본스의 제작자 하트 핸손씨는 말한다.

하지만 명확히 할 것이 있다. TV드라마는 다큐멘터리와 같은 정확성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드라마에서 추구하는 것은 사실에 근접한 것이다.

과학 다큐멘터리의 경우 완전한 정확성에 심혈을 기울이는 가운데, 약간의 황금시간대 드라마의 시청자들을 위한 요소를 가진다.

그러나 드라마는 폭넓은 시청자를 끌어들이는데, 무엇보다도 이 드라마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블랙씨가 실제 세상에서 수학을 넘버스의 작가들에게 불러 주어 받아 적게 하는 일은 없다.

오히려 창의적인 면 때문에 고용된 작가들이 이야기 목적상 어느 부분에서 수학적 요소가 필요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이같은 이유로 어떤 면에서는 블랙씨의 일은 그가 시뮬레이션으로 결과를 내놓는 대상이 되는 실제 수학자들의 일보다 더 까다롭다고 할 수 있다.

넘버스의 매 에피소드에서 천재 수학자 찰리 엡퍼스(데이비드 크럼홀츠 분)는 FIB요원인 그의 형 돈(롭 모로우 분)이 범죄자를 검거하는 데 도움을 준다. 보통 도둑, 강간범, 살인자들인 범죄자들은 다시 범죄를 저지려고 한다.

해결책을 찾지 못한 돈은 찰리에게 수학적인 해결책이 있는지를 묻는다. 에피소드로 엮어지는 TV드라마인 만큼 찰리에게서는 늘 해결책이 나온다.

그는 칠판을 등식으로 가득 메운다.(여기서 카메라가 돌아가기 전, 앤디 블랙이 손에 분필을 들고 등장한다) “범죄자는 찰리에 의해 꼼짝달싹 못하게 되죠. 왜냐하면 수학이란 설득력을 가지며 최종적인 것이니까요”라고 블랙씨는 말한다.

셰런 허튼과 닉 페라치는 수 년간 빛을 보지 못한 각본을 쓰다가 넘버스를 구상했다. “성공하리라는 느낌이 든 것은 2002년 여름이었죠.

ER + CSI = $$$$



그 당시 저희들은 마우이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었는데, 전 마이클 프라이언의 희곡 ‘코펜하겐’을 읽고 있었어요. 이는 매우 지적이면서도 아주 감동적이기도 했죠.

전 반세기 이전에 두 물리학자간의 대화를 그처럼 역동적으로 쓸 수 있었다면, 보다 상업적으로 훨씬 더 접근이 용이한 TV의 범죄해결 세상에서 매력적인 TV드라마로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죠”라고 허튼씨는 말한다.

드라마를 처음 생각해낸 당시부터 이들은 찰리가 실제 수학을 사용하기를 원했다. 여기서 찰리는 강간범이 범죄를 저지른 지리학적 패턴을 기반으로 하여 등식을 써내려가 강간범이 사는 곳을 좁혀 나간다.

이는 ‘지오프로파일링(geoprofiling)’이라는 실제로 있는 기법으로 텍사스 주립대학 교수 킴 로스모씨가 고안해 낸 것이다.

지오프로파일링을 설명하기 위해 찰리는 잔디의 물뿌리는 기계를 들어 비유한다. 그는 스프링쿨러에서 나온 물 몇 방울이 떨어진 위치만 안다면 스프링쿨러의 위치를 보여주는 등식을 쓸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강간범의 범죄현장을 알면 결국에는 그가 사는 곳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찰리가 말하는 동안 화면의 구석에는 등식들이 등장하고, 중심 이미지에서 시청자들은 실제 잔디의 스프링쿨러를 본다.

슬로우 모션의 물방울들이 공기 중에서 포물선을 그리고, 물방울들이 바닥에 닿으면, 지도상의 한 지점으로 변신한다. 마지막으로 화면은 다시 스프링쿨러로 돌아가는데, 이는 살인자의 집의 위치가 된다.

이어진 토론 시간에서 포커스 그룹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를 또 볼 의향이 있다는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그 이유를 묻자 이들은 한결같이 ‘수학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제 매주 시청자들에게 실제 수학을 제공해야 한다는 난처한 과제만이 남게 되었다. 칼텍의 수학자인 개리 고든이 고문으로 초빙되었으나, 학교에서의 업무로 인해 모든 것에 신경을 쓸 수 없었다.

그리하여 허튼씨는 비공식적인 헐리우드-연구원 네트워크를 뒤져 블랙씨를 찾아냈다. 당시 블랙씨는 의학 검사관에 관한 드라마인 크로싱 조던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첫 주는 정말 겁이 났었죠. 제가 해 본 것이라고는 대학 시절의 미적분 등식이 고작이었거든요”라고 블랙씨는 말한다.

넘버스에서는 작가 10명을 채용하고 있고, 각 작가는 한 시즌당 2~3편을 쓴다. 작가가 줄거리를 잡는 동안 다른 작가들은 각본을 쓰는 작업이 늘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한명의 작가가 본인의 에피소드를 촬영하는 동안 2~3명의 작가는 촬영 후 편집에 들어가 있다. 블랙씨는 이 모든 단계에서 이들을 도와야 한다.

MATH+SEXINESS = !!!!

블랙씨는 수학과 기술적 연산용 표준 전문 소트트웨어인 매스메티카(Mathematica)를 고안한 울프램 리서치 소속의 수학 자문가 4명과 연락을 취했고, 매일 몇 시간이고 수학관련 책과 잡지와 웹 사이트를 훑어보았다.

또한 수학학자 수십 명을 인터뷰했다. 2년이 지나자 그는 대부분의 수학 관련 주제에 관해서는 제법 재치있게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할 수 없을 경우엔, 전화 한 통화면 답을 구할 수 있었다.

챗(Killer Chat)에 대한 대략적인 줄거리를 잡았고, 이 에피소드는 12월 15일에 방영될 준비에 들어간다. 이 에피소드에서 찰리와 돈은 남자 피해자를 상대로 한 연쇄 살인범을 추적해간다.

블랙씨는 맥길씨가 구상한 줄거리에서의 핵심 부분들을 들어보고 여기에서 찰리가 쓸 만한 수학 공식 몇 개를 제안했다.

그 중 첫 번째 제안은 ‘multi attribute compositional modeling’으로 복잡한 현상을 숫자로 분석하는 등식법이다.

이것은 원래는 1950년대에 수학 심리에서 성격 도표를 만들기 위해 개발되어, 1971년 와톤 비즈니스 스쿨 교수 폴 그린씨에 의해 확장되었는데, 그린 교수는 이를 금융시장 분석용으로 바꾸었다.

블랙씨는 찰리가 일련의 범죄 현장을 조사하도록 한 장면에서 이 공식을 쓰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했다. 이 장면에서 범죄현장은 모두 팔려고 내놓은 빈 집인데, FBI는 이 점을 제외하고는 다른 공통점을 못 찾고 있다.

여기서 찰리가 숫자를 분석하여 살인자의 본성에 대한 무엇인가를 드러내줄 패턴을 밝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맥길씨는 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를 명확히 알게 되며, 블랙씨는 그가 제안한 수학 공식이 어쩌면 쓸모 있을 지도 모른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맥길씨가 집필하는 동안 그냥 틀이 될 뿐이다.

만일 블랙씨가 지나치게 구체적인 것을 제시한다면 맥길씨의 창의성이 방해받게 될 것이다(다시 말하지만 이야기가 먼저이다).

각본이 완성되면 블랙씨는 이를 수학자 자문가들에게 보내고, 이들은 찰리의 접근법을 어떻게 고쳐야 할 지 조언해 주는 한편, 칠판용 그리고 시청자판 그래픽용 공식을 제공해 준다.

이 드라마에서는 수학에 대해 몇가지 규칙을 두고 있다. 우선 찰리는 똑같은 공식을 두 번 사용해서는 안된다.

(주택 묘사에는 주성분 분석-Principal Component Analysis-이 더 좋을지 몰라도, 이 방법은 작년에 이미 썼다) 즉 50회 방영분이 끝나고 나면 찰리는 어마어마한 규모, 그리고 실제 세계의 그 어떤 수학자들보다 더 많은 해결 방안을 제시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실제 사용하는 수학은 그 초점에 있어 상당히 협소합니다”라고 팔라치씨는 말한다. 드라마 초기에 수학 자문가들은 찰리가 매주 수학 전문가 한두명을 부르는 것이 어쩌면 드라마에 사실성을 더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TV에서 시청자들은 문제를 주인공 혼자서 해결하기를 바라지 한번 등장하고 말 사람들이 해결하기는 원하지 않는다. “찰리는 지식의 범위에 있어서는 초영웅적인 존재가 되어야 하죠”라고 팔라치씨는 말한다.

시청자들은 과학적 근거가 허술한 부분을 기가 막히게 잘 찾아낸다.

현재 직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찰리가 다른 문제용으로 고안된 수학을 사용할 때도 있다. 주택부분에 주성분 분석은 사용되지 않았다.

허튼씨는 드라마의 모든 에피소드에 사용될 만큼 충분한 범죄 해결용 수학 공식이 없는 관계로 찰리가 때로는 즉흥적인 공식을 짜내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그같은 즉흥성이 수학 정신에 잘 부합하고 있다고 말한다.

“수학은 기본적이고도 공통적인 언어일 뿐입니다. 그리고 머리만 충분히 좋다면, 수학을 가지고 뭐든 할 수 있지요.”

이 에피소드의 후반부에서 찰리는 살인이 일어난 집들이 모두 성범죄 관련 메간법 위반자들은 접근이 금지된 학교와 놀이터 근처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사실로 FBI 요원들은 연쇄살인범자의 범죄동기가 아동학대자를 응징하는데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된다(희생자들 모두 성인 범죄 전과가 없었던 이유로 이 생각을 단정 지을 수 없던 상태였다).

여기서 찰리가 사용하는 수학은 사실상 지오프로필링이라고 블랙씨는 말한다. 그러나 똑같은 공식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비껴가기 위해 드라마에서는 지오프로필링이라고 하지 않았다.

지오프로필링에 대한 비판자도 있다. 얼마 안되는 범죄 자료를 가지고 통계학적으로 설득력 있는 결론을 내리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넘버스 역시 수학자들로부터 똑같은 비판을 듣고 있다. 찰리는 종종 충분하지 못한 자료를 가지고 명확한 결론에 도달한다. 이와 연관된 속임수로는 시간 압축이 있다. 찰리는 어마어마한 문제를 짧은 순서로 풀어낸다.

CIS에서는 실험결과가 몇시간 만에 나온다. 이는 실제로는 몇 주는 걸릴 작업이다. “저희는 그 점에 대해 많은 비판을 받죠”라고 CSI의 제작자 나렌 생카씨는 말한다. 그는 아마도 TV 작가 중 유일하게 응용물리학 박사학위 소지자일 것이다.

(생카씨의 헐리우드에서의 첫 직장은 ‘스타트렉:넥스트 제너레이션’에서의 과학 연구자 자리였다.)

이는 드라마를 착안해낸 이들이 말하는 소위 ‘시청자 비전’을 보여주는 첫 예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상당히 멋지다. 하지만 말도 안된다. 수학 강의라니? 그것도 황금시간대 TV에서?

CSI 이후의 헐리우드에서조차 이 발상은 도를 지나치는 것으로 보였다. CBS 임원들은 시청자들이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지 않을까 염려하여 수학부분을 최소화할 것을 작가들에게 요구했다.

다행히도, 포커스 그룹은 샘플을 먼저 본 후 아이디어가 괜찮다고 했다. “찰리가 수학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점수가 바로 상승했 죠, 하지만 범죄 장면들에서는 내려갔어요, ‘이거 전에도 본 거군’이라는 거죠”라며 허튼씨는 회상한다.

“저희들을 비웃고 싶다면 비웃으십시오. TV에서는 10단계를 하나로 압축시킵니다”라고 본즈 제작자 하트 핸슨씨는 말한다.

극적인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 작가들은 이야기를 가장 중요한 사건들로 추출해내야 한다. 실생활에서 변호사들은 가만히 앉아서 조용히 몇시간동안 서류를 읽는다.

MATH + SEXINESS=!!!!

경찰관 대부분은 하루의 대부분을 전화기를 붙잡고 있거나 순찰을 하면서 보낸다. 결혼생활은 몇 년 동안 아무런 극적 사건 없이 지속되기도 한다.

그러나 TV에서 이런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게 되면 이야기는 매력을 잃게 된다. ‘킬러챗’편에서 FBI는 살인범이 온라인 챗팅방에서 10대로 가장하여 희생자들을 유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 범인은 무작위로 선정된 서버를 사용하여 라우팅 정보를 알 수 없게 만드는 해킹 기술인 ‘어니언 라우팅(onion routing)’을 사용한다.

이 지점에서 맥길씨는 찰리가 암호 해독망인 ‘트롤링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살인범의 실제 온라인 신원을 밝혀내기를 요청한다. 이것은 수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자문가 에릭 웨이스테인씨는 말한다. 바로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온 것이다.

수학은 사실적이어야 한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거슬리는 행동에 블랙씨는 그다지 놀라지 않는다.

블랙씨는 칼텍의 컴퓨터 과학 교수 스티븐 로우씨와 몇 주간 대화를 나누었고, 맥길의 트롤링 알고리즘과 같은 공식이 그럴 듯하게 통제하는 수학 공식을 그에게 제시했다.

블랙씨는 대개는 먼저 실제로 통용되는 수학 공식을 찾지만 때로는 수학공식을 만들어낼 때도 있는데, 이러한 재능 덕분에 드라마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헐리우드의 연구자들이 어떤 이야기에도 과학이 통하도록 할 때 이들은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된다. 블랙씨가 가끔은 불분명할 때도 있다고 해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2005년 몇 편의 에피소드가 방영된 후 스탠포드 대학의 수학교수 키쓰 데블린씨는 미국수학협회에 “넘버스가 수학을 바로 세우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물론, 틀릴 때를 제외하고 말이다. “일부 에피소드에서는 수학이 완전히 근거 없고 비논리적입니다”라고 데블린 교수는 말한다.

산악 지대로 숨어들어간 탈주범의 추적을 돕기 위해 찰리는 18세기 수학자 레오나드 오일러의 전통적인 ‘쾨니히스베르크(Koenigsberg) 다리 건너기 문제(독일의 레니히스베르크에 있는 다리를 한 번씩만 사용하여 도시를 우회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라는 법칙)’를 영감으로 하여 등식을 만든다.

다소 엉성할 때도 있지만 수학계에서도 드라마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드라마 시리즈는 일반인의 과학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는 점을 인정받아 2006년 칼 세이건 상을 수상했다.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블랙씨가 맡은 일을 훌륭히 해내고 있음을 확실히 알 수 있다.

맥길씨가 쓴 에피소드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FBI요원들은 살인범의 채팅방 아바타 뒤에 숨은 신원을 알아내지는 못하나, 이미 파악된 용의자 그룹의 채팅 기록을 입수한다.

블랙씨는 찰리가 여기서 살인범의 버릇에 대한 수학적인 모델을 만들게 하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한다. 예를 들어 살인범은 ‘receive’의 철자를 늘 틀리게 쓴다던가 ‘enough’라고 하지 않고 늘 ‘nuff’이라고 쳤다.

이런 버릇에서 숫자적 의미를 부여하면 찰리가 이미 알려진 용의자 가운데 매칭되는 인물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었다.

TURMOIL / TV = SCIEECE FASCINATION

이 방법은 실제로 수학인데, 컴퓨터 언어 분석법 종종 타이핑된 유언장이 누구 것인지를 분석하기 위해 쓰인다. 그리고 찰리는 이를 적절하게 적용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부터 드라마는 극적인 결론을 향해 치닫는다. 총과 찰리의 수학
으로 무장한 FBI는 살인범이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르기 직전에 살인범을 검거한다.

이러한 점에서 미루어볼 때, 거의 모든 드라마의 다음 시즌 성적은 이번 시즌을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CBS파라마운트 네트워크 TV의 사장 데이비드 스파프씨는 질병방제센터에서 바이러스를 잡는 이들에 관한 시리즈를 구상 중이다.

NBC는 지난 10월 ‘로 & 오더: SUV’의 작가 닐 바에씨로부터 새로운 의학 드라마 각본을 사들였다. 시청자들은 매일밤 과학 강의를 갈구하고 있으며 왜 우리는 이 모든 것에서 질리지 않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떠오른다.

냉전기간 동안 TV가 위세가 떨치던 시절, 절찬리에 방영되었던 ‘환상특급(Twilight Zone)’에서 과학자는 나쁜 인물로 묘사되었다.

1990년대에 경제가 활기를 띠던 시절에는 사람간의 이야기를 다룬 ‘파티 오브 파이브(Party of Five)’나 ‘멜로즈플레이스’가 보편적이었다. 911사태 이후에는 확실히 CSI 같은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3lbs의 오코씨는 “이 세상은 너무나 혼란스럽습니다. 테러, 경제, 정치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하죠. 과학이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보여주고 있고 이는 시청자들에겐 위로가 되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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