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무게도 알려진 것 보다 0.01% 더 무거워
각종 정밀질량측정 연구에 큰 도움 줄 듯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10월 수상자로 선정된 김진석 표준과학연구원 물질량표준부 책임연구원은 대기 중 공기의 아르곤(Ar) 농도를 정확히 측정, 지난 69년 미국 국립표준기술원(NIST)에서 만든 뒤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 통용돼온 공기조성 비율의 오류를 밝혀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수증기를 제외한 공기의 농도는 대략 질소(N₂) 78%, 산소(O₂) 21%, 이산화탄소(CO₂) 0.01% 정도고 나머지는 아르곤이 차지한다. 이 아르곤 농도는 지금까지 NIST에서 정의한 ‘0.917%’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김 박사팀이 정밀 가스질량분석기로 공기 중 아르곤 농도가 실제로는 ‘0.9332%’이고 분자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질소 농도는 그만큼 줄어듦을 증명함으로써 전체 공기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0.01% 더 무겁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공기 무게가 문제시되는 것은 이것이 곧 일반 물체의 무게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물에 뜨는 현상과 마찬가지로 모든 물체는 대기 중에서 공기의 부력을 받는다.
가령 진공상태에서 1㎏으로 정확히 측정된 물체를 대기 중에서 측정하면 공기의 부력을 많이 받아 1㎏보다 가벼워진다.
물체는 공기가 무거울수록 부력을 많이 받고 실제 질량보다 작게 측정된다. 공기가 0.01% 더 무거울 경우 1㎏ 스테인리스강의 무게는 15㎍(마이크로그램·1㎍은 100만분의 1g)만큼 가벼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롭게 밝혀진 공기의 무게로 1㎏ 스테인리스강에 숨어 있던 15㎍이 발견됐다. 이는 사람의 몸무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신체의 70%가 물로 구성된 사람은 스테인리스강보다 부력을 8배나 많이 받기 때문에 추가되는 질량도 8배 정도 더 크다. 가령 현재 기준으로 100㎏인 사람은 사실은 0.012g 더 가벼운 셈(1㎏ 경우 120㎍)이다.
이에 따라 현재 사용되고 있는 표준분동을 교정할 필요가 생겼다. 지금은 0.01% 가벼운 공기에 분동을 맞췄기 때문에 이를 바꿔야 하는 것.
공기의 무게는 일반적으로 1기압, 1㎥ 기준으로 1.2㎏ 정도 된다. 그동안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도량형총국(BIPM)은 ‘무거운 쇠와 가벼운 솜’의 실험이라는 방식으로 1㎏ 표준분동의 부피를 달리해 일반 대기 중과 공기가 없는 진공상태에서의 측정결과를 비교하는 실험을 해왔다.
실험 결과 대기 중에서 분동이 받는 공기의 부력 값을 질량으로 환산해 측정 결과에 더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진공 중 측정과 항상 일정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BIPM은 부력 보정시 적용된 공기의 밀도에 오류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산하조직인 물질량자문위원회에 문의했고 위원회는 영국·네덜란드·미국 및 한국의 표준기관에 대기 조성 분석을 의뢰했다.
이중 유일하게 김 박사팀이 소속된 표준과학연구원만이 공기의 조성을 정확히 측정, 2003년 4월 결과를 보고했다.
이것이 질량 및 화학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새로운 아르곤 농도로 받아들여진 것. 새로운 아르곤 농도를 적용하면 1㎏ 표준분동의 대기와 진공 중 측정실험에서 발견한 차이가 없어진다는 결론이 나왔다.
김 박사팀은 아르곤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먼저 고압용기에 공기의 조성을 이루는 각 순수 가스의 무게를 측정해 정확한 조성을 알 수 있는 합성공기를 제조했다.
그리고 이를 안면도 한국지구대기감시관측소와 미국 콜로라도 해양기상청(NOAA)에서 채취한 두 순수 자연공기와 비교 분석해 측정 결과를 얻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각 나라가 보유한 1㎏ 질량 원기(原器)의 정확성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각종 정밀질량측정 연구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질량원기용 저울이 0.1㎍까지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 표준분동 질량측정에서 기존 공기 밀도의 적용으로 발생한 15㎍ 오차를 없앤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를 정리한 논문은 측정 분야의 국제 권위지 ‘메트롤로지아(Metrologia)’ 2004년도 12월호에 이달의 논문으로 선정됐다.
최수문 서울경제신문 기자 chsm@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