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의 핵심은 마케팅 능력을 좌우하는 자본에서 비롯되는데, 후발업체들은 보조금이 다시 허용될 경우 자신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여력이 많은 SK텔레콤이 시장을 좌지우지하게돼 정통부의 유효경쟁정책은 사실상 힘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반면 SK텔레콤은 보조금을 규제함으로써 서비스시장 성장이 지연됐고, 단말기산업도 위축시켰다는 점에서 지난 3년으로 규제정책은 충분하다고 맞선다.
이같은 논란은 단말기보조금 금지법이 시행된 지난 2년6개월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다.
똑같이 흘러온 2년6개월의 시간이 이해당사자들에게는 다르게 흘렀고, 보조금 규제에 따른 시장영향 결과조차도 이견을 보이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정통부는 단말기 보조금 금지법안 시한 연장에 대해 몇가지 대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안은 보조금을 완전 허용하는 것으로부터, 금지하되 일부 허용하는 예외조항을 두는 것까지 다양해 여전히 확실한 정책방안은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보조금 규제 긍정적 효과
보조금 규제정책은 `보조금규모=‘시장점유율’이라는 사업자들의 인식을 상당부분 완화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물론 보조금이 금지된 상황에서도 제한적인 보조금이 지급되긴 했으나, 이전과는 규모면에서 20%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큰 차이를 보였다.
단말기 보조금 금지 정책은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3사 경쟁체제로 형성된 시장에서 과열경쟁을 차단하고, 마케팅비용을 줄임으로써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수익구조를 강화시키는 효과로 이어졌다.
이와 함께 보조금 금지에 따라 제조업체들은 내수시장 위축에 따른 직접적 피해를 봤지만, 해외시장에 눈을 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해 팬택계열 등 국내 휴대폰업체들이 최근 해외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배경에는 내수시장에서 보조금금지라는 ‘독’이 해외시장에서 ‘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또, 유효경쟁측면에서 단말기보조금 규제정책은 후발업체들이 제자리를 찾는데 큰 역할을 했다. 보조금 규제는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풍부한 SK텔레콤의 마케팅을 제한하는 영향으로 작용해, KTF와 LG텔레콤의 시장기반을 강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LG텔레콤은 타 기업의 인수합병 없이 독자적으로 600만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내수시장 위축시킨 부정적 측면
보조금의 순기능은 서비스 초기시장에서 폭발적인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를 규제하는 것은 시장성장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어서, 한창 성장기에 있었던 이동전화 시장성장을 지연시켰다는 지적이 있다.
또, 단말기 제조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가속화시키는 효과는 있었으나 내수시장은 위축시켰다. 소비자측면에서는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소비자 후생을 저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신기술 적용 등에 따라 단말기는 고기능화, 고가화되는 추세에서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어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에 단말기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지속적인 보조금 규제에도 불구하고 사업자들은 제한적이긴 하지만 지속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이유로 비슷한 위반사항에 가중처벌을 받는 부담을 안아왔다.
2000년부터 2005년 5월 9일까지 통신위원회가 통신사업자들에 부과한 과징금은 1914억2600만원으로, 이중 81.2%인 1554억9500만원이 단말기 보조금 때문에 발생했다. 또, 보조금 금지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사업자들은 200일 동안 영업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보조금 규제의 시작
단말기 보조금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은 1997년 KTF(당시 한국통신프리텔), LG텔레콤, 한솔PCS(현 KTF에 합병) 등 PCS 3사가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신규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도하게 쏟아 부은 보조금 때문이었다.
가입자 1인당 40만~6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사업자 측면에서는 유치한 가입자로부터 2년 이후부터나 이익을 낼 수 있게 되는 등 사업자들의 경영구조를 악화시키게 됐다. 특히 보조금을 통해 버려지는 휴대폰도 급증, 과잉소비라는 지적도 일었다.
이에 따라 정통부는 2000년 6월 단말기 보조금을 금지하는 조항을 이용약관에 넣어, 제한적으로 제재하기 시작했고, 2002년 12월에는 급기야 전기통신사업법 속에 금지조항을 삽입하게 돼 2003년 3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내년 3월 일몰을 앞두고 이해당사자들의 입술은 탄다. 특히 정기국회 과정에서 단말기보조금에 대한 국회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집중적인 질의가 이어져, 법안 연장 여부를 놓고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후발업체입장에서는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에서 단말기보조금을 허용하면, 유효경쟁체제는 무너진다고 우려하고 있는 반면 SK텔레콤은 부작용 많았던 보조금 규제는 이제 일몰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제각각 다른 업체들의 주장
이형희 SK텔레콤 상무는 “SK텔레콤은 이미 앞으로 2년 동안 시장점유율을 52.3%로 자율 규제하겠다고 밝힌 상태”라면서 “시장 구도가 안정화된 상황에서 부작용 많은 법안을 연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정책적 판단에 따라 보조금 규제를 연장한다면, KT재판매에 대한 조직분리 등의 조치와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차별적인 과징금 가중이 없어져야 한다”며 조건을 달았다.
반면 한양희 LG텔레콤 상무는 “보조금은 초기 시장에서는 구입비용 완화에 따른 가입자 증대라는 순기능이 많지만, 성숙기에는 기존 가입자를 돈으로 쟁탈하는 수단으로 전락한다”며 규제를 3년 더 연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LG텔레콤의 또 다른 관계자는 “보조금 규제는 정통부가 이동전화시장에서 가지고 있는 마지막 유효경쟁정책 수단”이라며, “이 법안이 일몰 되면 시장의 주도권이 SK텔레콤으로 넘어가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충섭 KTF 상무는 “보조금 규제가 철폐되면 자금력이 우수한 선발사업자로의 시장쏠림이 가속화된다”며 “요금이나 품질 같은 본원적인 경쟁력이 아니라 단말기 가격경쟁에 치중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상무는 “보조금 규제는 3년정도 더 연장되는게 바람직하지만, 만약 규제를 완화한다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만 차별적으로 규제하고 신기술서비스에 대한 보조금 허용은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통부는 이달 말 내년 3월 보조금 금지법안 시한 연장여부와 관련 정책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임윤규디지털타임스 기자 y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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