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고에서 3월에 개최된 최초의 인간대 로봇간 팔씨름 시합은 이정표가 되어 행사 진행자인 파사데나 소재 제트 추진 연구소의 물리학자인 요셉 바-코헨은 경기장내 모든 사람에게 들리도록 힘차게 대회 시작을 선포했다. 펠슨의 상대가 실제 사람 팔이라기보다는 두툼한 볼링 핀처럼 보여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중요한 것은 이 팔이 움직이는 방식이었다. 펠슨이 상대할 팔과 옆쪽에 대기중인 두 개의 팔에는 기어도, 축도, 캠도, 움직이는 어떤 금속 부품도 없었다. 바로 이것이 앞차창 와이퍼와 디스크 드라이브, 인공 수족과 전기 모터를 이용해 작동하는 지구상의 수백만 기계들과 다른 점이다. 펠슨 건너편 테이블에 고정되어 있는 로봇 팔은 완전히 플라스틱으로 작동된다.
이 팔을 구동하는 재료는 잘 알려진 바 없는 전기활성 고분자 화합물로 전기나 화학 약품을 가하면 움직이는 독특한 특성이 있다. 이 물질은 팽창이나 수축, 곱슬이나 웨이브 형성, 밀거나 당기는 성질이 있다. 또한 탄성과 내구성이 좋고 반응이 빠르며 강도가 높으면서도 소음이 없다. 이런 특성들은 인간의 골격근과 유사해 “인공 근육”이라는 별칭이 붙게 되었다.
바-코헨처럼 인공 근육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저렴하고 가벼우며, 용도가 다양하며 강력한 액추에이터를 군사기술과 우주선, 의료장치용으로 광범위하게 개발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선도적인 인공 근육 연구회사인 SRI 인터내셔널의 로이 콘블러는 궁극적으로 지구상의 10억 개에 달하는 전기 모터들 중 절반을 대체하게 될 거라고 예측한다. 이미 엔지니어들은 인공 근육으로 구동되는 장치들을 개발중인데, 이 중에는 부상 방지용 무릎 보호대, 약물 주입용 소형 펌프, 그리고 뱀처럼 기고, 새처럼 날며, 메뚜기처럼 뛰는 로봇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장치들보다 더 야심찬 목표가 있다. 바로 진짜 장기를 대체하는 것이다. “이 물질은 실제 근육과 거의 흡사합니다.”라고 바-코헨이 말한다. 인공 근육으로 작동되는 보철이나 병든 심장을 보조할 펌핑 장치, 요도 괄약근, 호흡을 도와주는 인공 횡경막처럼 인체에 이식하거나 부착할 수 있는 다양한 의료기기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과학자들은 인체내의 근육을 대체하거나 보조할 수 있는 플라스틱에 관해서까지 언급한다.
6년 전 바-코헨은 지구상에서 가장 힘센 레슬링 선수를 이길 수 있는 로봇 팔을 제작하겠다는 도전을 했다.
규칙 중 한가지: 로봇 팔은 눈부신 빛을 방출하는 등 "신경을 거슬리는 어떤 행위도 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2003년 자신이 제안한 시합을 하루 빨리 보고싶었던 그는 요구 조건을 완화시켜 고등학생 정도를 이길 정도만 되면 족하다고 발표했다. 규칙은 간단했다. 로봇 팔은 눈이 부신 빛을 깜빡이거나 진동, 또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등 “신경이 거슬리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승하기 위해서는 인간 상대를 이긴 후 팔이 원래의 위치로 되돌아와 있어야만 했다. 현재 샌디에고에서 개최된 인공 근육에 관한 연례 과학 컨퍼런스에서 세 팀이 이런 장치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곧 진행될 경기로 바-코헨은 몹시 흥분해 있다. “이런 정도까지 왔다니 믿을 수가 없어요!”라며 그가 감탄한다.
그렇게 해서 오후 5시가 막 지난 시간에 인근 라 코스타 캐년 고등학교 3학년생이 첫 번째 상대와 마주 앉아 있다. 바-코헨은 그녀가 고등학교에서 엔지니어링 클럽을 조직해 재미삼아 간단한 로봇을 즐겨 만든다는 걸 알고는 그녀를 선수로 뽑았다.
무도회장 전면의 2층 높이만한 스크린에는 로봇 팔과 펠슨의 모습이 투사되었는데, 머리 위 조명 때문에 펠슨은 사슴처럼 보였다. 바-코헨은 굵직한 이스라엘 억양으로 장내를 조용히 시켰다. “좋아요, 시작!” 그가 외친다. 이 시합을 보러왔던 팔씨름 챔피언이 펠슨에게 기술을 가르치겠다고 자원했다. 그는 테이블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앉는다. “바싹 붙어. 발꿈치를 들고 서.”라고 그가 말한다. 로봇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펠슨은 긴장한 채 억지로 웃어 보인다. “더 밀어!” 코치가 재촉한다. 펠슨은 얼굴이 굳어지며 로봇 팔을 넘어뜨리려고 안간힘을 쓴다.
생명공학자에게 근육에 관해 물으면 여러 장점과 다양한 특성을 설명해 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힘이다. 장딴지의 근육은 1평방 인치당 18kg의 힘을 발휘한다. 이 정도면 송판도 가볍게 부러진다. 그 다음은 거리에 따라 힘이 작용하는 비율인 효율이다. 자동차에서처럼 효율이 높으면 엄청난 속도가 난다. 보통 골격근은 1대1로 직접 비교할 경우 자동차 엔진보다 더 높은 효율성을 발휘한다고 샌디에고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의 리처드 라이버가 말한다.
또한 근육은 브레이크나 스프링, 충격흡수기 역할도 하는데, 이 때문에 인간은 로봇과 달리 뛰고, 점프하고, 가볍게 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끝으로 익살스러운 한 영국 생물학자들이 방안 가득 엔지니어들을 모아 놓고 한 말처럼 근육은 “먹기가 좋다.” 인공 근육이 송아지 가슴살에는 절대로 견줄 수 없겠지만 근육의 다른 많은 특성들을 복제하고 있는 중이다.
필요할 때 즉각 힘을 발휘하려면 물질은 고무줄처럼 스위치 조작 한 번으로 변형될 수 있어야 한다. 물체를 상당한 거리까지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 충분히 수축이나 팽창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충분한 표면적이 확보되도록 딱딱해야 한다. 효과적인 팔씨름 로봇은 인간의 몸통 근육만한 힘을 갖추고 팔처럼 회전도 하면서 필요시 힘을 가할 수 있도록 조절이 용이해야 한다. “최고의 응용 장치인 셈이죠.”라고 바-코헨이 말한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아주 쓸만한 걸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펠슨과 상대하는 세 개의 팔들은 각기 다른 종류의 인공 근육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 대회는 이 분야에서 가장 미래가 밝은 기술들의 경연장 역할까지 한다.
펠슨의 첫 번째 상대는 앨부커크에 있는 소규모 회사인 엔바이론멘탈 로봇의 모센 샤힌푸어가 만든 것이었다. 이 로봇은 이온성고분자복합체(IPMCs)로 제작되어 전력 소모는 적지만 움직임이 둔하다. IPMCs는 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강력한 액추에이터를 만들 수 있다.
만약 마권업자가 이 시합에 내기를 한다면 당연히 펠슨의 두 번째 상대를 고를 것이다. 스위스 정부 기술자 팀이 제작했기 때문이다. 이 팔을 작동시키는 절연탄성체는 얇은 탄소기 전극들 사이에 실리콘이나 아크릴 같은 부드러운 플라스틱이 끼어 있는 필름이다. 전기를 흘리면 전극들이 서로 들러붙어 플라스틱이 오그라들면서 0.5초만에 정상적인 상태보다 표면적이 최대 3배까지 늘어난다. 절연탄성체로 제작된 액추에이터는 인간 근육에 비해 30배나 큰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이 재료는 수천 볼트의 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인체 가까이나 내부에 두기에는 문제가 있다.
펠슨의 세 번째 상대는 별 가망성이 없어 보인다. 버지니아 공대 학부생들이 빠듯한 예산으로 며칠 밤을 새 만든 젤 섬유 팔은 산을 가하면 움츠러든다. 이들은 인공 근육을 기증할 사람을 찾지 못해 직접 근육을 만들었다. 이들이 만든 작품은 시동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수축율이 좋아 원래 길이의 40퍼센트까지 줄어들고, 전기가 필요없다는 장점도 있다.
세 팀 모두 준비를 하려고 일찍 도착했다. 시간이 경과하자 심적 부담이 커진다. 인공 근육 컨퍼런스가 개최중인 리조트에서는 야자수 나무들이 붉은 벽돌로 된 통로 위로 드리운 채 화려한 해변 복장으로 갈아입고 돌아다니는 관광객들을 편하게 해준다. 나지막한 건물 안에서 스위스 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초조한 표정을 한 채 낮은 목소리로 대화중이다. 이들의 장치가 컨퍼런스룸 바닥에 놓여 있다. 검은 유리섬유 복합물로 된 상자다.
팀장인 게보 코박스는 5년째 절연탄성체를 제작하고 있다. 그의 목표는 소형비행선에서 바람의 저항을 줄이는 데 사용될 형태 변화 액추에이터를 개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물질에 대한 실험실에서의 시험은 갈 길이 멀다. 작년에 그는 이 팔씨름 대회에 참가하기로 했다. “우리는 이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라고 그가 말한다.
생체공학 서적들을 참조한 후 코박스와 정부 연구소에 근무하는 팀 동료들은 팔씨름 선수가 사용하는 몸통 근육을 모방해 팔은 뻣뻣하게 유지한 채 축(어깨 관절용 지지대) 둘레로 로봇 전체(검정 상자)를 회전시켜 보기로 했다. 액추에이터를 만들기 위해 이들은 실리콘 한 장을 잡아 늘려 양면에 화학 코팅을 하는 기계를 제작했다. 그런 다음 이 기계는 세 겹짜리 절연탄성체 필름을 탄성이 있는 강철 코어 둘레로 감았다. 액추에이터의 출력을 최대로 높이기 위해 이 팀은 수개월 동안 여러 가지 화학 코팅 방식들을 시험해 보았다.
시합 하루 전인 오늘 오후 코박스는 자기 작품에 관해 자세히 설명한다. 제작하는 데 1년이 걸렸고, 스위스 정부 지원금 25만 달러가 소요됐다고 그가 내게 말한다. 그런데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젊은 남자 둘이 나타난다. 둘은 독일어로 애기하며 그의 로봇을 힐끗 무표정하게 쳐다본다. 두 사람이 로봇을 들고 자리를 뜨려고 하는 동안 내가 알아들은 말은 “홈 데포우”라는 말 뿐이었다.
펠슨의 첫 번째 상대인 튼튼한 볼링 핀 설계자는 호텔 무도장에서 내 맞은편에 앉아 팔씨름 자세로 내 손을 쥐고 있다. 모센 샤힌푸어는 뉴멕시코 대학에서 인공 근육 연구소를 운영하며 엔바이론멘탈 로봇사에서 연구를 지휘한다. 그날 한 회의에서 그는 자기가 만든 장치가 작동하는 비디오를 보여주었다. 한 비디오에서 인공 근육들로 움직이는 인체 골격이 자전거 페달을 밟는 모습이 보였다.
샤힌푸어는 손을 꽉 쥔채 내게 밀라고 말한다. 내가 이기기 시작하자 그가 강하게 되밀어 놓는다. 그의 로봇 팔도 이와 비슷하게 프로그램되어 지기 시작하면 힘을 더 가한다. 센서가 팔과 테이블간의 각도를 측정해 필요할 경우 전류를 높인다.
샤힌푸어의 IPMCs는 리튬 이온에 담가 흠뻑 젖은 테플론 같은 플라스틱 양면에 접합된 두 개의 금속박 전극들로 구성되어 있다. 자동차 전지와 같은 12볼트만 가하면 양전하를 띤 리튬 이온들이 발생해 음전하를 띤 금속박 층으로 이동하면서 액추에이터의 그쪽 부분이 부풀어 IPMC가 구부러진다. IPMC는 사용 전력이 낮고, 비교적 단단해 액추에이터 한 개당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절연탄성체보다 안전하다. 하지만 빠른 전자가 아니라 큼직한 이온들로 작동되기 때문에 동작이 느리다.
엔바이론멘탈 로봇사는 24,000달러를 들여 이 팔을 개발했다. 샤힌푸어가 투자한 시간을 고려하면 비용이 더 든 셈이다. 그는 시합 우승보다는 로봇 팔의 잠재력과 상대할 사람의 안전을 고려해 이 기계의 전류와 힘을 제한했다고 말했다. 말을 마치자 그는 대회장으로 향한다. 150여 명의 관중들이 넋을 놓고 지켜보는 가운데 펠슨이 그의 로봇 팔을 밀어제낀다. 그녀는 몸 대신 팔만 이용해 고전하고 있다. “더 세게 밀어!”라고 팔씨름 챔피언이 외친다. 경기 시작 26초만에 그녀가 로봇 팔을 젖혀 누르고는 관중들이 박수갈채를 보내자 씩 웃어 보인다. 이제 두 팀이 남았다.
버지니아 공대의 말쑥한 세 학부생 스티브 데소와 스테판 로스, 노아 파파스는 수개월 동안 저녁과 주말 시간을 이용해 졸업 작품의 일환으로 로봇 팔을 만들어왔다. “4학년 내내 파티에도 한 번 못 가봤어요.”라고 데소가 말하자 다른 친구들이 웃는다. 이들은 3년간 수업 시간에 뉴튼 역학과 고체 역학, 생체 역학에 관해 배우고 남는 시간에는 함께 어울려 다녔다. “우리는 배운 기술을 적용할 만한 걸 찾고 잇었어요.”라고 로스가 말한다. 이들은 팔씨름 대회 기사를 인터넷에서 보고는 농담으로 참가해 보자고 했다. 처음에는 너무 벅찬 프로젝트 같아 보였다고 데소가 회상한다. 이들은 코-헨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그가 ‘한 번 해 봐’라고 해서 그 말에 따랐다.
세 사람은 섬유를 넣어 강도를 보강한 젤 형태의 폴리아크릴로니트릴이라는 인공 근육을 사용하기로 했다. 800달러의 예산을 다 써버린 뒤 이들은 구걸하고 부탁하며 부속품과 도움을 끌어 모았다. 폴리아클리로니트릴을 구할 형편이 못된 이들은 제조업체인 미쓰비시 레이온에서 기증한 의류 섬유로 시작해 이 물질을 합성했다. 한 인공 보철 회사에서 팔에 쓸 금속 팔꿈치를 기증했고, 한 차체 수리소에서는 이 팔꿈치에 공짜로 이들의 학교 색깔인 밤색과 주황색 페인트를 칠해 주었다.
파파스는 내게 보여주려고 플라스틱 가방에서 근육들 중 한 개를 꺼냈다. 30센티미터 길이에 두께는 1.8센티미터쯤 되는데, 날고기 조각처럼 갈색에 축축한 것이 커다란 민달팽이 같다. 시합을 위해 세 사람은 이 근육을 플렉시글래스 안에 넣고 앞차창 와이퍼 펌프로 산을 뿜어낼 것이다. 근육의 끝부분은 강력한 낚싯줄로 팔에 연결해 팔씨름에 알맞게 할 것이다. 모든 게 계획대로 된다면 산이 젤에 침투해 플라스틱 내의 대전된 그룹들을 중성화시켜 근육이 수축하도록 할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근육의 강도가 충분하다는 건 알지만 최종 설정한 상태를 시험해 볼 시간은 없었다. 시합이 끝나면 이들은 라스베가스로 갈 것이다.
스위스 엔지니어들이 팔을 테이블에 고정하고 상자에서 나온 빨강과 검정 단자를 전원에 연결한다. 펠슨은 안전을 위해 묵직한 고무 장갑을 낀다. 바-코헨이 확성기를 든 채 테이블로 다가와 소리친다. “겉모습이 팔 같지도 않고, 느낌도 팔과는 전혀 다르지만 어쨌든 팔입니다!” 3초가 지나자 검은 상자가 진동하며 고무 타는 냄새가 난다.
챔피언에게서 요령을 들은 펠슨이 이번에는 몸을 이용해 4초만에 로봇 팔을 쓰러뜨린다. 관중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로봇 팔을 테스트해 볼 시간이 없었던 스위스 팀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질 리가 없다고 생각했어요.”라고 케슬러가 나중에 내게 말할 것이다.
이제 버지니아 공대 팀의 차례다. 시원해 보이는 갈색 폴로 셔츠를 입은 학생들은 로봇 팔을 테이블에 고정시켰다. “자, 이제 재미있어집니다.”라고 바-코헨이 소리친다. 그에게서 확성기를 건네받은 데소는 관중들에게 자신들이 어떻게 로봇 팔에 산을 넣어 작동시킬지 얘기한다. 펠슨은 안전 장비를 착용하고 로봇 팔의 손을 잡는다. 그녀가 밀자 로봇 팔은 별 저항도 없이 3초만에 테이블 위로 쓰러진다. 잠시 후 플렉시글래스 용기 안에서 민달팽이 같은 인공 근육이 수축하기 시작한다.
“우리 목표는 참가하는 거였어요.”라고 데소가 내게 말한다. “그것만도 대단한 일이었어요.” 정말 셋은 기쁜 표정이다. 로스만이 근육을 좀 더 빨리 작동시키지 못한 게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만약 시합이 5초만 늦게 시작했어도 제대로 한 판 붙어볼 만했을 겁니다.”
이들이 만든 근육은 날고기 조작 같은 느낌에 커다란 민달팽이를 닮았다.
이 최초의 인간과 로봇간 팔씨름 대회에서 로봇들이 어이없이 패한 것 같다. 스스로 “별로 힘이 세지 않다”고 하는 소녀에게 엔지니어들이 만든 최고의 인공 근육들이 참패를 당한 것이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조금도 굴하지 않고 연구를 게속한다. 코박스는 지시에 따라 복잡한 모양으로 휘어지는 절연성 탄성체 필름 제작을 다시 시작했다. 이런 물질을 이용하면 비행중에 항공기 날개의 모양을 바꾸거나 노랑가오리의 굽이치는 지느러미를 모방해 해저 차량 추진 장치로 사용할 수도 있다. 샤힌푸어의 회사에서도 안구를 눌러 곡률과 길이를 변형시켜 근시를 교정하는 조절형 밴드와 병든 심장이 혈액 펌프질 하는 걸 도와주는 장치를 개발중이다.
대회장을 떠나기 직전에 전시홀에 있는 스위스 엔지니어들을 둘러 보았다. 이들은 로봇 팔을 해체해 액추에이터 중 하나를 테이블에 고정시킨다. 몇 갤런의 물이 들어 무거운 통 두 개가 액추에이터에 매달려 있었다. “주의! 고전압!”이라고 빨간색 큰 글씨로 적힌 표지가 보였다.
코박스가 약간 실망스런 어투로 로봇 팔이 원상태로 되돌아오게 하는 규정 때문에 제 힘을 다 발휘하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한 쌍으로 움직이며 하나가 늘어나면 다른 하나가 줄어드는 인간의 근육을 모방하기 위해 이 팀은 액추에이터들을 반대로 작용하도록 맞추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서로 상쇄되도록 했는데, 이 차이가 바로 로봇 팔의 힘이었다. 하지만 이제 로봇 팔에서 분리된 액추에이터들은 제 힘을 다 보여줄 수 있었다. 코박스의 동료 한 명이 스위치를 젖히자 인공 근육이 물통들을 위아래로 들었다 놨다 반복한다.
“이기지는 못했죠.”라고 바-코헨이 인정한다. 그리고는 덧붙인다: “26초는 별것 아닐 수도 있어요.” 그리고는 목소리가 흥분해서 높아지며 말을 계속한다. “하지만 첫 비행 기록은 12초였죠. 그걸 기억해야만 합니다. 지금부터 100년 후에는 얼마나 진전이 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2003년 9월에 댄 퍼버는 실제 얼굴과 가장 흡사한 로봇 얼굴 연구에 관한 글을 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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