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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융기 연대 생화학과 교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8월 수상자로 선정된 백융기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교수는 선충류(nematode) 중 하나인 꼬마선충에서 이 생물의 수명을 10배 이상 연장시키는 생체 노화조절 물질인 ‘다우몬’을 발견, 구조를 밝히고 대량 인공합성의 길을 열었다.

다우몬의 발견으로 생체내 새로운 신호전달 과정을 제시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항비만제, 노화조절 및 소나무재선충 박멸 살충제와 같은 다양한 신약개발의 가능성을 연 공로를 인정 받았다.

선충류는 흙에서 사는 꼬마선충과 함께 인체내 기생충, 소나무 고사병의 하나인 재선충 등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에서 단일종으로서는 가장 많이 사는 동물이다.

꼬마선충은 원래 흙 속에서 살지만 지난 65년 영국의 시드니 브레너에 의해 처음으로 실험실에서 배양된 후 다양한 연구에 폭 넓게 사용돼 왔다. 몸길이는 약 1㎜로 맨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으며 수명은 평균 14일 정도다. 꼬마선충에서 노화조절 물질 역할을 하는 다우몬(원명 Dauer-Inducing Pheromoneㆍ휴면유도페로몬, ‘다우몬’은 백 교수가 직접 붙인 이름이다)은 지난 82년부터 그 존재가 암시돼 왔으나 구조나 기능, 물성 및 다른 생리적 특성은 안개에 쌓여 있었다.

백 교수는 지난 20여년간 콜레스테롤 연구를 해 오면서 98년 지구상 동물 중 유일하게 콜레스테롤을 못 만드는 동물이 꼬마선충임을 알아내고 유전자 변형을 통해 꼬마선충도 사람처럼 콜레스테롤을 만들게 하는 일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꼬마선충도 체내에서 콜레스테롤을 만들 수 있도록 사람의 콜레스테롤 생합성 효소유전자를 삽입했더니 유전자조작된 꼬마선충은 정상 선충에 비해 30% 이상 오래 사는 것을 발견했다. 이 과정에서 노화조절 현상과 관련 선충에서 가장 중요한 물질이 다우몬이라는 노화조절 페로몬임이 밝혀진 것이다.

즉 꼬마선충은 먹이가 적거나 생활환경이 열악해질 경우 스스로 휴면상태에 들어가 자기수명의 10배까지 기간을 활동을 거의 정지하며 축적한 지방을 분해하면서 지내다가 그후 먹이가 풍부해지면 다시 정상상태로 돌아가는 생활을 반복한다. 이때 다우몬이 휴면을 유도하는 조절물질로서 작용하는 것이다. 백 교수는 2002년 말에 이 다우몬을 완전히 분리정제하고 그 기능을 규명했다.



다만 다우몬은 극미량만이 분비되기 때문에 이것을 정제하기 위해서는 수천만 마리의 선충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인공합성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백교수는 한국표준연구원의 임용현 박사와 연세대 생화학과 이원태 교수팀의 도움으로 천연 다우몬의 질량분석과 1차 평면구조를 완결한 뒤 합성재료 중 하나인 람노스 등을 포함, 모두 10단계에 걸친 합성과정을 통해 천연 다우몬과 동일한 입체구조와 생리기능을 갖는 인공 화합물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다우몬의 발견과 인공합성의 성공으로 다우몬이 매개하는 생체 신호전달체계의 존재가 설명된 셈이다. 향후 이 신호전달체계를 자세히 연구하면 동물의 다양한 생리현상을 규명할 수 있고 이와 관련된 의약품 개발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백 교수의 이 연구성과는 과학잡지 ‘네이처’ 2월3일자에 게재됐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꼬마선충의 경우 생체내 지방축적이 다우몬의 영향 아래 일어나므로 이 과정을 면밀히 살펴 축적방지 신호체계를 찾아내면 비만관련 치료제나 예방제를 개발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다우몬을 이용,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있는 데 바로 소나무재선충병을 비롯한 해충을 박멸할 수 있는 살충제 개발이다. 소나무재선충은 ‘소나무의 에이즈’라고 불리며 전세게 소나무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는 해충이다.

모든 선충들이 꼬마선충과 유사한 생활주기를 갖고 있어 다우몬이 포함됨 살충제를 이용, 소나무재선충이 영원한 휴면, 즉 박멸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생물에는 전혀 해를 주지 않는 친환경적이라는 점에서 더 의의가 있다.

최수문 서울경제 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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