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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죽음을 예측하고 막을 수 있게 될까?

먹다 남은 제너럴 티에스오사의 치킨이 커피 테이블 위에 놓여 있고, 도대체 무슨 맛인지 알 수 없는 소스가 내 티셔츠에 말라 붙어 있다.

드라마 아메리칸 아이돌이 이제 막 시작됐다. 약혼한 지 3일 된 약혼녀 메간은 젓가락만큼이나 긴 소독저로 내 입안을 닦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좋아, 입 벌려요.” 그녀가 말한다. “더 크게.” 메간은 의사다. 난 시키는 대로 한다. “있잖아, 이건 과일향 칫솔 같은 느낌이 날 거야,"라고 그녀가 말한다. 난 입을 딱 다물었다. “어서 입 벌려요,"라고 그녀가 말한다. 난 딴청을 부리며 말한다. “사랑해. 키스해 줘.” “집중 좀 하게 해 줘요.” 그녀가 말한다. “내가 제대로 못하면 어떻게 하죠?” “그럼 내가 죽을지 여부를 절대로 알 수 없을 것 같은데.”내가 대답한다. 메간은 내 부탁으로 DNA를 채취중이다. 내 몸의 미래 변화 모습에 관한 연구용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5, 10, 15년 후에 내 몸에 일어날 일들을 예측하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의학적 검사를 받는 게 내게 주어진 과제였다. 나는 의사들이 유전자와 조영술 검사를 통해 한 사람에게 어떤 질병이 발병할 수 있는지 예측하는 미래의 의술과 가장 근접한 결과를 얻기 위해 현존하는 최첨단의 의료 검진을 찾기 시작했다. 병에 걸리면 치료법이 각 환자에게 알맞게 맞춤형으로 제공된다. 이렇게 유전자를 이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구중인 연구원과 의사, 제약회사들은 이런 치료를 맞춤형 의료라고 부른다. 이들이 즐겨 쓰는 말은 “각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때에 해주는 것”이다.

여러 모로 편집자 덕분에 난 꿈에 그리던 일을 할 수 있었다. 난 한 때 건강하기만 한 내 몸에 대해 다소 과도한 관심을 가졌었다. 열두 살 때 난 부모님께 왼쪽 젖꼭지 밑에 혹 같은 게 난 것 같다며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했다. 부모님은 내 말대로 해주셨다. 그런데 몇 년 후 입학 지원차 대학들을 돌아다니다가 난 다시 요도 감염으로 곧 죽을 것 같다고 우겨 부모님은 날 데리고 미조리주 컬럼비아의 한 병원으로 데려 갔다. 하지만 진단 결과 두 경우 모두 정상이었다. 메간을 만나고 나서야 나는 의사들이 나같은 사람을 “과민증 정상인”이라고 부른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행스런 소식이었다. 난 스스로를 심기증 환자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 진찰 의자에 앉은 채 약혼녀와 나는 사실 내게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유전자가 잘못되어 비정상적으로 빨리 죽을 수도 있다는 특이한 아이러니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내 젖꼭지 문제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말도 안되는 특이한 병에 걸리게 되면 약혼 반지를 팔아서 치료비로 써도 돼.”라고 메간이 내게 반쯤 농담으로 말한다. 그녀는 내 머리를 기울여 소독저를 뺨쪽으로 더 깊게 넣어 문지른다.

치과의사가 입안에 손가락을 넣었을 때처럼 이상한 소리로 내가 묻는다. “제대로 하고 있는 거야?”

“난 바보가 아녜요.”라고 메간이 그녀다운 목소리로 대꾸한다.

난 각 소독봉을 끈끈한 점착액이 묻은 패드형 봉투에 넣어 배달부의 체액이 새어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2주 후에 난 어떤 병으로, 언제 죽게 될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되리라고 기대해 본다. 내가 메간을 보고 웃자 그녀가 말한다. “당신이랑 결혼하기로 결정하기 전에 검사 결과를 기다려 봤어야 하는 건데.”

때는 2015년이고, 소개할 사람이 있다. 이름은 베티이고 25세로 건강하지만 삼촌이 심장병이 있다. 의사가 그녀에게 유전자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겠다고 제안한다. 베티는 결과가 나쁘게 나와 보험 회사로부터 보험 가입을 거절당할까봐 우려하지만 국회에서 이런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검사 결과는 좋지 않게 나왔다. 심장병 발병 확률을 5배나 높이는 세 가지 유전자 변종들이 발견된 것이다. 베티와 주치의는 즉각 다이어트와 운동을 중심으로 한 예방 프로그램을 시작했지만 동시에 그녀의 유전형질에만 특별히 작용하는 치료도 병행했다.

이제 과학자들은 검사를 통해 겉으로는 건강해보이는 사람이 47세에 쓰러져 사망하게 하는 유전자 변이를 찾아낼 수 있다.

50년이 지난 후 베티는 심장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어느날부턴가 팔이 아프기 시작한다. 베티는 정원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의사는 진료 파일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보고 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린다. 그는 베티에게 가벼운 심장마비 증상이 있다고 진단하고 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 베티는 22세기까지 살게 된다.

이제 과학자들은 검사를 통해 겉으로는 건강해보이는 사람이 47세에 쓰러져 사망하게 하는 유전자 변이를 찾아낼 수 있다.

2005년 현재 베티는 꿈같은 예일 뿐이다. 그녀는 맞춤형 의료의 홍보 모델로 인간 유전자 지도 작성을 돕는 국립 건강 연구소 연구원인 프랜시스 콜린스가 만들어낸 인물이다. 콜린스는 크레이그 벤터와 그의 회사 셀레라와 함께 인체의 구성 매뉴얼 역할을 하는 25,000개의 유전자를 판별해냈다. 유전학자들은 이미 포낭 섬유증이나 겸상 적혈구성 빈혈, 헌팅톤 병, 흑내장성 백치병 같은 단일 돌연변이 유전자에 의한 질병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인간 DNA의 전체 배열을 알아냄으로써 보다 복잡한 질병들로 연구를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

인체의 염기 배열 지도가 완성되면 과학자들은 인간의 유전자를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어 모든 사람의 DNA에서 발생하는 단일 뉴클레오티드 변종, 혹은 SNPs(“스닙스”)라는 미세한 변이도 규명할 수 있다. 이런 변이들 중 일부는 무해하지만 다른 것들은 상호작용할 경우 심각한 질병인 암, 심장병, 당뇨병, 파킨슨씨병, 정신분열증 같은 질병을 유발시킨다.

현재 10여 개의 회사들이 환자들로부터 채취한 DNA 샘플을 정상인의 DNA 샘플과 하나씩 대조하면서 질병의 발병 원인과 관계있는 SNPs를 찾고 있다. 만약 이들이 질병 샘플에서만 나타나는 변이를 발견해낸다면 시약과 검사법도 개발해내 혈액과 DNA 샘플로부터 SNPs를 식별해낼 수 있다.

일례로 셀레라의 과학자들은 지난 2년간 일반인보다 심장마비 발생 확률을 두 배로 높이는 SNPs를 발견했는데, 당뇨병 환자와 흡연자,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들에게서도 같은 정도의 변종 유전자가 발견되었다.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는 사람이 갑자기 47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경우 이런 잔인한 과학적 현상이 원인이다. 맞춤형 의료 덕분에 특별히 걱정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을 찾아내 면밀하게 모니터하다가 예방 치료를 시작하도록 할 수 있다.

나도 셀레라사의 검사를 받고 싶지만 최소한 1년 후에야 상용화된다. 이미 800가지의 유전자 검사가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인간에게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 질병 발견에 사용된다. DNA 다이렉트와 제네렉스, 킴볼 제네틱스에서 내가 받은 13가지의 검사들은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정상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모두가 단일 유전자 변이만을 검사한다. 셀레라와 다른 제약회사들은 복합 유전자 질병들을 연구하고 있지만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연구원들은 개개인의 유전자에서 변이를 일으키는 주범들인 단백질에도 주목하고 있다.

유전자로부터 지시를 받아 형성되는 단백질은 인체를 구성한다. 지시가 잘못될 경우 단백질은 좋지 않게 작용해 정상적인 생물학적 기능을 방해해 질병을 유발한다. 새롭게 등장한 단백질 유전 정보학 분야에서는 이런 단백질을 식별해 내는데, 이것은 맞춤형 의료를 추진하는 데 중요한 차선책이다. 특정 단백질이 활동중이든 아니든 그 단백질이 체내에 존재하는 한 언젠가는 그로 인해 특정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다수 의사들이 C 반응성 단백질 수치가 높은지 검사를 하는데, 이 단백질이 심장병 초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염증의 생체지표이기 때문이다.

듀크 대학 유전자 의학 연구소 소장인 지오프리 진스버그를 비롯한 많은 맞춤형 의료 지지자들은 유전자 기반 예측 검사를 기존 신체검사에 포함시키려면 과학계의 관행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실험 계획안이나 정확성, 혹은 환자의 DNA 안전 보호 장치에 대한 연방 보건 기관의 감시가 미미하거나 전무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검사를 의뢰한 회사들 중 의사의 소견이 필요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나는 직접 조사에 나서 각 연구소의 명성과 열성적인 유전학자들이 운영하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하지만 내 DNA를 채취한 연구소들중 한 곳이 지금 범죄 현장에 내 DNA를 흘리고 있을 것 같만 같다. 게다가 보험 문제도 있다. 유전자 검사 비용을 지원하는 보험회사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 상원에서는 환자의 유전자 검사 결과에 따른 차별적 조치를 금지하는 법률을 통과시켰지만 하원에서는 아직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필자가 가입한 보험회사가 이 기사를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진찰대에 누워 TV를 보면서 불면증 치료제를 먹을까 생각한다. 과민증 때문에 이런저런 걱정으로 새벽 세 시까지도 잠못 이루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일주일에 두세 차례 이 흰 알약을 먹고 잠을 청한다. 하지만 갑자기 어떻게든 깨어있으려고 애를 쓴다. 찰리 로즈가 방송중인데, 오늘밤 초대 손님은 컬럼비아 의과대학 심장혈관 연구소 소장인 외과의 메멧 오즈이다. 로즈는 맞춤형 의료에 핵심적인 절차이자 필자가 다음주에 받기로 되어 있는 전신 CT 스캔에 관한 논란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45세에 전신 CT 촬영을 하면 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1/1200 증가한다.

이 스캔은 가상현실 신체검사로서, 신체에 구조적인 이상이 있는지 확실하게 조사해 피검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해 준다고 많은 병원들이 광고를 한다. 하지만 이 스캔으로 높은 수준의 방사능에 노출된다고 경고하는 의사들도 있다. 사실 오즈의 컬럼비아 대학 동료들 중 한 명인 방사선 생물학자 데이빗 브레너는 중년에 전신 CT 스캔을 한 차례 받을 때마다 방사능으로 인한 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1/1200씩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보여주었다.

오즈는 놀라울 정도로 냉담하게 경고를 한다. “전신 스캔을 하면서 어떻게 안전한 보호를 받겠습니까?” 로즈의 얼굴에 당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난 벌떡 일어나 앉는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대수롭지 않은 증상을 요란하게 확대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면서 온갖 검사들을 받는데, 이 검사들 자체가 인체에 해로울 수 있습니다. 이런 검사로 온갖 암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전신 스캔을 받기 전까지 우편으로 또다른 진단용 자료를 받았다. 검사자에게 내재해 있는 잠재적 질병 파악 용도 외에 연구원들은 이를 이용해 치료법을 맞춤화한다. 약은 각 환자의 유전자 구성에 따라 각기 다르게 반응하기 때문에 생명공학 회사들은 환자의 유형별로 가장 효과적인 검사법들을 개발하고 있다.

초대형 생명공학 기업인 제네테크가 개발한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은 HER2라는 유전자의 복제본이 너무 많은 25퍼센트의 환자들에게 사용된다. HER2 유전자 복제본이 너무 많은 암세포는 세포 분열과 노화 촉진 단백질을 과잉생산한다. 의사들은 FDA 승인을 받은 두 가지 검사를 이용해 HER2 유전자의 오작용을 조사해, 증상이 발견되면 허셉틴을 처방한다.

시애틀의 소규모 생명공학 회사인 제네렉스와 세계적 제약회사인 로쉐 다이어그노스틱스사는 일반인이 항우울제나 마약성 진통제, 베타 차단제처럼 폭넓은 용도로 처방되는 약을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나 위험한 반응을 일으킬지 예측해주는 검사들을 경쟁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미국인의 절반 정도가 이런 약품의 인체 흡수를 촉진시키거나 둔화시켜 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

제네렉스사는 조그만 흰 상자에 시험관을 넣어 보내왔는데, 마치 시계가 들어있는 것 같았다. 메간이 진료하는 도중 정맥 채혈사가 내게서 뽑은 피를 이 시험관에 넣어 우편으로 보냈다. 연구실에서는 이 혈액을 분석해 내 몸이 수백 가지의 약품을 어떻게 처리할지 판단한다. 내심 프로작 같은 항우울제나 옥시콘틴 같은 진통제가 필요없기를 바랬다.

미래의 의학을 조사하다 보면 이상한 곳까지 가게 된다. 나는 결국 버지니아 서부 알레게니 산맥에 있는 그린브라이어 리조트라는 곳까지 오게 되었다. 이곳은 초록 평원을 따라 지어진 평범한 휴양지임에도 불구하고 AAA나 앤드류 하퍼스 하이드어웨이 리포트 같은 다양한 매체로부터 수십년간 최고의 평가를 받아왔다. 본관 건물은 803실의 AOSTUS으로 백악관과 흡사한데, 백악관이 공격을 받을 경우 국회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비밀 벙커가 1995년까지 30년간 이곳에 숨겨져 있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이 리조트는 빈곤율이 높기로 유명한 주에 있고 영화 서바이벌 게임(Deliverance)에서 큰 역할을 했지만 미국의 최고 갑부들 중 일부는 이곳에서 여름 휴가를 보낸다. 이곳에는 세 차례 수상을 한 골프장과 크로켓 경기장, 광천수 온천, 원반 사격장이 있다. 내가 도착하던 날 조간 그린바이어 투데이지에는 이런 매사냥 강좌 광고가 실렸다: “왕들의 스포츠 역사를 배우고, 훈련된 매들과 즐겨 보십시오.”

하지만 난 즐길 시간이 없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린브라이어 진료소에서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서 왔기 때문이다. 이곳은 기업체의 중요한 중역들만을 대상으로 진료를 한다. 그 때문에 그린브라이어에는 필립스 브릴리언스 CT 16같은 장비가 있다. 이 장비는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종의 스캐너로, 전신 스캔을 30초만에 완료하면서도 박동중인 심장을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미세한 지방성 노폐물을 미리 찾아낼 수 있다.

이상적인 맞춤형 의료를 실현하는데 필수적인 단계인 유전자 배열 판독은 현재 개인당 1,000만 달러가 소요된다. 연구원들은 비용 현실화를 위해 차세대 유전자 배열 분석 기술을 개발중이다.

하지만 그린브라이어의 맞춤형 의료는 CT 스캐너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시작되었다.

이 의료기관의 건립 원칙은 사실 증상이 발생하기 전에 문제를 포착하는 것인데, 그러려면 최고 기술의 이용 뿐만 아니라 의사로부터 면밀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환자들이 형식적인 관리의료로 소견서를 받는 대신 신용카드로 950달러를 내고 전신 스캔을 받을 수 있는 곳에서라면 이런 의료 행위가 가능하다. 그러나 맞춤형 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어느 누구도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사람들이 의료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관한 질문은 제기하지 않는다. 보험회사들이 치료비를 예방 의료비로 전환해줄까? 아니면 그린브라이어를 애용하는 세계적 갑부들만이 이 최고의 의료 혜택을 보게 될까?

오전 8시가 되자 이 진료소의 의사 10명 중 한 사람인 제프리 그레이브스라는 점잖은 남부인 의사와 한 시간에 걸친 상담으로 건강검진이 시작된다. 그는 내 의료 기록에 관해 꼬치꼬치 묻고 난 후 칙칙한 녹색 검사실로 밀어 넣는다. 이곳은 일반 신체검사실과는 전혀 다르다. 그레이브스가 시키는 대로 여러 가지 검사를 하며 진료소를 한 바퀴 도는 데 10시간 정도가 걸렸다. 이곳에는 특이하게도 다양한 전문 분야의 진단 장비들이 한 곳에 모여 있었다. 심기증 환자들의 천국이었다.

그런데 이전에는 해 본 적이 없는 것들을 하고 있다. 음향 감소실에 들어가 앉아 있는 동안 한 전문의가 초기 청력 상실 여부를 점검한다; 가슴 통증이 없는 사람들은 통상 받지 않는 검사인 EKG도 받는다. 하지만 내 심장박동은 정상이다. 나는 천식과 폐 질환 진단의 지표가 되는 폐활량을 측정하기 위해 플라스틱 관 모양으로 생긴 폐활량계에 입을 대고 분다. 내 폐는 약간 좁아져 있다. 딱딱한 테이블 위에 누워 천장에 붙은 “우유 드셨나요?” 스티커를 보고 있는 동안 낮으막한 엑스선 팔이 정상치보다 훨씬 낮은 내 골밀도를 측정한다. 다행히 난 이제 겨우 서른 살이다. 가장 열렬한 맞춤형 의료 지지자가 내게 결장 검사를 받아 볼 필요가 있다고 권하기 전까지 20년간 나는 과학기술에 의존해 보다 나은 방법을 찾아 가면 된다. (한 캐나다 의료기기 회사에서 결장암과 관련있는 직장 점액내 당분 식별 검사를 개발중이다.)
이미 세 차례 피를 뽑았기 때문에 간과 심장, 지질 검사를 하는 데 충분할 것이다.

내 검사 결과를 HDL(좋음)과 LDL(나쁨) 콜레스테롤로 분류하는 것 외에 그레이브스는 내 혈액 샘플을 버클리 심장연구소로 보낼 계획이다. 이곳은 몇 년 전 심층 분석을 제공하는 미국내 최초의 사설 연구소가 되었다. 표준 콜레스테롤 검사에서는 체내 콜레스테롤 분자들의 수만 셀 뿐 화학적 구성은 판별하지 않는다. 하지만 버클리 연구소에서는 다루기가 가장 어렵고 밀도가 높은 입자들에 대해 LDL을 조사하는데, 이 입자들이 동맥 혈관벽으로 보다 쉽게 침투하기 때문이다. 이 입자들이 있으면 심장병 발병 위험이 세 배로 높아진다.

검사를 받는 도중에 전신 CT 스캔을 할 때 컴퓨터 화면에 창자가 환하게 비치도록 조영제를 마신다. 알고 보니 이 스캔이 유방 X선 촬영을 100회 하는 것과 같은 양의 방사선에 노출되는 셈이었다.

내가 그레이브스에게 CT 스캔을 둘러싼 논란에 관해 묻자 그는 찬반론 모두 일리가 있다고 말한다. 스트레스 측정치와 EKG 수치가 정상이어서 어떤 종류의 스캔도 받을 필요가 없었던 한 환자에 대해 그가 말해준다. 하지만 그의 심장을 스캔하며 수축할 때의 정밀 사진을 찍어보고 그레이브스는 그 환자의 동맥이 위험할 정도로 경화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 환자는 쓰러져 죽었을 수도 있지만 대신 그는 혈관성형수술을 받았다. 나는 안심이 되었다.

간호사의 안내로 받침대에 눕자 내 몸이 스캐너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며 더 많은 조영제가 든 IV가 주입된다. 내가 꼼짝않고 누워서 눈을 감고 있는 동안 테이블이 앞뒤로 움직이면서 카메라가 내 신체 각 부위에 초점을 맞추도록 해 준다. 난 누운 채 생각한다. “한 번에 내 몸의 전체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겠는 걸.”







암 타액 검사

현재 침을 분석해 구강암을 진단하는 칩이 언젠가는 다른 암들도 진단하게 될 것이다.

작동원리 의사가피검자의 침을 작은 탐침들이 박힌 마이크로칩에 옮기면 이KACLA들이 구강암의 초기 징후 역활을 하는 네개의 특정 분자들을 묶어둔다. 그러 다음 이 생체 지표들은 효소에 부착되고, 추가된 화학 용액과 섞이면서 전류를 발생시키는 반응을 일으킨다. 전류량이 많으면 생체 지표가 많아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걸 의미한다.
이용가능시기 18개월 후면 일반 병원에서 받아볼 수 있다.
주의 타액 분석도 완벽하지는 않아 초기테스트에서 암 10건 중 1건을 발견해내지 못했다.


진짜 힘든 것은 기다리는 일이다. 나는 유전자 분석 결과를 알기 위해 내 주치의 진료실에 구부리고 앉아 있다. 내가 몇 가지 검사를 의뢰했던 콜로라도의 소형 연구실인 킴볼 제네틱스사에서 관행대로 내 주치의에게 검사 결과를 보내왔다. 나는 나쁜 결과가 나오지나 않을까 걱정하며 한 시간 정도 기다렸다. 테이색스병 변종 유전자가 있으면 어떻게 될까?

유전자 검사들은 최소한 5~10년 후에야 상용화 될 것이다. 맞춤형 의료발전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이에 동의한다.

내 말은 내가 유태인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테이색스병 유전자가 있다는 말이다. 만약 메간도 그 유전자가 있고, 우리가 아이를 갖게 되면 그 아이가 이 병에 걸려 처음엔 눈이 멀고, 다음엔 귀가 먹고, 끝으로 음식을 삼키지 못하게 되면서 끔찍하게 죽게 될 확률이 25퍼센트가 된다. 만약 난소와 유방암 변이 유전자가 있다면 남자인 내가 전립선 암에 걸릴 확률이 12퍼센트 더 높아질까? 내게 딸이 있다면 딸에게 이 유전자가 있을 확률은 50퍼센트로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54퍼센트가 된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정말 이런 사실들을 알고 싶어서일까?

읽던 잡지를 내려 놓자 내 손에 배인 땀 때문에 잡지가 젖어 있다. 간호사의 호출을 받고 난 좀 더 기다린다. 주치의가 들어오자 나는 혈압약과 불면증치료제를 추가로 요청한다. 진료 의자에 앉으면서 주치의는 내 유전자 검사 결과를 훑어본다.

“테이색스병 유전자가 없으시군요. 다행이예요.”
“그렇군요.” 내가 숨을 멈춘 채 말한다.
“수면 발작 증상도 없으신데요.” 이 말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주치의가 계속 설명한다: 치주 질환도 없고, 염증성 질병과 관계있는 유전자인 HLA-B27도 음성 반응이 나왔다. 관상동맥 질병의 주범인 Apo E도 음성이다. 갑자기 내가 너무 바가지를 쓴 건 아닌가 싶다.

“지금껏 받은 검사로 그런 정도 알아낸 건가요?”
“아니요.” 그녀가 대답한다. “이건 진짜로 유익한 검사 결과예요.”

주치의가 한 페이지를 더 넘기더니 말한다. “아, 이건 흥미롭네요.” 나에게 철분 과다 질병으로 간을 파괴하는 색소침착증 발병에 필요한 두 가지 변이 유전자 중 한 가지가 있는 게 확실하다. 하지만 나머지 유전자가 없으면 이 병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주치의는 몇 주 후 다시 와서 혈액 검사를 해 체내에 철분이 과다한지 확인해 보자고 했다. 검사 결과 그렇지 않았다.

며칠 후 이메일을 받았는데, 내가 DNA 다이렉트에 의뢰했던 유전자 검사가 완료되었으므로 아무때나 이 회사의 웹사이트에 접속해 결과를 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혈액 응고병인 호혈전증에 음성 반응이 나왔다. 마음이 놓이면서도 바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결과는 언제 나올까?”

다음날 담낭섬유종 검사 결과가 나왔다. 접속해 보니 음성이었다. 순간 탄성이 나왔다. 나는 DNA 다이렉트를 통해 전립선암의 징후인 변이 유전자가 있는지 검사를 받았다. DNA 다이렉트는 환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암에 걸렸는지 확인해서는 안된다고 믿기 때문에 유전자 카운셀러가 검사 결과에 관해 전화를 했다.

“결과를 얘기해 주세요.” 내가 말했다.
“검사 결과가 음성이네요.” 카운셀러가 말했다.

인생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신체검사 결과에 대해 얘기하려고 앉아있는 동안 이런 얘기를 모두 그레이브스 박사에게 하자 그가 좋아했다. 나는 그린브라이어에서도 언젠가 이런 검사를 제공할 거냐고 물었다. 그는 그러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은 환자들로부터 큰 괌심이 없지만 그레이브스 박사에게 더 중요한 것은 현재 나와있는 검사들은 일선 의사들이 자주 접하는 일반적인 병들에는 잘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이런 검사들이 최소한 5~10년 후에야 상용화될 것으로 생각하는데, 맞춤형 의료 발전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그와 같은 생각이다.

의사가 내 검사 결과를 가져왔다. CT 스캔 결과 왼쪽 신장 기능이 불규칙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뇨기과 전문의의 정밀 진찰을 받아보는 게 좋겠다고 그레이브스가 권했지만 문제인 것 같은 것들이 알고보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메멧 오즈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동맥이 막히거나 하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내 몸에 종양이 생긴 적도 없었다. 물론 이 스캔들은 현존하는 종양들만 찾아낼 뿐 앞으로 생겨날 종양은 찾지 못한다.

그런데 그레이브스가 내가 평생 잊지 못할 말을 했다.
“몸이 좋으시군요.”라고 그가 내게 말했다.

“농담이시겠죠.” 나는 40kg이나 과체중이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위험 수위에 근접했다. 혈당치는 당뇨병에 걸리기 직전이다. 심장마비나 뇌출혈로 사망할 0순위 후보자이기도 하다.

그당시 그레이브스 박사 맞은편에 앉아서 더 효과적인 검사들이 온라인으로 나올 때까지 이렇게 비만이 되기 전의 모습으로 되돌아 가야 한다는 현실을 직시해야만 했다. 나는 그냥 거울만 봐도 뭐가 잘못됐는지 알 수 있었을텐데 굳이 그러기를 외면했었다. 인체에 해를 끼치는 것은 유전자 변이 뿐만이 아니다. 하루에 감자 튀김을 두 번 먹거나, 1주일에 치킨 날개를 두 번 먹어도, 아침으로 쿠키를 먹거나 제너럴 트소의 치킨을 많이 먹어도 인체에 해가 된다.

그레이브스에게 어떻게 해야할지 물었다.

“5kg만 빼세요.”라고 그가 말했다.
“겨우 5kg만요?”
“먼저 5kg을 뺀 다음 또 5kg을 더 빼세요.” 그가 말했다. 그런 식으로 하다보니 아주 간단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마이클 로젠왈드는 2004년 11월호에 첨단 스토킹에 관한 기사를 썼다.

미래로부터 온 주요 뉴스 2015

운동을 하지 않고도 날씬해지기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비만인 사람들은 10년간 근육이 10퍼센트 줄어드는데, 이것은 우주비행사들이 우주탐사 임무를 장기간 수행할 경우의 결과와 같다.

현재 외과의사들은 NASA에서 구상한 인간 원심기로 지방을 줄이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이 원심기는 인체에 가해지는 중력 하중을 두 배로 높여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근육이 수축하도록 자극한다.

이 요원 “훈련”은 10분당 20회전을 해 한 시간 동안 역기를 드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는 체형 형성 패드 위에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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