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되지않고 있는 일명 휴면특허의 사업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협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국가적으로도 기술자원의 효율적인 운용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더욱이 휴면특허를 이전받아 사업화하고 이를 통해 발생한 수익의 일정액을 대기업에 돌려주기로 한 것은 정부 기부제의 활성화측면에서 적절한 조치로 판단된다.
정부 기부제는 대기업이 보유한 휴면특허를 산자부나 특허청에 기부하면 정부가 매개자로 이를 중소기업에 이전해 사업화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번 방침은 올 초 정부가 대기업의 휴면특허 이전을 촉진하기 위해 조세특례제한법을 마련했으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보완한 것이다.
정부는 먼저 한국기술거래소에 데이터베이스를 포함한 대기업 휴면특허 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이달중 정부-대기업 휴면특허 이전 협약식도 갖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대기업이 보유한 휴면특허가 대거 중소기업으로 이전돼 중소기업의 경영개선에도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업의 성패는 해당 기업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허를 가진 대기업들이 휴면특허 기부를 기피하면 정부로선 이를 강제할 방안이 없다. 잘 아는 것처럼 우리의 특허출원 건수는 매년 급증하고 있지만 특허기술이 사업화로 연결되는 것은 극히 미미하다고 한다.
한국기술거래소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의 특허기술 사업화 추진율은 겨우 8%에 불과하다. 대다수는 휴면특허라고 할 수 있다. 설사 대기업이 휴면특허를 정부에 기부해도 이를 사업화할 중소기업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 또한 문제일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이 일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휴면특허 관리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에서 공급받은 기술을 선별하고 평가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하고 이를 수요자인 중소기업에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급자와 수요자 간 원활한 정보교류의 장이 되어야 휴면특허의 이전이 활발해질 것이다. 또한 휴면특허 기부 기업에 대해 세제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제를 도입해 정부에 기부하는 휴면특허가 늘어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론 기술을 이전받아 사업화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도 필요하다. 기술이 이전되었다고 해서 바로 사업화로 연결돼 이익이 창출되는 것이 아니다. 일본에서도 정부가 기업과 연구기관이 소유한 휴면특허를 매입해 사업화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정부의 휴면특허 기부제가 성과를 거두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여부가 필수다.
** 박 훈 파퓰러사이언스 편집장 h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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