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게임이 보여주는 사실감은 상상을 초월하지만 아직도 게임 캐릭터들의 인공지능은 매우 부족한 듯하다. (하프-라이프 2에서 도시가 불타는 모습은 매캐한 연기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처럼 사실적이지만 적들은 동료 부대원들이 머리에 총을 맞아 쓰러져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최소한 놀란 척이라도 하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 하지만 이제 새로 출시된 CPU 칩이 게임의 미학에 두뇌를 제공할 전망이다.
IBM, 소니, 도시바가 공동 개발한 3.2 기가 헤르츠 Cell 프로세서는 약 2억 3천 5백만 개의 트랜지스터와 9개의 온-보드 프로세서를 통해 다수의 계산 집약적인 작업들(예: 물리 시뮬레이션 알고리즘)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CPU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최근의 접근법 병렬처리이다. 칩 제조사들도 현재 거의 한계치에 다다른 기가 헤르츠 수를 높이는 대신 하나의 칩에 여러 개의 코어를 탑재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AMD와 인텔은 4개의 계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이중 코어 프로세서를 최근 출시하였고, 최초로 9개의 코어를 탑재한 Cell 칩은 동시에 18개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Cell의 첫 번째 과제는 내년 봄에 출시될 예정인 가정용 게임기기 플레이스테이션 3의 계산과정을 담당하는 것이 될 것이나, 이는 Cell 칩의 여러 용도 중 한 예일 뿐이다. IBM은 이 기술을 차세대 시스템에 도입하려고 계획 중이고, 도시바는 내년 출시할 HDTV에 Cell 칩을 탑재하여 고해상도 디지털 텔레비전 신호를 디코딩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보다 현실적인 캐릭터들이 나오는 플레이스테이션 3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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