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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저렴한 수리를 시도하는 NASA

콜럼비아호 사고 발생 2년 후인 현재 NASA는 새단장한 우주왕복선으로 곤경에 처했던 유인우주비행 프로그램을 되살리려 하고있다. 또 한번의 실패는 용납되지 않는다.

휴스턴 소재 NASA 인체 열진공실은 이런 부류의 시설로는 세계에서 유일한 곳으로 쥘 베른의 영화에 나오는 다리 같다. 거대한 금속 드럼이 대형 파이프와 부품들로 둘러싸인 채 액체가 새어 나오고 증기를 뿜어댄다. 이 방에서 공기를 빼내고 벽을 따라 액체 질소를 흘려 보내면 온도가 영하 35℃까지 낮아져 우주에서와 같은 조건을 만들 수 있다. 우주비행사 조 태너가 오랫동안 고대해오던 우주왕복선 재비행 5개월 전 기념비적인 테스트를 수행하면서 우주복을 입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태너의 실험 과정은 축소판 조종실에 있는 30명의 엔지니어들에 의해 화면상으로 모니터된다. 그가 시험중인 비스코스 물질은 열보호장치의 핵심 부품인 세라믹 타일의 손상 부위 보수용으로 개발된 것인데, 바로 이 장치 결함으로 인해 2년 전 콜럼비아호와 7명의 승무원이 비운을 맞았었다. 이 보수 재료의 공식 명칭은 tu틀 타일 애블레이터를 뜻하는 STA-54이지만 그냥 “구(goo)”라고도 한다.

실제 궤도상에서 모의실험
태너는 구를 CIPAA(Cure-in-Place Ablator Applicator)로 바를 계획인데, 이 장치는 바르기 전에 즉시 섞여지는 물질들이 든 두 개의 금속 용기로 되어 있다. 우주 시대의 에폭시 분무기인 셈이다. 구는 실온에서 완벽한 기능을 했다. 오늘 실험은 환경이 보다 열악한 실제 궤도상에서의 보수를 모의실험해 보기 위한 것이다. 태너가 구를 표본 컵들에 발사한 후 응고된 구는 다른 시설로 보내져 지구 대기권 진입시와 같은 2,100 정도로 가열된다. 태너가 첫 번째 통에 지렛대를 대고 올리자 열린다. 그런 다음 두 번째 통을 열려고 하자 문제가 생긴다. 그에게 끼인 지렛대를 확대해 볼 수 있도록 CIPAA를 돌리라는 지시가 반복된다. 통제실 안에서는 지렛대를 빼는 방법에 관해 열띤 토론이 벌어진다. “싱거운 실험이 되겠는걸요”라며 태너가 농담을 한다. 하지만 아무도 웃지 않는다. “오늘은 실패하면 안돼”라며 우주비행사 캐디 콜맨이 긴장한 채 말한다.

이 실험은 몇 개월째 진행되어 왔고 시간은 점점 촉박해지고 있다. 통제실 안에서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 엔지니어들간에 논쟁이 오가면서 긴장이 고조된다. 결국 CIPPA 프로젝트 엔지니어인 롭 보일이 퉁명스레 내뱉는다. “이제 억지로라도 해야 돼. 방안에 다른 게 뭐 있나?” 결국 태너는 다른 레버를 쓰지 않고 가까스로 통을 연 다음 아이스크림 같아 보이는 물질을 컵들에 담는다.

2보 전진 1보 후퇴식으로 접근
여러 면에서 이 실험은 NASA가 비행 프로그램에 2보 전진, 1보 후퇴식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고 시간도 예상 외로 오래 걸렸다. 하지만 NASA가 드디어 해냈다. 이번달 빠르면 5월 15일경 새롭게 개선된 디스커버리호가 올랜도 근처의 케네디 우주 센터에서 발사되어 국제 우주정거장으로 보급품을 수송한다. 콜럼비아호가 폭발해 2,000평방 마일에 걸쳐 잿더미로 뿌려진 후 2년간 NASA는 막대한 비용과 인력, 시간을 쏟아부으며 우주왕복선을 업그레이드했다.

하지만 재비행 프로그램과 관련해 여전히 중요한 한 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컨셉상 결함이 있고, 기술적으로 불완전하며, 정치적 타협에 의해 탄생한 우주선을 끔찍한 기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NASA가 이를 재정비해 유인우주비행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우주왕복선에 반대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비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프로그램 엔지니어들의 탁월한 재능과 헌신 때문이었습니다”라고 전직 NASA 역사가이자 현재 듀크대 교수인 알렉스 롤랜드가 말한다. “하지만 결국 챌린저호 이후에 발생했던 것과 똑같은 일들이 반복될 겁니다. 유지보수와 기술상의 낙후 문제가 제기되겠지만 NASA는 여기에 투자할 자금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주왕복선 운행을 중단해야 하는 겁니다.”

절반만 완성된 국제우주정거장
예상한 대로 NASA는 의견이 달랐다. 우주왕복선으로 화물을 실어나르지 못하면 NASA가 세계 최대의 공학적 과제라고 주장하는 국제우주정거장이 절반만 완성된 채 태양계에서 가장 정교한 골칫덩어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우주정거장은 디스커버리호 발사에 쏟아지는 압력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다시 한 번 참사가 발생하면 우주왕복선 운행은 영원히 중단되고 유인우주비행 프로그램은 완전히 폐지될 것이다.

“이 왕복선은 100퍼센트 완벽하지는 않습니다”라고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매니저인 빌 파슨이 인정한다. 그는 전직 미 해병대 장교로 콜럼비아 참사 후 왕복선 매니저들 몇 명이 교체되면서 새로 투입되었다. “발사일 아침부터 왕복선이 다시 귀환하는 날까지 분명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릴 겁니다.

하지만 이 왕복선은 지금껏 비행해 본 것들 중 가장 안전합니다. 전 완벽한 발사가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그 이후에는 상황이 한결 나아보일 겁니다.”

통상 우주왕복선이라고 알려진 이 운송 장치는 세 개의 주요 부분으로 구성된다. 가장 유명한 궤도선은 날개가 달려 있어 군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지구로 귀환한다. 가장 큰 부위는 외부탱크로 궤도선의 주엔진 3개를 추진할 연료를 적재한다. 나머지 세 번째 부분은 한 쌍의 추력보강용 고체 로켓이다.

콜럼비아호 이륙후 보호용 판넬 분리
외부탱크는 액화 산소와 수소가 극저온으로 냉각된 채 담겨 있기 때문에 왕복선이 상승중 얼음이 형성되어 삐져 나오면서 궤도선에 손상을 입히지 않도록 보온재로 덮여 있다. 하지만 오히려 수없이 많은 이 발포재 조각들이 우주왕복선의 첫 비행 이후부터 탱크로부터 떨어져 나와 궤도선의 타일을 손상시켜 왔다. 이 발포재는 얼음에 비해 훨씬 가벼웠기 때문에 모두들 이를 중대한 결함이라기 보다는 유지보수 문제로만 생각하다가 결국 2003년 초 콜럼비아호 참사가 발생했던 것이다. 서류 가방만한 발포재가 콜럼비아호가 이륙한지 81.7초 후 외부탱크로부터 떨어져 나와 궤도선의 왼쪽 날개 앞부분에 있는 보호용 이중탄소강화(RCC) 판넬에 시속 800km의 상대속도로 부딪쳤다.

아무도 이를 눈치채지 못했지만 이미 그 순간 콜럼비아호는 비운을 맞았던 것이다. “그건 제가 본 것들 중 가장 큰 파편 조각이었는데 하필 가장 민감한 부위에 부딪쳤습니다”라고 그레그 크루스가 말한다. 라디오 아나운서 음성을 갖고 침착한 크루스는 NASA의 주요 TU틀 하청업체인 유나이티드 스페이스 얼라이언스의 선임 엔지니어이다. 그는 케네디 우주센터의 디스커버리호 왼쪽 날개를 따라 설치된 비계 위에 서 있는데, 이곳에서는 궤도선의 철저한 복원 마무리 작업이 진행중이다. 이 우주선의 배 부위에는 방열 세라믹 타일들이 부착되어 있다.

하지만 궤도 재진입시 가장 높은 열을 받는 날개 전면부에는 훨씬 특이하고 비싼 RCC 판넬들이 부착된다. 비행 복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각 판넬들이 분리되어 테스트를 받고 있다. 타일 한 개만 빼고는 모두 재설치가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마지막 남은 타일 번호가 콜럼비아호에서 말썽을 일으켰던 8번이다. “저 타일들은 훨씬 가볍기 때문에 충격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라고 크루스가 말한다. “하지만 RCC는 아주 단단합니다. 작은 충격에는 끄덕없습니다. 하지만 충격이 크면...” 그가 머리를 내젓는다.

치명적 과신 불러온 내부문화
8~10인치짜리 구멍이 나면서 궤도재진입시 8번 RCC 판넬로 과열된 공기가 뚫고 들어와 왼쪽 날개가 작동되지 않았다. 수시간만에 콜럼비아호 사고 조사위원회(CAIB)가 구성되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NASA를 질책하며 기술상의 실수와 우주왕복선에 대한 지나친 과장, 치명적인 과신을 불러온 오만한 내부 문화를 지적했다. “NASA는 우주비행사들과 우주왕복선을 안전하게 운영하기로 흥정을 했는데 제대로 실현되지도 못했습니다”라고 CAIB 회원이자 조지워싱턴대학 우주정책 연구소장인 존 로그스돈이 말한다.

사고가 있은지 4개월 후 NASA가 초비상 사태에 돌입한 상황에서 NASA 행정관인 TUS 오키페는 CAIB의 재비행 권고안에 “어떤 이견도 없이 충실히 따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대담한 발표에 대해 유보적인 자세를 취했다. 모든 발포제 파편을 제거하기에는 어렵고도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CAIB의 보고서에서 권고한 대로 궤도상에서 우주비행사가 타일과 RCC 판넬들을 보수하는 데 사용할 재료를 개발하기는 요원한 일이었다.

“이런 일은 지상에서도 하기 힘듭니다”라고 보잉사의 재비행 활동들을 이끌고 있는 마이크 버거트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한다. “우주에서 그런 일을 해낸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보수용 재료는 큼직한 우주복을 입은 우주비행사들이 칠한 다음 모든 결함을 없애기 위해 완벽하게 연마를 해야 한다. 표면이 조금이라도 매끄럽지 않으면 우주왕복선의 비행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발포제 파편도 손상 입힐 수 있어
하지만 NASA는 CAIB의 15개 권고안들 대부분을 충족시켰다. 모든 정전기 방지 호스는 유지보수중 실수로 손상되지 않았는지 점검되었고, 엔지니어들이 파편에 취약하다고 판단한 창문들은 두꺼운 유리로 교체되었다. 추진기가 외부탱크로부터 분리될 때 떨어져 나오는 조임쇠를 보다 안전하게 수거할 수 있도록 볼트 채집기가 재디자인 되었다. 하지만 주요 개조부는 외부탱크였다. 여러 차례의 풍동 테스트와 컴퓨터에 의한 유체역학 분석, 5억회 이상의 수퍼컴퓨터 연산을 거친 후 NASA는 0.5온스 이하의 발포제 파편도 엄청난 손상을 입힐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래서 과자 부스러기보다 큰 어떤 것도 떨어져 나오지 않도록 탱크를 재설계했다.

처음부터 엔지니어들은 궤도선과 탱크 사이의 상부 부착 지점들에 신경을 썼다. 결빙을 방지하기 위해 양각 받침대 고정 장치가 발포제 램프로 설치되었었다. 이 램프들의 모양이 특이했던 이유는 발포제를 로봇이 아니라 손으로 발라야 했기 때문인데, 이럴 경우 내부에 빈 공간과 다른 결함들이 생겨 우주선이 상승하는 도중 꺾여질 가능성이 있다. NASA는 발포제를 사용하지 않고 가열 코일을 양각대 고정물 밑에 삽입했다.



132개 가속계와 44개 온도센서 장착
“아직도 긁힌 자국이나 약간 벗겨진 자국이 타일과 RCC 판넬에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라고 마이클 코스텔닉이 말한다. 불가능을 모르는 미공군 소장인 그는 우주왕복선과 우주정거장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하기 위해 NASA로 발령 받았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건대 우리는 콜럼비아호에서 떨어져 나와 손상을 입혔던 것 같은 발포제는 보지 않게 될 겁니다.”

더욱이 디스커버리호의 날개들에는 132개의 가속계와 44개의 온도 센서들이 장착되어 파편 충돌이나 온도 변화를 감지한다. 궤도선의 배 부위에 장착된 카메라는 디지털로 교체되어 이륙 상황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적어도 최초 2차례의 비행중에는 추가적인 예방조치가 취해진다. 우주왕복선이 유료화물칸에 실어나르는 로봇팔에 부착된 신형 15미터짜리 거치대에 또다른 카메라가 탑재되어 우주선이 일단 궤도에 진입하면 충격으로 인한 손상이 있는지 점검한다. 복구가 불가능한 손상이 발견되어도 우주비행사들은 우주정거장에 도킹한 상태로 남아서 우주정거장 대원들과 함께 최대 45일간을 버틸 수 있다. 디스커버리호는 버려진 채 현재 구조선으로써 미리 준비를 하고 있는 아틀란티스호가 임무를 대신하게 된다.

우주왕복선은 찬반 의견이 명확히 갈리고 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우주왕복선이 탁월한 일꾼으로, 세계에서 유일한 재활용 궤도비행선이라고 주장한다. 반대론자들은 약 25년 전 우주왕복선이 첫 비행을 했을 당시만 해도 기술적 개가였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오늘날은? “거기 들어있는 컴퓨터는 벼룩시장에도 못 내놉니다”라고 돈 넬슨이 말한다. 그는 1999년 NASA에서 은퇴하기 전에 제미니와 아폴로, 스카이랩, 우주왕복선 프로그램들에 관여했었다. 그런데 이 거대한 우주왕복선에 막대한 자금이 투자되면서 오랫동안 지체되었던 대체물 개발이 시작되었다.

예산절감 위한 재활용 우주선 개발
하지만 반대론자들의 시각에서 볼 때 우주왕복선의 가장 큰 잘못은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폴로 프로그램이 종료되었을 때 NASA는 우주에 인간의 영구 거주지를 건설한다는 짐짓 신성한 임무를 수행하기로 결정했다. 회의적인 의회를 설득해 예산을 타내기 위해 NASA는 1회 발사당 3,500만 달러의 비용으로 2주에 한 번씩 발사할 수 있는 재활용 우주선을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입증해 보이기 위해 5대의 우주왕복선(현재는 3대만 남았음)이 1981년 이후 113회의 궤도 비행을 했고, 비행 비용은 1회당 거의 5억 달러에 육박한다.

“NASA가 달성 불가능한 것을 제안했음이 분명합니다”라고 롤랜드가 말한다. “그 이후 발생한 모든 일은 기술적 한계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 결과입니다.”

불확실한 우주왕복선의 비행 임무 못지 않게 복잡한 시스템 고장 가능성을 계산하기란 지극히 어렵다. NASA는 몇 년 전 이 확률을 1/250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이곳의 리스크 평가관들은 콜럼비아호 참사와 우주왕복선 재설계에 맞춰 확률을 다시 계산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긍정적으로 보더라도 제 3의 참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우주왕복선의 조악한 탈출 장치 때문에 우주비행사들은 비교적 낮은 고도에서만 탈출할 수 있다. “비행 복귀 프로그램은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라고 넬슨이 말한다. “탈출 장치가 없으면 또다른 승무원들이 희생될 확률이 100퍼센트입니다.”

화성탐사를 위한 달 식민지 건설
안전을 고려해 로봇을 보내면 NASA 비판론자들도 별 말이 없을 것이다. “유인 우주 비행이 또 하나의 문제입니다”라고 넬슨이 말한다. 대부분의 다른 전문가들도 동의한다. “우리는 우주에서 기계들이 훨씬 더 잘 할 수 있는 일들을 사람이 하게 하려고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습니다”라고 텍사스 대학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와인버그가 말한다.

이것은 태양계를 식민지화하려는 우주광들의 신앙과도 같다. 2004년 달에 식민지를 건설해 화성 탐사로의 도약대로 이용하겠다는 원대한 구상(자금지원은 없이)을 발표한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우주왕복선 정비는 최우선 과제였다. “우주왕복선 비행을 재개하는 게 첫 번째 단계입니다. 그래야 우주정거장을 완성하기 때문입니다. 우주정거장은 우주에서 오랜 시간 체류하는 인간의 신체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데 필요합니다”라고 디스커버리호의 사령관인 에일린 콜린스가 말한다. 콜린스는 세 차례 우주왕복선 비행 임무를 수행한 공군 중령답게 다소 사무적인 성격이지만 유인우주비행에 관한 얘기만 나오면 열변을 토해낸다.

우주보행 모의 실험
우주비행사 소이치 노구치와 스티브 로빈슨은 서로 등을 대고 앉은 채 헬멧과 고글, 장갑을 착용하고 있다. 노구치는 명상중인 것처럼 보인다. 반면 로빈슨은 손을 뻗쳐 천천히 회전시키면서 염산 위를 걷는 히피 같은 동작을 하고 있다. 이런 기이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는 곳은 존슨 우주 센터에 있는 가상현실 실험실인데,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NASA 용어로는 선외 활동, 일반인들은 우주 보행이라고 하는 EVA를 모의실험하려는 참이다. “우주에서 모종의 실험을 하기에는 제약이 많습니다”라고 로봇학 대가인 켄 허프만이 말한다. “그러니까 제일 멋진 사진은 이곳에서 찍어야 합니다.”

디스커버리호의 세 차례 EVA중 한 번은 노구치와 로빈슨이 타일과 RCC 판넬의 실험적인 보수 기술을 시험해 볼 것이다. 이 외에 두 가지 재료에 대한 추가 실험이 유료화물 칸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보수용 물질 구는 체열 진공실에서 수차례 테스트했기 때문에 운반은 해도 실험을 하지는 않는다. 우주 보행중 부담스런 살포장치로 이 보수재를 바르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행스럽게도 디스커버리호의 승무원들은 최소한 5가지의 보수 장비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타일과 RCC 판넬에 가해지는 손상의 영향에 따라 다양한 보수 방법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가장 중요한 시점에 이들 중 어떤 방법도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일부 기술은 이제 막 개발이 시작된 상태이고, 또 다른 기술들은 너무 새로워서 아직 충분히 실험도 되지 않은 상태이다. 더구나 이런 기술들이 NASA의 주장대로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콜럼비아호를 폭발시킨 부류의 손상을 보수하지는 못한다.

우주비행사들의 비상훈련 고안
가상현실 실험실의 10개 정도의 화면에서는 노구치와 로빈슨의 디지털 버전이 충실하게 재현된 우주왕복선과 우주정거장 사이를 떠다닌다. 스타워즈의 광선검처럼 푸른 선들이 두 사람의 헬멧에서 방출되며 변화하는 시선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카메라 거치대의 모든 센서들이 고장났을 경우를 대비한 겁니다”라고 사유지 같은 실험실을 운영하는 데이브 호맨이 말한다. 그래서 거치대를 이용해 궤도선에 가해질 손상을 촬영하는 대신 노구치와 로빈슨이 디지털 카메라로 스냅 사진을 찍는 동안 우주왕복선과 우주정거장 안의 우주비행사들이 두 사람을 안내해 준다. NASA는 우주왕복선 관련 업무로만 수십 곳의 시설에 20,000명의 인력을 운용하면서 수많은 모의실험을 실시한다. 여러 팀들에서 우주비행사들이 즉석에서 해결해야 할 어려운 비상 시나리오를 고안해낸다.

훈련용 무중력 변기(“우주 변기”)도 있다. “우리한테 와서는 뭐든지 금방 고쳐주겠다는 업자들도 있습니다만 절대 안된다고 거절하죠”라고 디스커버리호의 혈기왕성한 우주선 관리자인 스테파니 스틸슨이 말한다.“우리가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올바른 도구를 이용하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할 겁니다. 그리고 이런 도구들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인증된 것인지와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기술이 공인된 것인지도 확인할 겁니다. 저희는 한 가지 일을 처리하는 데만도 수많은 절차들을 거칩니다.”

행동과학기술 회사와 조직문화 쇄신
하지만 이런 규정과 더불어 불만을 억누를 수 밖에 없는 위계질서가 존재한다. CIAB 보고서에서 아마도 가장 논란이 됐던 주장은 콜럼비아호 폭발의 원인이 된 기술적 결함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위원회의 견해로는 NASA의 조직 문화와 구조가 외부탱크 발포제 만큼이나 참사와 관련이 깊습니다.” 이에 대응해 NASA는 행동과학기술 전문회사에 용역을 줘 조직 문화 쇄신을 돕도록 했다. NASA의 관리자들은 이제 과거에는 피력하지 못했던 반대 의견들을 찾고 있다고 말한다. 현장의 엔지니어와 기술자들은 예전처럼 여전히 헌신적이다.

“우리는 우주선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라고 외부탱크와 추력보강 고체 로켓 보호 엔지니어인 베키 톰슨이 말한다. 우주생도이자 NASA에서 평생을 바친 사람의 딸인 톰슨은 대학 인턴으로 NASA에 들어왔다. “챌린저호 참사 때 전 고등학생이었어요. 아빠는 밤늦게까지 귀가하지 못하셨죠. 아빠가 우시는 걸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 거예요.” 그녀가 목이 메어 말한다. “죄송해요. 전 제가 그런 일을 직접 겪어야 하게 될 줄 몰랐어요. 콜럼비아호 참사가 발생한 날 아빠는 제게 전화를 하셔서 ‘네가 앞으로 겪게 될 일을 잘 안단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녀가 눈물을 훔친다. “우리는 그 우주비행사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잘 알아요. 이 프로그램에 관여하면 개인적으로 우주왕복선에 소속되는 거예요.”

참사 가능성과 스릴 넘치는 흥분
5대의 신형 T-38 비행기들이 NASA의 상징색인 파랑과 흰색으로 칠해진 채 케네디 우주 센터에 나란히 놓여 있다. 7명의 디스커버리호 우주비행사들이 똑같은 푸른색 비행복을 입고 활주로로 나아가 기자회견차 버스로 들어닥친 기자들의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한다.

이 장면은 우주 시대 초기 은색 우주복을 입고 사진 촬영을 하던 머큐리 7호의 유명한 사진과 흡사하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 디스커버리호 우주비행사들 중 2명이 여성이다. 세 명은 박사학위 소지자들이고, 다른 4명은 석사 출신들이다. 한 명은 일본인이고 호주 출신도 있다. 전쟁 영웅은 없지만 모두들 임무를 수행하는 전문가들이지 미션을 띤 국가적 상징물들이 아니다. 그리고 정부에서 이들에게 관심을 쏟는 주요 이유는 참사 가능성과 상존하는 스릴 넘치는 흥분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 모순이 있다.

NASA는 디스커버리호가 우주비행을 일상화 해 주길 바라며 기적의 우주왕복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따라서 모든 게 잘 되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겠지만 만약 잘못되면 대중들은 기만당했다고 느낄 것이다. 어찌됐든 우주비행은 결코 일상적인 일이 아니다. 그런 적도 없었고, 앞으로도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시도해 볼 가치도 없는 건 아니다. 콜린스는 우주왕복선 이야기의 새 장을 쓰고 싶어한다. “만약 안전하지 못하다면 탑승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그녀가 마이크에 대고 말한다. “이제 저희 비행할 시간이에요.”

** 프레스톤 러너는 파퓰러사이언스 편집 자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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