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는 우리의 일상생활 곳곳에 숨어 있고, 자연 속에서도 패턴을 나타내고 있으며, 또한 수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수학이라면 생각하기도 싫고, 수만 나오면 고개를 돌려버리고 만다.
또 수학 같은건 몰라도 살아가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생각한다. ‘왜 월요일은 빨리 돌아오는 걸까?’는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숨어있는 재미있고도 기묘한 수학적 원리를 보여준다.
우리의 생활을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수학 원리들이 이용되며, 정치가나 사기꾼이 자신이 원하는 이익을 얻기 위해 어떻게 수를 교묘하게 이용하는지에 대히 흥미로운 사례와 그 비법을 공개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 책 전체를 통해 수학 지식이 조금만 있어도 생활을 하면서 큰 혜택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즉 우리를 늘 괴롭히는 문제들에 답을 구할 수 있으며, 의사결정과 논쟁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수학은 우리가 생활 속에서 남에게 속아 넘어가거나 잘못 이끌려가거나 사기를 당하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고 한다.
모두 16가지 이야기로 구성된 이 책은 매일 지나가는 하루하루에 관한 수학을 알아보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이성적인 짝을 선택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경이로은 37%의 법칙, 남자 화장실에서 남자들 간에 작용하는 척력이 빚어내는 패턴, 손쉽게 돈을 벌기 위해 짜낸 교모한 사기 수법 등을 설명해준다.
또 일주일이 7일로 정해진 이유, 스포츠 경기에서 종종 약자가 강자를 꺾는 이유, 부정행위를 잡아내는 천재적인 기술, 전염병이 온 나라를 휩쓸었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이유도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한승 펴냄┃롭 이스터웨이·제러미 윈덤 지음┃이충호 옮김┃1만원
▲ 마법의 탄환
STI571의 환자 임상시험 결과가 바젤라 회장의 책상 위에 올라온 것은 1999년 4월이었다. 그는 그때 의학 역사의 새로운 장이 쓰여지려 한다는 것을 예감했다. 후에 글리벡이라 이름 붙여진 이 약은 시한부 선고인 만성골수성백혈병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냈다. 글리벡은 암 세포를 겨냥하도록 분자적으로 설계된 최초의 약이다. 글리벡은 부작용이 거의 없이 만성골수성백혈병 등 불치병 환자의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살려내며 놀라움과 희망을 선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글리벡은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글리벡에 대한 다국적 임상시험을 통해 생사의 경계를 헤매던 환자가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는 극적인 장면이 공개되면서 약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며, 이후 글리벡을 둘러싸고 백혈병 환자의 피켓 시위, 카피 약품 구입 논란, 의료보험 적용 범위 확대 등 여러 문제가 이슈화되었다. 글리벡 개발 회사인 노바티스 사의 CEO이자 의학박사인 다니엘 바젤라 회장은 이 책에서 글리벡 개발 과정에 얽힌 극적인 이야기의 진짜 스타인 환자들이 보여주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감정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회장이 직접 나서서 개발 과정을 다룬 책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그는 결정적인 순간 운명의 판단을 내린 장본인으로 이 극적인 약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최선의 사람이었다.
이 기적의 장막 뒤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삶의 장면들이 수없이 담겨져 있다.
해나무 펴냄┃다니엘 바젤라·로버트 슬레이터 지음┃이충호 옮김┃1만3천원
▲ 자연의 재앙, 인간
오늘의 우리는 지구라는 별에서 진행된 생명의 발전사를 호모 사피엔스의 발전사로 국한하고, 그 발전의 종착지에 우리가 서 있는 것으로 상상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인간은 만물의 영장과 진화의 완성자를 자처하면서 수십억년 동안 이 땅에 등장했다가 사라진 다른 모든 생물종들을 인간이라는 최고 피조물을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해 출연한 조연이자 하찮은 부수물로 추락시켜 버린다.
그러나 이는 우리의 희망이 만들어 낸 환상이자, 인간의 허황된 희망과 이데올로기적 선전의 결과물일 뿐이다. 이 책의 저자인 프란츠 부케티츠는 생물의 진화와 사회문화적 진화 속에 담겨져 있는 진보 사상의 뿌리를 파헤치면서 그 사상의 허상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이 책은 오랫동안 인간의 머릿속을 재배해 온 한 견고한 환상의 발전 과정과 종말을 다루고 있다. 세상만물은 느리지만 끊임없이 더 나은 쪽으로 진보해 간다는 믿음이 그 환상의 실체다. 그 옛날 우리의 조상이 돌도끼를 들고 짐승을 사냥하던 시절과 현재의 우리 모습을 비교해보면, 분명 우리는 그들에 비해 커다란 발전을 이루었다.
발전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놀라운 진보를 이룬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우리의 조상에 비해 훨씬 더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돌도끼로 짐승을 사냥하던 것을 좀 더 현대화된 시설에서 ‘우아하게’ 처리한다고 해서, 우리의 실체가 고상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여전히 우리는 우리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수많은 짐승과 식물들을 죽이고 있으며, 배설을 하고 교미를 한다. 이러한 우리의 모습은 우리가 결코 오랑우탄보다 더 나은 존재가 아니며, 먼 옛날의 공룡보다도 더 발달한 존재라고 할 수도 없다.
시아출판사 펴냄┃프란케 부케티츠 지음┃박종대 옮김┃1만8천원
▲ 과학의 변경지대
현대는 과학의 시대이다. 과학은 세계를 바꾸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과학의 탈을 쓴 수많은 의사과학이 판을 치는 시대이다. UFO연구, 기(氣) 치료, 온갖 다이어트 약품 같은 사이비과학 같은 이야기들이 사람들의 귀를 홀리고, 소수의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만 만족시켜 주는 정책이나 행동이 마치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것처럼 과학의 이름으로 포장되어 선전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 과학과 비과학을 구분하는 것은 단순한 지적 흥밋거리만이 아닐 것이다. 진정한 과학은 어디에서 끝나고, 사실과 오류, 지식과 환상이 뒤섞이는 과학의 변경지대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가? 이 책은 진정한 과하고가 사이비 과학을 구분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주고, 그것을 통해 과학의 본질과 과학 발전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고찰한다. 과학과 비과학의 경계선을 결정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마이클 셔머도 물론 이 책에서 과학과 비과학의 경계를 탐지하는 문제에 대해서 언급한다. 그러나 그는 과학과 비과학의 단순한 이분법은 과학 발전의 역동성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과학과 비과학의 이분법이 담지 못하는 영역, 바로 과학의 변경지대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한다.
저자는 초끈 이론, 의식 이론, 외계 지성체 탐구, 최면술, 침술 등을 연구의 진전에 따라 정상 과학이 될 수도 있고, 비과학으로 전락할 수 있는 것들을 현대의 변경지대 과학으로 규정하고, 기존의 정상과학과 새로운 이론이 충돌하는 공간인 과학의 변경지대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다룰 수 있는지를 모색한다.
사이언스북스 펴냄┃마이클 셔머 지음┃김희봉 옮김┃2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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