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미 최고의 테크노폴리스

미국 내 전 도시를 대상으로 가정의 무선인터넷 보급률에서부터 로봇을 이용한 첨단 수술의 시행 비율에 이르기까지 수십 개의 변수를 종합하여 각 기술 지수를 평가했다. 그 결과 최우수 도시로 선정된 지역은 다음과 같다.

미니아폴리스, 미네소타 주
애틀랜타, 조지아 주
워싱턴 DC
보스턴, 매사추세츠 주
샌디에고, 캘리포니아 주
시카고, 일리노이 주
콜럼버스, 오하이오 주
랄레이, 노스캐롤라이나 주
시애틀, 워싱턴 주
휴스턴, 텍사스 주

하이테크 도시의 필요충분조건은? 파퓰러사이언스에서 기술 부문에 있어 미국 내 최고의 도시를 선정하는 기획을 구상했을 당시 제일 먼저 떠오른 질문이었다. 본지는 관련 학계 인사와 정부 담당자, 각종 싱크탱크의 실무자 및 시장 조사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첨단기술 도시를 규정짓는 주요 지표를 확정했다. 또한 본지의 내부 인력을 대상으로 기술과 혁신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이 무엇인지에 관한 의견 조사를 실시했다. 그런 다음 통계국과 국립 과학 재단, 교통부, 각종 사설 재단 및 의료기관으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취합해 6개 항목에 걸쳐 수천 가지의 데이터를 확보했다.첫 번째 항목에서는 휴대전화나 HDTV, 컴퓨터, 위성 케이블의 보급률과 같은 사항을 기준으로 시민들의 기술 체험 방식을 진단했다. “시민간의 연결성”이라 명명한 이 항목은 본 조사 결과에 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교통부문의 혁신(대중교통수단의 효율적 활용 및 대체 연료 충전소의 보급 포함), 시민 1인당 하이테크 관련 취업 가능성 및 교육에 있어 기술의 활용도(지역 소재 대학의 R&D 지출 규모 및 학교 시설 내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학생 인원수)와 같은 측면도 고찰했다. 또한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은 물론 임상실험 시행 회수, 응급의료 담당인력의 GPS 사용 비율과 같은 병원 및 응급의료체계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그리고 이러한 조사 자료를 토대로 수치화 작업에 들어갔다. 본 조사에서 각 부문의 1위를 차지한 모든 도시들은 첨단 기술을 폭넓게 수용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 중 최고의 영예는 차분히 그러면서도 꾸준히 기술 혁신에 앞장서고 있는 미니아폴리스 시에 돌아갔다. 이제 이들 하이테크 도시의 진면목을 함께 살펴보자.

▲ 미니아폴리스 시, 미네소타 주
어릴 적 가장 가까운 대도시로부터 수백 마일 떨어진 고장에서 살았던 필자는 환상적인 미래 도시의 모습을 끄적거리며 소일하곤 했다. 미래 도시에는 발이 닿는 곳마다 움직이는 보도가 설치돼 있을 것이다. (더 이상 “걸을” 필요가 없어진다는 뜻이다.) 하늘에는 택시나 스케이트보드, 버스 등이 날아다닌다. (날아다닌다는 건 당시 필자의 도시계획에 있어 중심축이나 다름없었다.) 또한 구름 위로 수 마일씩 치솟은 휘황찬란한 고층빌딩들 사이로는 로봇이 운전하는 모노레일이 세련된 자태를 뽐내면 소리 없이 질주한다. 사람들은 모크(Mork)와 같은 낙하복을 착용할 것이며 거대한 돔이 도심 위를 감쌈으로써 시내의 기상상태를 컴퓨터로 자체 조정할 수 있게 된다. (사실 돔은 그리기가 쉽다.) 그야말로 젯슨 가족이 등장하는 만화와 다름없는 미래의 모습이라 하겠다.

최첨단 도시의 구성요소
물론 현실 세계에서 이러한 미래 도시를 건설한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현실 세계의 도심에서는 발전과 쇠퇴가 쉴 새 없이 교차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첨단 도시를 만드는 구성요소는 무엇일까? 또한 미국의 대도시 가운데 최고의 기술 도시로 자부할 수 있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 이를 알아내기 위해 본지에서는 1년여 전 편집자 및 리서치 담당자들을 주축으로 대대적인 조사 작업에 착수했다. 수십 군데의 사설 및 정부기관으로부터 수집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입력하고 조사 결과의 도표화 작업에 매진한 끝에 마침내 결론에 도달했다. 미니아폴리스, 최우수 도시로 미니아폴리스가 선정된 것이다.

조사팀은 컴퓨터를 다시 작동시켜봤지만 결과는 여전히 미니아폴리스로 나왔다. 이렇게 해서 나의 미니아폴리스 취재 여행이 결정됐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이 도시를 “시험 주행”해보는 것으로 테크노폴리스로서의 진면목을 체험하는 동시에 이 도시의 기술적 우위가 표출되는 방식을 직접 파헤쳐보는 데에 있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여기에는 뭔가 작위적인 구석이 있다. 미니아폴리스 시를 최우수 도시로 만든 갖가지 기술적 혜택은 주로 여행객이 아닌 시민의 편의를 도울 목적으로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체재기간 또한 1주일이 채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제약들은 필자의 미니아폴리스 기행을 한결 더 흥미롭게 해줄 뿐이었다. 미래지향적인 건축물은 물론 첨단 시설을 향유하고 있는 시민들, 각종 편의 기술의 정수도 낱낱이 접해보겠다는 각오를 새로이 했다.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솔직히 미니아폴리스라고 해봐야 코엔 형제의 영화나 프로레슬러 출신의 정치인들, 워비곤 호수나 일명 프린스로 알려진 예술인 정도의 얄팍한 대중문화 지식이나 연상하는 게 고작이었다. 이에 대해 편집자들은 선입관이 없다는 점에서 이런 상태가 오히려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필자의 앞에는 미니아폴리스라는 도시의 진면목을 몸소 탐험해봐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었다.

미니아폴리스 선정 이유
미니아폴리스가 최고의 하이테크 도시로 선정되게 된 동인은 무엇일까? 미니아폴리스는 미국의 도시 가운데 혁신적인 교통 대책 부문에서 1위, 에너지 기술 부문에서 4위를 차지했다. 미니아폴리스는 모든 조사 항목에 있어 50 백분위수를 넘어섬으로써 다양한 영역에 걸쳐 타 도시들과는 차별화된 기술적 우위를 보유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조사 결과를 종합 평균 산출해볼 때 미국 전역을 통틀어 첨단 기술이 이보다 더 광범위하게 보급돼 있는 도시는 찾아볼 수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공항을 향해 떠나는 내내 일말의 설렘을 억누를 수 없었다. 과연 어린 시절 꿈꾸던 미래 도시의 모습을 미니아폴리스에서 찾을 수 있을까?

목적지에 도착해 맨 처음 듣게 된 음성은 컴퓨터에 녹음된 소리였다. 공항의 모노레일에서 들려오는 정차 안내방송에는 영국식 억양이 깃들어 있었다.

마치 본드 걸이 무인 셔틀 차량을 움직이고 있기라도 한 듯 말이다. (미니아폴리스는 컴퓨터에 녹음 처리된 음성 서비스를 유난히 자주 접할 수 있는 도시다. 그리고는 주차장을 지나갈 즈음 로봇 식의 단조로운 음성을 통해 “주의 요망. 차량 발견. 지금 나오고 있음.”이라는 경고 메시지가 들려왔다.) 공항에서 탄 택시의 운전사는 소말리아 출신이었는데 컴퓨터 프로그래밍 분야의 학위를 가졌다는 그는 아주 상냥했다.

택시 요금은 신용카드로 결제했는데 뉴욕에서라면 좀처럼 불가능한 일이기에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졌는가를 다시 한 번 상기하는 계기가 됐다. 운전기사는 신용카드로 요금을 결제하는 택시가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나의 촌스러움을 다소 희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카드 번호를 알려주는 게 영 불안할 경우에는 위조 방지를 위해 미네소타 주에서 특수 제작, 발급하는 운전면허증을 먼저 확인하면 그만이었다. 이 운전면허증에는 미네소타 주를 상징하는 아비류의 물새 그림이 3-D 홀로그램으로 처리돼있어 면허증을 기울이면 이 그림이 카드 면의 위, 아래로 떠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독특한 디자인은 이 지역에 본부를 둔 3M 사의 작품이다. 도심 중앙지대로 들어서자 차량 소통이 제법 혼잡해졌다.

인텔리전트형 교통 대책
미니아폴리스는 폐쇄형 소통 관제와 같은 “인텔리전트형 교통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 교통부로부터 최고의 도시로 평가 받고 있다. 이러한 관제 시스템은 교차로의 노면 아래 설치한 센서를 통해 해당 도로상의 교통 체증 상태에 관한 데이터를 취합함으로써 이에 따라 교통 신호의 시간 간격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배후에는 미니아폴리스의 교통 체증 증가율이 미국의 전체 도시 가운데 9위를 차지할 만큼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작용하고 있다.

그간의 교외지역 확장 결과 발생한 부작용인 것이다. 교통 혼잡을 덜기 위한 방편으로 시 당국은 7억1500만 달러를 들여 공항이나 몰 어브 아메리카(Mall of America) 같은 주요 공공장소와 도심을 연결하는 경량전철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전철의 배차 간격은 버스 시스템과 연동 조정되는데 미니아폴리스의 버스 시스템에는 뉴욕보다 우수한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즉 버스 정거장에 전기 히터를 통한 난방 설비가 갖춰져 항상 훈훈한 온도를 유지한다는 점이다.

내가 투숙하는 호텔은 유리나 스틸 소재의 고층 빌딩들로 뒤덮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있다. 이들 건물이 미니아폴리스의 번화가를 형성하고 있다. 흠 잡을 데 없이 깨끗한 가로에는 희한하리만치 오가는 행인이 적어 유령 도시와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이는 아마도 머리 위를 가로지르고 있는 미니아폴리스 스카이웨이(Skyway) 시스템 때문인지 모른다.

1962년 미니아폴리스의 도시 계획 담당자들은 북부지역 특유의 겨울 한파에 대한 대처방안을 놓고 고심하다 마침내 포기 지경에 이르렀다. 이 도시의 기온이 최저 영하 34도까지 육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도시 전체를 거대한 일종의 인공 터널형 생활 공간으로 변모시키기 시작했다.

스카이웨이 시스템은 지상 위에 구축된 밀폐형 교량들로 연결돼있는데 이들 다리는 각종 상점가와 플라자를 따라 수 마일씩 뻗어가다 실내의 인공폭포와 나무들에 둘러싸인 널따란 안뜰에 다다른다. 터널에서 생활하는 시민들은 이를 통해 바깥세상의 풍치를 되살리게 된다. 비록 내가 꿈꾸던 대로 도시 전체를 감싸는 돔은 아니지만 놀랄 만큼 근접한 형태라 아니할 수 없다.

기상 조건 조절기술
일단 터널에 들어서자 시간감각이나 방향감각 모두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바깥은 바나나로 못을 칠 수도 있을 만큼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도 터널 속에서는 셔츠 차림으로 몇 시간씩 돌아다녀도 상관없을 정도였다. 간간이 들려오는 음악이나 Wi-Fi 신호음을 헤치고 라떼를 홀짝이며 바깥 공기와 차단된 실내를 돌아다니다 보니 마치 우주비행사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본래 목적을 상기하고는 이내 추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거리로 발을 옮겨야 했다. 길거리에서 찾아 들어간 ‘던 브라더스’라는 커피숍은 Wi-Fi 통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하는 한편 아주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원두를 볶던 손길을 잠깐 멈춘 가게 주인은 스카이웨이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미래형 시스템답게 기상조건까지 조절 가능하다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실제 도시에서 맛볼 수 있는 활기가 결여돼있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미니아폴리스가 기술 부문에서 최우수 도시로 선정된 사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봤다. “실리콘 밸리가 1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리 놀랄 일은 아니네요. 미니아폴리스는 늘 앞을 바라보는 진보적인 고장이니까요. 1위를 했다고 해서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건 우리 체질에 안 맞거든요.”

미니아폴리스 시민들의 겸양 정신이 어느 정도인 줄은 모르겠으나 자신들의 도시에 대해 대단한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혹여 이 도시의 어떤 점이 하이테크 도시로서의 면모를 부여하는지 궁금한 독자가 있다면 미니아폴리스를 직접 방문해보라. 시장이 손수 운전하는 하이브리드 차량(가스와 전기를 연료로 사용)을 타고 시내 드라이브를 즐기게 될지도 모른다. (적어도 내 경우는 그랬다.) 올해 49세로 평소 3종 경기 종목은 물론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즐긴다는 R.T. 라이백 시장은 넘치는 에너지를 과시했다. 라이백 시장은 시 소유의 관용차인 토요타 프리우스에 나를 태우고 시내 곳곳의 명소를 일일이 가르쳐주며 각각의 역사적 내력에 대해 일러주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우리가 탄 차는 단순한 전시행정용 모델이 아니었다. 라이백 시장의 재임기간 동안 이 지역의 교통량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배기가스 배출량을 교토 의정서에서 책정한 수준 이상으로 감축하는 성과를 이뤄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미니아폴리스는 미국 전역을 통틀어 이러한 성과를 최초로 달성해낸 도시들의 대열에 당당히 합류했다.

기술혁신 본산의 기능
자동차 배기가스량은 여전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타 오염원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 10년간 15%가량 감축됐다. 건물이나 공장, 가로등의 에너지 효율성은 물론 재활용 비율을 꾸준히 높인 덕택이다. 더불어 라이백 시장은 대중교통수단의 증강과 함께 환경친화적 성격을 강화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미니아폴리스 교통 위원회에서는 배기가스 배출량을 더 줄여줄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 버스를 테스트 중이다.

라이백 시장은 미니아폴리스가 기술 부문에서 그처럼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접하고도 당연지사로 여기는 듯 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이제서야 깨달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리 시는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신호 대기를 받아 정차한 사이 시장은 이렇게 허두를 뗐다. 미시시피 강 일대에서 단 하나뿐인 폭포 곁에 자리한 미니아폴리스 시는 시초부터 산업과 기술 혁신의 본산으로 기능해왔다. 제너럴 밀즈(General Mills)는 제분회사였으며 3M은 광업 전문업체로 출발했다. 오늘날 3M은 기술 및 재료과학 부문의 발전에 있어 최고의 다양성을 자랑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라이백 시장의 말에 따르면 1900년대 초반 제분업이 쇠퇴를 맞게 되면서 미니아폴리스의 경제체제도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결과 오늘날 미니아폴리스는 1980년대에 들어서서야 변화를 강요받게 된 피츠버그나 클리블랜드, 디트로이트 같은 산업 중심 도시보다 훨씬 우위에 설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미니아폴리스는 이 지역의 브레인 트러스트로서 일찌감치 탈산업사회의 도래에 대한 준비를 마친 셈이다.

위스콘신대의2004년도 연구 결과 미니아폴리스가 미국 내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은 도시로 드러났으며 이후 내가 알아낸 바에 의하면 기술 관련 제 분야에 걸쳐 폭넓은 기여를 하기도 했다. 3M 사에서는 자기 테이프와 스카치 테이프, 포스트 잇을 발명했다.

그 밖에 비행기의 블랙박스, 너프(Nerf) 브랜드의 미식축구공, 전매특허 된 “마빗(marbit)”의 제어 발포(controlled-foam-extrusion) 공정까지 모두 이곳에서 개발된 것들이다. 마빗이란 럭키 참스 시리얼 제품에 들어가는 형형색색의 마시멜로우로 분홍색 하트, 노란 색 달, 주황색 별, 녹색의 클로버나 푸른 색 다이아몬드, 자주색의 말발굽 모양 등을 띤다.

기술혁신의 풍요로운 밑거름
오늘날 세계 최대의 의료기술업체로 인정받고 있는 메드트로닉(Medtronic) 사도 1949년 미니아폴리스 시 한 모퉁이의 차고에서 출발했다. 이 회사의 창립자인 얼 바켄은 1957년 트랜지스터를 이용한 심장 박동기를 최초로 발명하기도 했다.

사실 미니아폴리스 시가 가장 현격한 발전성과를 올린 분야는 생명과학과 의학이다. 마약이 판치던 1990년대, 높은 범죄율로 “머더러폴리스(Murderapolis)”라는 오명을 안겨다 준 필립스의 슬럼가 일대가 이제는 의학 분야의 연구 및 개발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이 일대는 컴퓨터 시스템에 기반한 범죄와의 전쟁 프로그램을 통해 변신을 꾀할 수 있었다. 모든 범죄의 유형 및 발생 장소를 통계 수치화하여 분석하는 한편 범죄 빈발 지점을 파악해 경찰의 중점관리대상으로 삼았다.

오늘날 지역 주민들에게는 새로운 의료시설에서의 교육 및 취업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8, 90년대의 패러다임은 경계 도시(Edge City)였습니다. 몰개성의 오피스 파크가 원거리의 교외지역에 들어섰죠. 하지만 이들 시설은 공급 과잉이 된데다 지속적인 유지 또한 불가능했습니다. 이제는 이 시설들은 다시 도심으로 끌어들이는 한편 역동적인 도시 환경이나 집약성의 가치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은 바로 이곳에 있으니까요.” 라이백 시장의 지적대로 연구기관과 병원, 대학 시설이 밀집해있는 도심 환경으로의 회귀는 첨단 기술 혁신의 풍요로운 밑거름이 돼줄 것이다.

시내 중심부로부터 내리 뻗은 1.5마일 길이의 시가를 따라 19개의 의료기관과 61개의 연구기관 및 임상 연구소, 2,300명의 내과 전문의가 자리 잡고 있다. 소규모 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 자금으로 운영되는 “인큐베이터” 제도를 통해 투자자와 벤처 캐피털이 연계됨으로써 의료기술 분야의 창업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병원에서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이 진행 중이며 메드트로닉 사와 같은 대기업들은 R&D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네소타 주에는 500여 개의 의료기술 업체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소규모 기업으로 상금 획득과는 무관한 기술 개발을 지향하고 있다.

재활훈련에 텔레크리닉스 적용
이후 나는 애보트 노스웨스턴 병원의 물리치료 담당자들을 만나볼 기회를 가졌다. 이 병원은 1995년 이래 ‘선진 재활 기술(Advanced Rehabilitative Technologies; ART)’이라는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ART는 환자의 재활훈련에 가상현실 시스템을 활용하는 기법이다. 환자의 근육에 부착된 센서가 미미한 동작도 남김없이 감지해 이 정보를 컴퓨터로 전송한다. 이를 통해 환자는 바이오피드백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가령 뇌졸중 환자의 경우 비디오 모니터 상에서 게임을 하는 동안 신체 근육을 움직임으로써 힘과 조정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나는 팔뚝에 센서를 부착한 상태로 컴퓨터 핀볼 게임을 하게 됐다. 내가 팔을 구부리면 스크린 상의 라켓이 공을 이리저리 치기 시작했다. 한편 또 다른 실험에서는 블루 스크린 앞에 선 채로 모니터 상에서 진행 중인 축구 게임 속의 골키퍼 역할을 해보기도 했다. 이와 같은 치료법은 환자들로 하여금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재활훈련과정에서 흥미를 잃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다. 한편 의료진은 이러한 센서를 통해 담당환자의 반응시간이나 근력 상의 변화, 전반적인 회복 추이에 관한 데이터를 취합하게 된다. 이는 미 전역을 통틀어 독보적인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치료사들 또한 일명 ‘텔레클리닉스’라는 신기법을 시험 사용하고 있다. 인터넷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사모아와 같이 멀리 떨어진 지역의 환자를 상대로도 재활훈련을 시행할 수 있는 방식이다.



라이백 시장의 안내로 강변에서 둘러본 19세기식 방앗간들은 기술전문업체를 위한 값비싼 사무실이나 고급 콘도로 한창 개축 중이었다. 다음으로 시장이 나를 내려준 곳은 그린 연구소(Green Institute)였다. 이 연구소는 환경기술 발전 및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용의 촉진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기구이다. 이들 분야에서 미니아폴리스 시는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으며 EPA로부터 ‘에너지스타(EnergyStar)’ 등급으로 판정 받은 건물만 해도 8채에 달한다. 그 중 이 연구소의 건물은 친환경 기술의 모범답안이라 할 만 하다. 지하 암반에 설치한 여러 개의 지열정(地熱井)에 무독성 부동액을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실내온도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시킴으로써 난방로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마셔도 될 정도의 부동액
여기에 사용되는 부동액은 사람이 마실 수 있을 만큼 깨끗하다. 또한 채광창 위에 설치한 거울이 태양을 쫓아가면서 태양광을 실내로 반사시킴에 따라 센서가 건물 내부 전등의 조도(照度)를 이에 상응하게 하향 조정하는 한편 빈 방의 조명은 소등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 건물의 지지용 들보(support beam) 상당수로 재활용 스틸 자재가 사용됐으며 지붕에는 미네소타 주의 초원에 자생하는 식물들을 심어 천연 단열재로 활용했다. 지붕 위에 설치된 태양 전지판을 통해 일부 전기를 공급받고 있는 전력 시스템은 발전량이 과잉상태에 이르게 되면 잉여분을 그리드로 되돌려 보낸다. 선반 자재로 사용된 보드판은 콩과 신문을 가압 처리해 제작된 제품으로 외관상 검은 대리석처럼 반짝인다.

그린 연구소의 마이클 크라우스 소장에 의하면 건물 준공 시 200여 가지에 달하는 친환경 기술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는 향후 보다 크고 복잡한 구조의 건축물에 친환경 기술의 적용 가능성을 타진하는 시험대이자 일종의 견본으로서의 본래 취지에 따른 것이다. 라이백 시장은 “바이오매스(biomass)” 난방 시스템에 기반한 트윈스 팀의 새 구장을 건설할 계획이 있음을 밝혔다. 바이오매스란 쓰레기 소각로를 활용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 시스템을 뜻한다.

도심으로 돌아올 때는 경량전철(전자동 티켓 발매기의 안내 방송은 영어는 물론 스페인어와 흐몽어(Hmong), 소말리아어로 제공된다)을 이용했지만 버스 노선에는 아직 적응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미네소타대 디지털 기술 센터의 앤드류 오들리즈코 소장을 만나러 가는 길에는 별 수 없이 택시를 타야 했다. 이 도시의 혁신적 사고방식을 대변하는 주제로 부상하고 있는 이곳 센터에서 오들리즈코 소장은 학제간 연구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시 말해 엔지니어링과 컴퓨터 과학의 결합, 산학 협동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여러 학문분야를 통합시킴으로써 흥미로운 연구 과제를 보다 많이 이끌어낼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현재 오들리즈코 소장은 철도의 등장이 19세기 사회에 미친 심리적 영향을 연구 중인데 이를 통해 금세기의 “대표 기술”이라 할 인터넷의 파급 효과와의 유사점을 도출해내려 하고 있다.

정찰 로봇 개발중
미네소타대는 그간 기술 혁신을 선도하는 고급인력을 배출함으로써 발명의 산실이라는 명성을 얻는 한편 미국 내 대학 가운데 공공 연구 부문에 있어 최우수 3개 대에 당당히 선정됐다. 슈퍼컴퓨터를 발명한 시머 크레이,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 할 트랜지스터의 발명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주역 중 몇 명도 이 대학 출신이다.

학부생 시절 크레이가 공부하던 도서관에서는 현재 한 천체물리학도가 학생용 PC 랩에 설치된 컴퓨터 수백 대의 네트워킹 용량을 활용해 항성의 내부 연소과정을 담은 2테라바이트급 3-D 동영상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편 분산 로봇공학 센터(Center for Distributed Robotics)에서는 소다 캔만한 정찰 로봇을 개발 중이다.

이 로봇은 유탄 발사기로부터 발진될 수 있으며 도심의 전투상황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미네소타대는 최근 국토 안보부와 첨단 비디오 모니터링 시스템 제작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 시스템은 전철 플랫폼에 유기된 포장 물품의 발견과 같이 미심쩍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즉시 경계 신호를 내보낸다.

한편 또 다른 랩에서는 가상현실 헬멧을 착용한 채 디지털 세계 속의 실내를 탐험하다 코 앞의 벽면에 무참히 부딪혀야 했다. 이로 인해 정강이에 생긴 멍자국이 말해주듯 홀로덱(Holodeck)의 시대는 아직도 요원하다. “웹 사용가능성 랩(Web usability lab)”에는 일방 투시 거울(one-way mirror)를 통해 이용자의 웹 사용 패턴을 감시하는 컴퓨터 스테이션이 설치돼있다. 여기에서 얻어진 데이터는 웹 페이지 디자인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된다. 오들리즈코 소장은 시너지 효과가 어느 정도 가시화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기술업체의 창업 지원을 위한 벤처 캐피털이 실리콘 밸리나 보스턴의 128번가에 지나치게 편중돼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다. 옥수수와 콩밭으로 이어진 평원에 위치한 미니아폴리스는 선도적인 기술 중심지로서 아직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낡은기술 대체시기 인식
첨단 도시로서 미니아폴리스의 면모를 어렴풋이 파악하기 시작했으나 떠나기 전에 반드시 들러보고 싶은 장소가 한 군데 남아있었다. 미니아폴리스와 세인트 폴이 쌍둥이 도시라면 몰 어브 아메리카는 그 주변부에 자리한 자족적 도시로 돌연변이성의 세 번째 샴 쌍둥이라 할 수 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쇼핑센터로서 520개의 점포와 86개의 식당, 12,550개의 주차공간을 보유하고 있다. 몰 어브 아메리카의 경우 전자제품 매장이 서점에 비해2배 정도 많은데 이는 미니아폴리스라는 도시의 기술에 대한 애착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하겠다.

우수한 최첨단 설계에 있어 자명한 진리 중 하나는 바로 낡은 기술을 대체할 시기를 인식한다는 점이다. 420만 평방피트에 달하는 이 건물에는 난방 시스템이 설치돼있지 않다. 대신 조명 시스템과 수만 명의 쇼핑객이 내뿜는 체열이 건물 전체에 온기를 제공한다.

몰 어브 아메리카는 고객들을 위한 일종의 생물권(biosphere)이라 할 수 있다. 몰의 대형 안뜰에 심어진 400그루의 나무는 수만 마리의 무당벌레 덕택에 해충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 이밖에 힌덴부르크호를 정박시키고도 남을 만큼 거대한 지붕 아래에는 온전한 놀이공원 시설과 120만 갤런 규모의 수족관이 갖춰져 있다. (모르긴 해도 이곳이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타고도 Wi-Fi 통신이 가능한 세계유일의 장소가 아닐까 싶다.) 전 구간이 완공된 경량전철은 미니아폴리스 중심부의 스카이웨이에서부터 해안지대로 곧장 이어져있다.

몰 어브 아메리카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은 ‘죽음의 혹성(Death Star)’ 같다는 느낌이었다. 즉 스톰 트루퍼스(Storm Troopers)가 피어싱 파고다(Piercing Pagoda)나 월릿 월드(Wallet World), 스무디 오싸러티(Smoothie Authority) 같은 장소에서 쇼핑을 한다면 어떨까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내 다음과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이곳이야말로 어릴 적 내가 그리던 돔 속의 미래 도시에 가장 근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이 몰은 자족적인 고립성, 인공적 환경의 극치를 구현하고 있다. 비록 어린 시절 상상하던 모습은 아니지만 상업주의적 기술이 거둔 쾌거의 결정판임에는 분명하다. 몰 어브 아메리카는 어릴 적 내가 그린 그림에서와 같이 하나의 인공 도시로 구축된 것이다.

하이테크의 현장 - 1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롯의 슈퍼마켓
푸드 라이언(Food Lion) 사의 새로운 기획 매장인 블룸(Bloom)에서는 쇼핑객 모두 카트와 함께 RFID 스캐너를 사용하게 된다. 카트에 집어넣는 물품마다 이 스캐너를 통해 계산된다. 방금 집어 든 냉동피자를 사고 싶지 않다면? “삭제” 단추만 누르면 자동적으로 합계금액에서 누락된다. 찾고 있는 마리네이드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면? 블룸 매장에 배치된 8개의 안내 스테이션에서 지도를 통해 찾고자 하는 품목이 진열된 위치를 알아보도록 하라. 계산은 셀프서비스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소요시간은 약 60초다.

하이테크의 현장 - 2
친환경 기술의 산실 뉴욕 주 뉴욕의 천문관
미국 자연사 박물관의 헤이든 천문관에 소재한 5층 높이의 스페이스 씨어터(Space Theater)에는 세계 최첨단의 프로젝터가 설치돼있다. 이 프로젝터는 9,100개 별의 시뮬레이션을 제공하고 있는데 9,100이란 맑은 날 밤에 양 반구에 걸쳐 쌍안경으로 식별할 수 있는 별의 총 개수다. 9,100개의 미세한 구멍이 뚫린 실드(shield)가 자이스 마크 IX 프로젝터의 렌즈와 조명 사이에 설치돼있다. 프로젝터의 내부 포면 전체에 빛을 조사하기보다는 유리 섬유가 집광된 광선이 각 구멍을 향하도록 유도한다. 그 결과 기존의 천문관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4,000와트급 프로젝터보다 조도가 10배 높은 백열이 생성되며 별의 형상 또한 더욱 뚜렷하고 실감 있게 표현된다.

하이테크의 현장 - 3
워싱턴 주 시애틀의 도서관
시애틀 중앙 도서관의 소장 도서목록은 듀이 십진법보다는 맵퀘스트(Mapquest)에 가깝다. 원하는 도서명을 입력하면 비치된 위치를 보여주는 화면이 나타난다. 반납 도서는 컨베이어벨트에 의해 RFID 스캐너에 다다르게 된다. 이때 스캐너는 도서에 부착된 RFID 태그를 판독해 종류 별로 분류한다.
진공력으로 작동되는 회전장치가 도서를 단일 방향으로 정렬시키면 또 다른 기기가 이들 도서를 카트에 옮긴다. 최종적으로 도서를 서가에 꽂는 작업은 사람의 손을 거치게 된다. 사서들은 각자 휴대하고 있는 무선 전송 장비를 통해 건물 어디에서건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도서관 건물에는 지금까지 미국에서 사용된 적이 없는 자재가 사용됐다.

하이테크의 현장 - 4
뉴저지 주 호보켄의 주차장
가든 스트리트 주차장()은 무인 운영되며 주차시간이 1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심지어 운전자가 건물에 들어갈 필요조차 없다. 차를 도크 위에 세운 다음 시동을 끄고 신용카드로 결제한 후 걸어 나오기만 하면 된다. 324대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이 주차장이 나머지 일을 알아서 처리한다. 차량은 자동 엘리베이터에 의해 위로 옮겨져 전자식으로 작동되는 수송 시스템에 의해 스틸 판 위로 이송된다. 맞춤형 소프트웨어가 자동화 프로그램인 심플리시티(Cimplicity)와 연계 가동된다. 심플리시티는 현재 제네럴 모터스의 제조공장 및 나사(NASA) 시설 상당수에서 사용 중인 프로그램이다. 이 주차장에는 운전자가 주차시킬 때 필요할 여유 공간이나 나선형의 경사로가 배제된 관계로 기존 주차장보다 3배나 많은 차량을 수용할 수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경사로 주행에 소모되는 연간 수천 갤런의 휘발유를 절약하는 효과도 발생한다.

친환경 설비
필립스 에코 엔터프라이즈 센터는 미니아폴리스의 그린 연구소에 의해 에너지 효율적이며 친환경적인 설계의 시험대로 건립됐다. 무독성 페인트와 재활용 유리 타일은 물론 세계 최초로 100% 재활용이 가능한 카펫이 사용됐다. 태양을 쫓아 움직이는 거울이 기존 유입량의 10배에 달하는 햇빛을 채광창을 통해 건물 내부로 전향시킴으로써 실내의 조명을 해결하고 있다.

▲ 샌디에고
의료 및 응급처치 기술
이왕 심장마비에 걸릴 거라면 적어도 도로와는 동떨어진 외딴 해안가에서 서핑을 즐기다 이변을 당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스티븐 루드윅은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살아날 확률은 1/1000 정도에 불과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작년 8월 문제의 그날 저녁 53세의 루드윅은 어떻게 살아나 6시 뉴스에 나오는 자신의 구조 소식을 시청할 수 있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당시 루드윅이 사고를 당한 곳이 다름 아닌 샌디에고였기 때문이다.

샌디에고는 혁신적인 의료기술로 이름난 도시로서 이곳에서는 제세동기가 소화기만큼이나 보편적이다. 따라서 사고지점 인근을 지나던 구조선에도 당연히 제세동기가 장착돼있었던 것이다. 샌디에고에서 911번으로 구조 요청을 하면 곧장 GPS 장착 시스템으로 연결돼 시내 125대의 소방차는 물론 앰뷸런스와 구조선, 헬리콥터 중 필요한 교통편이 즉시 수배된다. 구조차량에는 Wi-Fi 기능의 랩탑과 PDA가 구비돼있으므로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와 응급처치 내역을 기록해 이 자료를 병원 측에 곧바로 전송할 수 있다. 그럼 병원에 있는 의사들은 이 데이터를 기초로 하여 실시간으로 대응조치를 취하게 된다.

또한 샌디에고 시내의 병원 대부분에서는 환자의 심박률이나 산소 모니터의 측정 수치를 비롯한 진료 차트 내역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있다. 루드윅의 구조 소식을 전하는 뉴스 화면에는 그를 끌어올리기 위해 줄에 기대어 헬리콥터에서 내려오는 구조대원의 용감한 모습이 비쳤다.

2. 스포케인, 워싱턴 주
3. 오클라호마 시, 오클라호마 주
4. 캔자스 시, 몬태나 주
5. 시카고, 일리노이 주
6. 벌링턴, 버몬트 주
7. 데스 모인즈, 아이오와 주
8. 시애틀, 워싱턴 주
9. 랜싱, 마이애미
10. 인디애나폴리스, 인디애나 주

총순위▶5[선진 정보기술을 갖춘 병원 및 보건기관의 수: 14][구급차량 가운데 컴퓨터 출동 시스템을 갖춘 차량의 비율
(%): 100][구급차량 가운데 GPS 시스템을 장착한 차량의 비율(%): 46]

▲ 산호세
하이테크 직종
실리콘 밸리의 비공식 수도라 할 산호세에는 기술전문업계의 종사자가 30만 명을 넘어선다. 다시 말해 시 전체인구의 1/3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특허 출원에 있어 산호세는 그 뒤를 쫓고 있는 보이스 시(아이다호 주)보다 30%나 앞서고 있으며 미국 벤처 캐피털 총액의 1/3을 넘는 50억 달러를 유치하고 있다. 실리콘 밸리에는 구글과 이베이, 시스코 시스템스의 본사가 자리하고 있다.

세계적인 바이오테크업체인 제넨텍 사(Genentech)도 북쪽 지역에 위치해있다. 또한 산호세에는SRI 인터내셔널이나 스탠포드대와 같은 최고수준의 연구센터가 5개나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연구기관들은 하이테크 관련 신규업체의 직접적인 산실로서 기능한다.

구글은 당초 스탠포드의 스핀오프(spin-off) 형식으로 출발했다. 사실 스탠포드의 연구진이 설립한 기술전문업체는 지금까지 1,200여 개에 달한다. 그 중 117개가 생의학 분야와 관련되는데 이들 가운데 23개는 바로 작년에 설립됐다. 오래 전부터 반도체와 소프트웨어의 산실로 명성을 쌓아온 산호세는 이제 바이오테크 분야 중심으로 신속히 변모하고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 30억 달러의 줄기세포 연구 기금 지출을 승인한 캘리포니아 주의 제71법안의 덕택이다. 산호세 주민의 평균 연봉은 62,400 달러로 전국 평균치보다 60%나 높다. 그러나 이만큼의 소득을 올리기까지 주민들의 근로 강도 또한 대단하다. 직원 생산성(기업이 사원 개개인으로부터 이끌어내는 가치)을 기준으로 볼 때 실리콘 밸리는 180,000달러로 전국 평균치인 87,000달러를 훨씬 능가한다.

2. 오렌지, 캘리포니아 주
3. 게인스빌, 플로리다 주
4. 보울더, 콜로라도 주
5. 매디슨, 위스콘신 주
6. 오클랜드, 캘리포니아 주
7. 워싱턴 DC
8. 내슈아, 뉴햄프셔 주
9. 랄레이, 노스캐롤라이나 주
10. 산타페, 뉴멕시코 주

총순위▶17 [하이테크 기업 수: 7,300][하이테크 분야의 종사자 비율(%): 33][석사 학위 이상 소지자의 비율(%): 17]

▲ 보스턴
하이테크 교육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보스턴에서 전화를 발명했다. 빌 게이츠가 공부를 한 곳도 보스턴이다(물론 중퇴하기 전까지 말이다). 재봉틀과 경화고무, 폴라로이드 카메라, 전자레인지, 의수족(義手足), 합성 페니실린은 물론 최초의 컴퓨터와 아파넷(Arpanet), e메일, 관성 유도 시스템 또한 보스턴이 낳은 창작품들이다. 이 도시에 60여 개의 대학이 소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다. 현재 MIT에는 노벨상 수상자 10명이, 하버드에는 39명이 교편을 잡고 있다.

보스턴 소재 대학들은 R&D 부문에 연간 23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는데 이는 2위인 볼티모어의 2배에 육박하는 규모라 하겠다. 이처럼 풍부한 재능과 자원이 이제 시내의 공립학교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보스턴대와 노스이스턴대 교수들은 국제 로봇 대회에 참가할 고등학교 팀을 지도하고 있으며 MIT의 공학도들은 기술 분야에 관심 있는 어린이를 상대로 교습을 해주고 있다. 보스턴 시가 기술 고등학교를 설립하자 하버드와 MIT, 매사추세츠대가 델, IBM,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기업들과 함께 전문지식과 인력을 제공하는 한편 1백만 달러 상당의 첨단 장비를 기탁했다. 테크보스턴 아카데미(TechBoston Academy)의 모든 학생에게는 무선 랩탑이 지급됐으며 교실마다 인터액티브 스마트 보드(Smart Board)가 설치됐다. 스마트 보드란 교사의 컴퓨터와 연결된 터치 스크린을 가리킨다. 1998년 보스턴은 시내에 소재한 전 학교의 인터넷 연결을 달성시킨 최초의 주요 학군이 됐다.

한편 발명의 유산은 지속되고 있다. B.U.의 대학원생인 매트 헤벌리는 화성 탐사 로버인 스피릿(Spirit)과 오포추너티(Opportunity)에 사용될 로봇 팔의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다.

또한 지금은 영상에 기반한 태아 심장 수술을 가능케 할 기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당초 MIT 대학원생인 앤드류 히피츠가 보스턴에 소재한 뉴튼 사우스 고등학교의 과학 박람회를 위해 만든 저렴한 로켓형 정찰 시스템의 경우 현재 미 공군에서 발전시키고 있는 중이다.

2.휴스턴, 텍사스 주
3.랄레이, 노스캐롤라이나 주
4. 필라델피아. 펜실배니아 주
5. 워싱턴 DC
6. 애틀랜타, 조지아 주
7. 볼티모어, 메릴랜드 주
8. 뉴욕, 뉴욕 주
9. 시카고, 일리노이 주
10. 샌디에고, 캘리포니아 주

총순위▶ 4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한 공립학교의 비율(%): 100][대학의 연간 R&D 지출경비($): 23억][학교에서 컴퓨터를 제공받고 있는 학생의 비율(%): 80][과학 박물관의 수: 3]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