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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폐장 부지선정 기대

정부가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부지선정 작업을 시작한지 올해로 19년째다.

원자력발전 이라는 과학문명의 이기를 유지발전시키는데 필수적인 방폐장 건설이 이처럼 늦춰져왔다는 점은 파퓰러사이언스 편집을 책임지고있는 한사람으로서 대중적인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케 한다.

물론 정부 관계당국과 방폐장 건설을 추진해온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원자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이같은 사태로까지 발전해왔다는 얘기는 아니다. 방폐장 유치를 희망해온 지역주민들의 안전성에 대한 믿음과 시설을 유치함으로서 얻을수 있는 지역발전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는 값싸고 깨끗한 전기를 제공하는 원자력발전의 필수적 부산물에 대한 처리문제가 우리세대의 책임이라는 원론만을 강조해 왔을뿐 국민이 공감하고 지역주민이 신뢰하는 이론적 접근이 부족했던 점이 아쉽다.

이와관련 정부는 안전성 면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는 중저준위폐기물 처분장을 분리해 우선 추진하기로 최근 결정하고 처분장 유치지역에 대해 현금 3천억원의 경제적 지원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뿐만 아니라 반입수수료 등을 제도적으로 보장한다는 안을 제시했다.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작업복·장갑·폐필터와 병원·산업체에서 발생하는 방사선이 낮은 폐기물을 영구처분하는 시설을 말한다. 여기서 나오는 방사선량은 연간 1밀리시버트로 1회 X-선 촬영의 10분의 1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안전성에 문제가 없으며 주변 생태계에도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론이다.

이 시설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40년 이상의 운영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세계 31개 원자력 발전국 중에 중저준위폐기물 처분장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대만·슬로베니아·벨기에·네덜란드 5개국뿐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4개국은 세계 6위의 원자력발전국인 우리와는 달리 원자력의 비중이 낮다. 원자력 발전소가 없지만 병원 및 산업체에서 나오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시설을 운영하는 나라만도 베트남·호주 등 14개국에 이른다.

정부가 이번에 고준위 폐기물 보존시설에 대한 구상을 빼고 중저준위 폐기문처분장으로 낮춰 진행한다는 것은 불가피한 결정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그것이 고준위 폐기물의 최종 처리를 위한 기본구상이나 연구지연을 위한 조치라면 궁극적으로 방폐장 건설에 대한 대 국민 신뢰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추락할 수 있다. 정부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체계화된 이론을 통한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지난 19년을 보상 받을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 박 훈 파퓰러사이언스 편집장 h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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